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낙동강 따라 걷기

낙동강 따라 걷기26(사문진교 - 88낙동교 - 달성보)

시인마뇽 2024. 11. 5. 21:17

탐방구간: 사문진교-88낙동교-달성보

탐방일자: 20241024()

탐방구간: 사문진나루-달성습지생태학습관-사문진교-옥포생태공원-88낙동교

                  위천파크골프장-달성보

탐방시간: 117-1644(5시간37)

동행       : 나 홀로

 

 

 

  강을 따라 걸으며 항상 허전함을 느끼는 것은 강이 배가 다니지 않아 텅 비어있어서였습니다. 육운보다 수운이 더욱 활발했던 조선 시대에는 육로가 제대로 나 있지 않아 지방에서 거둬들인 세곡을 내륙의 큰 강과 근해에 배를 띄워 한양으로 실어날라 오늘처럼 강이 텅 비어 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배가 운항했던 구간은 각 강의 하구에서 낙동강은 상주까지, 한강은 충주까지, 금강은 부강까지, 영산강은 나주까지였습니다. 위키백과에서 확인한 각 강의 가항 거리는 대략 낙동강 340Km, 한강 330Km, 금강 130Km, 영산강 50Km였으니, 적어도 가항 거리 안에 있는 강에서는 배들을 쉽게 보았을 것입니다. 가항 거리 밖에서도 곳곳에 나루가 있어 나룻배가 강의 양안을 오가며 사람과 짐을 실어날라 배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강에서 큰 배가 사라진 것은 철로가 부설되고 도로가 개통되어 수운이 육운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겠지만, 작은 배들조차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수많은 나루터 자리에 다리가 놓였기 때문입니다. 이제껏 만나본 다리들은 거의 다가 옛 나루터 위에 놓아 나룻배가 없어도 강의 양안을 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낙동강을 따라 걷는 길에 들른 사문진나루터도 여타의 나루터와 다르지 않아 나루터 위로 긴 다리 사문진교가 놓여 있었습니다. 지난주 저는 이 다리를 걸어서 건너면서 저녁 햇살이 내려앉은 강변의 정경을 사진찍기도 했습니다.

 

  여기 사문진나루터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은 나루터가 유람선의 선착장으로 탈바꿈했고 사문진주막촌을 재현해 놓아서가 아닌가 합니다. 나룻배는 옛날에 사라졌지만 그 대신 유람선이 운항되어 낙동강이 허전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사문진나루터는 낙동강 하류의 대표적인 나루터로 조선시대 경상도 관아와 대구부 일원으로 유입되는 물자의 집산지였습니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남쪽에 위치하여 낙동강 물류의 요충지이자 대구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수행했으며, 조선의 세종 때부터 성종 때까지 대일무역의 중심지로 일본 물품의 보관창고인 왜물고가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가 미국 선교사인 리처드 사이드보팀(Richard Sidebotham)에 의해 1900326일 여기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들어왔습니다. 낙동강 배편으로 피아노를 실어와 3일에 걸쳐 대구시 중구 남성로에 있는 처소로 옮겨졌습니다. 당시에 피아노 소리를 처음 들은 주민들은 빈 나무통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매우 신기하게 여겨 통 안에서 귀신이 내는 소리라 하여 귀신통이라 불렀다고 안내판은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문진 나루터가 얼마나 번창했는가는 주막촌이 형성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사문진주막촌의 명물인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팽나무 주위에는 과거 '나루깡'이라는 장이 열려 다끼파, 참외, 수박 등이 거래되었으며, 홍수 시에는 배를 묶어 놓는 선착장 역할을 했습니다. 2013년에 옛 주막촌이 복원되어 사문진나루터는 대구시민들의 훌륭한 휴식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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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역에서 지하철1호선으로 갈아타 화원역에서 하차했습니다. 화원역에서 이번 낙동강따라 걷기의 출발점인 사문진교까지는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사문진나루터에서 내려 사문진주막촌을 둘러보고 나루터에서 달성습지생태관을 다녀오느라 예정보다 50분가량 출발이 늦어졌습니다.

