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북정맥 종주기

한북정맥 종주기10(비득재-축석령)

시인마뇽 2007. 1. 3. 12:14
                            한북정맥 종주기10


                             *정맥구간: 비득재-고모산-다름재-축석령

                             *산행일시:2004. 7. 3일                

                             *소재지   :경기의정부/포천 

                             *산높이   :고모산380미터

                             *산행코스:비득재-고모산-공동묘지-다름재-군부대-다름재

                                             - 공동묘지- 다름재-군부대-축석령

                             *산행시간:9시16분-16시10분(6시간54분)

                             *동행       :나홀로

 

    신록의 5월에 뒤이은 초하의  6월이 끝나고  어느새 7월이 여름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5월5일 대성산 남단의 수피령에서 시작한 한북정맥 종주는 어제로 포천과 의정부의 경계를 이루는 축석령까지 이어졌습니다. 작년 12월과 올 4월의 산행을 합하면 모두 10번을 종주했는데 , 이 정도횟수라면 다른 분들은 아무리 못해도 도봉산을 마쳤을 터인데, 저는 어제 겨우 축석고개까지 갔습니다. 어제는 비득재에서 다름재까지는 산뜻하게 산행을 했는데 다름재에서 축석령까지는  미련함과 서두름이 빚어낸 부끄러운 산행을 하느라 총 7시간이나 산에서 헤맸습니다.

 

  아침 6시 40분 과천의 집을 나와 7시 45분 동서울터미널에서 포천행버스를 탔습니다.

9시에 송우리에서 하차하여 택시로 비득재로 옮겼습니다. 연세가 지긋한 분이 운전대를 잡는 택시는 승객과 함께 소시민의 애환도 함께 실어 나르기에 기사 분들은 손님이 원하면 바로 바로 풀어놓을 이야기보따리를 항상 준비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6.25때 황해도에서 부모님에 손잡혀 남하한 56세의 기사 분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원에서 성장, 두 아들 딸을 모두 대학을 졸업시키고 시집 장가를 보내느라 이제껏 집 한 채 장만을 못했다고 하면서도 스스로의 지난 삶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 해 부러웠습니다.

 

  9시 16분 리본이 달려있는 들머리를 바로 찾아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7월에 접어들자 산 식구가 또 늘었습니다. 매미와 버섯이 그들입니다. 집 주위에서 쉬지 않고 연신 울어대 소음으로 치부되는 8월의 매미소리와는 달리 올 들어 산 속에서 처음 듣는 매미소리가 정겹게 들렸습니다.  산에서 버섯을 재촉하는 것은 장마일 터인데, 이미 장마가 시작되었으니 산 버섯은 7월 한 달간 전성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9시44분 해발 380미터의 고모산에 도착, 안내판을 통해 고모산성의 역사를 배웠는데 풀숲에 가려서인지 정작 둘레가 820미터나 된다는 고모산성은 보이지 않고 KBS 중계탑만 서있었습니다. 다름재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분명하고 죽엽산의 잣나무에 견줄만한 리끼다송이 삼림을 만들어 치톤피드를 마시며  편안하게 산행을 했습니다.

 

  10시 28분 공동묘지에서 첫 번째 쉼을 갖고, 선답자 분들의 산행기를 읽고 갈 길을 챙겼습니다. 15분 여 휴식을 끝내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 선 공동묘지의 어느 산소 앞에 화사한 꽃들이 놓여져 눈길을 끌어 자세히 보니 조화였습니다. 묘지가 끝나자 군부대의 울타리를 따라 길이 이어졌습니다. 군부대 후문에서 시작되는 풀숲 길을 헤쳐 올라 산마루에 서니 다시 길이 걸을 만 했고, 울타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몇 번이나 오르내렸습니다.

