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한강 따라 걷기

한강 따라 걷기7(남평대교-문곡교-정선공용버스터미널)

시인마뇽 2023. 11. 1. 02:19

탐방구간: 오대천/골지천 합류점-문곡교-정선공용버스터미널

탐방일자: 2023.10. 11()

탐방코스: 남평대교-골지천/오대천합류점-문곡교-덕송교-강변정자

                -정선3-정선2교사거리-정선1-정선공용버스터미널

탐방시간: 5시간38

                *오대천/골지천합류점~정선24거리: 1010~1514(5시간4)

                *정선2교사거리~정선공용버스터미널: 1701~1735(34)

동행       : 김종화부부, 박인기, 부명숙자매, 원영환, 이규석, 이규성, 이상훈, 우명길 등 10

 

 

 

  한동안 중단했던 한강 탐방을 반가운 이들과 함께 다시 이어갔습니다. 이번에 6시간 가까이 걸어 탐방한 구간은 정선군북평면북평리의 남평대교에서 정선읍내 정선1교까지로, 그 거리는 15Km가 더 됩니다.  .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데 일조하고 그 기적의 결실을 향유하고 있는 우리 세대에게는 한강은 그저 그런 단순한 강이 아닙니다. 강원도 태백시의 검룡소에서 발원해 경기도 김포 앞 유도 섬까지 도도히 흘러 서해로 들어가는 한강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온 위대한 강입니다.

 

  오늘날 한강의 유역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이 시대의 주인이듯이 이제껏 한강의 유역을 차지한 나라가 항상 그 시대의 주인이었습니다. 이 강이 이렇듯 역사의 주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지정학적으로 한강이 중심적인 위치에 있고, 강 유역이 실질적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넓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한강의 유역은 낙동강보다 더 큽니다만, 압록강이나 두만강의 유역보다는 작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한강을 한반도에서 유역이 가장 넓은 강이라고 말하는 것은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의 반을 중국이 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강이 어떤 강인가를 알아보려고 자료를 찾다가 제가 놀란 것은 이렇듯 위대한 한강의 기초가 되는 자료들이 출처마다 달라서였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한강의 길이입니다. 간단하고 명료하리라 생각한 한강의 길이가 출처마다 달라 혼란스러웠습니다. 한강의 길이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514Km, 다음백과사전에는 497.25Km, 위키피디아에는 494Km, 2021년 환경부에서 발표한 한국하천일람에는 489.70Km로 나와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출처와 관계없이 한강은 남한에서 낙동강 다음으로 길고, 한반도에서는 압록강, 두만강, 낙동강에 이어 네 번째로 길다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한강의 길이는 관찬자료인 한국하천일람489.70Km를 인용해 쓸 뜻입니다.

 

  혼란스럽기는 한강의 발원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강의 발원지로 널리 알려진 곳은 강원도 태백산의 검룡소입니다. 국립지리원에서 검룡소를 한강의 발원지로 공인한 것은 1987년의 일로, 그 전에는 한강의 발원지는 오대산의 우퉁수였습니다. 위키피디아 사전에는 한강의 발원지가 금대봉 북쪽 정상부의 고목나무샘 (태백시 창죽동)으로 적혀 있습니다. 고목나무샘에서 발원한 이 물줄기는 금대봉골 골짜기를 타고 흐르다 이 산 중턱의 검룡소를 지난다는 것입니다. 제 블로그의 독자 한 분은 골지천은 카르스트지형으로 골지천물이 땅속으로 흘러 환선굴로 내려가 검룡소는 더 이상 한강의 발원지가 아니라고 말씀합니다.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한강의 발원지는 검룡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형석님의 저서 한강에 따르면 한강의 종점에 관해서도 다음과 같이 3가지 설이 있었습니다. 첫째, 경기도강화군양사면과 개성군광덕면 사이를 그은 선인데, 이는 1918년 발간된 조선지지자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둘째, 경기도김포군월곶면보구곶리 유도31m 산정(山頂)으로부터 남북으로 그은 선으로, 1982년 발표된 한국하천일람에 적혀 있습니다. 셋째, 김포군하성면시암리와 파주군탄현면성동리 사이를 그은 선입니다. 이는 1985년에 간행된 서울시의 한강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첫째 안은 강화도를 섬이 아닌 육지로 간주한데 따른 것이며, 셋째 안은 임진강을 한강의 지류로 인정하지 않고 독립된 하천으로 보는 관점을 따른 것입니다. 임진강이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합류점에서 둘째 안의 유도까지를 하천으로 인정하지 않고 바다로 인정한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1982년 하천법11조에 의거해 둘째 안을 한강의 하구로 규정했고, 이에 근거해 같은 해 한국하천일람에 한강의 종점은 경기도김포시용강리유도31m 산정(山頂)부터 남북으로 그은 직선이라고 명기해 한강의 종점은 명쾌하게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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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강원도태백시의 검룡소에서 한강탐방을 시작한 것은 202231일입니다. 대학동기 이상훈 · 원영환 양군과 함께 시작한 한강탐방을 523일 정선군 북평면 북평리의 남평대교에 이르러 일단 중단한 것은 오대천을 따라 걷는 오대천팀과 같이 걷기 위해서였습니다. 두 번 째 탐방부터 이규성군이 합류해 세 명으로 늘어난 한강탐방팀이 오대천과 골지천의 합류점인 남평대교에 다다르기까지 들른 명소는 광동댐, 돈들약수, 임계장터, 구미정, 아우라지 등입니다. 이상훈군이 주도한 오대천 탐방이 지난 52일에 끝나, 더위를 피해 다섯 달을 쉬었다가 이번에 오대천 탐방팀과 함께 한강탐방을 재개했습니다.