 

  121분 사문진교를 출발했습니다. 사문진교 다리 아래에서  낙동강 탐방을 시작해 5-6분 후 천내천의 다리 화원교를 건넜습니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좌안의 낙동강자전거길을 따라 걸어 수질감시초소를 지났습니다.  얼마 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샌드위치를 들은 후 다시 강둑에 낸 자전거길을 따라 서진했습니다. 강변 축구장의 잔디는 초록색에서 담황색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감지되었는데, 강둑 너머 넓은 논은 이미 벼를 거둬들여 텅 비어 있었지만,  그 옆의 넓은 밭은 다른 작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여전히 진청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소하천인 기세곡천을 건너자 옥포생태공원을 알리는 세모꼴의 날렵한 조형물이 눈을 끌었습니다. 본리배수장을 거쳐 옥공배수문을 지나자 강변의 빈터에 덩그러니 서 있는 육모정이 저를 반겼습니다.

 

  1312분 낙동강자전거길을 따라 강변으로 내려섰습니다. 강변으로 다가가 짙푸른 낙동강의 도도한 물흐름을 사진 찍은 후 갈대들이 넘실거리는 자전거길로 복귀했습니다. 옥포생태공원 마갯나루 표지판을 지나자 샛노란 들국화가 활짝 웃고 있어 이미 가을이 와 있음을 실감 했습니다. 달성군 논공읍 땅으로 들어서자 자전거길 오른쪽의 넓은 강변에 가득 들어선 갈대들이 강바람에 넘실거려 참으로 볼 만했습니다. 낙동강 좌안의 강변을 따라 길게 조성된 옥포수변공원의 숲 지대를 지나 강둑으로 올라섰습니다.  아직도 수확을 끝내지 못한 벼들이 들판을 황금색으로 바꿔 놓았는데, 그 들판 너머로 높은 산이  보였고, 다시 뒤를 돌아보자 꽤 높아 보이는 산줄기가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인근주민에 물어 앞쪽의 높은 산은 현풍의 비슬산이고,  뒷쪽의 희미한 산줄기는 대구의 팔공산 산줄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1448분 금포천을 건너 강둑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강둑 아래 들판은 마치 모를 옮겨 심은 듯 연록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주민 한 분에 여쭤 그 연록색 작물은 벼 수확을 끝낸 논에 심어놓은 마늘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은 겨우내내 방치하였다가  봄에 못자리를 만들어 파종하고 초여름에 옮겨 심는 것이 상례였는데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해 2모작이 가능해져 마늘을 심은 것입니다. 위천배수장을 지나 낙동강 하구둑부터 166Km” 떨어진 지점임을 알리는 한국수자원공사의 표지봉을 지나 다시 강변길로 내려갔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 덧붙인다면 강 하구까지 남은 거리가 표지물마다 달라 종잡을 수 없습니다. 이는 가장 짧은 길이의 거리와 자전거가 다니는 전용도로의 길이 즉, 거리와 길이의 기준이 달라 빚어지는 것 같은데, 차후 꼼꼼하게 따져 확인해볼 뜻입 니다. 한 낮에 내리쬐는 햇볕은 그 위세가 여전해 강길을 따라 걷는 동안은 여전히 무더웠습니다.

 

