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구간: 노채고개-원통산-운악산-47번 국도
*산행일자:2004. 5. 26일
*소재지 :경기포천/가평
*산높이 :원통산547미터/운악산936미터
*산행코스:약수터-노채고개-원통산-운악산-철암재-47번국도
*산행시간:9시25분-17시28분(8시간3분)
*동행 :경동동문 함기영/정병기
점이 모여 선을 이루듯 모든 산맥은 산들이 모여 만들어집니다.
대성산의 수피령에서 시작하여 47번 국도에 다다를 때까지 수많은 산들을 넘었습니다. 복주산, 회목봉,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 견치산, 민드기봉, 강씨봉, 청계산, 원통산과 운악산등 이름 있는 산들만 10개를 넘게 올랐는데 앞으로 종주할 산들과 이들을 모두 모으면 한북정맥이 되고 이 산들을 모두 이은 선이 한북정맥의 마루금이 됩니다.
1969년 대학 2학년 때부터 즐겨 산을 탔지만 본격적으로 몇 개의 산을 이어서 “선의 산행”을 한 것은 작년부터이고 그 전까지는 주로 어느 한 산을 정하여 오르내리는 “점의 산행”을 해왔습니다. 제 경우 1997년까지는 “점의 산행”도 몇 개의 산에 집중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는 서울근교의 몇 개의 산들을 제외하고는 혼자 오르는 것을 감히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1998년 1년간 몸담고 있는 대학교에서 안식휴가를 얻은 친구와 더불어 경기도의 1,000미터를 넘는 산들에 도전하면서 점의 수를 늘렸고 작년부터는 안내산악회를 따라가고, 저 혼자서 몇 개의 산들을 연속해 오르내리며 “선의 산행”을 시도해왔습니다.
“점의 산행”이나 “선의 산행”이나 어느 산행이 더 가치가 있다거나 더 어렵다고 예단할 일은 아닌 듯싶습니다. “점의 산행”이 짧은 시간에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소모한다면 “선의 산행”은 은근과 끈기를 더욱 필요로 하기에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고, “점의 산행”이 아기자기한 계곡등반을 즐길 수 있다면, “선의 산행”은 산마루에서 주위의 정경들을 조감할 수 있기에 기쁨을 느낍니다. 제게는 한북정맥의 종주가 “점의 산행”이 쌓여 “선의 산행”으로 발전한 결과이기에 뜻깊은 것이며, 수 년 내에 백두대간을 종주하여 “선의 산행”의 결실을 맺고자 합니다. 물론 그 사이 사이 “점의 산행”도 계속하며 해외의 고산을 트레킹하는 즐거움도 맛 볼 뜻입니다.
어제는 경동OB산악회의 함 기영회장및 정 병기후배와 함께 8시간에 걸쳐 한북정맥의 일곱 번째 구간인 노채고개-원통산-운악산-47번국도의 10키로 남짓한 코스를 뛰었습니다. 먼저 다녀온 분들의 산행기에 운악산의 산세가 매우 험하여 몇 사람이 한 팀이 되어 반드시 자일을 휴대하고 산행을 해야 안전하다고 적혀 있어 함 회장에 지원을 요청, 이번 코스를 함께 뛰게 된 것입니다. 이들 지원군의 일정에 맞추느라 먼저 밟아야 할 청계산-노채고개의 구간을 다음 기회로 미루고 한북정맥의 여러 산 중 가장 험난하다는 운악산을 함께 올랐습니다.
일동에서 노채고개 약수터까지는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9시25분 약수터를 출발하여 그 15분 후에 해발 360미터대의 노채고개에 다다랐습니다. 9시40분 원통산으로 이어지는 들머리를 쉽게 찾아 쉼 없이 능선 길을 걸어 올랐습니다. 어제는 흐린 날씨로 하늘이 활짝 열리지 않았지만 땡볕을 피할 수 있어 산행을 하기에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하루였습니다. 원통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의 흙 살이 촉촉하고 부드러워 걷기에도 좋았습니다.
10시14분 해발 547미터의 원통산을 올랐습니다.
각흘산악회에서 세운 표지석을 배경으로 동행한 두 사람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능선 길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전진했습니다. 영신동으로 하산하는 첫 번째 안부를 지나 강동구갈림길까지 쉬지 않고 내달렸습니다. 내림 길이 생각보다 경사가 급해 스틱을 꺼내들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11시3분 일명 또 하나의 노채고개로 불리는 두 번째 안부인 해발 360미터대의 강동구갈림길에서 목을 추기며 숨을 골랐습니다. 노채고개를 떠난 지 1시간 23분만에 여기에 도착한 저희들의 주행속도는 그래도 빠른 편이어서 이 속도라면 오후 4시안에 47번 국도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아 잠시라도 편히 쉬었습니다. 쉬는 동안 다른 몇 분들의 산행기를 다시 읽고 나서, 가능한 한 위험한 암벽등반을 피하고 우회 길이 나있으면 그 길로 안전하게 산행하기로 뜻을 모은 후 강동구 갈림길을 출발하여 고도를 조금씩 높여 갔습니다.
5월초 수피령에서 하오현까지 산행을 할 때만 해도 산마루에 만개한 이런 저런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오가는 이들의 눈을 끌었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신록의 숲에 물려준 듯 나도양지꽃과 현호색을 제외하고는 다른 야생화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스스로가 4-5시간용 무릎이라 생각하여 장시간 산행을 자제한 함 회장이 스틱을 시험 사용한 후 내린 결론이 내리막길에서는 스틱을 사용하고 오름 길에서는 주인에 되돌려 주는 것이어서 주인인 정병기후배가 짜증이 날만도 한데 군소리가 없는 것은 오로지 함회장의 인격 때문만 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의심도 갔습니다.
