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한강 따라 걷기

한강 따라 걷기12(문산교-어라연-거운교)

시인마뇽 2024. 10. 31. 20:14

탐방구간: 문산나루터-어라연-거운교 (동강 어라연 래프팅코스  )

탐방일자: 2024. 6. 13()

탐방코스: 문산나루터-두꺼비바위-어라연-된꼬까리여울-만지 어라연상회-거운교

탐방시간: 1120분경-1350분경(2시간30)

동행        김종화부부, 원영환, 이상훈, 최돈형, 00, 우명길 등 7

 

 

 

  이번에 래프팅(rafting)으로 통과한 구간은 한강의 문산나루터-어라연-거운교 구간으로 그 전장은 약13Km에 이릅니다. 대체로 한강은 강변에 제방길이나 차도가 나 있어 굳이 배를 타거나 등산을 하지 않아도 걸어서 지날 수 있는데, 이번 구간은 강줄기를 따라 길이 나 있지 않은 협곡을 지나야 해 래프팅(rafting)으로 통과했습니다.

 

  래프팅(rafting)이란 PVC나 고무로 만든 보트를 타고 계곡이나 강에서 3급 이상 급류를 타는 레저스포츠를 칭하는 것으로, 원시인이 뗏목을 물 위에 띄워 타고 다니며 수렵과 이동을 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저희가 이번에 래프팅을 즐긴 동강 역시 정선의 아우라지에서 출발한 뗏목이 한양으로 운송되는 길에 지났던 수송로였습니다. 래프팅의 참맛은 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물 흐름이 빠른 감입곡류를 지나며 느끼는 짜릿한 전율이다 싶습니다. 급물살을 따라 바위 사이를 미끄러져 내려가다가 물세례를 맞아 온몸을 적시고, 천천히 흐르는 구간에서는 구령에 맞추어 여유롭게 노를 저어 나아가며 일행들과 일체감을 가질 수 있는  한 여름 최고의 물놀이가 래프팅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래프팅을 해내기에 충분한 체력이 저희에게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래프팅을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동강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강은 정선군 가수리에서 지장천의 물을 받아들여 세를 불린 후 65Km를 흘러 영월읍에서 서강과 만나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한강의 본류입니다. 동강을 지나는 래프팅코스는 모두 5곳이 있는데 저희 같은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코스가 이번에 래프팅으로 통과한 어라연코스입니다. 이우평님의 한국지형 산책에 따르면, 동강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깊은 산골짜기를 굽이쳐 흐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침식기준면인 해수면의 고도와 큰 차이가 없는 준평원에 가까운 이 일대를 동강은 뱀처럼 구불구불 자유롭게 곡류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약 2,300만 년 전 신생대 제3기 중기에 접어들면서 이 일대에 비대칭 습곡운동이 일어나 태백산맥과 소맥산맥이 형성되었고 동강도 이전보다 높이 융기했습니다. 그 결과 물흐름이 빨라지고 강바닥을 깎아내는 하방침식이 활발해져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의 유로를 따라, 또 다른 지역에서는 측방침식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유로를 따라 골짜기가 형성되어 구절양장의 강 모습을 갖추게 된 전형적인 감입곡류하천이 이번에 래프팅을 즐긴 동강입니다.

 