  1548분 위천파크골프장에 이르렀습니다. 강둑에서 강변길로 내려선 후 3개의 다리를 연이어 지났습니다. 첫 번째 다리는 88고속도로 위에 놓인 88낙동강교로 논공휴게소에서 멀지 않습니다. 십 수년전 호남정맥을 종주할 때 왕복 2차선의 88고속도로를 따라 짧게 걸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왕복 4차선으로 바뀌어 걸을 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얀 꽃의 들국화가 활짝 핀 강변도로를 따라 걸어 두 번 째로 만난 다리는 고령교로 다른 두 다리보다 폭이 좁아보였습니다. 세 번째 다리인 성산대교 아래에서 잠시 쉬어간 것은 바로 옆 위천파크골프장의 손님들이 쉴 수 있도록 의자가 여러 개 놓여 있어서였습니다. 위천파크골프장은 골프를 치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가능한 무료시설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보고 알 수 있듯이 4대강 정비사업으로 가장 덕을 많이 보는 사람들은 파크골프를 즐기는 분들일 것입니다. 낙동강을 따라 걸으며 여러 파크골프장을 지났는데, 여기 위천파크골프장처럼 북적거리는 파크골프장은 보지 못했습니다. 성수대교 인근에서 낙동강의 물흐름이 남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급하게 바뀌면서 안쪽 강변에 넓은 충적지가 형성되었기에, 위천파크골프장이 그 충적지에 넓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1644분 달성보에 도착했습니다. 위천파크골프장에서 달성보로 이어지는 강변길은 단조로웠습니다. 왼쪽 위로 5번도로가 지나고 오른쪽 숲지대 너머로 낙동강이 흐르는 이 정경은 중간에 자리한 달성노을공원을 지나서도 계속되었습니다. 그중 볼만한 것은 강변로 왼쪽 언덕의 갈대밭이었습니다. 석양에 조사된 흰색의 갈대들이 춤추는 군무를 보노라니 혼자 보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성보에 도착해 잠시 고심한 것은 강 건너 낙산서원을 다녀올 것인가였습니다. 1.7Km 떨어진 이 서원을 다녀왔다가는 이곳에서 어둠을 만날 것 같아 포기하고 달성보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달성보 위의 달성교는 차량이 다니지 않는 인도교로, 산보를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 다리를 반쯤 가서 이미 걸어온 강 길과 걸어갈 강 길을 카메라에 옮겨 담은 후 전망대에 올라 낙동강을 조망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도둑고양이처럼 살그머니 내려앉는 저녁 시간에 전망대에 올라 낙동강을 바라보자 불현듯 조명희(趙命熙, 1894-1938)의 단편소설 낙동강이 생각났습니다. 오래전에 읽어 구체적인 내용은 생각나지 않았지만 일제의 수탈로 우리나라가 얼마나 황폐해졌고 우리 민족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가를 그린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소련으로 망명했다가 일제의 간첩이라는 죄목으로 총살당한 작가 조명희가 환생해 저와 같이 낙동강을 따라 걷는다면 대한민국과 한민족이 얼마나 위대한 가를 뼈저리게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성보에서 버스를 타고 설화명곡역으로 가서 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타 대구역으로 이동했습니다. 대구역에서 수원역으로 가는 itx 열차에 오름으로써 하루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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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문진나루터를 돌아보다 내친김에 강위에 놓인 생태탐방로를 따라 1.2Km가량 떨어진 달성습지학습관을 다녀왔습니다. 나루터에서 달성습지학습관으로 가는 길에 눈여겨본 것은 모감주나무와 하식애입니다.

 

  데크 길 동쪽의 화원동산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감주나무는 아직은  푸르렀습니다. 여기 모감주나무는 2000년에 군락지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황해도와 강원도 남쪽 지방에서 자라며, 일본·중국 등지에서 자라고 있는 모감주나무는 무환자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잎은 달걀꼴이며 6~7월에 황금색 꽃이 나무 전체를 뒤덮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합니다. 모감주나무란 이름은 닳거나 소모되어 줄어든다는 뜻의 모감(耗減)에서 유래하였으며, 열매에서 까만 씨가 나오는데 고승들의 염주로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하식애(河蝕崖, River cliff)는 하천의 침식작용 등으로 인하여 생긴 언덕 또는 절벽을 이르며, 감입곡류하천의 양안에 잘 나타나는데, 여기 하식애가 볼만한 것은 선명한 층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식애가 자리한 화원동산은 천연 산림유전지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놓은 모감주나무군락지를 비롯한 무수한 희귀식물의 생태보고이며, 신라 경덕왕 시절 가야산에서 요양 중인 왕자를 보러 갈 때 이곳의 아름다움에 끌려 아홉 번이나 들렀다고 안내판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데크 길이 끝나는 길 언덕에 자리한 달성습지생태학습관을 둘러보았습니다. 습지란 물에 젖은 땅으로 물도 아니고 뭍도 아닌 지역을 이릅니다. 람사르협약(Ramsar Convention)에 따르면 습지는 물이 완전히 빠졌을 때 물의 깊이가 6m이하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갈 길이 멀어 달성습지는 탐방하지 못하고 학습관 탐방으로 대신했습니다. 습지에 사는 동 식물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진 학습관의 전시물들을 둘러보면서 달성습지가 어떤 곳인가를 알아보았습니다. 달성습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로 총면적은 2백만m2에 달합니다. 낙동강의 제1지류인 금호강과 진천천이 낙동강에 흘러드는 합류점 인근의 강안과 하중도로 이루어진 달성습지는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역할 외에도 홍수 때 많은 물을 저장해 홍수피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봄이면 강 유역이 갓꽃으로 노랗게 물들고, 여름이면 기생초가 꽃피며, 가을에는 억새와 갈대가 온습지를 뒤덮으며 겨울에는 수천 마리의 겨울철새들과 흑두루미, 재두루미, 삵과 수달, 고라니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달성습지라고 안내전단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달성습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생태학습관에서 사문진나루터로 돌아가 낙동강 따라 걷기를 이어갔습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