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북정맥 종주기

한북정맥 종주기5(강씨봉-청계산)

시인마뇽 2007. 1. 3. 12:04

                            한북정맥 종주기5

 

                        *정맥구간.: 강씨봉-오뚜기고개-청계산                             

                        *산행일자: 2003. 12. 28일 

                        *소재지   :경기포천/가평 

                        *산높이    :청계산849미터

                        *산행코스: 채석장-강씨봉-오뚜기고개-청계산-청계저수지

                        *산행시간:8시30분-15시30분(7시간)

                        *동행      :정승진 

 

           

  올 한해를 마무리 짓는 산행을 경기 포천의 강씨봉-청계산에서 가졌습니다.

어제 강씨봉-청계산 산행은 조금은 특별한 산행이였습니다. 작년 여름 말레이지아의 키나바루 산을 안내한 전문산악인인 승진이와 함께 올랐습니다.  키나바루 산행 후 그 동안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았고 사흘 전 저녁을 하며 산에 오르기로 뜻을 모아 어제 함께 오른 것입니다. 언제고 제가 고마워하는 것은 승진이는 저를 “아버님”으로 부르며 깍듯하게 대접해주는 것입니다. 아들만 둔 제게 “아버님”으로 부를 딸자식이 없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승진이는 내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3월쯤 외국회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특히 영어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그 실력이 만만치 않은 능력있는 재원입니다. 승진이와 같은 딸자식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마음에서 만나면 그리도 뿌듯하고 무언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일어납니다.


  아침 7시 10분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한 버스가 부지런히 어둠을 뚫으며 내달아 8시10분 포천일동에 도착하였습니다. 산행의 출발지인  복골캠프장 입구까지 택시로 재빠르게 옮긴 덕에 예정보다 반시간 빠른 8시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8시 50분 들머리를 찾아 계곡으로 들어섰습니다. 몇 번이고 건너 뛴 계곡이 거의 끝날 지점에서 치받이 길로 들어서 본격적인 산오름을 시작하였습니다. 치받이 길은 경사가 만만치 않았지만,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 중간 중간 길이 끊긴 계곡보다는 길이 넓고 선명하여 안심하고 오를 수 있어 좋았습니다.


  9시30분 준비해간 커피로 몸을 녹인 후 귤을 들면서 첫 쉼을 가졌습니다.

9시45분 다시 산오름을 계속하여 주능선에 오른 후 좌측으로 0.6키로를 전진해 10시40분 832미터의 강씨봉에 도착하였습니다.


  10시 45분 표지석을 배경삼아 땀흘린 모습들을 카메라에 옮겨 담은 후 방금 오른  길을 되돌아 오뚜기고개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눈앞에 전개된 주 능선 길은  머리 한가운데를 이발기로 밀어낸 듯 길 양옆의 풀과 나무들을 베어내 전망이 확 트였으며 걷기에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한 여름의 땡볕이라면 지난 9월 오른 몽덕산-계관산의 주능선처럼 해를 가릴 큰 나무들이 없어 쉽지 않은 코스라 생각됩니다.


  11시 55분 안부에 자리잡은 오뚜기 고개에 도착하였습니다.

모든 고개는 안부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산 밑에서 오르는 분들이 쉽게 넘을 수 있도록 능선 중 가장 낮은 곳에 길을 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능선을 오르내리는  종주등반에서는 내리막의 끝자리에 고개가 있기에 다시 오를 산을 안부로 내려가는 것이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닙니다.  길 안내 표지석에 따르면 여기서부터 청계산까지 거리가 3.3 키로라니 애당초의 계획대로 16시안에 청계저수지에 이르는 것은 별 문제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시에 오뚜기고개를 출발, 몇봉을 오르내리자 청계산-귀목봉 의 갈림길이 나타났습니다.

12시 40분 마침 갈림길에 걸터 앉을 나무의자가 있어 편하게 점심을 들었습니다. 인절미 맛이 일품이라는  칭찬에 답하고자 귀목봉을 배경삼아 다소곳이 앉아 있는 승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13시 정각 산행의 최종 목적지인 청계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남은 거리 2.1키로중 마지막 50미터가 이번 산 오름의 절정이였습니다. 삼각봉의  뾰족함은 용문산의 백운봉에 버금가기에 산오름의 가파름도 백운봉에 비할 정도였습니다.


  14시 해발 849미터의 청계산 정상에 섰습니다.

우리는 하이파이브로 정상에 올랐음을 환호했습니다. 먼발치로 명지산이 눈안에 들어왔고 국망봉을 넘어선 지점의 높은 산은 화악산이 아닐 까 싶은데 정상이 구름에 가려 분명치 않았습니다.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청계저수지가 발밑으로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정상에서 증명사진을 찍는 것은 어느새 관행이 되버렸습니다.


  14시 10분 하산을 시작하였습니다.

하산길은 강씨봉의 오름길과는 달리 포천군에서 등산객을 위해 배려한 흔적이 뚜렷했습니다. 나무계단도 설치되었고 조금 경사가 급한 길에는 로프줄을 걸어 놓았으며 안내판도 곳곳에 잘 세워져 있었습니다.


  15시30분 청계저수지에 도착, 7시간동안의 강씨봉 -청계산 산행을 안전하게 마쳤습니다.

인근가게에서 맥주1배로 무사산행을 자축한 후 일동으로 나와 서울로 되돌아 왔습니다. 어제 산행은 겨울산행임에도 나홀로 산행이 아니어서 산행 내내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산행을 함께 한 승진이 덕분입니다. 어제도 산행 중 만난 분은 어느 한 팀의 7분이 전부였습니다. 자연 호젓한 산행이 되었습니다만,  산행 중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섬주섬 엮어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서울로 돌아와 저녁을 들며 승진에 들려준 어제의 결언은 "passion for excellence"였습니다.

“뛰어남에 대한 열정”이 살아 남기 위한 변화의 원동력입니다. 그래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승진에 Tom Peters 의 “Passion for excellence", "Thriving on chaos"와 Jim Collins 의 ”Good to great“를 추천했습니다. 산에서의 인연은 제게는 남달리 소중한 것이어서 지금도 대학시절의 어느 여자 산형과  한해 한번 정도 만남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속세의 인연들을 모두 키워나갈 수는 없겠지만 같이 산행하며 땀흘린 이들과의 소중한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해 지켜나갈 뜻입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