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북정맥 종주기

한북정맥 종주기11(축석령-샘내고개)

시인마뇽 2007. 1. 3. 12:18
                              한북정맥 종주기11


                            
*정맥구간: 축석령-덕고개-샘내고개

                            *산행일자: 2004. 7. 10일 

                            *소재지   :경기양주

                            *산높이   :무명봉

                            *산행코스:축석령-백석이고개-로얄골프장-오리정고개-350번지방도로

                                            -덕고개-막은고개- 큰테미갈림길-샘내고개

                            *산행시간:9시25분-18시8분(8시간43분)

                            *동행       :나홀로 

 

             

  선답자분들의 산행기대로 로얄골프장에서  덕고개까지의 마루금이  이제까지 종주한 한북정맥중 가장 길을 잃기 쉬운 마의 코스인 것 같았습니다. 지난주에는 다름고개를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면서도 비득재에서 축석령까지 한북정맥을 제대로 밟았는데, 축석령에서 산행을 시작한 어제는 정맥에서 벗어나 한 1.5 키로 가량 산행을 하다가 도랑을 건너 농로로 내려선 후 다시 힘들게 마루금을 찾아   샘내고개에 이르렀습니다.


  아침 9시 25분 축석교회의 마당을 지나 천보산맥으로 이어지는 들머리에 들어섰습니다.

출발 25분만에 천보산맥의 주 능선에 올랐고,  비교적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가  10시 12분 작은 돌무덤이 쌓여있는 백석이 고개를 지났습니다. 부산YWCA의 안내리본에 쓰여진 “산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산이 있네”라는 글귀가 눈을 끌었습니다. 산 속에 내가 있음은 입산(Entering)을 뜻함이요, 내 속에 산이 있음은 등산(Ascending)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해석해 보았습니다. 우리의 조상들이 산에 들어섬(Entering)은 산의 한 부분이 되어 “산 속에 내가 있다”함이요,  서양의 알피니스트들이 산에 오르는 것(Ascending)은  정상에 올라 산을 정복하여 “내 속에 산이 있다”함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아무래도 “내 속에 산이 있네”라는 문구가  거슬렸습니다.


  10시 33분 266봉을 조금 지나 배낭을 내려놓고 복숭아를 들면서 10여분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른 쪽 밑으로 골프장이 가깝게 보였습니다. 그 동안 골프를 배우지 못해 골프를 즐기는 친구들과 자리를 같이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산을 찾는 시간을 줄여 새삼 골프를 배울 뜻이 없기에 그 친구들과는 일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11시 7분  천보산맥에서 벗어나 우회전하여 로얄골프장으로 내려섰습니다.

주말이어서 인지 필드는 골퍼들로 북적댔는데,  진초록의 잔디가 골퍼들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필드사이로 난 아스팔트길을 걷다 다시 산 속으로 들어가 마루금을 밟았습니다.


  11시 32분 골프장을 완전히 벗어나 오리정고개의 지방도로에 도착했습니다.

도로를 건너 “청송가든 150미터 지점”이라는 표지판에서 우측으로 표지기가 달려 있어 덕고개로 이어지는 들머리에 쉽게 들어섰습니다. 편안한 길을 따라 20분을 걷자 도로공사를 하느라 깎아 내린 절개지가 나타나, 절개지를 따라  조심스레 공사중인 큰 도로에 내려섰습니다..


  11시 53분 별안간 찌푸린 하늘을 뚫고 소나기가 내리쳤습니다.

부랴부랴 우비를 꺼내 입고 20 분여 여기저기 들머리를 찾아 나섰지만 어디고 한북정맥을 알리는 표지기가 걸려 있지 않아 다시 도로로 되돌아오자, 그 제서야 소나기가 멈췄습니다.   소나기의 융단폭격을 온 몸으로 맞고 보니 기상변화의 위력이 대단함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20분 가량 걸어나와 350번 지방도로변의 한 국수집에서 점심을 들면서  종업원에 메루지가 어디인가 물었으나 대답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혹시나 한북정맥의 표지기가 걸려있을까 하고 산으로 오르는 몇 군데의 들머리를 기웃거려 보았으나 시간만 허비했습니다. 길 건너 복덕방에 들러 현재의 위치와 덕고개를  확인하고 절개지로 다시 돌아가  산을 올라 표지기를 확인했습니다.


  14시 10분 표지기가 걸려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마루금을 다시 밟았습니다.

