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구간:구드래나루-금성산-진고개
*산행일자:2007. 1. 25일
*소재지 :충남 부여
*산높이 :부소산106미터/금성산121미터/조석산233미터
*산행코스:구드래나루-사비성-금성산-조석산
-가척리/남산리도로 -262봉-진고개
*소요시간:8시50분-17시47분(8시간57분)
*동행 :나 홀로
어제는 3월에 시작하겠다는 종주계획을 앞당겨 금남정맥에 첫 발을 들였습니다.
산 위에서 쌓인 눈을 전혀 볼 수 없을 정도로 한기가 풀려 이른 아침 한 때만 냉기를 느꼈을 뿐 산행 중에는 하루 종일 추운 줄을 몰랐습니다. 한반도의 동장군이 이리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보면 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 틀림없이 한 두 번은 기세등등한 한파가 내습해올 것이기에 그 전에 몇 구간을 미리 종주해두는 것도 좋을 듯싶어 아침6시30분에 남부터미널을 출발하는 첫 버스를 타고 금남정맥 출발지인 부여로 향했습니다.
장대한 산줄기를 이어가는 “선의 산행”에 빠진지가 어언 3년이 지났습니다.
2004-6년의 지난 3년 동안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을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종주했고, 대간에서 뻗어 나온 한북정맥, 한남정맥, 금북정맥과 한남금북정맥 등 한반도 남쪽의 9개 정맥 중 4개의 정맥 길을 모두 혼자서 밟았습니다. 정맥 길을 종주하며 모든 산은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보관하는 거대한 물탱크이고 모든 산줄기는 강과 내의 경계를 이룸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정맥 이름을 대부분 강 이름에서 따온 것도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른다는 산자분수령의 원리대로 정맥이 거대한 강의 물길을 경계 짓기 때문일 것입니다.
백두대간의 영취산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나온 금남호남정맥은 남서쪽으로 뻗어나가다가 전주와 진안을 가르는 모래재 고개위의 주화산에서 두 줄기로 나누어집니다. 광양의 백운산으로 내닫는 거대한 산줄기가 호남정맥이고 북서쪽으로 뻗어나가 부여의 구드레나룻터에서 금강으로 가라앉는 산줄기가 바로 어제 첫발을 들인 금남정맥입니다. 금남정맥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금강 남쪽에 위치한 정맥으로 그 길이가 120여키로로 비교적 짧은 편이고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해 저 혼자서 종주해볼 생각으로 산본 집을 나섰습니다.
아침 8시50분 금남정맥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정맥길 들머리는 백마강변 구드래나루터 가까이의 장원막국수집 바로 뒤편으로 표지기만 한 두 개가 걸려있을 뿐 초라했습니다. 버스에서 하차하여 짐을 챙긴 후 부여 시내를 지나 구드래나루터에 이르는데 20분이 다 걸린 것은 나루터 바로 앞 넓은 뜰에 꾸며진 조각공원에서 사진 찍느라 5-6분이 걸려서인데 시간만 충분하다면 찬찬히 둘러보며 옛 백제의 정취를 느껴보아도 좋았을 것을 그리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솔밭 길을 지나 부소산 정상의 사자루에 올랐다가 정맥 길에서 벗어나 백마강에 수직으로 면한 낙화암과 고란사를 들러보았습니다. 백마강이 바로 아래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전망지인 낙화암이 애절하게 목숨을 끊은 삼천궁녀에는 최적의 자살 터였다니 삶과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접해 있는 가를 일러주는 것 같았습니다. 서른한 해 전 이 곳을 함께 거닐었던 집사람이 저를 떠나 죽음의 세계로 들어선지 7년이 다되었어도 아직도 곁을 같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제 삶 속에 그녀의 죽음이 자리하고 있어서일 것입니다.
10시13분 사비문을 통과하여 부소산을 빠져나왔습니다.
부소산의 산줄기 아래로 낸 탐방로를 따라 군창지등 백제의 유적지 몇 곳을 들러본 후 해발 106미터의 부소산으로는 규모도 작고 높이가 낮아 아무리 백마강이 이 산을 휘돌아 흐른 다 해도 한 나라의 수도를 지켜내는 진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가 벅찼을 것 같았습니다. 40번 국도를 건너 새로남교회 옆길로 돌아가 금성산으로 들어섰습니다. 독립운동애국지사추모비를 지나서 잘라낸 산줄기를 다시 이은 계백문 위의 다리를 건넜는데 사람들이 오가기에 편하고 보기 좋도록 잘 꾸며놓았지만 풀숲이 전혀 없어 짐승들이 건너다니는 생태다리로는 부적절해 보였습니다.
10시50분 해발 121미터의 금성산 정상에 올라 봉수대안에 있는 삼각점을 확인했습니다.
봉수대에 올라 2-30미터 가량의 나무계단을 뛰어오르는 훈련을 반복하며 진땀을 흘리는 꿈나무들을 보았습니다. 귤과 커피로 속을 달랜 후 16분간의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정맥 길을 이어갔습니다. KTF탑 바로 아래 안부에서 명성산의 억새밭을 헤집고 나다닌 박새 떼들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 가히 한 겨울 산속의 교향악이라 할 만한 그들의 쉴 새 없는 재잘거림을 잘 들었습니다. KTF 탑에서 5-6분을 걸어 석목리의 4번 국도로 내려섰습니다. 고개 마루 왼쪽 아래의 횡단로를 건너 녹원빌라 옆 능선으로 올라타 부드러운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11시50분 120봉의 부여사비나성 장대지에 올랐습니다.
