XI.강줄기 따라걷기/한강 따라 걷기

한강 따라 걷기10(아라리교직원수련원-연포교-거북이민박)

시인마뇽 2024. 5. 16. 01:14

탐방구간: 아라리교직원수련원-연포교-거북이민박...백룡동굴

탐방일자: 2024. 5. 14()

탐방코스: 아라리교직원수련원-바리소전방민가-덕천취수장-복실네촬영지 전방 강변

                 -제장교 -덕천리버스종점- 연포교-연포분교장-거북이민박

탐방시간: 1054-1756(7시간2)

동행       : 서울사대 원영환, 이상훈, 최돈형, 우명길 동문

 

 

  이번 한강 탐방은 난생처음으로 단층을 직접 보고 확인해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저 혼자였다면 지층은 보고 바로 알 수 있었겠지만, 단층은 설사 보았다고 해도 알아채지 못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제껏 단층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배운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대학에서 지구과학을 전공하고 몇 십년 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원영환 동문이 저것이 단층이라고 일러주어 바로 알았습니다. 말로만 들어온 단층을 직접 보고나자 반갑고 기뻤습니다. 이에 더하여 지층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주향과 경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들어 더욱 그러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동강을 따라 걸은 정선지역은 태백,평창, 영월과 더불어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국가지질공원(national geopark)이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 이를 보전하고 교육 관광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하여 환경부장관이 인증한 공원을 이릅니다.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생대 퇴적암류를 보여주는 장소로,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하천지형 및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하여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곳입니다.

 

  정선군신동면의 덕천리를 흐르는 동강의 제장교를 건너 복실이네 촬영지를 향해 강을 따라 걷는 중 강 건너에 자리한 수직의 암벽이 상당부분 산화되어 황토색을 띄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황토색 암면에 20-30도 경사로 기울어져 있는 지층과 이 지층이 어느 지점에서 선이 끊겼다가 다른 형태로 그어진 것을 보았는데, 그것이 바로 지각운동으로 지층이 끊긴 단층이라는 것을 동행한 친구가 알려주어 비로소 알았습니다. 동강유역은 고생대인  4.5억만년 전의 거대한 석회암 지질의 모암층과 2.5억만년 전의 퇴적사암층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니, 제가 관찰한 암벽도 그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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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리역에서 아침 734분에 무궁화호에 탑승하여 강원도 정선땅의 예미역으로 이동했습니다. 함백탄광이 한창 운영될 때 개들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우스개 소리가 전해지는 신동시내와 멀지 않은 예미역에서 하차해 3명의 대학동문들을 만났습니다. 마침 이상훈 동문이 차를 몰고 와, 이 차로 이번 한강탐방의 출발지인 아라리교직연수원으로 향했습니다.

 

  1054분 아라리교직원연수원을 출발했습니다. 정원처럼 꾸며진 캐슬가든을 지나 다다른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북쪽으로 향한 것은 나리소와 바리소에 접근하기 위해서였는데 마지막 민가에 이르자 더 이상 길이 이어지지 않아 이 지점에서 삼거리로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나리소와 바리소를 거쳐 제장교 쪽으로 흐르는 동강을 따라 걷다가 잘 고른 넓은 밭 한가운데 거목의 아카시나무 한 그루가 그늘을 만들어준 넓은 바위 고인돌 위에 걸터앉아 점심을 같이 들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삼거리로 돌아가다가 길 건너 강변의 밭들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을 쪽의 밭에서는 농작물이 잘 자라고 있는데 꽤 넓은 밭이 방치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는데, 알고 보니 강변의 밭들은 국가가 환경보전을 위해 매입한 국유지여서 임의로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1250분 제장교를 건넜습니다. 삼거리에서 덕천취수장을 지나 제장교를 건너면서 나리소와 바리소를 지나 숨 가쁘게 흘러 내려온 동강의 물흐름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다리 건너 제장마을 입구에 세워진 안내도에는 동강의 명승지 12곳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정희농박을 지나 동강의 물흐름과 나란한 방향으로 얼마간 북쪽으로 진행하자 길이 끊겨 예정했던 복실네집촬영지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길이 끊긴 곳에서 강가로 내려가 강물로 손을 씻는 것으로 동강에 제가 찾아 왔음을 신고했습니다.

 

  강 건너에 병풍처럼 연이어 곧추서 있는 삼각추의 암봉들을 보고 이만한 절경이면 동강12경과 충분히 견줄만하다 싶었습니다. 여러 암봉 중에서 유독 제 눈을 끈 것은 황토색의 깎아지른 엄청 큰 암벽이었습니다. 다른 암벽들은 표면이 회갈색이어서 지층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는데 황토색의 거암을 보자 지층이 확연하게 보였습니다.

 

  제가 이번 탐방이 오래 기억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난생처음으로 정확히 단층을 관찰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지층은 몇 차례 보았지만, 단층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몰라 그냥 지나쳤습니다. 이번에는 지구과학을 전공한 대학동문이 동행해 저것이 단층이라면서 자세히 그 특징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지층을 설명하는 데 꼭 필요한 주향과 경사의 뜻풀이도 함께 해주어 현장학습을 확실히 받은 셈입니다.

