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구간:산성고개-선도산-선두산-머구미고개
*산행일자:2006. 10. 13일
*소재지 :충북 청원/청주
*산높이 :선도산547미터/선두산527미터/것대산484미터
*산행코스:산성고개-것대산-현암3거리-선도산
-선두산-머구미고개
*산행시간:11시5분-17시20분(6시간15분)
*동행 :나홀로
정맥 길 종주 중에 크고 작은 여러 묘지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마루금 가까이에 햇빛이 잘 드는 배산임수의 명당자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대간 길은 설사 명당자리가 있어도 고도가 높아 묘지가 들어서기 어렵지만 해발 3-4백 미터대로 고도가 낮은 정맥 길에는 들고나기가 편하여 여기저기에 이런저런 묘들이 많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땅 속의 선조들이 후손을 잘 두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정도로 거대한 호화묘지도 있고, 간신히 흔적만 남아 있어 후손들의 삶이 얼마나 고된가를 짐작케 하는 초라한 묘들도 있으며, 그리고 산 사람들의 아파트단지에 해당되는 집단의 공원묘지도 여러 곳 있습니다.
어제는 산성고개-선도산-머구미고개 구간을 종주하면서 정맥길 바로 아래 남서쪽 비탈면에 자리 잡은 대단위 공원묘지 목련공원 윗길을 지났는데 몇 천기는 됨직한 장방형의 자그마한 묘지가 가지런히 들어앉아 깔끔해 보였습니다. 봉분의 높이도 10센티를 넘지 않을 정도로 낮고 상석도 조그마해 호화묘지 한 기의 터에 수십 기는 들어선 것 같았습니다. 깔끔하게 잘 다듬어진 묘지를 보고나서, 또 그 앞에 놓여진 국화꽃을 보고서도 안타까움을 느낀 것은 추석 성묘 차 다녀간 후손들이 내년 봄 구정에 다시 찾아올 때 까지 땅 속에서 맥 놓고 기다려야 하는 먼저 가 계신 분들이 얼마나 쓸쓸해하실까 걱정되어서였습니다. 그래도 여기 영혼들은 이처럼 공원묘지에 함께 있어 덜 외로울 것이지만 산속 깊은 곳에 모셔진 영혼들은 더 외롭고 기다림이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산 높은 곳에 명당자리를 찾아서 호화묘지로 꾸며놓고 일년에 한두 번 찾는 것보다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산 사람과 앞서 간 분들의 영혼이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집 가까이에 묘지를 쓰거나 아니면 공원묘지에 모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을 햇살이 아직은 온기를 잃지 않아 묘지를 따뜻하게 비친다 해도 시장 안 훈기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 사람들의 체온 때문이라면 가능한 한 저도 자주 선산을 찾아 따뜻한 저의 체온을 먼저 간 집사람에 전할 뜻입니다.
산성고개에 11시가 다되어 도착했을 정도로 이번 산 나들이는 굼떴습니다.
아침 해가 중천에 뜬 7시 반이 다되어 산본 집을 출발했고 강남터미날에서 청주행 고속버스에 오른 시각도 8시30분 이었습니다. 서울을 빠져나가는데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 10시15분 경 청주에 도착했고 도청까지 시내버스로 옮긴 다음 산성버스를 기다려 타는 대신 시간을 벌고자 5천원을 들여 택시로 산성고개에 올랐습니다.
오전11시5분 산성고개를 출발해 것대산으로 향했습니다.
길 왼쪽으로 여러 기의 묘지가 들어선 능선길을 걷다가 안부사거리로 내려서자 이 고개를 넘나드는 꽤 넓은 길이 왼쪽의 시멘트 길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안부에서 밧줄을 잡고 가파른 길을 올라 봉화대와 묘지가 들어앉은 해발397미터의 것대산 봉수지에 다다른 것은 산성고개를 출발하여 반시간이 지난 후였습니다. 이곳 것대봉 봉수지를 지나는 남해-한성 간의 봉수노선은 조선시대 전국5개의 노선 중 하나로 고려 때부터 1894년까지 사용되었다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빛을 이용해 봉화로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통신시스템이 이제는 그보다 속도가 훨씬 느린 소리를 이용한 전화로 대체된 것은 시스템사용의 편의성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11시42분 해발433미터의 것대산 활공장에 올라 왼쪽으로 난 샛길로 들어섰습니다.
512번 지방도에서 능선 길 왼쪽으로 이어진 시멘트 차도는 봉수대 조금 지나서 끝났고 조금 더 올라 행글라이드와 파라글이드의 활공장에 오르자 오른 쪽 아래로 청주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만 희뿌연 스모그로 도시가 산뜻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고개 들어 올려다본 파란 하늘에는 제우스신이 스케치해 놓은 새털구름이 깔끔하면서도 폭신해 보여 한 가을의 정취가 느껴졌습니다. 10분가량 산길을 걸어 다다른 KTF/LG 중계탑에서 512번 지방도로와 현양원을 잇는 1차선포장도로로 내려섰다가 철망 옆으로 난 길을 따라 12시 2분에 403.6봉에 올랐습니다. 15분을 더 걸어 수천 분의 영혼을 모시는 목련공원 윗길을 지났는데 이 공원묘지가 정맥 길 종주 중에 보아온 어떤 공원묘지보다 깔끔하고 모던해 보였고 나지막한 장방형의 묘지들이 일 열로 나란히 들어서있어 기하학적 아름다움도 돋보였습니다. 401봉을 올라 자잘한 나무들 사이로 난 희미한 길을 따라 걷다가 원형의 석곽묘 옆을 지나 512번 지방도로로 내려섰습니다.
