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북정맥 종주기

한북정맥 종주기8(47번국도-큰넓고개)

시인마뇽 2007. 1. 3. 12:10
                               한북정맥 종주기8


                            
*정맥구간: 47번국도-수원산-국사봉-큰넓고개

                             *산행일자:2004. 6. 5일                             

                             *소재지   :경기포천            

                             *산높이   :수원산700미터/국사봉547미터

                             *산행코스:47번국도-명덕산-굴고개-수원산-국사봉-큰넓고개

                             *산행시간:11시33분-18시3분(6시간30분)

                             *동행       ;나홀로

 

                          

  초하의 6월초에 성하인 8월을 방불하는 후덥지근한 날씨가 계속되어 방금 지나온 5월과는 너무 대비되는 요 며칠이었습니다. 어제도 그러했습니다. 구름이 많이 낀 날씨에 전국적으로 한 낮의 최고기온은  섭씨 23-31도이며, 특히 서울지방의 최고기온이 30도로 예보되었습니다. 이런 정도의 날씨라면 진득하게 집안에 들어앉아 에어콘의 도움으로 하루해를 보내는 것이 생활인의 지혜일 듯 싶은데 산 독이 오른 저는 그리하지를 못하고 어제도 한북 정맥 종주에 나섰습니다.


  어제는 시간운용을 슬기롭게 하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잠시 게으름을 핀 것이, 그래서 제시간에 서울을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 시간낭비의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8시에 집을 떠났으니 예정보다 시간 반 늦은 셈인데 차가 밀려 산행시작은 3시간 늦어졌고 또 산행중 길을 잘못 들어 1시간가량 늦게 산행을 마쳐 밤 9시에 과천에 돌아왔습니다. 일찍 집에 돌아와 저녁7시에 특전미사를 올리고 밤 11시에 출발하는 과천시 산악연맹의 지리산산행에 같이 가볼 까한 제 생각이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에서 출발하여 다시 집에 도착하기까지 13시간이 걸렸는데 실제 산행시간은 그 반인 6시간 반으로,  나머지 6시간 반 동안 생각을 키울 만한  책 한 권을 차안에서 완독했다는  점입니다.


  11시33분 맹호부대 앞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탄 버스가 아무 데서나 정차할 수 없다하기에, 내촌에서 내려서 택시로 맹호부대 앞까지 이동했습니다. 맹호부대 앞에서 47번 국도 밑으로 난  굴다리를 건너 오른 쪽으로 올라가니 군부대에서 철조망으로 설치한 울타리를 따라 명덕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이어졌습니다. 11시 41분 들머리에 들어서 울타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10분 가까이 올라가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숲 속으로 들어섰습니다 .


  12시 정오에 해발 444미터의 명덕산을 지나 왼쪽으로 꺾어 수원산으로 내달렸습니다.

꼭 필요한 곳에 잘 걸려있는 표지기가  혼자 산행하는 제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몇 일전 맹호부대근처에 차를 세워 놓고 혼자 산행하신 분을 태웠다는 기사 분이 제게 전하기를 그 손님이 다음에 종주할 회원들을 위해  표지기를 달았다며, 혼자 산행해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했는데 새로 걸린 일산알프스의 표지기가 많은 것으로 보아 그 분이 일산알프스님이 아닐까 싶은데 그분이 누구라도 감사드리고자 합니다. 또 고마운 분은 산행기를 자세히 올린 선답자 분들인데 그분들 덕분에 서파에서 출발하지 않고 제대로 된 종주코스를 뛸 수 있었습니다.


  12시 45분 390미터 봉에서 숨을 고르며 목을 추겼습니다.

명덕산을 조금 지나 무심코 나무 가지를  휘어잡고 몇 잎을 땄는데 가지 끝에 앉아 있던 새 한 마리가 제 앞에 뚝 떨어져 무척 당황했습니다. 놀란 듯한 새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날라 갔기에 망정이지 다치기라도 했다면 그새에 내내 잘못을 빌어야 했을 것입니다.


  13시 정각 오렌지 2개로 원기를 되살리며 다시 마루 금을 밟았습니다.

410미터 봉을 지나자 까마귀 몇 마리가 까악 까악 짖어대는데, 수피령에서 저와 동행했던 까마귀와는 달리 제 영역이 침범된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울부짖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얼마고 길을 걷자 이번에는 흙색의 날개를 갖고 있는 꿩 만한 크기의 큰 새가 길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놀랄까봐 미리 작은 소리로 인기척을 보냈는데 제 인기척을 들은 새가 놀라 도망가느라 자리를 떴고, 품안에 안겼다 어미 새를 잃은 새끼 새들이 그 자리에 남아 있어 하마터면 밟을 뻔하였습니다. 이번 산행은 본의 아니게 새 들을 괴롭힌 듯 싶어 마음이 편하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군부대의 철조망 곁으로 난 길을 오르내리며 전진했습니다. 저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초병에 그냥 지나가기가 뭣하여 수원산 가는 길을 물으니 잘 모르겠는데 다른 분들도 이 길로 간다며 죽 가시면 된다는 답을 듣고 나라의 부름을 받고 근무 중인 그 초병에 믿음이 갔습니다.


