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남금북정맥 종주기

한남금북정맥 종주기7(이티재-산성고개)

시인마뇽 2007. 1. 3. 23:04
                                           한남금북정맥 종주기 7


                            *정맥구간:이티재-상당산-산성고개

                            *산행일자:2006. 10. 8일

                            *소재지  :충북 청주/청원

                            *산높이  :상당산491미터

                            *산행코스:이티재-486.8봉-인경산갈림길-477봉

                                            -상당산-산성고개

                            *산행시간:9시30분-16시7분(6시간37분)

                            *동행       :쌍용제지 한성환/이석범 입사동기

 


   어제는 옛 직장동료들과 함께 한남금북정맥을 종주했습니다.

1978년 입사하여 18년간 함께 일했던 쌍용제지(주)의 입사동기 한성환-이석범 두 친구들과 함께 가을이 내려앉은 고즈넉한 산길을 걸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한 종주 길은 짧은 거리에 산행시간을 최대로 늘려 잡아 모처럼 여유로웠습니다. 정맥 종주 산님들이 4시간 걸리는 충북청원/청주의 이티재-상당산-산성고개 구간을 쉬엄쉬엄 걸어 6시간 반 만에 마쳤습니다. 청주에서 살고 있고 살았던 친구 둘이 함께 한 우정산행은 정맥 길만큼이나 길고 긴 세월을 한 직장에서 함께 일한 동료들과의 산행이어서 가슴 뿌듯했습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 교분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대개가 동창들이거나 직장동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학교 동창들은 한 학교를 같이 다녀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해왔고 졸업 후 만난 직장동료들은 한 일터에서 같이 일해 삶의 애환을 공유해왔다는 생각입니다. 17명이 입사하여 지난 해 한 친구가 마지막으로 퇴사하기까지 함께 일해 온 저희들에게는 회사가 일터이자 배움터였고 삶의 터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기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회사가 퇴사 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저희들 모두가 바라는 것입니다.


  아침9시30분 해발 360미터의 이티재를 출발했습니다.

6시30분에 강남터미널을 출발한 고속버스가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를 달려 예정대로 한 시간 반 만에 청주에 도착했습니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한 구간을 함께 종주하기로 약속한 한 때 청주에서 살았던 이 석범 친구와 함께 십 수분을 기다려 청주에 살고 있는 한 성환 친구를 만났습니다. 이 친구가 타고 온 승용차를 집에다 두고 가느라 이티재 도착시간이 반시간은 늦었지만 애당초 오후 4시경에 이번 산행을 끝 낼 생각이었기에 문제될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티재에서 밭가의 임도를 따라 올라 산행을 시작한지 24분 만에 삼각점이 세워진 486.8봉에 올랐습니다. 일부러 찾지 않는다면 풀숲에 가려 그냥 지나칠 삼각점이 중요한 것은 지도에서 제 위치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군부대 참호를 지나 내려서 직진하다 왼쪽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직진을 해 무명봉에 올랐는데 한 7-8분간 표지리봉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루금에서 한참을 벗어났음을 뒤늦게 알아채고 표지리봉이 나오는 곳 까지 원위치할 생각으로 되돌아가던 중 삼거리 갈림길에서 동쪽으로 확 꺾인 길 방향으로 걸려있는 표지리봉을 만나 20분 가까운 알바를 끝냈습니다. 이번 알바로 동행한 두 친구들이 표지기의 고마움을 확실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그냥 헛수고만은 아니었습니다. 갈림길에서 10분가량 내려서 잘 지어진 납골당 옆을 지났고 잠시 후 몇 아름은 될 법한 거목의 밑 둥 한 가운데가 텅 빈 느티나무 바로 아래 자리한 청원의 북일면 비상리-미원면 대신리를 잇는 임도로 내려섰습니다. 


  11시33분 인경산 헬기장에서 마루금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임도를 건너 해발560미터의 헬기장에 도착하기까지 50분이 걸렸습니다. 임도를 출발하여 33분간 올라 만난 갈림길에서 두 친구들은 오른 쪽의 우회 길로 들어서 마루금을 따랐고 저는 인경산을 오르고자 똑바로 올랐습니다. 얼마고 오르자 헬기장의 삼각봉에 올랐으나 삼각점을 찾지 못해 이 봉우리가 인경산 정상이 아님을 알았으나 두 친구들이 밑에서 기다려 더 이상의 진행을 포기하고 마루금으로 복귀해 합류했습니다. 산 중턱에 떨어진 밤송이를 주워 까면서 10분가량 망중한을 즐긴 후 서진을 계속했습니다. 헬기장 출발 반시간 후 오른 구릉삼거리에서 삼각점을 보았는데 제가 갖고 간 5만분의 1 지도에 이 삼각점이 나와 있지 않아 어리둥절했습니다. 표지기의 중요성을 깨달은 두 친구들이 진행 방향으로 표지기가 걸려 있나 여부를 부지런히 확인해주어 얼마 전의 알바는 반복되지 않았습니다. 구릉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해 안부로 내려섰다가 460봉으로 올라서는 동안 한 친구가 한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는 난초를 발견하여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460봉에서 조금 더 걸어 소나무 한 그루가 그늘을 만들어 준 평평한 곳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저 혼자 종주할 때의 점심에 비하면 이번 점심은 두 친구가 송편, 부침이, 찐 밤과 고구마, 새 빨간 햇사과, 김밥 등 풍성하게 준비해와 산에서는 좀처럼 들 수 없는 성찬이었습니다. 자연 먹고 되새기는 시간도 저 혼자 왔을 때 보다 4배는 길어져 46분이 걸렸습니다.