 

  11시 33분 가파른 경사 길을 따라 가뿐히 다름재로 내려섰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길을 건너 축석령으로 이어지는 들머리에 들어섰습니다. 가파른 오름 길은 잠시이고 경사가 완만한 편한 길을 15분여 걸어 만난 군부대의 울타리 바짝 붙어 계속 전진, 12시 5분 군부대의 후문에 도착했습니다. 옹달샘 음식점을 지나 5분 여 큰길을 따라 내려가다 길을 잘 못 든 듯 싶어 되짚어 올라 임도로 들어섰습니다. 임도 오른 쪽에 걸린 표지기를 따라 얼마고 오르다가 군부대의 울타리를 만나 이 길도 아닌 듯 싶어 임도로 되돌아와 떡을 들어 요기를 한 후 임도에서 뒤돌아 능선 길로 내달렸습니다.


  13시3분 다시 지방도로에 내려섰습니다.

길 건너 표식기가 눈에 띄자 안심이 되어 삐노콜레라는 큰 피자집 근처에서 잠시 쉬면서 선답자분의 산행기를 읽었습니다. 그분이 이곳이 다름재라 적어놓아 순간 당황했습니다. 11시 33분 다름재를 출발, 1시간 넘게 걸어 이 고개에 도착했는데 여기가 축석령이 아니고 다름재라 하니 암만해도 그 분이 기록을 잘못했겠지 생각하고 길을 건너 산행을 계속 했습니다. 군부대의 철조망 울타리를 따라 몇 번이고 힘겹게 오르내렸습니다. 울타리에서 조금 벗어나 길이 나있어 이 길을 따라 오르자 눈에 익은 공동묘지가 나타났습니다. 어찌 이상하다 싶어 주위를 돌아보니 먼발치에 아침에 오른 고모산의 중계탑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앗뿔사, 50분전에 건너선 고개가 축석령이 아니고 다름재였으며,  이제껏 아침에 걸은 길을 되돌아 비득재로 가고 있었음을 뒤늦게 알아챘습니다. 다시 다름재로 돌아 갈 길을 생각하니 맥이 풀리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동묘지를 출발, 무림리로 내려서 차도를 따라 13시 55분 다름재로 돌아왔습니다. 14시 36분 삐노콜레 피자집에서 맥주1병을 사 마시고 페트병에 물을 갈아 채운 후 축석령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바둑을 끝낸 후 복기를 하듯이 되짚어 오르며 찬찬히 살펴보니 잘못은 표지기를 보지 못하고 울타리만 따라 걷다 군부대를 한 바퀴 돌아 다름재로 되돌아 간 것입니다. 

 

  15시 3분 군부대의 울타리를 벗어나 표지기가 걸려있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전진했습니다.

한참을 내려가 만난 작은 고개 길을 건너 산등성이로 다시 올라서 능선을 따라 계속해 걸었습니다. 15시 30분 한창 공사중인 지방도로에 내려섰습니다. 여기서도 길을 잘못 들어 20분 가까이 헤매다 다시 돌아와 간신히 제 길을 찾았습니다. 14시 10분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축석령 검문소에 도착했습니다. 한눈을 팔다가 군부대를 한바퀴 도느라 헛걸음을 많이 해 심신이 모두 지쳤기에 더 이상의 산행을 포기하고 동서울행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 왔습니다.


  샘내고개까지 마치겠다는 산행계획을 축석령에서 마친 어제의 종주산행은 제게는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첫째 반드시 사전에 철저히 확인을 한 후 행동에 옮기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다름재에 도착했을 때 선답자의 산행기를 제대로 읽고 확인했다면 쓸데없는 고생을 줄였을 것입니다. 둘째 어떤 일이든 한번 시작했으면 한눈을 팔지 말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건성으로  표식기를 보아 무작정 군부대의 울타리를 따라 다름재로 다시 돌아가는 어리석음은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셋째 한번 실패했다해서 포기하지 않는 점입니다. 세 번째로 다름재 고개에 도착했을 때 정말로 여기서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여기서 멈추면 언제 다시 이어서 한북정맥을 종주할 까 싶고, 이렇게 쉽게 좌절한다면 무슨 일이든 재대로 할 수 있겠는가 싶어 마음을 다져먹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최근에 연이은 산행의 실패는 제 자신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결과로 반성하며 부끄러운 산행기를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