12시45분 미원/보은과 목련공원으로 길이 갈리는 현암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512번 지방도로로 내려서서 건너편의 능선 길을 따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차도를 따라 7-8분을 걸어 현암삼거리에 도착해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길 오른쪽의 집사이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 자그마한 마을로 들어서 몇 백 년 된 거목을 지났고 이내 마을을 벗어나 밭가의 들머리로 들어섰지만 간벌 차 베어진 커다란 소나무들 밑으로 길이 숨겨져 선도산으로 오르는 길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밭가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가로막은 나무들을 타고 넘어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향해 곧바로 길을 내며 올라섰습니다. 13시 정각에 제 길로 들어선 다음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마루금을 이어갔습니다. 묘지가 들어선 구릉에 오르기까지 20분 동안 계속된 오름 길이 산성고개 출발 후 한 번도 쉬지 못한데다가 하루살이의 극성스러운 동행이 시작되어 힘들었습니다.
13시40분 해발547미터의 선도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구릉의 묘지에서 정상에 이르기까지 20분간의 산행은 한두 번 낮은 봉을 오르내렸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아 편안했습니다. 군 통신시설물과 정상석이 세워진 정상 바로 아래 그늘진 곳에서 점심을 들면서 14분 간 늘어지게 쉬었습니다. 정상 출발 몇 분 후에 청주삼백리답사대의 “한남금북정맥 가는 길” 플래카드가 붙어있는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섰다가 460봉으로 올라섰습니다. 왼쪽 사면에 낙엽송이 들어선 능선 길을 따라 내려가다 임도를 건너 돌무덤이 있는 안부를 지났습니다.
14시48분 돌무덤 안부에서 치켜 올라 해발527미터의 선두산에 도착했습니다.
선두산 정상은 한 시간 전에 들른 선도산과는 달리 정상석도 없었고 삼각점도 잡목 속에 가려져 초라했습니다. 525봉을 지나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뛰어내려가 이목리 양지말과 한계리를 연결하는 비포장도로에 15시 정각에 내려섰습니다. 다시 7분을 걸어올라 400봉에서 5-6분을 쉬었습니다.
16시30분 삼각점이 세워진 483.1봉에 올라 6분을 쉬었습니다.
휴식을 끝내고 15시13분에 400봉을 출발한지 15분 후에 가느다란 철선을 넘어 올라선 자족산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종주산행을 이어갔습니다. 선두산 정상-자족산갈림길-483봉을 있는 정맥길은 바로 아래 작은 마을 웃전하울을 가운데 놓고 반원을 그려갔습니다. 자족산 갈림길에서 7-8분을 걸어 480봉에 오른 다음 U턴하듯 오른 쪽으로 돌아 넓은 산길로 내려서자 왼쪽 사면에 빽빽이 들어차있는 낙엽송 들이 아직은 푸르름을 잃지 않고 똑바로 서있었습니다. 420봉에서 시작되는 부드러운 능선 길이 끝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확 꺾어 웃전하울-산정말을 잇는 자갈길 삼거리로 내려서 직진하여 임도로 들어섰습니다. 반시간 가까이 꾸준히 걸어 483.1봉에 오르자 풀 속에 반쯤 가려진 삼각점이 저를 반겼습니다. 왼쪽 아래 웃전하울 다랑이 논이 담고 있는 황금색이 가을 색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개 짖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자 가까이의 새들이 함께 울부짖었습니다.
16시36분 483.1봉에서 오른 쪽 길로 내려서다가 능선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410봉에 다다랐습니다. 그리고 참나무 숲길을 따라 내려서다가 400봉에 올랐고 다시 안부로 내려섰습니다. 안부에서 바로 앞의 한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돌아 하산했습니다. 저녁 6시안에 산행을 마치고자 선도산에서 점심을 들고 나서는 부지런히 걸어 생각보다 빨리 머구미재에 도착했습니다.
17시20분 32번 지방도가 지나는 해발260미터의 머구미고개에 도착해 6시간 남짓한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신도로 옆의 SK낭성주유소에서 맥주 한 캔을 사들고 나서 구도로로 돌아가 청주 가는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일요일 밤보다 차들이 훨씬 많아 귀경길이 반시간 이상 지체됐습니다.
웬만하면 앞으로 4번만 더 출산해 속리산 천황봉에 닿을 생각입니다.
전날 밤 내려와서 하룻밤을 묵은 후 아침 일찍 출발하면 산행시간을 길게 잡을 수 있어 출산횟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오가는 교통편이 점점 불편해지고 11월 중순이면 국립공원은 입산이 금지되어 그 안에 종주산행을 마쳐야 하기에 보다 길게 코스를 잡아 뛰어볼 생각입니다. 벌써부터 속리산 천황봉에 오를 생각으로 가슴이 설렙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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