  13시15분 오후 산행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남서쪽으로 뻗어나가는 정맥길 왼쪽 아래로 농심을 풍요롭게 하는 황금빛 논 뜰이 내려다 보여 덩달아 저희들도 넉넉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나무 쉼터 출발 20분 후에 477봉에 다다랐습니다. 서쪽으로 직진하며 34분을 더 걸어 돌탑이 세워진 안부에 이르기까지 420봉을 지났고 밭가의 안부와 나지막한 구릉도 지났습니다. 14시18분 돌탑안부를 출발했습니다. 420능선으로 올라서는 길에 청원군의 안내판을 보았는데 등산로명이 이티재로 적혀 있어 이번 산행의 출발지인 고개이름과 같아 혼동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숲속의 둥지 음식점안내판이 서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확 바꾸어 상당산성으로 향했습니다.


  15시 정각 산성 안에 자리한 해발 491미터의 상당산에 올랐습니다.

20분전에 도착한 산성 성벽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왼쪽으로 내려가다 동암문에서가 산성 안으로 들어가 오른 쪽 꼭대기에 자리한 상당산 정수리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한 분에 부탁하여 셋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산을 에워 싼 상당산성은 성둘레가 4.2키로이고 안에 넓이가 22만평이 넘는 대규모 석성으로 백제 때 토성으로 쌓은 것을 이조 숙종 때 석성으로 개축하고 1980년에 남문, 서문과 동문의 누문을 모두 복원했다 합니다. 서울의 북한산성도 숙종 때 석성으로 개축했다는 데 두 성의 개축에 동원된 백성들의 피땀 어린 노고를 기리는 기념탑이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백성을 중시하지 않는 이러한 조정의 자세가 훗날 동학혁명을 만나서도 고쳐지지 않아 이조의 멸망을 자초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정맥 종주는 마루금을 충실히 이어가는 것이기에 보다 빠른 동쪽의 성곽 길을 버리고 남서 쪽으로 이어나가는 산줄기를 찾아 걷느라 몇 달 만에 산에 오른 한 친구가 힘들어했습니다. 청주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높이의 성곽 길에서도 선명하게 시내를 볼 수 없는 것은 교육의 도시로 살기 좋기로 이름난 청주시도 과밀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공해가 심화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당산 정상에서 산줄기를 따라 30분을 오르내리다 서문망루에 올랐습니다. 다시 산길로 되돌아와 산죽 길도 걷고 소나무 밭길도 걸어 남암문을 통과, 성밖으로 나갔습니다. 이번 산행으로 54분 동안 상당산성의 동서남 3개 성문 중 서문을 지났고 동 남 두개의 암문은 모두 통과한 셈입니다.


  16시7분 산성고개로 내려서 하루 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6시간 36분의 긴 산행이 비록 코스는 짧다 해도 정맥 종주를 처음 한 두 친구들에는 쉬운 산행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한 친구가 제게 이리도 힘든 종주산행을 왜 하느냐고 물었을 것입니다.


  능선 길의 연봉들을 수 없이 오르내려야 하는 정맥종주는 정상 한 봉우리를 올랐다가 내려서면 끝나는 점의 산행과는 달리 시작과 끝이 없는 진행형의 선의 산행입니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진행하다가 차도가 지나는 고개마루에서 운행을 잠시 멈춥니다. 다음번에 고개마루로 돌아와 또다시 선의 산행을 시작해 종국에는 대간 길에 이르게 되고 대간 종주로 바톤을 넘기는 것이 정맥 종주입니다. 보통사람들의 삶이 이러할 것입니다. 끝없는 시련과 그 뒤에 숨겨진 환희가 수많은 봉우리를 오르는 고통과 내려설 때의 기쁨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입니다. 왜 정맥을 종주하느냐의 질문이 바로 왜 사느냐의 물음과 같아서 아직도 저는 친구에 답을 들려주지 못했습니다. 어찌했든 사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라면 정맥 종주도 아름다운 것이기에 조만간 산성고개를 다시 찾아 마루금을 이어갈 것입니다.


  청주시내에 사는 한 친구가 뒤풀이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온 몸으로 땀을 흘린 종주산행에 뒤 이은 생맥주와 닭튀김은 최고의 뒤풀이 메뉴였습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밤의 귀경 길은 평일보다 더 순조로웠습니다. 한 시간 반 걸려 밤 9시10분에 강남터미날에 도착해 산 나들이를 모두 마쳤습니다. 우정산행에 동참해 정맥길을 같이 뛰어 준 두 친구에 감사인사 전하며 산행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