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구간:갈목재-667.3봉-속리산 천황봉
*산행일자:2006. 11. 11일
*소재지 :충북보은/경북 상주
*산높이 :속리산1,058미터
*산행코스:갈목재-667.3봉-속리산천황봉-상환암
-법주사-속리산버스정류장
*산행시간:10시9분-18시19분(8시간20분)
*동행 :쌍용제지 이석범 입사동기
그동안 정맥 길에서 괜스레 심술을 부렸던 제우스신도 이번만은 저를 도와 늦가을 특유의 쾌청한 하루를 내려 주었습니다. 한남금북정맥의 마지막 종주구간인 갈목재-천황봉코스를 친구와 함께 오르기로 일정을 잡아 놓고 일기예보를 점검해왔는데 이 지역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한주 내내 계속되어 우중산행을 단단히 채비했었습니다. 냉랭한 가을비를 맞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꼼꼼하게 준비를 한 저희들을 가상히 여긴 제우스신이 계획했던 비를 거두어 깔끔하게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속리산 천황봉에서 백두대간과 갈라지는 한남금북정맥이 서북쪽으로 내닫다가 경기 안성의 칠장산에서 북쪽으로는 경기 김포의 보구곶까지 한남정맥이 뻗어 있고 남쪽으로는 금북정맥이 이어져 충남 태안의 안흥진에서 끝나는 총 연장 6백Km의 장대한 산줄기를 어제 모두 밟았습니다. 작년 9월에 김포의 보구곶에서 첫발을 들인 후 12월에 칠장산에서 도상거리 176Km의 한남정맥 종주를 마쳤고, 올 3월에 태안반도 끝 지점인 안흥진에서 도상거리 279Km의 금북정맥 종주를 시작하여 8월에 역시 칠장산에서 끝냈습니다. 이어서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이 만나는 칠장산의 3정맥 분기점에서 도상거리 152Km의 한남금북정맥을 밟기 시작해 어제 속리산 천황봉에서 백두대간과 합류해 총 도상거리 607Km의 한남/금북/한남금북정맥을 46회 출산하여 3개 정맥의 종주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도상거리는 진혁진님의 홈페이지에서 따왔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진혁진님께 죄송하며 늦게나마 감사드립니다.)
대간 길에 우뚝 솟은 천황봉에 올라 그 분께 감사기도를 올렸습니다.
우리의 이 산줄기를 한번 걸어보겠다고 뜻을 세우게 해주셔서 고마웠고, 제게 건각을 주시어 힘든 길을 무탈하게 걷게 해주셔서 고마웠으며, 저 혼자서 길고 긴 산줄기를 밟으면서 산식구들과 벗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무엇보다도 고마운 것은 종주산행을 하면서 항상 무엇에든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신 점입니다. 이런 모든 고마움을 한번의 산상기도로 끝낼 수는 없기에 저는 또다시 새로운 정맥길 종주에 나서서 계속해 감사드릴 뜻입니다.
한 달 전 이티고개-상당산성-산상고개의 한 구간을 같이 뛰었던 쌍용제지(주) 입사동기 이석범 친구가 마지막 구간 종주에 합류했습니다. 제가 늦어 예정보다 30분 늦은 아침 6시30분에 강남터미널을 출발했습니다. 청주에서 상주행 시외버스를 타고가다 9시 반을 조금 넘겨 보은에서 하차했습니다. 십 수분을 기다려 한 분의 산행기에 실린 차영일 기사님의 택시를 타고 갈목재까지 이동했는데 마침 그 분이 한남금북정맥 종주를 마친 터여서 잠시나마 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었습니다. 택시비도 얼마만큼 감해주고 들머리인 갈목재에서 저희 둘의 사진을 찍어주신 기사님에 감사말씀 드립니다.
아침10시9분 해발 390미터의 갈목재를 출발해 북동쪽의 산등성을 탔습니다.
날씨는 조금 냉랭했지만 산행에는 최적의 날씨이다 싶었던 것은 하늘이 쾌청하고 바람이 불지 않아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였습니다. 17분 동안 묘를 지나고 산 오름을 계속하여 500능선상의 봉우리로 올라선 후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정맥 길을 이어갔습니다. 진달래나무의 582봉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 구릉을 넘고 한 가운데 소나무가 서있는 넓은 공터 삼거리에 다다르자 묘지를 이장한 흔적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11시15분 헬기장에서 10분을 쉬었습니다.
