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 종주기 1 *정맥구간:안흥진방파제-지령산-죽림고개-도황삼거리 *산행일자:2006. 3. 1일 *소재지 :충남 태안 *산높이 :지령산 212미터 *산행코스:안흥진방파제-127봉-지령산-죽림고개-도황삼거리 *산행시간:13시22분-17시38분(4시간16분) *동행 ;나홀로
지난 연말 한남정맥 종주를 마친 후 두 달 만에 다시 금북정맥 종주 길에 나섰습니다. 백두대간의 속리산에서 갈라져 서북쪽으로 뻗은 한남금북정맥이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492미터)에서 끝나고, 이 산줄기를 이어 받은 금북정맥은 다시 칠장산에서 서남쪽으로 내달아 천안의 성거산(579미터), 아산의 봉수산(536미터), 청양의 백월산(565미터), 홍성의 오서산(791미터), 예산의 덕숭산(495미터), 서산의 가야산(678미터)과 태안의 백화산(284미터)을 거쳐 태안반도 끝 지점인 서해의 안흥진에서 끝나는데, 금강 북쪽의 충청남도를 지나는 이 정맥은 그 길이가 무려 260키로나 되는 큰 산줄기입니다. 아침 6시40분 산본 집을 나섰습니다. 제가 멍청해 태안까지 가는 길이 멀었습니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금정역에서 천안 가는 전철이 십 수분 늦게 출발했고, 천안 역에 도착한 후에야 엉뚱하게도 다른 산의 산행기를 가지고 왔음을 알고 부랴부랴 큰 아들에 전화해 메일로 받은 산행기를 문방구를 찾아 프린트를 하느라 시간을 많이 까먹었습니다. 10시 정각에 천안을 출발하여 12시7분에 태안 읍에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천안까지 내려와서 태안으로 돌아갈 이유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강남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차비도 9,200원으로 2,000원이 비쌌고 시간도 직통버스인데도 2시간 남짓 걸렸기에 결과적으로 2천원을 더 들여 시간 반 가량 더 돌아 늦게 도착한 꼴이 되었습니다. 12시30분에 태안을 출발한 신진도행 군내버스가 연포해수욕장을 거쳐 신진도연육교 바로 밑의 안흥진에 저를 내려놓은 시각은 13시7분이었습니다. 오른 쪽의 골프장 태안비치크럽과 왼 쪽의 황해바다를 경계 짓는 시멘트 방파제의 길이는 1키로가 넘어 보였습니다. 3월이 시작되는 초하루 한낮에 상큼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방파제 위를 걷는 동안은 또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는 설렘으로 가슴이 뛰었습니다. 멀지 않는 거리의 섬들과 연육교 그리고 교회건물이 빚어내는 차분한 바닷가 풍경이 저의 설렘을 진정시켰고, 썰물로 드러난 작은 물길이 바다로 이어지는 모습이 조금 후 발을 들일 작은 정맥 길이 마침내 거대한 대간 길로 이어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작은 물길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13시22분 방파제 끝 지점인 해안가 산 밑에서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대간과 정맥을 종주하며 오후 시간에 산행을 시작하기는 이 번이 처음이어서 계획했던 근흥중학교까지 진출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아 해지기 전에 적당한 곳에서 산행을 마치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들머리로 들어섰습니다. 127봉으로 오르는 길은 막 산행을 시작해서인지 조금 가파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27봉에 올라 맞은편의 143봉에 이르기 까지 왼쪽사면이 해안선에 접해 있는 능선 길을 1시간가량 걸으며 간간히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았습니다. 능선 길은 백사장으로 내려앉았다가 다시 일어서 143봉을 올라서고 나서야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바다와 헤어졌습니다. 바다에 면한 산에서는 소나무가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방풍림으로는 소나무가 최고인 듯싶습니다. 사시사철 푸르다는 상록수도 겨울에는 제 색을 못 내고 있는데 어제 만난 소나무들은 이제 물이 막 올라서인지 솔잎이 제 색깔을 띠고 생기가 돌았습니다. 14시37분 143봉에 올랐습니다. 정맥 길이 설마 백사장을 지나랴 싶어 백사장에 내려서서 오른 쪽으로 10여분을 돌아 오르다가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함께 금북정맥을 종주해온 부부 두 분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제 한 시간이면 장장 260키로의 금북정맥 종주를 모두 마칠 이 가족팀이 바로 한 시간 전에 종주 길에 들어선 제게는 참 보기에 좋았고 마냥 부러웠습니다. 143봉에서 조금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꺾어 10분을 내려서서 다다른 갈음이 고개에서 5분가량 쉬며 목을 축였습니다. 15시30분 해발 218미터의 지령산정수리에 들어선 국방과학연구소정문에서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갈음이고개에서 십 수분을 올라 훤칠한 적송 밭을 지나자 새로 세운 듯한 철조망울타리가 나타났습니다. 울타리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얼마를 오르다가 커다란 바위가 드러난 절개면 옆으로 조심스레 올라 지령산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절개면에서 3-4분 오르자 이번에는 세운지가 꽤 오래 되어 보이는 철조망이 다시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철조망 앞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가시넝쿨을 스틱으로 쳐가며 지령산을 우회했습니다. 