절개지를 내려선 후 길을 잃고 헤매다 2시간 20분만에 제 길을 다시 찾아 종주를 하는 제가 대견스럽게 느껴졌습니다. 20분 여 북쪽으로 전진하다 아스팔트길을 만나 3분간 온 길을 되돌아가  오른 쪽의 산줄기를 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스팔트길로 얼마고 걷다가 다시 산으로 들어서 마루금을 타면 되는데 온 길을 되돌아 가 다른 산줄기를 탄 것이 한북정맥의 마루금을 벗어나게 했습니다. 반석교회의 작은 길을 건너 공장 뒷편의 절개지를 따라 난 길로 계속 전진하는 중 한북정맥을 알리는 어느 분의 표지기를 발견하고는 이 길이 맞다는 확신을 갖게 되어 속도를 냈습니다.  15시 갈림길에서 숨을 고르며 선답자 분의 산행기를 읽고 나자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자주 보았어야 할 표지기가 한 개밖에 안 걸린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왼쪽 능선을 타고 10여분을 걷자 논이 보였고 도랑을 건너야 했기에 길을 잘못 들었음을 직감했습니다. 다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할 수없이 도랑을 건너 논두렁을 따라 걸어 금강사입구라는 안내판이 서있는 농로에 올라섰습니다. 마루금을 벗어났음을 확인하고는 종주에 실패했다는 패배감이 저를 괴롭혔습니다만, 그래도 다시 마루금을 찾아 이어보겠다는 의욕이 생겨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농로를 걸어나와 만난 제법 넓은 길에서나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고개마루로 향했습니다. 대현식품공장을 지나 고개마루에 올라서자  왼쪽으로 산 능선을 따라 아스팔트길이 나 있었습니다.


  15시 42분 이 길을 따라 얼마고 걷다가 삼성스포츠의 공장을 조금 지나 충북옥천 장룡산악회의 표지기를 보았습니다. 다시 마루금을 찾은 것입니다. 비록 산길이 아니고 아스팔트길이지만 한북정맥의 마루금이 확실했기에 뛸 뜻이 기뻤습니다.


  15시 58분 드디어 덕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오리정고개에서 덕고개까지의 마의 코스를 마쳤다는 기쁨보다는 종주에 실패했다는 자괴감이 더 컸습니다. 인근다방에서 맥주 1캔을 사 마시고 샘내고개까지의 종주기와 지도를 세밀히 검토했습니다.


  16시 15분 덕현초등학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막은 고개로 출발했습니다.

2차선의 아스팔트길을 따라 10분도 못 걸었는데 절개지가 나타났습니다. 이곳이 막은 고개였습니다. 절개지를 따라 내려가 공사중인 도로에 내려섰습니다. 지방도로를 따라 10여분을 걸어 성황당고개의 사거리에 이르렀습니다. 


  16시 35분 큰테미로 오르는 들머리에 들어서 오랜만에 산 속의 숲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묘지를 지나 계속 오르다 군부대의 철조망 울타리를 만났습니다. 우측으로 울타리를 따라 걸어 오르다가 만난 노란 산나리꽃을 카메라에 옮겨 담으며 길을 벗어나 헤매느라 잃어버린 평상심을 되찾았습니다.


  17시 15분  큰테미 갈림길에 올라섰습니다.

여기서 철조망울타리와 헤어지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하산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간혹 들리는 헬리콥타의 굉음에 신경이 거슬렸지만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부드러운 흙 길이어서 모처럼 편안한 산행을 즐겼습니다.


  17시 43분 한승아파트를 조금 못 미친 산 속에서 인절미를 들며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한승아파트 단지를 지나 경원선 철로를 건넜습니다. 1963년 철로길을 따라 걸어 중학교를 다녔는데 그때나 저때나 철로변을 걷거나 건너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만 급하고 빠른 김에 상습적으로 법을 어겨가며 1년간 경의선의 철로변을 걸었던 기억이 새로웠습니다.


  18시 8분 샘내고개에 도착하여 약 8시간 반의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경원선 철로를 건너서 올라선 언덕에서부터  샘내고개까지 공장지대를 관통하는 아스팔트길이 이어졌습니다. 공장휴게소에서 맥주1캔을 사 마시며 하루 산행을 반추했습니다.


  어제는 이렇다 할 깔딱고개도, 까까비탈의  내리막길도 없는 해발 100-300미터사이의 평탄한 길을 오르내렸기에 산행자체가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정작 힘든 것은 아스팔트길로 끊긴 마루금을 이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실패한 구간의 마루금은 조만간 다시 찾아 이어볼 생각입니다. 어제는 개발과 보존의 갈등을 체험한 하루였습니다. 한북정맥의 마루금은 지속되는 개발로 제대로 보존되리라는 기대가 쉽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200미터 전후의 구릉을 그대로 놔두어 국토이용의 효율을 저하시키는 것이 옳으냐는 것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대간이든 정맥이든 종주를 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구나 생각하자 선답자 분들에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남은 구간이 어제처럼 마루금이 끊긴 곳이 많이 있어 종주산행이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선답자 분들처럼 끝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