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구간:청계산-길마재-길마봉-노채고개
*산행일자: 2004. 5. 30일
*소재지 :경기포천/가평
*산높이 :길마봉735미터
*산행코스:청계수지-청계산-길마재-길마봉-노채고개-청계저수지
*산행시간:11시5분-16시(4시간55분)
*동행:나홀로
한북정맥 종주를 먼저 마친 많은 분들이 노채고개-운악산-47번 국도의 구간이 한북정맥의 전 구간 중 가장 위험하다며 혼자 오르내리기가 무리라는 내용의 산행기를 올려, 부득이 같이 오른 동창들의 일정에 맞추고자 나흘 전 석탄일에 먼저 올랐고, 그 날 밟기로 했던 청계산-길마봉-노채고개 구간은 어제 저 혼자서 뛰었습니다.
어제는 이틀 연이어 비가 온 뒤끝이라 산마루의 흙 살이 촉촉하고 그 동안 성하의 여름을 채비해온 나뭇잎들이 햇볕을 가리어 산행을 하기에 좋았습니다. 청계저수지에서 출발하여 코스를 뛴 후 다시 청계저수지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산행이 가능할 것 같아 드라이브도 즐길 겸하여 모처럼 제 차를 몰고 다녀왔습니다. 아침 9시10분 경 과천 집을 출발하여 일동의 청계저수지의 마당바위에 11시에 다다라 차를 주차시키고, 짐을 챙겨 산행을 준비했습니다.
11시5분 주차장을 출발하여 길마재 방향으로 큰길을 따라 오르다 그 10분 후 왼쪽으로 꺾어 새로 진 팬션을 지나 칡나무골 계곡으로 이어지는 들머리에 들어섰습니다. 시간을 기록하고자 수성 펜을 꺼냈으나 잉크가 다하여 당황했습니다만, 디지털카메라에 촬영시간이 기록되는 것을 생각해내고 나서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저는 나 홀로 산행을 즐기는 편이라 나름대로 집 떠나기 전에 챙겨보는데도 가끔은 필요한 것을 빼놓고 와 어려움을 겪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들머리의 고도를 기록하고자 차고 간 시계를 촬영했으나 고도를 알리는 숫자가 찍히지 않아 헛수고를 했습니다.
11시 58분 계곡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짐을 풀고 졸졸 흐르는 물을 떠 마셨습니다.
들머리에서 이곳에 오르기까지 길은 순탄했고, 간간이 길섶에 피어 있는 꽃들을 볼 수 있어 좋았기에 그 중 몇몇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5월초와는 달리 이제 풀꽃은 풀숲에 가려서인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고, 대신에 나무에서 피는 꽃들이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정상인 시루봉까지가 깔딱 고개로 산마루까지 이어지는 나무계단길이 더욱 오르기에 힘들었습니다. 산마루에서 정상까지도 0.4키로밖에 안 되는 거리를 1키로는 족히 되겠다고 느낄 정도로 여전히 가파른 깔딱 고개였습니다.
12시 47분 청계산 정상인 해발 849미터의 시루봉에 올라섰습니다.
작년 12월 승진이와 함께 강씨봉을 거쳐 청계산을 오른 후 내려간 길이 이번에 오른 길인데, 그 길을 걸으며 두 주전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에 적응하느라 고생하고 있을 승진에 산행소식과 함께 격려의 메일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북동쪽으로 귀목봉과 명지산이 눈에 들어 왔고, 남쪽으로는 나흘 전 힘들게 오른 운악산이 자리잡고 있어 반가웠습니다. 정상에 먼저 오른 젊은 몇 분들이 길마재로 하산한다기에 지도를 펴 보이며 그 분들이 고집하는 잘못된 방향을 바로 잡아 준 후 청계산 정상을 떠났습니다.
다시 790미터 봉으로 되 내려가서 왼쪽으로 난 길을 내달려, 13시 11분 돌무덤이 쌓여 올려진 고도 770미터 대에 도착, 잠시 숨을 고르며 홀로 서 있는 고사목 한 그루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죽어서도 무슨 한이 남아 있어 눕지 못하는 것일까 안타깝게 생각했던 지리산 장터목의 고사목 들은 그래도 떼를 이루고 있어, 여기 혼자서 길 안내를 맡고 있는 고사목이 훨씬 더 외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옆자리를 지켜온 돌무덤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13시 34분 길마재로 내려섰습니다.