  전국적으로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명소는 여기 동강 외에도 여러 곳이 더 있습니다. 2004년 일요신문이 선정한 래프팅명소 10곳은 강원도 철원 한탄강의 순담계곡, 평창의 오대천, 평창 동강의 진탄나루, 평창 봉평의 금당계곡, 평창 평창강의 뇌운계곡, 인제의 내린천, 영월의 동강, 충북 영춘의 북벽, 경남 산청의 경호강, 전북무주의 금강상류 등입니다. 래프팅 명소 10곳 중 8곳이 한강 또는 한강의 지류에 있고 금강과 낙동강에는 각각 1곳씩만 있는 것은 한강은 상류에 감입곡류가 발달하고 다목적댐과 멀리 떨어져 있어 급류가 여러 곳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래프팅의 요람으로 알려진 철원 한탄강의 순담계곡이 여타 래프팅명소들과 다른 점은 산골짜기를 흐르는 감입곡류(嵌入曲流)가 아니고 평야에 만들어진 협곡이라는 것입니다.  1백만년 전까지 오랜 기간 침식을 받아 저평화된 구릉지대를 한탄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는데, 북한 땅 오리산에서 점성이 낮은 현무암이 여러 차례 분출하여 한탄강 유로를 따라 흘러 내려오면서 저지대를 메웠다고 합니다. 이 현무암이 저지대를 메워 평탄지형을 만든 후 한탄강이 이전 유로를 따라 다시 흐르면서 침식을 가해 만들어진 깊은 협곡이 바로 순담계곡입니다. 순담계곡에서 시작된 래프팅이 전국적으로 퍼진 덕분에  이번에 저희는 영월의 동강에서 래프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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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대 중반의 일행 7명이 오전 10시를 조금 넘어 영월역에서 만나 이상훈교수와 지인 한 분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거운교로 향했습니다. 거운교에 도착해 래프팅 회사의 안전요원이 안내하는 대로 옷을 갈아입은 후 회사 차로 이동했습니다. 문산나루터에서 멀지 않은 동강 좌안의 강변에서 하차해 안전요원한테서 노 젓는 방법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주의사항을 들은 후 고무보트를 들고 동강의 강물 안으로 들어가 배에 올라탔습니다.

 

  1120분경 동강하소엘 앞 강변을 출발했습니다. 동강 좌안의 모래밭을 지나 고무보트에 오르자 건너편 우안의 곧추선 절애의 암벽이 눈을 끌었습니다. 요 며칠 계속된 무더위(?)로 녹조가 발생해 강가의 물이 파랬습니다. 평일이어서인지 11시에 문산나루터를 출발하는 래프팅팀은 두 팀에 불과해 생각보다 한산했습니다. 저희 7명과 안전요원 1명이 한팀이 되어 동강하소엘을 출발해 안전요원의 구령에 맞추어 천천히 흐르는 동강을 따라  노를 저어 나아갔습니다. 완만히 흐르는 강물이 경사진 곳을 만나면 여울져 흐르는데, 이런 여울을 지날 때는 노를 젓지 않아도 배는 더 빨리 내려갔습니다. 노를 젓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지만, 보트 안에 앉은 자세가 편하지 않아 두꺼비를 빼어닮은 두꺼비 바위를 그냥 지나는 등 사진은 제대로 찍지 못했습니다. 

 

  1215분 동강 우안의 자갈밭에서 래프팅을 멈추고 잠시 쉬어갔습니다. 동강 우안에 연이어 곧추서있는 십이병풍암(?)을 지나 자갈밭에서 잠시 쉬어갔습니다. 굽이쳐 흐르는 감입곡류는 안쪽과 바깥쪽의 유속이 같지 않습니다. 강물이 빨리 흐르는 바깥쪽에는 하식애가 생기고 물흐름이 느린 안쪽에는 모래나 자갈이 쌓여 포인트 바가 생기는데, 저희가 쉬어간 자갈밭은 전형적인 포인트 바이고, 건너편의 절벽은 대표적인 하식애입니다.

 

