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구간:칠장산 3정맥분기점-걸미고개-도솔산-356봉-화봉육교
*산행일자:2006. 8. 26일
*소재지 :경기안성/충북 음성
*산높이 :도솔산279미터
*산행코스:칠장사주차장-3정맥분기점-좌벼울고개-걸미고개-도솔산비로봉
-당목리/용설리 포장도로-356봉-화봉육교
*산행시간:10시26분-16시30분(6시간4분)
*동행 :나홀로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에 등 떠밀려 칠장산의 3정맥 분기점을 다시 찾았습니다.
작년 9월부터 밟아온 두 정맥의 봉우리들이 속리산 천황봉에 고하는 그들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을 제게 부탁하고 나서, 혹시나 늦어져 올해를 그냥 넘길까 염려해서인지 한시라도 빨리 한남금북정맥의 종주 길에 나서라고 졸라댔습니다. 며칠 안남은 이달은 건너뛰고 9월부터 시작하겠다는 제 속내를 알아챈 그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어제 한남금북정맥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두 정맥의 연봉들이 최고봉이자 수장인 속리산 천황봉에 한목소리로 고하고자 하는 것은 산허리를 잘라내고 마구잡이로 파헤치는 인간들을 하루 빨리 벌주어 그들의 전횡을 막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경기도를 관통하는 한남정맥에 비하면 충청도를 지나는 금북정맥은 개발문제가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내버려 둘 경우 조만간 그 개발의 비수가 자신들을 향할 것이 분명하기에 한남정맥과 손을 잡고 연명으로 소원을 내는 것이라 했습니다.
한남금북정맥이란 백두대간의 속리산 천황봉에서 북서쪽의 칠장산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로 한강과 금강의 물줄기를 가른다하여 이름 붙여진 정맥입니다. 속리산의 천황봉에서 시작하여 시루산(482미터), 구봉산(505미터), 국사봉(587미터)과 선두산(527미터)을 일군 한남금북정맥은 일단 청주의 상당산성에서 가쁜 호흡을 고릅니다. 다시 좌구산(657미터), 큰산(510미터) 및 소속리산(432미터)을 거쳐 음성에 다다라서는 고도를 확 낮추어 잠시 쉬었다가 마이산(452미터)을 불러 세운 후 경기안성의 칠장산 3정맥 분기점에서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에 바톤을 넘겨줍니다. 천황봉에서 3정맥 분기점까지 도상거리가 약 150키로 밖에 안 되어 많은 분들이 단 여덟 번 출산으로 끝냅니다만, 걸음이 느린 저는 12-3구간으로 나누어 연말 즈음에 마칠 계획입니다.
아침10시26분 칠장사 일주문을 출발했습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7시50분발 진천행버스를 타고가다 9시50분에 칠장사로 출발하는 버스로 갈아타고자 죽산에서 하차했습니다. 일죽I.C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논 뜰을 가득 채운 누런 벼가 넘실대는 것을 보고 바짝 다가서는 가을을 느꼈습니다. 칠장사를 그냥 지나치고 잘 자란 산죽 길을 걸어올라 3정맥 분기점에 서서 속리산 천황봉까지 안전산행을 비는 기도를 올렸습니다.
11시 정각 3정맥 분기점에서 한남금북정맥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뿌린 비로 둥굴레 밭 사이로 난 흙길이 촉촉했고 내림 길의 경사가 완만하여 두 정맥을 힘들게 마친 산객들에 주어진 보너스 길처럼 느껴졌습니다. 칠장사로 갈리는 안부사거리에서 375봉으로 치고 올랐습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세워진 360봉을 지나 왼쪽 포장도로너머로 안성C.C의 초록색 필드가 자리하고 있는 좌벼울고개로 내려섰습니다. 철쭉 길을 지나 배수로를 만났고 이 배수로를 따라 걸어 클럽하우스 앞의 주차장으로 내려섰습니다. 주차장을 가로 지르는 중 오른 편에 승합차와 중형차, 또 소형차들이 나란히 주차된 것을 보고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골프가 상당히 대중화되었다 했는데 그 맞은편에는 반대로 고급승용차만 눈에 띄어 먼저 본 차량들은 손님들이 아닌 종업원들의 차라고 짐작됐습니다.