  13시 25분 325번 지방도에 내려섰습니다.

삼거리에서 56번 국지도를 따라  굴고개 마루로 올라갔습니다. 간이 휴게소에서 칡 즙 한 컵을 사 마시고 페트병의 물을 갈아 담은 후 비지땀을 흘리며 계속해 올라 14시에 해발 500미터대의 고개 마루에 올라섰습니다. 고개 마루에서 조금 내려서 왼쪽 방향으로 난 군용도로를 따라 수원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시멘트 길을 따라 15분 가량 오르니 더 이상의 접근은 불가하다며  사전에 전화로 허가를 얻으라는 안내판이 서 있었습니다. 안내판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만나면 해결하기로 하고 그냥 전진했습니다.


  14시 18분 해발 700미터의 수원산 바로 밑에서 잠시 쉬며 걸어 온 길을 내려다보고 나서야 제가 한북정맥의 마루금을 벗어나 옆길로 잘못 올랐음을 알아챘습니다. 굴고개를 굴고개 마루로 잘못 풀이하여 굴고개가 시작되는 삼거리에서 마루 금을 찾아야 했었는데 고개 마루에서 수원산을 오르는 길을 찾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언제고 이번에 밟지 못한 이 길만 다시 밟기로 하고 군인들의 손짓대로 왼쪽으로 철조망을 따라  수원산 정상에 자리잡은 군부대를 횡단했습니다. 중세의 성곽처럼 탄탄해 보이는 군의 요새가 그 밑을 횡단하는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14시 43분 트레파스를 끝내고 수원산을 돌아 올라오느라 까먹은 시간을 벌충하고자 쉬지 않고 국사봉으로 뛰었습니다. 325번 지방도에 내려 선 후 1시간 20분만에 처음으로 다시 표식기를 만났습니다. 우선 반갑고 이제 비로소 제 길을 찾았다는 기쁨에 안도했습니다. 군견 조련장을 지나자 제법 큰 짐승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 스틱을 꺼내 들고 산행을 계속했습니다.


  15시 정각 690미터 봉에 도착, 짐을 풀고 준비해간 떡으로 늦게나마 점심을 들었습니다.

15시 12분 자리를 떠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3개의 헬기장을 지나고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 610 미터봉에 이르기까지 산행속도를 올렸습니다. 왼쪽 사면으로는 잣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지난 3월에 오른 잣나무 밭의 죽엽산을 연상시켰습니다.


  16시12분  610 미터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국사봉으로 내달았습니다.

동쪽방향으로 자리잡은 주금산의 자태가 빼어나 눈이 갔습니다만 그 한 자락에 채석장이 들어서 있어 옥의 티였습니다. 이번에 오른 길은 수원산까지는 군부대의 철조망 울타리를 따라 낸 길이 주였다면 그 다음부터는 송전탑 몇 개가 길을 이어 주었습니다.


  16시57분 해발 547미터의 국사봉 정상인 헬기장을 지났습니다.

이제 완연한 하산 길에 접어들었는데  마치 과천의 청계산을 밟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길이 폭신하고 길섶에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노란색의 아기똥풀도 보기 좋았고 한 동안 못 보았던 양지꽃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왼쪽으로는 채석장이 산허리를 파내어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밤길에는 낙상사고가 염려되는 위험한 길을 지나 육사생도6.25 참전기념비에 다다랐습니다. 17시45분 기념비에 앞에서 먼저 가신 그분들에 묵념을 올리고 최근에 해이해진 국민들의 국방의식에 죄스러웠는데, 아침에 깜박 잊고 카메라를 집에 두고 와 기념비를 찍을 수 없어 더욱 아쉬웠습니다.


  18시 3분 이번 종주의 목적지인 큰 넓고개에 도착해 6시간 반의 이번 산행을 마치고, 다음 산행시의 들머리를 확인해 두었습니다. 택시로 내촌으로 옮겨 시내버스를 타고 광릉에 가서, 다시 청량리행 버스를 갈아타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상봉역에서 전철을 갈아타 과천에 밤 9시에 도착해 13시간의 나들이를 전부 마쳤습니다.


  올 들어 새롭게 제가 관심을 가졌던 야생화는 여름에는 숲에 묻혀, 나무에 가려 봄만큼 제 모습을 드러내기 쉽지 않아 아쉬워했는데, 이번 산행으로  뜻하지 않게 야생조를 만나 반가웠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산에서 자라는 새끼때까치를 집으로 갖고 내려와 정성들여 한 여름을 키웠는데 가을이 되자 집을 떠나 야생의 세계로 되돌아 가 어린 마음에 크게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 후로는 다시는 야생조를 기르지 않았는데   어제 비로소 야생조를 다시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 것입니다. 산을 오르내리는 것이 자연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라면 산에 사는 뭇 생명에 제 사랑을 전해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지금껏 당연히 해야 할 일에 게을렀기에 이제부터라도 그들에 관심을 갖고 사랑을 보내고자 합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