  다시 보트에 올라 7-8분을 내려가 도착한 곳은 어라연(魚羅淵)입니다. 이번에 보트를 타고 지난 어라연 일원은 하천지형이 다양해 천혜의 보고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지역을 지나면서 구불구불한 감입곡류, 수직 절벽인 하식애(河蝕崖), 협곡인 어라연 계곡,  ·  · 하선암의 구하도(舊河道), (), 여울, 급류 등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과거에는 하천에 물이 흘렀으나 하천의 물길이 변경되면서 현재는 거의 물이 흐르지 않는 하천을 말하는 구하도가 정확히 어느 곳인지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라연 일원은 하천, 암반, 산림지대 등으로 형성되어 있는 식생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고 강원도고생대국가지질공원은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라연 일원의 식생에 대해서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하천 주변 식생으로는 달뿌리풀이 우점종(군집을 대표하는 종류)이며 그 외에 엉겅퀴 · 갈대 · 패랭이 · 쇠별꽃 등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하상 식생으로는 강가 경계부에 원추리 · 홑왕원추리 · 덩굴딸기가 대군락을 이루고 있고, 목본으로서 갯버들 · 키버들 · 왕버들 · 시무나무 · 비술나무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산림 식생으로는 소나무군락이 높은 분포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학술적 가치가 있는 식물군으로서 회양목 군락지 등이 있습니다. 암벽 식생으로는 돌단풍과 부처손 등이 자라고 있습니다. 또한 어라연 계곡에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어름치가 서식하고 있고, 수달 · 황조롱이 · 원앙 등의 천연기념물과 비오리 등 야생동물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라연(魚羅淵) 고기가 비단결같이 떠오르는 연못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수중 연못으로 동강이 빚어낸 유일한 명승입니다. 11년 전 저는 이상훈 및 원영환 두 동문과 함께  잣산의 전망대에 올라 어라연을 조망한 후 그 정경을 아래와 같이 스케치해 탐방기에 남겼습니다.

 

  “강변에 면해 곧추선 절벽 위에는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섰고, 강 한가운데는 몇 그루의 소나무들이 큰 바위에 뿌리박고 있었습니다. 이 큰 바위와 이 바위를 호위하는 작은 바위들이 강물 속에 소왕국을 세웠습니다. 강물이 이 왕국에 이르자 유속이 급속하게 떨어져 연초록의 수중 연못이 만들어졌는데, 이 연못이 바로 어라연(魚羅淵)입니다.”

 

