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구간:큰 넓고개-죽엽산-비득재
*산행일자:2004. 6. 12일
*소재지 :경기포천
*산높이 :죽엽산601미터
*산행코스: 굴고개-수원산-국사봉-큰넓고개-작은넓고개-죽엽산-비득재
*산행시간:8시50분-18시(9시간10분)
*동행 :나홀로
어제는 아주 드물게 이미 한번 오른 산들을 다시 올라 종주산행을 했습니다.
저는 책을 즐겨 읽는 편입니다. 작년에는 꽤 많은 책을 사서 읽었는데, 그 책 속의 내용들이 머리 속에 남아 필요한 때에 활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을 하고 아쉬워하는 것은 가슴으로 책을 읽지 못하고 주로 눈으로만 읽는 속독에 의존하는 저의 잘못된 독서 습관 때문입니다. 매주 새로 읽을 만한 신간이 쏟아져 나와 쫓기 듯 책을 읽으며 권수를 늘려 왔기에 가끔은 다시 한번 정독을 해야겠다고 벼르면서도 지금까지 그리하지 못했습니다. 산을 오르는 것도 매 일반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몇 개의 산을 올랐는가를 세고 나서부터는 그 동안 오르지 않은 산만을 찾아올라 그 숫자를 늘리는 데 정신을 뺏겨, 요 몇 해 동안은 한번이라도 오른 산을 찾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한북정맥의 마루 금을 제대로 한번 밟아보고자 이미 오른 수원산과 죽엽산을다시 찾았습니다. 일주일 전 오른 수원산은 마루 금을 밟지 않고 다른 길로 올랐기에 다시 찾았고, 지난 3월에 다녀 온 죽엽산은 작은 넓고개에서 출발하여 정상에 오른 후, 직벌고개를 거쳐 광릉의 산림생산기술연구소로 내려간 하산코스가 한북정맥상의 마루금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올랐습니다.
아침7시30분 버스를 타고 상봉역을 출발한 저는 그 1시간 10분 후에 내촌에서 하차, 굴고개까지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8시 50분 굴고개가 시작되는 삼거리에서 이번에는 들머리를 제대로 찾아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번 56번 국지도를 따라 굴고개를 오를 때에는 땡볕을 피할 수 없어 고생을 했는데 이번에는 숲 속에 난 마루 금을 따라 올라 더운 줄을 몰랐습니다.
해발 500미터 대에서 웬 짐승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다 저 만치 홀로 서있는 황적색의 털을 가진 큰 개만한 산 짐승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동안 숱하게 산행을 했어도 저 만한 크기의 산짐승을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빨리 눈길을 피해 못 본 척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흘끗 흘끗 뒤돌아보았으나 다행히 따라오지 않아 안심이 됐습니다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카메라에 그 짐승을 담지 못해 아쉬웠지만 당시로는 두려움에 다시 눈길을 주기가 겁이 났습니다.
9시 40분 군부대의 울타리를 따라 올라 수원산 정상 바로 밑까지 올랐습니다.
여기까지만 마루 금을 타고 올라 지난주의 잘못된 산행을 바로 잡고 다시 삼거리로 하산, 택시로 큰 넓고개까지 이동하여 축석고개까지 종주를 하고자 하였으나, 뜻밖에 만난 산 짐승이 마음에 걸려 오던 길로 내려가지 못하고 큰 넓고개까지 걸어가기로 마음을 바꿔 먹고 산행을 서둘렀습니다. 카메라를 집에 두고 와 찍지 못한 풀꽃과 나무 꽃 그리고 산봉우리들을 이번에는 모두 찍었습니다.
10시50분 지난번 산행 시 쉬었던 곳에서 첫 번째 쉼을 가졌습니다.
앗 불사, 이번에는 점심으로 사 놓은 떡을 냉장고에 그냥 두고 왔습니다. 별 수없이 큰 넓고개 근처에서 점심을 사먹기로 하고 그 시간을 벌고자 서둘러 국사봉으로 내달렸습니다. 11시 34분 국사봉 헬기장을 지나 계속해 발걸음을 빨리 했습니다.
12시 20분 육사생도 6 . 25 참전기념비에 다다랐습니다.
전번보다 50분을 단축, 굴고개를 출발한 지 3시간 반만에 기념비에 도착해 잠시 묵념을 올린 후 옆에 배낭을 내려놓고 이 모두를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그리고 음식점을 찾아 나섰습니다. 근처에서 10분 가까이 찾아 헤매다 가산 저수지를 따라 큰길로 나가 포천 쪽으로 10분 가량 땡볕 길을 걸어 만난 325번 도로 옆의 해장국집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점심으로 감자탕을 시켜 먹으며, 수원산에서 발원한 골짜기의 물을 담고 있는 가산 저수지의 정경을 카메라에 옮겨 실었습니다.