12시30분 걸미고개 절개면 상단의 그늘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안성C.C 주차장에서 정맥 길은 골프장 진입로 왼쪽의 산줄기를 따라 이어가는데 이번에는 정맥 길을 걷지 않고 진입로를 따라 12분을 걸어 12시24분에 17번 도로상의 걸미고개에 도착했습니다. 도로를 건너 가파른 절개면을 올라 그늘에서 짐을 풀자 모기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아 점심을 후딱 들고 바로 종주산행을 이어갔습니다. 두 정맥을 종주하며 자주 보아온 몇 분들의 표지리봉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아 서운했습니다. 가시나무가 옷을 잡아당기고 거미줄이 얼굴에 들러붙는 것만 빼 놓는다면 도솔산으로 향하는 길은 걸을 만 했습니다. 왼쪽 길로 오르면 바가프미산으로 갈라지는 송림삼거리에서 오른 쪽 능선 길을 따라 걸어 도솔산 보현봉에 도착하기까지 걸미고개를 출발하여 33분이 걸렸습니다.
13시30분 해발 279미터의 보현산 비로봉에 도착했습니다.
여기 비로봉에 삼각점이 세워진 것으로 보아 도솔산 정상은 14분전에 지난 “나와 자연이 진리로 한 덩어리임을 아는 것이 불심입니다”의 안내판이 걸려 있는 보현봉이 아니고 “풀 한 포기마저 사랑하는 마음이 불심입니다”라는 표지판을 걸어 놓은 비로봉이 틀림없겠다 싶었습니다. 나와 자연이 한 덩어리임을 안다면 풀 한 포기마저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일 것이기에 어느 봉을 올라도 불심에 충만할 것 입니다. 비로봉에서 동쪽으로 조금 가다가 오른 쪽으로 확 꺾어 남쪽으로 향하는 등 동쪽과 남쪽을 차례로 바꿔가며 전체적으로는 남동쪽으로 진행했습니다. 잠시 개활지의 풀밭으로 길을 잘못 들었다가 이내 제 길로 들어섰는데도 산행이 조심스러웠습니다. 아직 제 능력으로는 지형도를 가지고 개념도를 제대로 그려낼 수준이 못되어서 어제는 개념도를 따로 준비하지 못한 채 달랑 5만분의 1의 지형도만 가지고 종주 길에 나섰습니다. 비로봉 출발 14분이 지나 편안한 솔밭 길로 들어섰습니다. 200봉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7기의 묘지가 들어선 곳에서 쉬어가고자 했으나 분뇨냄새가 지독해 그대로 전진해 임도로 내려섰습니다.
14시26분 당목리-용설리 간 포장도로가 지나는 고개마루에 다다랐습니다.
임도로 내려서 조금 걷다가 왼쪽 길 아래로 그늘이 보여 산행을 멈추고 13분을 쉬었습니다. 아침 시간 고속도로를 지날 때에는 비가 뿌렸지만 죽산에 다다르자 비가 그치고 해가 들기 시작해 나무그늘이 없는 곳을 산행하기는 무덥고 후덥지근했습니다. 임도를 따라 5-6분을 걸어 고개마루에 당도해 안내판에 사랑의 나무로 명명된 활짝 핀 무궁화 꽃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도로를 건너 산길로 들어서 얼마를 걷자 오래 전에 오른쪽 비탈의 나무들을 벌목해 아카시아와 잡풀들이 무성한 땡볕 길의 잡풀들을 헤쳐 나가기가 힘들었습니다. 몸통이 가느다란 작은 뱀이 고개를 바짝 들고 저를 쳐다보아 깜짝 놀라 스틱으로 땅을 몇 번 쳤더니 땅굴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저를 해칠 뜻이 아니고 이 여름이 가기 전에 고별인사를 하러 고개를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속 좁은 제 행위가 부끄러웠습니다. 10분 가깝게 벌목지 윗길을 걸어 다시 시원한 산길로 들어선 후 무명봉을 올랐습니다. 무명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 시원스레 하늘로 곧게 향한 낙엽송 숲을 지났습니다.