석목리 고개 마루에서 능선 길로 다시 들어서 12분을 걸어 LPG방면500M/등산로입구의 표지목이 세워진 삼거리에 다다랐고 오른 쪽 길로 들어서 10여분을 더 걸어 도착한 장대지에서 통나무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장대지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굿뜨레/영취산방향으로 진행하는 중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분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장대지 출발 15분 후 LPG 2.1Km/수자원3.1Km 이정표가 세워진 시멘트길의 오산고개를 지났습니다.
12시50분 LPG 2.7Km/수자원 2.6Km 이정표가 세워진 대나무밭 안부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달 반 만에 종주 길에 나섰더니 그새 제 몸이 리듬을 잃었는지 높고 낮은 봉우리들을 계속해 오르내리기가 조금은 힘들었습니다. 오산고개를 출발해 부여청마산성 안내판을 지났고 삼각점이 있는 154.8봉을 언제 지나친지도 모르고 내달렸습니다. 180봉에 올랐다가 4-5분을 걸어 내려선 안부에서 점심을 먹느라 15분을 쉬었는데도 날씨가 풀려 그리 춥지 않았습니다. 가파란 오름길을 올라 정맥 길에서 몇 십 미터 벗어나 있는 해발233미터의 조석산을 올랐지만 전망이 별로여서 곧바로 분기점으로 되돌아와 정맥 길로 복귀했습니다.
13시45분 옥산부여T/L No.37의 초고압송전철탑을 지났습니다.
정맥길로 복귀해 12분 후에 도착한 182.9봉에서 산성터의 흔적이 있는 200봉을 지나 송전철탑을 지났습니다. 송전철탑을 지나 안부로 내려섰다가 목축지(?)로 이용하고자 왼쪽사면의 나무들을 모두 베어내 흉물스러워 보이는 민둥산의 능선을 따라 올라가 끝 지점에서 다시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송전탑을 지나서 35분 후에 홍성산꾼들이 금남정맥을 알리고자 아크릴판을 걸어놓은 안부에 내려서서 귤을 까먹으며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15시6분 큰덕골-신탑골을 이어주는 십자안부에 다다랐습니다.
아크릴판이 걸려진 안부에서 180봉으로 올랐다가 안부를 지나 올라선 구릉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개활지의 능선을 탔습니다. 잡목과 가시나무들이 극성을 부리는 한 여름이라면 팔다리가 가시에 긁혀 산행하기가 짜증이 날법한 코스를 한 겨울에 지나 한결 수월했습니다. 능선삼거리에 다다라 홍성산꾼들의 아크릴판 안내판을 다시 만나고 왼쪽으로 내려서 돌무더기의 큰덕골-신탑골 안부를 지났습니다. 멧돼지(?)가 나다닌 흔적이 뚜렷한 노간주 나무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바짝 긴장했었습니다. 파평윤공지묘를 지났고 얼마 전의 풀 숲길보다 훨씬 정도가 심한 가시나무 풀 숲길도 지나 가척리와 남산리를 잇는 포장도로에 내려섰습니다.
16시28분 262봉 묘지에 올라 남은 김밥을 들며 10분을 쉬었습니다.
해지기 전에 이번 산행의 목적지인 진고개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산행속도를 더내야했기에 가척리-남산리 포장도로에서 한 숨도 돌리지 못하고 바로 오른 180봉에서 이곳 260봉까지 정신없이 내달렸습니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었지만 이렇다할 갈림길이 없어 한껏 속도를 높여 포장도로 출발 40분 만에 262봉에 올라 숨을 돌리는 동안 방금 온 길을 향하여 제 앞을 가로질러 지나가는 자그마한 개 2마리를 만났습니다. 주금산이나 칠갑산에서도 눈길에 산보 나온 개 두 마리를 만났었는데 두 번 다 저를 보고 개들이 도망쳐 민망했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개들보다도 덩치가 훨씬 적은 작은 견공들이 저를 보고도 그리 놀라지 않고 유유히 지나가 고맙기도 했습니다. 262봉에서 왼쪽으로 급하게 내려갔다가 2개의 봉우리를 넘어 안부인 시멘트도로로 내려섰습니다.
17시28분 160.5봉의 삼각점을 확인했습니다.
시멘트도로를 건너 산등성을 올라선 후 오른 쪽 길로 들어섰습니다. 200봉을 넘어 만난 안부에서 몇 개의 봉우리를 넘고 우회해 흙길로 길이 넓은 임도 삼거리에 다다라 왼쪽 사면에 오래된 밤나무들이 들어선 능선 길로 올라 160.5봉에 올라서자 서산을 막 넘어가는 저녁 해가 작별인사를 고해왔습니다.
17시48분 645번 지방도가 지나는 진고개로 내려서 첫 번째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산들이 낮고 서해가 가까워 내륙 깊숙한 곳의 심산유곡에서 보다 해지는 시각이 아무래도 조금은 늦어졌을 것이기에 진고개에 다다랐어도 아직은 어둡지 않았습니다. 도로변 집 아주머니로부터 여기서는 버스가 없고 20분여 걸어 나가 탄천에서 부여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는 말씀을 듣고 나서 서둘러 탄천으로 향했습니다. 완전히 어두워서 도착한 탄천시내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고 대부분의 가로변 상가들도 불이 꺼져있어 불경기의 여파가 시골의 면소재지까지 얼어붙게 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탄천에서 부여로 나갈 것이 아니라 바로 공주로 가서 서울 가는 버스를 타야 시간과 비용이 모두 절감되는 것을 사전에 체크하지 못해 부여로 갔다가 다시 공주로 가서 돌아오느라 밤 10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했습니다.
알바 한 번 없이 제 시간에 금남정맥 첫 번째 종주를 무사히 마친 것을 자축하며 첫 번 째 종주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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