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거운교-도방터널-동강/서강 합류점
탐방일자: 2024년11월19일(화)
탐방코스: 거운교-조은팬션-삼옥교-동강터널 앞-영월대교 -동강/서강합류점-영월드론전용비행시험장
탐방시간: 11시37분-15시32분(3시간55분)
동행 : 서울사대 동문 김종화부부, 원영환, 이상훈, 평창분 2명 및 우명길 등 총 8명
올 한해 한강 따라 걷기는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영월읍의 덕포리에서 마무리했습니다. 거운교를 출발해 동강/서강의 합류점에 이르기까지 약12Km를 걸으며 도로변의 울긋불긋한 단풍들을 보자 단풍잎이 저리도 처절하게 아름다운 것은 지난여름 혹서를 견뎌내느라 피멍이 들어서이다 싶었습니다.
단풍이란 가을에 나뭇잎의 색상이 변하는 현상입니다. 나무들은 가을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면 뿌리에서 잎까지 제대로 물을 끌어올리지 못해 광합성의 기능이 점점 약화됩니다. 이에 따라 여름 내내 푸르렀던 나뭇 잎들은 녹색의 엽록소가 파괴되고 엽록소에 가려졌던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아닌, 타닌 등의 색소가 강화됨에 따라 그 색상이 적색 , 황색, 또는 갈색으로 바뀝니다. 제 기억이 틀리지않다면 적색이나 황색으로 변한 단풍잎들이 낙엽이 되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은 광합성을 못해 포도당을 생산하지 못하는 나뭇잎들을 더 이상 붙잡고 있는 것은 에너지 낭비이다 싶어 나무들이 단풍잎들을 땅으로 떨쳐내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나무들이 오래 사는 것은 해마다 가을이면 이토록 처절하게 자식들을 죽여가며 에너지를 아껴 살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무들이 나이테를 더해가기 위해 저토록 처절하게 싸우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기온이 내려가면 따뜻한 곳으로 이주할 수 있고 온방시스템을 가동해 혹한을 이겨낼 수 있는 데 비해, 나무들은 한 번 터 잡으면 아무리 환경이 척박해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없고 그렇다고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름 내내 나뭇잎들이 부지런히 광합성을 통해 생산한 영양분으로 잘 살아온 나무들이 냉혹한 겨울을 살기 위해 자식 같은 나뭇잎들을 떨쳐내는 것을 보고 삶이란 참으로 처절하면서도 끈질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정에 이른 단풍잎을 보고 저처럼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생각하다 떠 오른 것은 저녁노을이었습니다. 낮 동안 내내 지구를 환히 밝힌 태양이 저녁이면 붉은 노을을 만들고 죽음을 맞이 하는 것과 나뭇잎들이 가을이 되어 한해의 마지막 제전인 단풍놀이를 끝내고 땅에 떨어져 삶을 마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매일 저녁에 지는 태양이나 매년 가을 단풍이 들어 떨어지는 나뭇잎이나 죽음을 당당하게 맞는 것은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아마도 태양이나 나뭇잎들이 다음 날이나 다음 해에 다시 태어날 것을 굳게 믿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람들도 죽어서 다시 환생한다면 보다 장엄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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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역에서 집결해 승용차로 출발지인 거문교로 이동했습니다. 지난 6월 어라연 계곡을 래프팅으로 통과하고 기착한 곳이 여기 거문교로 주홍색의 트러스 다리가 눈에 익었습니다. 구름이 끼어 해가 나지는 않았지만 아직은 기온이 영상 섭씨 10도에 머물러 그다지 춥지 않았습니다.
11시37분 거운교를 출발했습니다. 동강 좌안의 동강로를 따라 시계 반대방향으로 반원을 그리며 진행해 동강생태정보센터 정류장을 지나 다다른 신광감리교회 앞에서 강가로 내려가 점심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동행한 여러 분들이 정성들여 음식을 준비해와 달랑 샌드위치를 갖고 간 저도 배를 불릴 수 있었습니다. 강 건너 바위의 하단에 자리한 몇 개의 작은 굴을 보고서 이 지역이 물에 녹는 석회암지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끝내고 뭔가를 빼먹은 것처럼 허전하다 싶었는데, 그것이 동행한 이상훈교수의 창이라는 것을 안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였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동강로를 따라 걷는 길이 황홀했던 것은 가로수들이 처절하리만치 새빨간 단풍제전을 화려하게 펼쳐 보여서였습니다.