  이번에 배를 타고 강 가운데로 들어가 어라연의 바위들과 물속을 관찰한 것은 전설 속의  황쏘가리를 만나볼 수 있을까 해서였습니다. 어라연에 관해서는 두 가지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전설인즉, 거문리에 사는 정씨가 어라연의 바위에 올라 낚시를 하는데 별안간 물기둥이 솟구치면서 커다란 뱀이 나타나 정씨 몸을 칭칭 감더랍니다. 숨이 막혀 죽을 지경에 이른 정씨를 본 황쏘가리 한 마리가 물속에서 뛰어올라 톱날 같은 등지느러미로 뱀을 쳐서 정씨 목숨을 구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감읍한 정씨 일가들은 황쏘가리를 절대로 잡아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 번째 전설에 등장하는 황쏘가리는 태백산 산신령이 되기 위해 황쏘가리로 변한 단종의 혼령입니다. 황쏘가리로 변신한 단종의 혼령은 남한강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던 중 경치 좋은 어라연에서 머물고 갔다 하여 상류 문산리 주민들은 지금도 단종의 혼령인 어라연 용왕을 모시는 용왕굿을 올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고 합니다. 두 전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황쏘가리는 마을과 주민들의 수호신이라는 것입니다. 덕분에 천연기념물 황쏘가리는 쉽게 멸종되지 않으리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1350분 경 거운교에서 래프팅을 마쳤습니다. 어라연을 출발해 얼마 후  갑자기 물흐름이 빨라지고 느리게 도는 와류(?)의 된꼬까리여울을 통과하며 물세례를 맞았습니다.  노를 세게 저어 이 여울을 지나자  강폭이 넓어진다 싶었는데, 이내 이번 래프팅의 끝점인 거운교가 보였습니다. 강가에는 녹조가  문산나루터 쪽보다 조금 더 많이 보였지만, 안쪽으로는 강바닥이 비교적 투명하게 보여 동강의 오염은 아직은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싶었습니다. 구령에 맞추어 쉬지 않고 노를 저으며 진행해 거운교 가까이의  왼쪽  강가로 배를 붙였습니다. 보트에서 내려 노를 반납하고 샤워를 한 후 영월시내로 옮겨 점심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영월의 또 다른 명소인 선돌을 조망한 후 1744분에 영월역을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청량리역으로 향하는 것으로 하루 여정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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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대학동기들과 함께 래프팅을 마치고  떠올린 화두는 물놀이입니다. 물에서 노는 일을 통칭해 물놀이라 한다면 저의 첫 번째 물놀이는 고향마을 냇가에서 즐긴 멱감기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마을은 북쪽으로는 문산천의 제1지류인 비암천이 흐르고 남쪽으로는 해발고도가 2m가 못되는 나지막한 산이 자리하고 있어 배산임수의 지형을 한 작은 촌락입니다. 어려서는 마을 앞 개울로 가서 발가벗고 멱을 감곤 했으며, 몸에 힘이 붙은 후로는 헤엄을 쳐 냇물을 건넜다 오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 제가 즐긴 헤엄은 오늘날의 수영과 달라 어떤 기술이나 규칙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헤엄쳐 쉬지 않고 갈 수 있는 거리는 고작 50m-100m 정도였습니다. 제가 물 위를 떠서 1Km가량 이동한 것은 딱 한 번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큰 비가 내려 개천물이 많이 불은 다음 날 물이 웬만큼 빠진 후 저는 집에 있는 군용 기름통(일명 스페아통)을 속을 비운 후 냇물의 한 가운데로 가지고 갔습니다. 두 손으로 스페아통을 가슴에 안고 두 발로 물을 차 헤엄쳐 물길을 따라 1Km가량 내려가자 진이 빠져, 더 이상의 진행을 멈추고 스페아통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렸을 때 저의 물놀이는 한겨울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네 살 위의 형님이 만들어준 엉성한 썰매를 타고 얼음판을 달렸고, 겨울철이 끝날 즈음 물 위에 떠 있는 얼음장에 올라 작대기로 밀어 물 위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러다가 물에 빠져 바지를 말리려다 불에 태워 어머니한테 크게 꾸중을 들은 일도 있었습니다. 나이 들어 고향을 떠난 후 한동안 쉬었던 물놀이는 대학에 들어가 친구들과 여행하면서 동해안을 들러 해수욕을 하는 것으로써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 후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 해변에서 해수욕을 한 것과 미국의 하와이대에서 실시하는 단기연수에 참여해 와이키키 등 하와이 해변에서 해수욕을 몇 번 한 것이 제가 즐긴 바다 물놀이의 전부입니다. 간혹 등산 길에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계곡에서 몇 번 멱을 감곤 했습니다만 이 또한 아주 드문 일로 성인이 되어서는 물놀이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가  2002 8월에 말레이시아의 코타 키나바루를 여행하면서 래프팅(rafting)과 패러세일링(parasailing)을 해 물놀이의 범주를 획기적으로 넓혔습니다. 키우르 강에서 약 1시간 반 동안 14Km의 거리를 노를 저어 난생처음으로 래프팅을 했는데, 잔잔한 강물과 급류, 그리고 역류를 지나면서 짜릿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모터보트에 연결된 낙하산(parasail)을 타고 바다 위를 나는 패러세일링(parasailing)도 사파섬에서 딱 한 번 해보았는데, 단순히 바다 위로 상공을 나는 패러세일링을 물놀이로 분류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동강의 어라연코스 래프팅은 22년 전 코타 키나바루의 키우르강에서 해본 래프팅보다 시간은 더 걸렸지만 코스가 단조롭고 급류나 와류가 약해 긴장감은 훨씬 덜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70대 중반에 스릴감 넘치는 물놀이인 래프팅을 무난히 해냈다 싶어 가슴 뿌듯합니다. 좀처럼 하기 힘든 래프팅을 같이 한 대학동기들과 운전하느라 수고한 두 분께 감사말씀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탐방사진>

 

 

*2022년8월  잣봉등산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