어느 여인네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도 잡고 있는 로프덕분에 곤두박질을 면해 지켜본 남편 분이 안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비가 오거나 길이 얼면 오르내리기가 위험할 정도로 경사가 급했습니다만, 스틱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내려왔습니다. 길마재 능선주위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노랑꽃이 혹시나 씀바귀 꽃이 아닐까 싶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몇 번이고 나 홀로 산행을 할 것인가 말 것인 가로 고심하게 했던 길마봉에 오르기 전, 산중턱에서 점심을 들며 먼저 오른 분들의 산행기를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산행기에 소개된대로 바로 앞에 선 암벽의 릿지코스를 타고 오르기가 쉽지 않겠다고 염려가 되었으나, 이를 피하면 저 혼자서는 성공적인 종주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자 한번 도전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그래도 대학시절 짧게나마 록크라이밍을 했는데 이 정도의 암벽을 못 오르랴 싶어 몸의 균형을 잡으며 조심스레 발을 옮겨 올랐습니다. 바람도 없고 바위 길도 미끄럽지 않아 큰 어려움 없이 릿지코스를 마쳤습니다.
14시15분 735미터의 길마봉에 섰습니다.
구로동의 기미산악회에서 세운 표지석 옆에 배낭을 놓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길마봉 정상은 넓은 공터로 되어 있어 밑에서 치켜본 뾰족하고 날카로운 그런 봉우리가 아니었습니다. 잠시 쉬며 목을 축인 후 하강길이 어렵다는 710미터 봉을 향해 길마봉을 떠났습니다. 편안한 길을 얼마고 걸어 내려서, 14시 37분 710미터봉 직전의 안부에 다다라 배낭을 내려 놓고 다시 산행기를 찾아 읽었습니다.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 않고는 바위길을 오르는 것 보다 하강길이 더욱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왼쪽 길로 우회하기로 결심, 710미터 봉을 트래파스하자 하자 손쉽기는 했습니다만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산 길에 군 교통로가 여기 저기 나있었습니다. 이제부터 하산 길은 전형적인 능선의 길이어서 흙 살도 부드럽고 촉촉해 걷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하산속도를 올려 몇 군데의 군 교통로를 지나 쉼 없이 노채고개까지 내 달렸습니다. 청계산 시루봉의 전면이 잘 보이는 전망좋은 곳을 골라 사진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땅을 향해 꽃망울을 열고 있는 둥굴레 꽃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15시 21분 노채고개에 다다랐습니다.
청계산 정상에서 노채고개까지 이어지는 한북정맥을 2시간 반 동안 밟고 종주를 마치고 찻길을 걸어서 청계저수지의 주차장으로 돌아 왔습니다. 16시 청계산을 출발하기까지 5시간 동안의 비교적 짧은 산행이였지만, 길마봉의 바위길을 혼자 올라 이번 구간을 무사히 마쳤다는 뿌듯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8시 40분 집에 도착하자마자 카메라에 담겨진 사진들의 시간 기록을 보며 산행기록을 정리했습니다. 선사시대에는 기록문화가 없어 차라리 편하지 않았겠나 생각해 봅니다. 역사시대를 살고 있는 저는 역사란 과거와의 대화인데 충실한 기록이 없이는 과거와의 대화가 불가능하여 다람쥐 체 바퀴 돌리듯이 맨 날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닐 까 두려워 나름대로 기록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북정맥 종주기는 먼 훗날 제 삶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기에 앞으로도 계속해 써내려 갈 뜻입니다.
<산행사진>
'III.백두대간·정맥·기맥 > 한북정맥 종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북정맥 종주기8(47번국도-큰넓고개) (0) | 2007.01.03 |
---|---|
한북정맥 종주기7(노채고개-47번국도) (0) | 2007.01.03 |
한북정맥 종주기5(강씨봉-청계산) (0) | 2007.01.03 |
한북정맥 종주기4(국망봉-강씨봉) (0) | 2007.01.03 |
한북정맥 종주기3(광덕고개-국망봉) (0) | 2007.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