12시16분 해발 560미터대의 안부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토스트와 김밥, 그리고 후식으로 오렌지를 맛있게 먹었으며, 오후 간식을 위하여 토스트와 김밥을 조금씩 남겨 놓았습니다. 긴장을 풀고서 이런 저런 방담을 나누는 느긋한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12시 38분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 오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름 새도 급한 바위 길을 몇 번이고 올라 다다른 바위전망대로 추정되는 해발 680미터대의 산마루에서 짐을 풀고 목을 추긴 후 비지땀을 흘리며 계속해 산을 올랐습니다. 운악산의 서봉이 지척의 거리로 가까워지고, 높다란 봉우리의 병풍바위가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13시28분 병풍바위를 바로 앞에 둔 해발 780미터대의 능선에서 병풍바위 쪽으로 직진하는 방향과 오른쪽의 운주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모두 표식기가 걸려있어 어느 길로 가야할지 판단이 잘 안 섰습니다. 직진하여 준비해온 자일로 병풍바위를 넘을 것인가, 아니면 하산길일지도 모를 우측 길로 들어서 우회할 것인 가를 결정하고자 서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결국 산행기를 다시 자세히 읽어본 후 우측의 길이 우회로임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섰고, 제가 스트링을 갖고 오지 않아 보조자일이 짧을 것 같다는 함 회장이 염려도 있어 준비해 온 자일을 쓸 일이 없어 아쉽지만 우측 길로 들어서 병풍바위를 우회하기로 최종결정을 했습니다.
13시 43분 능선을 출발하여 까까비탈의 길을 5-60미터 내려가니 병풍바위를 끼고 도는 우회로가 왼쪽으로 나있었습니다. 그 길을 따라 두 개의 산줄기를 넘어 다시 해발 830미터대의 주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그 동안 그토록 걱정해왔던 병풍바위를 27분만에 완전히 트래파스하고 나니 이번 산행도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둥바위에 조금 못 미쳐서 잠시 땀을 식히며 쉬는 동안 함 회장이 울산에 머물고 있는 이 규성 동문에 성공적인 산행을 알렸습니다. 운악산에서 먼저간 어떤 분의 죽음을 기리는 묘비석이 서 있는 기둥바위를 지나 운주사행 갈림길에 다다르자 5년 전에 저 혼자 힘들게 오른 길이 눈에 익어 반가웠습니다.
14시 55분 운악산 정상인 해발 936미터의 만경대에 올라섰습니다.
방금 지나온 서봉에서 만난 어느 젊은 두 분에 병풍바위를 우회하는 길을 생생하게 안내해 주고 나니 노채고개에서 5시간 15분을 걸어 여기 만경대에 오른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햇빛을 가릴 나무가 전혀 없는 만경대정상을 서둘러 내려와 가까운 숲길에서 등정의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15시 15분 47번 국도로 이어지는 하산 길을 찾았습니다.
어느 분의 안내대로 포천방향으로 2-3분 전진하니 그 길은 대원사로 내려가는 길인 듯 싶어 다시 돌아와 현등사 길로 하산했습니다. 길섶에 피어 있는 둥굴래 꽃망울이 입을 벌리지 못한 채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근접촬영으로 카메라에 옮겨 담았지만 사진솜씨가 신통하지 못하여 제대로 재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현등사길과 헤어지는 절고개를 지나 하산속도를 올렸습니다.
15시53분 해발 610미터대의 철암재에 다다라 잠시 숨을 고르며 아기봉 갈림길까지의 오르막길을 타기 위해 남아 있는 힘을 모두 모았습니다.
16시 18분 해발 700미터대의 아기봉 갈림길에 올라 남은 김밥과 토스트로 배를 채웠습니다.
가평쪽으로 들어선 채석장이 남동사면의 운악산을 갉아먹고 있어 보기에도 흉물스럽고 공해도 대단할 것 같아 걱정이 되었으며 채석장을 허가한 가평군에서 얼마나 제대로 된 환경평가를 했을 까 의심이 갔습니다.
16시 33분 다시 하산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헬기장을 지나 이어진 급경사의 하산 길을 스틱의 도움으로 엉덩방아 한번 찧지 않고 잘도 내려왔습니다. 군부대의 철조망울타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계속해 걸어 47번 국도의 구도로에 내려서니 3중대하차지점이 나타났습니다.
17시 28분 47번 국도의 3중대 하차지점에 도착함으로써 한북정맥 제 7구간인 노채고개-원통산-운악산- 47번국도의 긴 코스를 8시간만에 마쳤습니다. 윗봉수로 이동하는 중 만난 상봉터미널 행 버스를 집어타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모두들 선약이 잡혀있어 간단한 뒤풀이도 갖지 못한 채 과천에서 헤어지는 바람에 산행이 끝나면 빼놓지 않고 마시던 맥주도 건너뛰었습니다.
“점의 산행”을 “선의 산행”으로 옮겨가면서 최근에는 나 홀로 산행이 잦아졌습니다.
나 홀로 산행도 나름대로 멋과 맛이 있어 앞으로도 계속할 뜻입니다만, 어제처럼 지우 들과 오랜 추억을 반추하며 마루 금을 밟는 것도 또 다른 기쁨이기에 가능한대로 주선해 볼 생각입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뛰어준 함 기영, 정 병기 동문에 감사드리며 산행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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