공터삼거리에서 왼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 묘지를 지나고 651.2봉 갈림길로 올라섰습니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사면으로 내려서 안부를 지나 헬기장에 도착하기까지 그 봉우리가 그 봉우리인 것 같아 먼저 오른 분의 산행기가 없었다면 이정표로 삼을만한 봉우리를 찾지 못했을 것입니다. 북동쪽에 자리 잡은 속리산 천황봉과 남쪽에 위치한 구병산이 보였지만 나뭇가지들이 시야를 막아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헬기장에서 8-9분을 걸어 십자안부로 내려서자 돌무더기가 자리 잡고 있어 이 고개가 상판리와 삼기리를 잇는 불목이재임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불목이재에서 18분을 걸어 오른 574봉에 세워진 자동으로 사진을 찍는 무인감시시스템이 입산금지구간을 몰래 걷고 있는 저희들을 주눅 들게 했습니다. 이번 구간은 공원에서 지정한 탐방로가 아니어서 천황봉에 오르기까지 한사람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한적했고 그동안 떨어진 나뭇잎들이 그대로 길에 쌓여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만이 산속의 정적을 깼습니다.
12시38분 638봉에서 점심을 들면서 16분을 쉬었습니다.
574봉에서 왼쪽으로 난 능선 길을 걸어 560봉을 올랐고 왼쪽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진행해 새목이와 아랫대목리를 이어주는 안부로 내려섰습니다. 똑바로 다시 올라 540봉을 넘었고 넓게 자리 잡은 묘지를 지나 638봉에 오르자 시장기가 느껴졌습니다. 5년여 고집스레 맥주만 마셔온 제게는 친구가 반주로 준비해온 소주 한잔이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638봉을 출발하여 삼각점이 세워진 667.3봉에 다다르기까지 32분간 방향을 바꿔가며 몇 곳의 봉우리와 안부를 지났습니다.
14시5분 사내리에서 윗대목리를 넘나드는 십자안부에 다다라 12분을 쉬었습니다.
667.3봉에서 조금 내려섰다 오른 쪽 암릉길의 칼날능선을 지나 687봉에 올랐습니다. 이어지는 암릉길을 따라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600봉에 올라 잠시 숨을 돌린 후 십자안부로 내려서자 그동안 잠잠했던 골바람이 세게 불었습니다. 급경사길을 따라올라 660봉우리에 다다르자 남쪽 아래로 삼가리저수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동서로 봉우리들이 줄지어 솟아 오른 충북알프스의 산줄기가 빚어낸 선의 아름다움에 감탄했습니다. 안자바위를 우회해서 너덜지대를 거쳐 800봉으로 오르는 길이 된비알의 오름 길이어서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15시 정각 923봉을 오르는 길에 만난 묘지에서 다시 쉬었습니다.
800봉을 출발하여 전망바위를 지나자 산죽길이 시작됐습니다. 치악산에 이어 고도가 1,000미터를 넘는 산은 이번이 두 번째라는 친구는 이 높은 산에 푸르른 산죽이 창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습니다. 길옆의 산죽 속에 자리 잡은 묘지에서 짐을 내려놓고 목을 축이며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눈앞의 923봉이 높게 보인 것은 800봉을 지나서도 된비알의 산 오름이 계속되어서였습니다. 갈목재에서 500능선에 올라 보았던 천황봉은 나중에 확인해보니 천황봉이 아니었고 923봉이었습니다. 얼마고 올라서자 923봉을 에도는 우회길이 나있어 안도했습니다. 다 왔다 싶은데 멀리서는 잘 보였던 천황봉이 다른 봉우리에 가려 가까운 곳에서 오히려 보이지 않았지만 왁자지껄한 사람들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지척거리에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15시46분 해발1,058미터의 천황봉에 올라 같이 오른 친구와 하이파이브로 환호했습니다.
전장 607키로의 3개 정맥 종주를 백두대간과 만나는 여기 천황봉에서 모두 끝낸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재작년 10월 한 산악회의 도움으로 얼떨결에 갈령-천황봉-문장대 구간을 뛰고 나서 대간종주에 본격적으로 나섰는데 그 때도 천황봉에서 뻗어나가는 장대한 산줄기들을 보고 벅차오르는 감동을 가누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산줄기인 대간 길을 한번 종주해보겠다고 뜻을 세운 후 대간종주에 본격적으로 나서 지난 4월에 남한 땅 대간 길을 모두 밟았습니다. 3정맥 종주를 마치고 천황봉 마루에 다시 서자 새로운 정맥 종주를 또 다시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먼저 올라온 많은 분들이 비좁은 정상을 점하고 있어 선채로 감사기도를 올렸습니다.