13시 10분 해장국집을 출발, 큰 넓고개로 옮겨가던 중 기린주유소를 조금 지나 우편으로 난 들머리로 보이는 길을 따라 올랐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이 끊겨 그냥 치켜 올라 산마루에 섰으나 숲이 우거져 방향을 잡을 수 없기에,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있는 길을 따라 걷다가 인터넷산악회의 표식기를 만나 반가웠습니다만, 그 후 연속되는 표식기가 없어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강의 방향을 잡고 30분 여 걸어 만난 고개는 작은 넓고개가 아닌 전혀 이름도 모르는 엉뚱한 곳이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만난 외딴 집의 주인 분에게서 길 안내를 받아 1 시간만에 점심식사를 한 해장국집으로 간신히 되돌아왔습니다.
해장국집에서 잠시 쉬면서 콜라로 목을 추기며 원기를 되찾아, 14시 20분 325번 국도를 따라 다시 큰 넓고개로 이동했습니다. 14시 34분 풍양조씨묘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오르니 일산알프스의 표식기가 곳곳에 걸려 있어 별 어려움 없이 작은 넓고개에 도착했습니다.
14시52분 작은 넓고개에서 들머리를 쉽게 찾아 올랐습니다.
지난 3월에 지났을 때에는 빈집이었던 어떤 한 채에 살고 있는 한 분에게서 길 안내를 받았기에 들머리를 찾기가 수월했습니다. 또 여기서 들머리를 못 찾아 헤맨다면 이번 산행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다행히도 쉽게 찾아 다름재까지 뛰어 보고자 부지런히 내달렸습니다.
15시 20분 해발 320미터 봉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지난 3월 눈 속의 길을 걸어 오를 때에는 짐승이 다닌 길을 따라 걸었는데 , 그 때는 보이지 않던 표지기가 눈에 잘 띄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한북정맥을 몰라 표지기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한북정맥에서 벗어날까 염려되어 계속해 찾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옛 말씀이 오늘을 사는 지혜로구나 싶어 그냥 흘릴 일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16시9분 해발 530미터대의 능선에 서있는 "협조점" 표지석을 지났습니다.
왼쪽 사면으로 잣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산의 색깔이 조금은 어두웠습니다. 그래도 수원산의 잣나무 밭보다 밝아 보였는데 이는 이곳의 잣나무들은 간벌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큰 넓고개에서 1시간 가량 알바를 해서인지 벌써 진이 많이 빠져나간 듯 그리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능선인데도 힘이 부쳤습니다.
16시 48분 죽엽산 정상에 섰습니다.
선 산악회에서 내걸은 표지판만이 여기가 정상임을 알려주었는데 , 그나마 고도가 600.6미터로 낮게 적혀 있어 과연 이곳이 정상인지 의심이 가기도 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축석고개는 못 가더도 다름재까지 뛰어 볼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 비득재에서 끝내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조금 더 쉬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렌지를 꺼내 먹었습니다.
17시 하산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스틱을 꺼내 들어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협조점" 표지석에서 정상까지의 능선에는 그 좌편에 잣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는데, 이 내리막 길 주위에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적송들이 그 고귀한 자태를 드러내 보였습니다. 해발 410미터 대에 잘 닦여진 임간 도로를 만났습니다. 지난 3월 임간 도로를 따라 하산하다 광릉의 산림생산기술연구소 관내로 들어가 직원들에 자인서를 써주고 다시는 관내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기억이 있어 신경이 쓰였는데, 길 건너에 하산 길이 바로 이어져 다행이었습니다. 선답자 분들이 해놓은 표지기를 놓치지 않고자 신경을 곤두세우며 산행을 해서인지 하산 길도 빠르지 않았습니다.
18시 비득재에 도착, 약 9시간의 긴 산행을 마쳤습니다.
맥주1병과 냉면으로 꺼져간 배를 채우고 30분간 직동리로 걸어 나와 버스로 의정부로 나왔습니다. 21시 의정부역에서 전철을 타고 22시 30분 경 과천의 집으로 되돌아와 하루 산행을 반추했습니다. 9시간 넘게 산행을 했어도 축석고개까지 가지 못하고 비득재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잘못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그 첫째는 준비가 소홀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예상 못했던 일을 만나 제대로 처리 못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들어 꼭 한가지씩 빼놓고 집을 떠나 당황하곤 합니다. 한번은 필기도구를, 또 한번은 카메라를, 이번에는 점심거리를 빼놓아 연 3주를 계속해 애를 먹었습니다. 전날 미리 챙기지 않고 당일 날 아침에 서둘러 챙기는 습관을 하루 빨리 고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큰 넓고개에서 알바를 한 것도 선답자 분들의 산행기를 두고 왔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산짐승을 만나 것이 어제의 스케쥴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제가 짐승에 해를 가할 듯이 전혀 없고 그에 애정을 표한다면 그 짐승이 저를 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계획대로 하산했다면 좀 늦게 비득재에서 점심을 사먹더라도 축석고개까지는 무난히 갈 수 있었을 터인데 그 짐승에 대한 믿음이 없어 빚어진 결과라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산행을 교훈 삼아 다음부터는 보다 철저히 준비하여 목표한 산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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