약 25분에 걸쳐 두개의 철조망을 지나 국방연구소 정문 앞에 다다르자 오른 쪽 밑으로 포장도로가 나있었습니다. 우리에 매인 개나 풀린 개나 낯선 사람을 보고 소리 높여 짖어 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양쪽 건물 두 군데서 짖어대는 개소리에 신경이 쓰여 쉬지도 못하고 바로 아스팔트길을 따라 5분가량 걸어내려 갔습니다. 달 반 후면 만개할 포장도로 변의 잘 자란 벚꽃나무 들의 수피가 윤택해 보여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꼈습니다. 16시18분 현대오일뱅크 연포주유소가 들어선 603번 도로의 죽림고개로 내려섰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정문에서 이 고개까지는 포장도로가 나있었는데 처음 몇 분간만 이 아스팔트길을 따라 걸었고 이내 산으로 들어서 마루금을 밟아 고개에 다다랐습니다. 몇 개의 나지막한 봉을 지나 만난 가파른 절개면을 키가 작은 소나무를 잡고 조심해 내려와 주유소 오른 쪽의 고개 마루에 내려섰습니다. 다음 종주 시 들머리에 쉽게 접근하기위해서는 603번 차도와 인접한 곳에서 산행을 종료해야 합니다만 아직 해지기까지 2시간 넘게 남아있어 이 곳에서 산행을 접기는 너무 이른 것 같아 종주산행을 계속했습니다. 16시50분 90봉을 조금 지나 다다른 묘지에서 짐을 풀고 7-8분을 쉬었습니다. 죽림고개에서 억새밭을 지나 다시 솔밭에 들어서자 생각보다 길이 선명하지 못했습니다. 몇 번이나 길을 벗어났으나 이내 제 길로 들어오곤 해 이번 산행에서는 이렇다할 알바는 하지 않았지만 죽어 있는 노송이 길을 막고 쓰러져 있었고 간혹 잡목들이 얼굴을 때려 산행에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다행히도 마루금이 603번 차도와 얼마만큼 떨어져 같은 방향으로 이어져가기에 어디서든 산행을 끝내고 차도로 나가 버스를 잡는 것은 문제없겠다 싶어 안심이 됐습니다. 얼마 후 사거리 안부인 시멘트도로에 도착하자 왼쪽으로 603번 도로 옆의 한주개발 건물이 보였습니다. 17시38분 도황삼거리 고개에서 종주산행을 끝냈습니다. 시멘트도로를 건너 다시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88봉에 오르기 까지 약간 오름길이 계속되다가 중간쯤에서 왼쪽으로 꺾어 다시 산을 내려섰습니다. 왼쪽으로 꺾지 않고 바로 직진을 하는 바람에 50분여 알바를 했다는 성 봉현 님의 산행기를 이미 읽은 터라 조심해서 이 지점을 지나 대나무 숲이 울창한 시멘트 포장길로 내려섰습니다. 아무데고 표지리봉이 보이지 않아 이제 그만 이번 종주산행을 접겠다며 603번도로를 향해 밭을 지나는 중 밭 건너 나무에 걸려있는 리봉이 눈에 띠어 다시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묘지를 지나 소나무 밭 사이로 난 마루금을 이어가자 십 수분 후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장승이 서있는 도황삼거리의 아스팔트포장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산속에서 어둠이 감지되기 시작했고 초행길이라서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쯤해서 산행을 마치기로 하고 주변 지형을 관찰해두었습니다. 왼쪽으로 조금 걸어 고개마루에 이르자 1-2백미터 앞으로 603번 도로가 지나가고 삼거리에 도황리 연포입구 정류장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있었습니다. 삼거리 정류장에서 올라 탄 태안 행 군내버스가 안흥진으로 갈 때 탄 버스임을 쉽게 안 것은 주부안내원이 인사를 건네서였습니다. 1980년대에 사라진 안내원탑승버스가 태안군에서 되살아난 것은 불과 한 달 전인 2월1일부터라 합니다. 안내원의 친절한 서비스에 외지의 관광객은 물론하고 이 지역 노인네들이 만족해하시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1980년대에 발간된 그의 저서 “메가트렌드”에서 “High Tech, High Touch"를 미래사회의 첫 번째 트렌드로 뽑았습니다. 기술이 발달되면 될 수록 사람들은 소외되기 쉽기에 더욱 정서적인 교류를 원한다는 그이 지적은 분명 탁견이었습니다. 디지털문명이 극성을 부리면 부릴수록 아나로그 시대의 훈훈한 정을 찾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안내원과 더불어 버스 안에 붙여있는 “얄개고교”, “진짜 진짜 미안해”와 “바보들의 행진”등의 영화포스터가 그 옛날의 분위기를 재현한 것도 하이테크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 하이터취로 다가서기 위해서입니다. 태안군의 안내원 탑승버스가 제공하는 친절한 서비스와 추억 등의 하이터취에 만족하는 고객들이 점점 늘어나 모처럼 소생한 이 이색적인 군내버스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쌩쌩 달리기를 빌어봅니다. 제 걸음으로는 칠장산에서 금북정맥 종주를 마치기까지 20회는 출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산들이 나지막해서 잔설도 남아 있지 않아 겨울의 잔재라고는 벌거벗은 나목뿐이었습니다. 산속에 파릇파릇 돋아난 이름모를 풀들이 봄이 와있음을 일러주었고 벌거벗은 나목도 동상을 입을까 빼냈던 물을 나뭇가지에 다시 올려 보냈습니다. 이렇게 소생한 봄을 맞고 보내고, 또 여름과 싸우고 부대끼다 가을 초입에 들어서야 정맥 종주를 마칠 것 같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민감히 반응할 이 산하를 보듬으며 옮겨 놓는 발걸음은 바로 2006년의 제 역사이자 발자취입니다. 제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도움을 주실 먼저 이 길을 밟은 분들에 미리 감사말씀을 올리며 첫 번째 종주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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