15시22분 356봉에서 짐을 내려놓고 쉬는 동안 복숭아를 꺼내들어 시장기를 달랬습니다.
무명봉에서 3백미터 대의 봉우리 3개를 넘어 356봉에 오르기까지 세 번째 봉우리가 제일 가팔랐습니다. 극성스럽게 덤벼드는 모기들을 쫓아버리느라 잠시도 편히 쉬지 못했습니다. 356봉에서 북동쪽으로 11분을 걸어 내려와 저티재를 지났습니다. 340봉을 거쳐 삼각점이 서있는 해발 352미터의 도고리봉에 올라서자 형형색색의 표지기가 많이 걸려 있었습니다. 자그마한 페난트기를 매달은 강성원우유의 표지기와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사진을 박아 넣어 비닐로 코팅한 백암 김 진기님의 명함이 눈을 끌었습니다.
16시30분 화봉육교에서 첫 번째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도고리봉에서 내려가다 어디에선가 길을 잘 못 들어 십수분간을 엄청 고생했습니다. 왼쪽능선을 따라 내려가야 했던 것을 희미한 발자취를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길이 아닌 곳으로 접어들었음을 너무 늦게 확인해 다시 원위치하는 것보다 차도가 보이는 산 밑으로 그냥 내려서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자 바로 아래 묘지가 보여 잠시 숨을 돌린 후 무작정하고 풀숲을 뚫고 전진했습니다. 여름산행에서 제일 힘든 것은 제 길에서 벗어나 풀숲을 헤쳐 나가는 것입니다. 기껏해야 20-30미터밖에 안되는 풀숲을 뚫고 나가는 동안 긴 바지와 긴 팔 옷을 입었는데도 가시에 찔리고 풀들에 쓸려 쓰리고 아렸습니다. 발밑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뱀을 밟거나 또 벌집을 건드리는 것은 아닌지 두려웠습니다. 십 분 넘게 풀숲을 헤쳐 나가 묘지에 이르자 왼쪽으로 임도가 이어져 이제는 살았다 싶었습니다. 4-5분을 더 걸어 583번 지방도가 중부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경기 안성과 충북 음성을 경계지점의 화봉육교로 내려섰습니다.
지방도를 따라 음성 쪽으로 7-8분을 걸어 다다른 버스정류장에서 꽃동네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십수분 후 면소재지인 삼성리에서 하차하자 성인오락실 한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요즈음 문제된 성인 오락실이 손바닥만한 이 곳까지 진출한 것을 보고 대한민국이 도박천국임을 실감했습니다. 전국토를 도박장으로 만든 부도덕한 자들이 써 내려가는 “바다이야기”는 이제껏 젊은이들에 꿈을 심어주고 가슴을 설레게 한 그런 용맹스런 이야기가 아니고 “정치는 최고의 덕”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씀을 헛소리로 치부하며 파렴치한 짓거리를 계속 해대는 더럽고 냄새나는 이야기가 분명할 것입니다.
첫 번째 종주산행을 마치고 나자 속리산행 정맥 길이 그리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번은 알바를 각오해야하며 들머리 날머리가 점점 멀어지고 오가는 교통편도 훨씬 불편한데다 해가 짧아져 산행시간도 길게 잡을 수 없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점점 가중될 것입니다. 그래도 세속에 주저앉아 “바다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땀 흘리며 정맥 길을 따라 걷는 것이 몇 백배 신이 날 것 같아 다시 산행채비를 하고자 합니다.
<산행사진>
'III.백두대간·정맥·기맥 > 한남금북정맥 종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남금북정맥 종주기6(질마재-이티재) (0) | 2007.01.03 |
---|---|
한남금북정맥 종주기5(보천고개-질마재) (0) | 2007.01.03 |
한남금북정맥 종주기4(승주고개-보천고개) (0) | 2007.01.03 |
한남금북정맥 종주기3(583번지방도협진주유소-승주고개) (0) | 2007.01.03 |
한남금북정맥 종주기2(화봉육교-583번지방도협진주유소) (0) | 2007.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