13시26분 삼옥교를 지났습니다. 거문교를 빼어 닮은 삼옥교는 다리 한 가운데 주홍색의 트러스가 설치된 트러스 교입니다. 트러스교(Truss橋)는 삼각형의 안정적 구조와 경량의 재료로 만들어진 다리로, 다리를 구성하는 막대 모양의 부재들이 단면이 작아 운반이 용이해 산간지역과 같이 부재 이동이 어려운 곳에 설치하기에 적합한 구조라 합니다. 삼옥교를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동강 한가운데 정좌한 듬직한 큰 바위를 보았습니다. 지난 여름 래프팅으로 통과한 지났던 어라연이 연상되는 이름 없는 이 바위가 위치한 곳은 강 건너 동굴바위에서 멀지 않습니다. 이 바위가 바로 앞 동강의 모래톱과 손잡고 빚어낸 절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멈춰서서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14시54분 영월대교를 지났습니다. 강물 한 가운데에 의젓하게 자리한 바위를 지나 동강터널 입구에 다다른 것은 14시10분이었습니다. 달리는 차들이 엇갈릴 때 내는 소리가 공명하여 엄청 시끄러운 터널을 통과하는데 대비하고자 귀마개를 준비해왔는데, 동행한 이상훈 교수가 지도에서 동강터널 개통으로 폐쇄된 구도로를 찾아내어 그 길로 편히 걸었습니다. 동강터널 입구에서 오른 쪽으로 나 있는 구 차도를 따라 얼마 간 고도를 얼마간 높였다가 영월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겉보기는 멀쩡한데 이미 죽어 시체로 남은 뱀을 보았습니다. 대개는 가을이 되면 뱀은 허물을 벗고 겨울잠을 자는데 이 뱀은 어찌해 허물을 벗어 남기지 않고 죽음을 택한 것인지 자못 궁금했습니디. 동강터널 입구에서 언덕을 넘어 내려가 만난 첫 다리는 머리 위로 지나는 봉래2교로 강 건너 봉래2터널로 연결되어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덕삼교를 건너 다다른 교차로에서 오른 쪽 강변 둑길로 들어섰습니다. 때마침 둑길을 따라 장이 서 영월대교 주변이 시끌벅적했습니다.
15시32분 동강과 서강의 합류점에서 13번째 한강 따라 걷기를 마쳤습니다. 영월대교와 동강대교, 그리고 철교를 차례로 지나 한강 좌안의 강변으로 내려서자 서강이 한강으로 흘러드는 덕포리 합류점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재작년 가을에 평창강 따라 걷기를 마칠 때 이곳에 온 적이 있어 주변 풍경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합류점에서 만나 반가워하는 동강과 서강의 상봉을 보고 새삼 느낀 것은 늙어가는 것은 사람들이지 강물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강 흐름은 2년 전과 바뀐 것이 없는데 저는 몸과 마음이 2년 전과 같지 않아 하는 말입니다.
강변에서 둑방길로 올라가 영월드론전용비행시험장 앞에서 대기 중인 승용차로 영월시내로 들어가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써 하루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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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재삼(박재삼(朴在森, 1933~1997) 님의 시 ⌜산에서⌟는 이 가을에 부쳐 부를 수 있는 마지막 절창이 아니겠나 싶어 여기에 옮겨 놓습니다.
<산에서>
그 곡절 많은 사랑은
기쁘던가 아프던가
젊어 한창 때
그냥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기쁨이어든
여름날 헐떡이는 녹음에 묻혀들고
연중들어 간장이 저려오는 아픔이어든
가을날 울음빛 단풍에 젖어들거라.
진실로 산이 겪는 사철속에
아른히 어린 우리 한 평생
그가 다스리는 시냇물도
여름엔 시원하고
가을엔 시려오느니
사랑을 기쁘다고만 할 것이냐
아니면 아프다고만 할 것이냐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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