장장 46회의 정맥종주를 무탈하게 마쳤음을 고마워하는 기도를 드릴 수 있게 해주신 그 분께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울화통 터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이 세상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가 저 같은 소시민들에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모든 산식구들에 감사하며 길고 긴 산행을 할 수 있게 해주신 그분의 보살핌이 더욱 고마웠습니다.
16시10분 까마귀의 환송을 뒤로하고 천황봉을 출발해 하산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내친 김에 문장대를 들러보겠다는 욕심을 접은 것은 가을 해가 짧아서였습니다. 갈목재에서 천황봉까지는 비탐방로여서 안내판이 하나도 없는 대신에 거의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낙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산길이 말끔한 데 반해, 천황봉에서 법주사로 내려서는 길은 길도 넓고 곳곳에 이정표를 많이 세워 공원에서 정성들인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작년까지는 입산금지 길을 빼놓고는 다른 길을 모두 오를 수 있었는데 올부터 지정탐방로 외에는 어떤 길도 다닐 수 없도록 국립공원법이 바뀌었다 합니다. 대개의 지정탐방로가 정상을 한번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점의 산행을 즐기는 관광객을 위한 것이어서 선의 산행을 하며 능선 길을 종주하는 산객들에는 여간 불만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저녁시간 상고암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가 일러주는 대로 속세의 욕심을 이 산에다 모두 떨어냈습니다. 거대한 바윗돌이 석문을 만든 상환석암을 지나서 얼마 후 똑바로 서있는 바위 한 가운데서 자라나는 작은 소나무를 보고 생명체의 존귀함을 느꼈습니다.
17시28분 법주사-문장대의 큰 길로 들어섰습니다.
저녁시간 상고암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가 일러주는 대로 속세의 욕심을 이 산에다 모두 떨어냈습니다. 거대한 바윗돌이 석문을 만든 상환석암을 지나서 얼마 후 똑바로 서있는 바위 한 가운데서 자라나는 작은 소나무를 보고 모든 생명체의 존귀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세심정의 작은 다리를 속세로 환속했지만 산속의 감동을 반 시간여 끌고 갈 수 있었던 것은 짙게 내린 어둠이 속세를 덮어서였습니다. 친구와 둘이서 오랜만에 학창시절에 익힌 캠프송 몇 곡을 부르며 큰길을 걸어내려 왔습니다. 불빛을 받아 윤곽을 드러낸 법주사의 황금빛 불상을 둘러보지 못하고 곧바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18시19분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강남행 고속버스표를 사 놓고 슈퍼에 들러 둘이서 캔맥주를 사들며 상쾌하게 마무리한 종주산행을 자축했습니다. 강남터미날에 도착해 또 다시 생맥주를 마시며 감격스런 하루를 반추했습니다.
가능한 한 정맥 종주는 저 혼자서 해볼 뜻이기에 위험한 한 겨울은 피할 생각입니다만 과연 그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벌써부터 금남정맥이 저를 부르는 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있습니다만, 얼마간은 정맥종주를 쉬고 산악회를 따라 명산을 탐방하고자 합니다.
3정맥 종주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말씀 올립니다.
꼼꼼하게 산행기를 남겨주신 분들, 길 잡기가 쉽도록 개념도를 작성해 올리신 분들, 곳곳에 표지기를 달아놓아 안심하고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과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어 함께 우정산행을 해주신 모든 분들에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졸고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과 댓글까지 달아주신 분들의 격려가 산행기를 계속 써나가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산행후기>
'III.백두대간·정맥·기맥 > 한남금북정맥 종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남금북정맥 종주기11(백석리도로-갈목재) (0) | 2007.01.03 |
---|---|
한남금북정맥 종주기10(벼제고개-백석리도로) (0) | 2007.01.03 |
한남금북정맥 종주기9(머구미고개-벼제고개) (0) | 2007.01.03 |
한남금북정맥 종주기8(산성고개-머구미고개) (0) | 2007.01.03 |
한남금북정맥 종주기7(이티재-산성고개) (0) | 2007.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