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구간: 하오현-광덕산-광덕고개
*산행일자: 2004. 5 .9일
*소재지 :경기포천/강원철원
*산높이 :광덕산1,042미터/상해봉1,010미터
*산행코스: 하오현갈림길-하오현-회목봉-회목현-상해봉
- 광덕산- 광덕고개
*산행시간:10시50분-16시20분(5시간30분)
*동행 :나홀로
5월이 계절의 여왕일 수 있는 것은 신록의 건강함 때문입니다.
4월의 숲은 칙칙한 겨울의 회색을 털어 내기에는 나뭇잎이 아직 어리고, 6월의 청산은 한낮에 내리 쬐는 햇볕에 견디지 못하여 나뭇잎들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기에 5월의 신록만큼 건강하지 못합니다. 5월의 신록은 때맞춰 내리는 봄비 덕분에 그 건강함을 더해갑니다. 그러기에 비가 온다고 투정하거나 산을 찾는 것을 거를 일이 아닙니다.
어제는 한북정맥의 2번째 구간을 뛰었습니다.
하오현에서 시작하여 회목봉을 올랐다 회목현으로 내려와 숨을 고른 후, 상해봉을 거쳐 광덕산을 밟고 광덕고개로 내려오는 코스를 5시간에 마쳤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에 이어 어제도 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나홀로 산행시에 맞는 비는 깔딱고개를 오를 때에 땀을 식혀주어 고맙기도 하지만, 안개가 시야를 가려 길을 잃게 만들기도 해 무섭기도 합니다. 사창리에서 택시로 하오현 고개 밑에까지 이동, 20분을 걸어올라 하오현에 다다랐습니다. 나흘 전에 걸었던 길이어서 눈에 익어 반가웠습니다
11시 10분 해발 800미터대의 하오현에서 회목봉에 들어서는 들머리를 찾아 폐타이어로 만든 계단 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승진에 문자메시지로 제2구간 종주를 알리자 바로 답 글이 왔습니다. IT혁명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속도가 엄청 빨라져 아나로그 세대들에는 IT의 급속한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여 곤혹스럽기도 합니다. 속도와의 경쟁이 불가피한 일상에서 탈출하고자 산을 찾아 "천천히, 그리고 착실히"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놓기를 즐기는 제게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12시 40분 1,000미터를 넘는 봉우리를 몇 개나 넘어도 회목봉을 알려주는 표지석이나 표지목이 없어 어느 봉우리가 회목봉인지 가름하지 못한 채 1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한국의 명산 400산"에는 하오현에서 회목봉까지 40분이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어, 회목봉에서 쉬기로 하고 트래파스한 몇 개의 봉우리를 다시 올라 보았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마당바위에서 첫 쉼을 가졌습니다. 오르내리는 길이 깔딱고개도 내리막의 비탈길도 없는 편안한 길이어서 1시간 반을 쉬지 않고 뛰었어도 힘든 줄 몰랐습니다.
12시 50분 준비해간 식수로 목을 추긴 후 마당바위를 출발하였습니다. 로프의 도움으로 비가 내려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무사히 하산하여 13시 17분 해발 860미터대의 회목현에 내려섰습니다. 빗줄기가 제법 커져 바지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젖기는 매 일반이라는 생각에 좀처럼 우비를 입지 않고 기능성 윈드쟈켓만을 걸치고 산행을 하기에 어제처럼 굵은 빗줄기가 계속해 내리면 그대로 비를 맞아 온몸이 다 젖게 됩니다.
큰비를 맞으며 산행을 할 때에는 마음이 급해지고 전망이 가려 판단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도 그러했습니다. 회목현에서 990고지에 들어서는 들머리를 찾지 못하고, 광덕산 기상레이더 관측소로 이어지는 대로를 따라 오르다가 어느 여인네를 만나 길을 물었더니 그분도 일행을 잃어 되돌아 내려간다기에 저도 다시 회목현으로 되 내려와 들머리인 듯 싶은 몇 군데의 길을 찾아 나섰지만 제 길을 찾지 못해 헛수고를 했습니다. 비를 맞으며 지도와 산행기를 다시 꺼내 읽어보니 회목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큰길을 따라 오르는 것으로 적혀 있어 먼저 삼거리를 찾았는데 제가 선 곳이 바로 그 삼거리였습니다. 고개를 넘는 작은 소로가 나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입니다.
13시 41분 다시 대로를 따라 상해봉으로 올랐습니다.
대로를 벗어나 990봉에 이르기까지 야생화 얼레지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으나 꽃이 다 지어 넓은 잎만 보였습니다. 990봉에서 상해봉까지의 능선은 한북정맥은 아닙니다만 상해봉에 오르는 암벽길이 스릴이 있고 전망이 좋다고 하기에 저도 상해봉을 올랐습니다.
14시 36분 해발 1,010미터의 상해봉에 섰습니다.
자욱한 안개로 전망이 차단되어 아쉬웠지만 지금까지의 밋밋한 길과는 달리 로프를 잡고 암벽을 오르는 등 겁도 나고 스릴도 있는 코스였습니다. 표지목을 카메라에 담고 바로 광덕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15시 25분 해발 1,042미터의 광덕산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상해봉을 출발, 990봉을 조금 지나자 회목현에서 올라 온 큰길이 광덕산 기상레이더 관측소까지 이어졌습니다. 복주산의 임도에 널려 있는 운모가 이 길에서도 눈에 띄었는데 우중이라 빛을 발하지 못해 초라해 보였습니다. 관측소에서 시작되는 산길에 들어서 조금 걸으니 광덕산 정상이 나타났습니다. 이곳에서 두 번째 쉼을 가지면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비를 맞으며 먹었는데도 떡 맛이 꿀맛이었습니다.
15시 31분 하산 길에 들어섰습니다.
잘못 발을 내딛어 진 종일 비가 내려 제 세상을 만난 청개구리들을 밟을까 염려되어 발걸음을 옮겨 놓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그 흔한 양지꽃은 쳐다 볼 햇빛이 없어서인지 고개를 숙이고 있어 참모습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광덕원 고개가 멀지 않은 곳에 잣나무 숲이 자리잡았는데 진 녹색의 숲이 울창해 어둡게 느껴졌습니다.
16시 20분 광덕원 가든에 도착, 약 5시간동안 제 2구간 종주를 모두 마쳤습니다.
도토리묵과 막걸리를 시켜 놓고 방을 빌려 젖은 옷을 갈아입고 나니 온 몸이 나를 듯 개운했습니다. 주인 남자분과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바다를 좋아한다는 그 분은 이곳 광덕산에서 가족들과 함께 등산객들을 맞으며 사는 재미가 솔깃하다 합니다. 한북정맥을 종주하는 분들은 거의 다 이 집에 들른다 하며, 저도 들러 한북정맥의 산행기에 관한 제 의견을 몇 마디 남겼습니다. 17시 30분 상봉행 버스를 타고 귀경 길에 올랐습니다.
하루종일 비가 뿌려서인지 어제는 나풀거리는 나비를 한 마리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나풀거리는 나비는 없었어도 청산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산을 아끼고 산과 더불어 사는 산 꾼 들도 여전히 그 청산을 올랐습니다. 이제 비가 그치고 날이 들면 다시 나비에 청산에 가자고 권해 볼 생각입니다. 나비가 쉴 곳은 회색의 도시가 아니고 야생화가 기다리는 청산이기에 "나비야 청산 가자"라고 다시 한번 되 읊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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