 

  이번부터 한강탐방은 전적으로 대중교통으로 이루어져 진행에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진부역에서 모여 버스로 이동한 몇 명과 자기 차로 이동한 김종화군 부부와 부명숙님 자매분 등 모두 10명이 모여  남평대교에서 이번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여기 합류점에서 발원지까지 하천의 길이는 오대천이 61.25km, 골지천이 93.75Km, 골지천이 32.5Km 더 깁니다. 1987년 한강의 발원지가 우퉁수에서 검룡소로, 한강의 본류가 오대천에서 골지천으로 바뀐 것은 국립지리원에서 계측한 결과 골지천이 오대천보다 더 긴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오전1010분 남평대교를 출발해 한강의 좌안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이번에 따라 걸을  조양강은 위키백과사전에는 송천과 골지천의 합류점에서 지장천과  한강의 합류점까지로,  카카오 맵에는 오대천과 골지천의 합류점에서  지장천과  한강의 합류점까지로 명기하고 있습니다만, 환경부에서 고시한 한국하천일람에는 이런 이름으로 표기된 하천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대천과 골지천이 합류하는 남평대교에서 5m가량 걸어가 비로소 오대천과 골지천의 합류점에 다가갔습니다. 조양강의 우안길인 남평강변로는 남평대교에서 남쪽으로 3Km 가량 떨어진 무명교까지 이어졌는데 차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 한갓졌습니다. 정선문화마을과 송어양식장을 차례로 지난 다음 무명교를 건너 한강의 우안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탐방의 특징은 남평대교를 출발해 정선3교에 이르기까지 만나는 다리마다 건너 복잡한 차도를 피해 호젓한 길로 걸었다는 것입니다. 한강의 우안 길을 따라 2Km를 채 못 걸어 다다른 문곡교를 건너 다시 좌안 길로 들어선 시각은 1129분이었습니다. 다시 15분 남짓 걸어 덕송교를 건너 송오다래길로 접어들었습니다.

 

  12시가 조금 넘어 송오다래길 가에 자리한 이름 없는 정자에서 점심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저 혼자 걸을 때에는 점심식사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아 후딱 해치우고 맙니다만, 반가운 이들과 여럿이 함께 할 때는 점심식사는 야외에서 벌이는 작은 잔치 같아 차려진 음식들도 다채로웠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이어지는 창과 노래는 이 자리가 단순히 식사자리가 아니고 작은 잔치자라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상훈군과 이규석 님의 창 몇 곡은 이런 곳이 아니라면 쉽게 들을 수 없는 열창이어서 박수가 뒤따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 안다성이 미국가수 앤더슨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것은 안다성의 노래를 열창한 박인기 군이 설명을 해주어 알았습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오후 탐방을 이어간 것은 13시부터입니다. 부군께서 등산을 즐기신다는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은 백두대간 종주는 남성분들만이 아니고 여성분에게도 로망이라는 것입니다. 백두산과 지리산을 잇는 백두대간이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긴 하천들이 백두대간이나 이 대간에서 분기된 산줄기에서 발원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백두대간을 이루고 있는 여러 산들이 빗물을 머금고 있는 거대한 저수고 역할을 해주어 가능한 것입니다. 제가 산을 강의 어머니라 부르는 것은 바로 산은 거대한 저수고로 강에 물을 대주고 또 울타리를 쳐 주어 물이 흐를 길을 내주어서입니다. 우리가 걷고 있는 한강은 산줄기가 자 모양으로 울타리를 쳐 물을 대주기에 유구하게 흐르며, 우리는 그 물줄기를 따라 걷고 있는 것입니다. 범박하게 말한다면 한강을 둘러싸고 있는 둘레산줄기는 자 위쪽의 한북정맥, 중간의 백두대간, 아래쪽의 한남정맥 등입니다.

