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종주기13
*정맥구간: 울대고개-사패산-도봉산-우이암전위봉
*산행일자: 2004. 7. 25일
*소재지 :서울/경기양주
*산높이 :도봉산740미터/사패산552미터
*산행코스: 울대고개-사패산-자운봉-주봉-우이암전위봉-우이암-우이동
*산행시간:9시20분-17시25분(8시간5분)
*동행 :경동동문 이규성
어제 드디어 수도 서울에 입성했습니다.
지난 5월5일 수피령을 출발, 한북정맥 종주 길에 오른 지 81일 만에 서울 땅을 밟았습니다. 아침 9시20분 울대고개를 출발하여 사패산과 도봉산을 오른 후 저녁 5시 25분 우이동으로 하산하여 서울로 들어섰습니다.
1965년 수도 서울에의 첫 입성은 제게는 마무리이자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경기도 파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의 고등학교에 들어가고자 저 혼자 입성을 감행했습니다. 당시의 입성은 시골 생활의 마무리이자 도시생활의 시작이었고, 촌스러움의 청산이자 세련됨의 시작이었으며, 부모님이 거들어 준 생활을 끝내고 저 혼자 자취하면서 살아가는 독립적인 생활의 출발이었기에 수도 서울에의 입성이 제게는 삶의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후 성공적으로 서울에 뿌리를 내려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저이지만 가끔은 서울에서 벗어나 서울생활의 답답함을 털어 버리고 싶은 욕망을 자주 느낍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한번 벗어났다 다시 입성하는 작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그것이 바로 한북정맥 종주입니다. 서울로 입성하기 위하여 1965년에는 입시준비에 골머리를 앓았는데, 2004년에는 한북정맥의 마루금을 타며 서울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겨 놓았습니다. 그리해서 일주일 전에 서울을 코앞에 둔 의정부시의 울대고개에 다다랐습니다.
어제는 고등학교 동문인 울산대의 이 규성 교수가 서울에의 입성을 축하하고자 저와 함께 산행을 했습니다. 아침 9시 3분 의정부역에서 만나 울대고개까지 택시로 옮겼습니다. 밤부터 내린다는 비가 아침까지 숨죽이고 있다가 울대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9시 20분 울대고개에서 차도를 건너 사패산으로 이어지는 들머리를 찾고자 표지기를 찾았으나 눈에 띄지 않아 그냥 산마루를 향해 똑바로 올랐습니다. 원래의 들머리는 아니지만 아주 작은 길이 나있어 10분만에 사패산으로 이어지는 정맥 길에 올라섰습니다. 표지기를 따라 얼마고 전진하다 능선에서 멀어짐을 감지하고 그 자리에서 우회전하여 다시 능선으로 오르느라 10분 가까이 산행이 늦어졌습니다.
9시 58분 달랑 깃대만 서있는 해발 370미터대의 삼각점을 지났습니다.
일회용 우비로 몸을 가렸지만 안경에 습기가 서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불편했습니다. 우중 산행의 난제가 제게는 안경입니다. 별 수없이 안경을 벗고 맨눈으로 산행을 했는데 발을 내딛을 착지에 대한 감이 없어 이 또한 불편했기에 하산하면 서둘러 앤티포그(Anti-fog)안경을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10시 48분 해발 552미터의 사패산에 올라섰습니다. 먼저 오른 분들이 산불감시소를 점하고 있어 비를 피할 곳이 없고, 짙은 안개로 거의 시계가 제로상태여서 정상에서 조감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에 서둘러 도봉산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안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 얼마를 더 걷자 회룡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타났습니다. 사패산에서 망월사 갈림길까지의 사패능선은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고 이렇다 할 바위 길도 없어 힘들이지 않고 마쳤습니다.
12시 망월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포대능선을 어찌 탈것인가를 협의했습니다. 안경을 벗고 맨눈으로 산행해야 하는 제가 비가 내려 위험한 포대능선의 릿지 길을 오르지 말고 가능하면 우회전하자고 했는데 이 빗속에 제대로 한 번 릿지 길을 타봤으면 하는 이 교수도 저의 안전산행을 돕고자 욕심을 접고 우회전을 하기로 하고 포대능선우측으로 돌면서 자운봉으로 전진했습니다.
12시 52분 헬기장을 조금 지나 자운봉 0.5키로 전방에서 인절미를 들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원도봉으로 내려가는 분기점인 이곳에서 사패산까지 3.0키로 라니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을 다 합쳐야 3.5 키로로 십리도 안 되는 길이데 포대능선길이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아 더 멀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거칠게 우의사이로 파고든 드센 산바람과 이 바람이 몰고 온 빗줄기가 산행을 더디게 했습니다.