 

  1431분 덕천리종점 버스정류장을 지났습니다. 강변의 현장학습을 마치고 오던 길로 되돌아가 제장교를 다시 건넜습니다.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골 마을길을 따라걸어 왼쪽으로 고성보건진료소로 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이르렀습니다. 이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덕천리종점 버스정류장을 지나자 가파른 고갯길이 이어졌습니다. 해발400m(?) 대의 고개를 넘어 한참 동안 내려가 만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물흐름을 거슬러 동강을 따라 걸은 것은 이렇게 해서라도 길이 끊겨 강을 따라 걷지 못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강물을 거슬러 북진하자 단층을 관찰했던 강변에서 북쪽으로 보였던 가운데가  움푹 파인 황토색의 암벽이 다시 보여 반가웠습니다.

 

  야생동물들이 밭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빙둘러 그물망을 쳐놓은 넓은 밭에 이르자 길이 다시 끊겼습니다. 삼거리로 되돌아가는 길에 오래된 폐가에 걸린 ‘cctv 녹화중표지물을 보았습니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만의 하나 cctv가 녹화 중이라면 오지의 폐가에 무슨 동물들이 드나들고 집이 어떻게 낡아가는 가를 볼 수 있는, 쓸모는 없으나 희귀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거리로 돌아가 아담한 규모에 외관이 깔끔해 보이는 덕천교회를 지났습니다.

 

  1618분 연포교를 건넜습니다. 덕천교회를 지나 연포교를 건너자 뾰족한 암봉들이 겹쳐 보여 저도 모르게 오지로 빨려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연포분교장을 지나자 비포장도로의 제방길이 이어졌습니다. 쌍둥이민박집을 지나 제방이 끝나는 곳에 이르자 작은 굴이 보였는데, 철문이 굳게 닫혀 안으로 들어가보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이번 탐방의 종점인 거북이 민박집으로 이어지는 길이 보이지 않아 연포분교장으로 돌아갔습니다.

 

  강원도 정선교육청의 폐교안내문에 따르면 신동읍의 덕천리에 소재한 예미초등학교 연포분교장은 1969년 고성국민학교연포분교장으로 건립되었습니다. 1996년 예미초교 연포분교장으로 학교 이름을 바꾼지 3년 후에  폐교된 연포분교가  배출한  졸업생은 총169명이라 합니다. 이 학교는 2003년 차승원씨가 불량교사 김봉두로 분해 열연한 영화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로 지금은 캠핑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저도 5학년이 되어서야 본교로 독립한 시골의 작은 분교를 4년 동안 다닌 적이 있습니다.  캠핑장으로 바뀐 연포분교장을 보자 고향의 모교가 아직도 폐교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1756분 거북이민박집 앞에서 하루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연포분교장에서 거북이민박집으로 가는 길은 제방에서 산 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어 한동안 강물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시 동강의 우안으로 접어든 후 신동시내 택시를 불러 거북이민박집으로 와달라고 청했습니다.

 

  이번 탐방의 종점이 가까워질수록 강폭은 넓고 강물은 깊어 보였습니다.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순백색의 백로와 시꺼먼 두 날개를 활짝 펴 당장이라도 비상할 듯한 가마우지(?)가 외관은 달라도 서로가 동강을 무대로 하여 살아가는 친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은 두 새들이 서로 등지고 살아가기에는 이 강이 너무 외지고 조용해서였습니다. 강 건너로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집들이 보였고, 전신주들이 서 있어 어디로 길이 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조금 더 가보면 어딘가에 다리가 놓여 있으리라는 제 예측과 달리 다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강의 양안을 이어주는 로프가 설치되었고 강 건너로 배가 보였습니다. 제가 관찰한 바로는 다리가 없는 것으로 보아 강 위로 설치한 로프에 도르레를 달아 배가 왕복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이는 앞으로 확인해볼 뜻입니다.

 

  거북이민박집은 강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민가가 2 Km 가량 떨어져 있을 만큼 오지의 민박집을 우정 찾아가 묵으려는 손님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유만 된다면 어느 한 해 날잡아 철마다 2-3일씩 머물며 동강이 빚어내는 계절의 변화를 느긋하게 지켜보고 싶습니다. 3-4분을 기다렸다가 도착한 택시를 타고 신동시내로 이동해 저녁 최돈형동문이 한턱 쏜 저녁을 함께 들며 하루 여정을 끝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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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이 계절의 여왕일 수 있는 것은 나뭇잎이 푸르르고 야생화들이 활짝 꽃을 피워서일 것입니다. 이번 탐방길 곳곳에서 여러 종류의 초목과 꽃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름을 알고 있는 아기똥풀이나 아카시나무는 만나자마자 인사말을 건넸는데 이름을 모르는 나무나 꽃을 보면 친구가 이름을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사를 청했습니다.

 

  이름을 알고 있으면서 그냥 지나칠 뻔한 풀은 강가에서 자라고 있는 갈대였습니다. 지층과 단층을 관찰한 후 돌아가는 길에 강변에서 자라고 있는 갈대를 보았습니다. 저 갈대가  강변에서 신록의 5월을 맞을 수 있는 것은 지난겨울 세차게 불었던 강바람과 눈보라를 이겨내고 생명을 지킨 덕분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시인 정호승님은  시 겨울 강에서를 지어 흔들리지 않는 갈대를 칭송했을 것입니다.

 

 

<겨울 강에서>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 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