 

  송오다래길을 따라 두 곳의 무명교를 건너기까지 몇 곳에서 제 눈을 끈 것은 길가의 코스모스꽃과 강 건너 강가에 직립한 절애의 암벽이었습니다. 코스모스를 보고 이 또한 꽃이다 싶었던 것은 나이가 들면서 옛날의 아름다움을 잃는 사람들과 달리 여름에 피기 시작한 코스모스는 가을이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단아하고 화사해 보였습니다. 이번에 걸은 구간의 특징은 한강의 물 흐름이 완연한 감입곡류라는 것입니다. 감입곡류란 산 사이로 구불구불 흐르는 물 흐름을 뜻하는데 긴 강의 상류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감입곡류가 비경을 빚어내는 것은 강가에 절애의 암벽이 직립해 있어서입니다. 소수력발전소에 연이어 강가에 곧추선 암벽들을 바라보노라니 피고 지는 꽃들과 달리 계절과 관계없이 의연한 모습을 하고 있어 고고함과 듬직함이 같이 느껴졌습니다

 

  1514분 정선2교사거리에 도착해 이번 구간의 한강탐방을 마쳤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마을 송오리의 표지판이 서 있는 상수원보호구역 옆을 지나 작은 다리 석교교를 지나자 읍내에 자리한 정선3교 다리가 가깝게 보였습니다. 정선3교를 지나 이번 탐방의 끝점인 정선2교사거리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15Km가 넘는 먼 길을 모두가 무탈하게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오대천을 함께 걸어 두 다리가 튼튼해진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저녁식사는 인근 산채비빔밥집에서 함께 했습니다. 작년 가을 여기 정선명소로 나들이를 왔을 때 들른 이 집의 산채비빔밥은 그 맛이 여전히 일미였습니다.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는 점심 때 안다성의 노래로 우리를 즐겁게 해준 박인기군이 기꺼이 한 턱 냈고, 후식의 음료는 옆집 카페로 옮겨 얼마 전 부군께서 정부의 고위직에 올라 경사 난 부명숙님이 고맙게도 계산해 주었습니다. 116일 다음 탐방을 이어가기로 일정을 잡은 후 자리를 파하고 귀가 길에 올랐습니다.

 

  1735분 정선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해 한강탐방을 모두 마쳤습니다. 네 명은 자가 차로 귀경했고 나머지 다섯 명은 정선공용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정선2교사거리에서 시계방향으로 제방 길을 빙 돌아 다음 탐방의 출발점인 정선1교를 건넌 후 조금 더 걸어 정선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함으로써 하루 걷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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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가려면 같이 걷고 빨리 가려면 혼자 걸으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걷기를 밥 먹듯이 하는 저는 산이든 강이든 주로 혼자 걸어 왔습니다. 제가 혼자 걸은 것은 발걸음이 느려 다른 사람들을 따라갈 수 없어서이지, 빨리 걷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안내산악회를 따라 먼 산을 갔다가 걸음이 느려 늦게 하산해 산악회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서너 차례 대중교통편으로 혼자 귀가하곤 했습니다. 제가 백두대간에서 분기된 9개 정맥을 혼자서 종주한 것은 다른 사람들을 따라 걷다가는 두 무릎이 멀쩡할 수 없겠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지, 빨리 가려고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한강탐방은 10명이 함께 걸었습니다. 한강은 천리가 훨씬 더 되는 엄청 긴 강이어서 마음 맞는 이들과 같이 걷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작은 두 대학동기들과 함께 했는데 두 번째 탐방부터 또 다른 친구가 합류해 3명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탐방팀원이 10명으로 늘어난 것을 보고서 오래 전에 상영된 톰 행크스 주연의 포리스트 검프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시간이 흐르면서  톰 행크스를 따라 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감동적인 장면들을 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멀리 가려면 같이 걸으라는 것이 더 멀리 가려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걸으라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앞으로 한강탐방에 몇 명이 더 참여할지 궁금했습니다. 영화 포리스트 검프처럼 점점 탐방인원이 늘어나리라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이다 싶습니다. 앞으로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더 늘어날 것 같지 않는 것은 같이 걷는 사람들 대부분이 70세를 넘긴 터라 하루에 15Km가량 걸어야하는 한강탐방이 무리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멀리 가려면 더 빨리 시작해야 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늦게 시작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60대에 시작했다면 한강은 물론 낙동강도 거뜬히 마칠 수 있는데 70대 중반에야 시작해 한강의 완주도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로지 각자 건강을 잘 챙기고 구간을 보다 짧게 잡아 진행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겠다는 긍정적 자세만이 한강 완주의 열쇠가 아닌가 싶어 저부터 마음을 다져먹고자 합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