13시47분 주봉을 조금 지난 지점의 바위에서 짐을 풀었습니다. 그 동안 도봉산의 고봉들과 산자락을 감싸고 있었던 안개들이 산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밀려 잠시나마 산세를 가늠할 수 있었는데 저희도 모르는 사이에 도봉산 최고봉인 해발 740미터의 자운봉을 그냥 지나쳤습니다. 바람에 밀려 안개가 가시는 사이사이 잠시 얼굴을 내보인 먼발치의 선인봉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낭떠러지 바위에 바짝 붙어 꽃을 피운 끈질긴 생명의 야생초를 근접거리에서 촬영하여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기세가 등등했던 비바람도 서서히 여름햇살에 밀려났습니다.
오봉의 갈림길을 지나 우이암으로 옮기는 중 뒤돌아 본 오봉의 선명한 봉우리들이 1970년 산악회선배들과 함께 땀흘리며 다섯 봉우리를 모두 올랐던 기억을 일깨웠습니다. 건너편에는 북서방향으로 상장능선이 뻗어 있는데 막 목욕을 끝내서인지 산뜻한 자태가 눈을 끌었습니다. 우이령으로 내려섰다 다시 오르면 상장능선에 다다르게 되고, 그 능선을 따라 북서방향으로 전진하다 상장능선의 최고봉인 상장봉을 오른 후 솔고개로 내려서면 울대고개 -도봉산-솔고개 구간의 종주산행을 성공리에 마치게 되는데, 우이령을 지키고 있는 군부대에서 일반인의 통행을 불허하기에 상장능선을 탈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일단 내려가서 군인들에 사정해볼 생각으로 우이령으로 빠지는 갈림길을 찾았습니다.
14시 55분 우이령으로 갈라지는 산줄기에 들어서 얼마동안 하산했으나 표지기가 보이지 않고 길을 잘 못 들어 선 듯 싶어 되 돌아와 우이암으로 나아갔습니다. 다시 우측의 능선 길을 찾아 내려섰으나 이 길 또한 우이령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서지 않아 또 다시 되돌아와 나무계단 길을 올랐습니다. 우이암 턱밑에서 우측으로 난 능선 길로 들어섰는데 위험하니 다른 길로 돌아가라는 안내판의 경고문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15시 45분 갈림길에서 15분 가량 내려서 시야가 확 트인 곳에서 산세를 확인해보니 또 길을 잘 못 든 것이 확실하기에 우이령으로 내려서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올라서 우이동으로 방향으로 길을 잡아 하산 길에 들어섰습니다. 두 번째로 들어선 갈림길이 분명 우이령으로 이어지는길이 틀림없는데 표지기가 걸려 있지 않고 들머리가 분명하지 못하여 제대로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길을 찾아 헤매느라 시간을 까먹어 다시 두 번째 길로 돌아가 우이령으로 내려간다손 치더라도 해지기전에 솔고개에 도착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우이동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상장능선을 타 솔고개로 내려서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
16시 15분 오르락내리락하느라 지친 몸을 달래고자 우이동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에서 긴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전 내내 내린 비가 구두 속으로 스며들어 다 젖은 스타킹을 벗어 물기를 짜낸 후 다시 신으니 하루 종일 고생한 양 발에 조금은 덜 미안했습니다.
17시 25분 우이동에 도착하여 1970년대에 자주 들렀던 원주상회에서 파전을 안주 삼아 맥주를 들면서 그 동안의 종주산행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총 열세 번의 종주산행 중 아홉 번을 나 홀로 뛰었고 네 번은 지인들과 함께 했습니다. 산행을 함께 한 분들은 물론 그 동안 한국의 산하 사이트를 통해 많은 도움을 주신 선답자 분들에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어제 서울에의 입성으로 한북정맥 종주가 마무리 된 것은 아닙니다.
나머지 구간은 땡볕을 피해 내달 하순경에 다시 이어 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제 고향 파주의 장명산에서 한북종주를 마칠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제의 입성은 서울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마무리라 생각됩니다. 많은 분들이 우이동에서 한북정맥종주를 마쳐서가 아닙니다. 이 마무리 시간에 그 동안의 한북정맥종주를 정리하고, 새로운 산행을 그려보기 위해서입니다.
월간 "산"지 8월 호에 한북정맥상의 한강봉이 소개되었는데, 그 기사에는 한강봉에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앵무봉과 월롱산을 거쳐 오두산에 이르러야 한북정맥을 제대로 타는 것이고 제가 지나온 울대고개-사패산-도봉산 코스는 도봉지맥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논쟁의 여지가 있을 법해 저는 파주 교하의 장명산을 오른 후 다시 한강봉에서 앵무봉을 거쳐 오두산까지 뛰어볼 생각입니다. 장명산이나 오두산 모두 제 고향의 산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울에의 입성으로 얻은 이 작은 마무리시간에 남아 있는 두 갈래(?)의 한북정맥 종주계획을 세워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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