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구간: 우이암전위봉-우이령-상장봉-솔고개
*산행일자: 2004. 8. 7일 10시7분-18시37분(8시간 30분)
*소재지 :경기양주/서울
*산높이 :상장봉534미터
*산행코스: 우이동-우이암전위봉-우이령-오봉휴게소-솔고개-상장봉-
우이령갈림길-육모정고개- 우이동
*산행시간:10시7분-18시37분(8시간30분)
*동행 :나홀로
어제는 우이동을 출발하여 우이동으로 되돌아온 원점회귀산행으로 짧은 구간의 한북정맥을 종주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종주산행에 원점회귀산행이라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듯 싶은데 어제는 그럴만한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습니다.
지난 7월 25일 우이암 전위봉에서 길을 찾지 못해 우이령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우이동으로 하산했기에 어제는 다시 우이암 전위봉에서 한북정맥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10시 7분 우이동을 출발, 쉼 없이 한시간을 걸어 신라 경문왕 3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원통사를 지났습니다. 도선국사는 평생을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직 사찰창건에만 보내지 않고서야 무슨 수로 그 많은 절을 지었겠나 궁금해졌습니다.
11시 35분 우이암을 조금 지나 계단 길에서 빗겨선 나무그늘에서 첫 번째 쉼을 가지며 목을 추겼습니다. 어제가 가을 들머리인 입추인데도 좀처럼 이 여름이 가을에 자리물림을 할 뜻이 전혀 없는 양 30도를 훨씬 넘어 선 더위가 수그러들지를 않았기에 3키로 조금 못되는 길을 걸어 오르는데도 엄청 많은 양의 땀을 흘렸습니다.
바로 앞의 542봉에 올라서 능선을 확인하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우이령고개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에의 들머리를 이번에는 제대로 찾았습니다. 12시 5분 542봉을 출발하여 우이령 길로 내려서 10여 분을 걷자 군사지역이어서 출입하지 말라는 안내판과 철조망을 만났는데 많은 분들이 그 철조망을 밟고 넘어서 이 길을 걸었다는 흔적이 뚜렷해 조금은 걱정을 덜었습니다. 숨죽이며 조용히 능선을 타고 걸어 내려갔는데 이 출입금지구역에도 한북정맥을 알리는 표지기가 걸려있어 선답자 분들의 끈질긴 집념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12시 40분 우이령에 내려서자 초병보다 경비견들이 먼저 알아채고 짖어댔습니다.
알고 있던 바와는 달리 경비견들이 묶여 있어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없기에 크게 안심이 됐습니다. 전경에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한북정맥을 종주하고자 이곳으로 내려 왔고 가능하면 상장능선에 오르기를 요청했으나 군사지역이어서 안 된다며 오봉산휴게소로 하산하라기에 한북정맥에서 벗어나 잘 닦인 군사도로를 따라 송추방향으로 걸어 내려갔습니다. 군부대안의 청정지역을 걸어보는 것도 쉽지 않은 경험이라 생각하자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고 그래서 40분간 마음 편안히 걸었습니다.
13시 30분 근무중인 초병을 만나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군부대를 빠져 나왔습니다.
우이령에서 30분을 걸어 내려오자 북한산국립공원 소장 명의로 즐거운 산행을 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기에 이 길이 민간인들에도 개방된 것이 아닌가 했는데 초병들의 검문을 받고서 제가 걸은 길이 출입이 불가능한 길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13시 36분 오봉산휴게소에서 맥주 1캔을 사 마신 후 차도를 따라 걸어 14시 정각에 솔고개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노고산으로 종주를 계속할 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만 우이령에서 솔고개까지의 길을 밟아야 제대로 된 종주이기에 되짚어 상장능선을 오르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14시 5분 한 노인 분의 도움으로 상장봉으로 오르는 들머리에 들어섰습니다.
2시간 여 쉬지 않고 걸어 피곤했고 배가 고파 12시 10분 그늘 길에서 배낭을 풀어 준비해간 떡과 복숭아로 요기를 하고 다시 산 오름을 시작했습니다. 폐타이어로 만든 참호를 지나 해발 470미터 지점에서 쉬었습니다. 한 더위에 무리한 산행으로 탈이 날까 겁이 나 어제는 쉬는 횟수를 늘렸습니다.
15시 24분 해발 543미터의 상장봉 삼각점을 밟았습니다.
바로 앞에 서 있는 더 높은 암봉이 상장봉으로 알고 어떻게 오를까 걱정을 해왔는데 삼각점을 알리는 작은 표지석과 어느 산악회의 상장봉을 표시한 표식기로 여기가 상장봉 임을 확인하고 나니 이렇게 손쉽게 오를 수 있는 것을 공연히 미리부터 걱정을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장능선의 연봉들도 북한산의 한 가족임을 뽐내듯 우뚝 선 3개의 암봉 들을 모두 왼쪽으로 트레파스를 했습니다. 선답자중 한 분이 릿지코스가 상당히 위험하다하여 가슴을 졸였지만, 욕심을 내어 제 1봉에서 한번 릿지를 타보고자 암벽 길을 조금 올랐으나 무리인 듯 싶어 다시 내려서 트래파스를 마쳤습니다.
오른 쪽으로 인수봉과 백운대,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 자리잡은 숨은 벽이 분명하게 눈에 들어왔고, 왼쪽으로는 오봉과 자운봉이 주인인양 도봉산을 휘어잡고 있어 이 모두를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16시 10분 제 2봉의 바위 길에서 쉬고 있는 부부 한 쌍을 만났습니다.
깨끗하고 고즈넉한 이 상장능선이 별로 알려지지 않아 찾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기에 오가는 분들을 이제껏 만나지 못했는데, 여기서 두 분들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16시 26분 상장능선 최고봉인 565 봉을 지났습니다.
하산 길이 조용하고 흙 길이어서 걷기에 편안했습니다. 길옆에 설치된 토치카를 만나자 지난 4월 국망봉을 오를 때 벙커에서 함께 땀을 식힌 승진이가 생각났습니다. 어느새 승진이가 미국으로 건너 간지 석달이 다 되어 가는데 미국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걱정이 됐습니다.
16시 47분 우이령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에 다다랐습니다.
상장봉에 오를 때에는 이곳에서 우이령 가까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상장능선을 탈 생각이었는데 시간과 원기가 모두 딸려 포기했습니다. 결국 우이령에서 이곳까지의 한북정맥은 빼 놓는 셈이 되었기에 아쉬웠지만 곧 이어 다가올 어둠이 저의 결단을 재촉했습니다. 갈림길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서 또 다른 암봉을 트레파스하는데 시꺼먼 까마귀 몇 마리가 덤빌 듯이 저공비행을 해가며 울어대 마치 제가 공격받는 느낌이 들어 불쾌했습니다.
17시 10분 갈림길을 알아채지 못하고 5분 여 하산하다가 더 이상 길이 나있지 않아 다시 되돌아와 갈림길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마침 얼마 전 만난 부부들로부터 길 안내를 받아 왼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 제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곧이어 만난 젊은 한 분은 영봉으로 간다기에 육모정고개의 철제탑에서 헤어졌습니다.
17시 40분 철제탑에 다다라 북한산에서 유명을 달리한 어느 박사 분의 죽음을 기리는 노산 이 은상 님의 비문을 읽고 나니 기분이 가라앉았고 과연 산을 사랑한다는 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2005년까지 안식년이어서 우이동으로 내려가는 길이 막혀 있다지만 어둠이 시작되어 빨리 하산해야겠기에 그 길로 하산했습니다.
18시 11분 법안사를 지나 용안사 옆의 널 다란 바위에서 마지막 쉼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오크벨리를 지나 18시 37분 우이동에 다다랐습니다. 아침에 우이동을 출발한지 8시간 반만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한북정맥의 마루 금을 완벽하게 잇지 못한 채 어제 하루 원점회귀산행을 마쳤습니다.
내 국토를 지키는 우리의 국군이 말린다면 굳이 그 길을 고집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저도 물론 한북정맥을 종주하는 중 제대로 마루 금을 밟아 보겠다는 욕심에서 그 동안 두 번이나 출입이 금지된 길로 몰래 들어서 산행을 했었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저희들의 한북정맥 종주도 국토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라면 저희들이 사랑하는 국토를 온전하게 지키고자 애쓰는 군인들과의 약속을 저버려서는 아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산행기에 실린 글처럼 우이령에서 조금 내려와 꺾이는 길에서 몰래 상장능선으로 길을 내며 치켜 올라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를 마다하고 솔고개까지 가서 거꾸로 상장능선을 탄 것은 아들 같은 전경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우이령에서 상장능선까지의 구간을 빼 먹었더라도 전경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함 때문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솔고개에서 장명산까지 남아 있는 한북정맥의 구간은 이 뿌듯함을 안고 종주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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