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북정맥 종주기

제2차 한북정맥 종주기 5 (도성고개-청계산-노채고개)

시인마뇽 2008. 1. 23. 10:47
 

                           제2차 한북정맥 종주기 5


          *정맥구간:도성고개-청계산-노채고개

          *산행일자:2008. 1. 20일

          *소재지  :경기포천/가평

          *산높이  :강씨봉830m, 청계산849m, 길마봉735m

          *산행코스:불당계곡입구-도성고개-강씨봉-오뚜기령-청계산-길마봉-노채고개

          *산행시간:9시5분-17시10분(총8시간5분/구간종주6시간50분)

          *동행    :경동동문산악회원 등 11명

           (24기김남진/김양미, 김주홍/김경옥, 백인목, 서중원, 이규성, 이명재,

            우명길, 29기정병기및 그의 친구)

 


  운악산과 더불어 한북정맥에서 가장 험한 코스의 하나로 알려진 길마봉을 오른 후 노채고개로 하산해 5구간 종주산행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불당계곡 입구에서 도성고개로 올라 강씨봉과 청계산을 지난 다음 급전직하 길마재로 내려섰다가 암릉 길을 따라 길마봉에 올라서기가 쉽지 않으리라 걱정을 한 것은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였습니다. 2004년 6월에 이 코스를 혼자 할 때는 비가 오지 않아 미끄럽지 않았는데 한 겨울에 일기예보대로 비가 뿌린다면 눈이 덮인 길이 더욱 미끄러울 것이 분명하기에 11명의 전 대원이 탈 없이 오를 수 있을까 속으로 많이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온다는 비가 내리지 않았고 암릉 길에 눈도 남아 있지 않아 생각보다 쉽게 길마봉에 올랐습니다.


  정맥종주가 힘든 것은 어느 구간이 위험하다 해서 빼놓고 갈 수 없어서입니다.

백두대간의 분기점에서 강까지 뻗어나가는 산줄기를 한 걸음 한 걸음 끝까지 밟아나가는데 참뜻이 있기에 완주가 전제되지 않는 정맥종주는 자연 그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160Km가 넘는 한북정맥을 종주하다보면 평탄한 흙길도 만나고 아슬아슬한 바위 길도 지나게 됩니다. 이런 길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밟아야 완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처럼 리지등반에 능하지 못한 사람들은 길마봉과 같은 위험한 암봉을 만나면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보다 안전한 옆길로 우회해 통과한 후 다시 마루금을 이어가야 정맥 길을 완주할 수 있습니다. 우리네 삶의 긴 여정도 이러한 정맥 종주와 크게 다르지 않겠다 싶어 2004년에 한 번 밟은 한북정맥을 오르내리고자 고교동창들과 함께 또 다시 종주 길에 나섰습니다.


  하루산행의 거리는 코스의 난이도와 기상여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두 가지 요인들을 감안해 다음 산행 시 정맥 길에 쉽게 복귀할 수 있도록 차도가 지나는 고개 마루에서 하루산행을 마치도록 구간을 나누게 됩니다. 이번 도성고개-청계산-노채고개 구간을 무사히 마친 대원들에 고마워하는 것은 그래야 다음에 운악산을 완전히 통과해서 47번 국도까지 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사정이 여의치 못해 청계산에서 바로 하산했다면 다음번에 해발8백m가 넘는 청계산을 다시 올라 마루금을 이어가야 하고 또 운악산 정상에서 하산한 후 그 다음 산행에서도 해발 9백m를 웃도는 운악산을 다시 올라 정맥에 복귀해야 하는 힘든 산행이 계속 될 수밖에 없는데, 예정대로 노채고개까지 진출해 다음 산행이 순조롭게 되었습니다.


  아침9시에 불당계곡입구에서 하루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택시로 포천 일동에서 구원사까지 이동한 후  넓은 길을 따라 7-8분을 걸어올라 다다른 “불땅계곡” 표지석 앞 다리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도성고개로 향했습니다. 북사면의 음지를 지나는 도성고개 길에 그동안 내린 눈이 많이 남아 있어 겨울산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계곡을 두 번 건넌 후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 정맥 길이 시작되는 도성고개로 복귀하는데 55분이 걸렸습니다. 누군가가 하얀 눈밭에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도성고개를 오르는 저희들을 반겼습니다.


  10시10분 도성고개를 출발해 정맥종주에 나섰습니다.

울창한 잣나무 숲 오른 쪽으로 난 넓은 길을 따라 오르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 해발 830m의 강씨봉(姜氏峰)에 올라선 시각이 10시44분이었습니다. 후고구려의 난폭한 임금 궁예가 간언을 하는 부인 강씨를 내쫓아 귀양 보낸 곳이 강씨봉(姜氏峰)이고, 그 후 궁예는 고려태조 왕건에 패한 후 이미 세상을 떠난 강씨부인을 그리며 국망봉에 올라 옛 도읍지인 철원을 내려다보면서 부인을 일찍 찾지 못한 회한에 잠겼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일가들인 김씨도 김씨봉을, 이씨도 이씨봉을 갖고 있지 못하는데 강씨들이 유일하게 자기 성인 강씨봉을 갖게 된 이면에는 비련의 여인 강씨부인의 아픔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자 세월이 오래 흐르는 동안 빛이 많이 바랜 국망봉 전설이 새삼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전망이 일품인 강씨봉에서 사방을 한 번 휘둘러보며 북쪽의 광덕산과 국망봉, 동쪽의 화악산, 명지산과 귀목봉, 남쪽의 청계산과 운악산, 서쪽의 각흘산, 명성산, 사향산 등 주변의 명산들과 일일이 신년인사를 나눈 후 오뚜기고개를 향해 자리를 떴습니다.


  11시43분 오뚜기고개를 지났습니다.

방화선이 넓게 난 지맥 길을 따라 오뚜기고개로 내려서기까지 봉우리 몇 개를 넘었습니다. 11시8분에 오른 쪽 아래로 한나무골 길이 갈리는 730봉을 올라섰습니다.  730봉을 지나 삼각점이 세워진 768.1봉에 이르기까지 이렇다 할 된비알길이 없어 모처럼 편안한 산행을 즐겼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오뚜기령”이라는 커다란 비석이 서있는 오뚜기고개로 내려서는 동안 아이젠을 차지 않은 한 친구가 엉덩방아를 찧어 내림 길이 얼마나 가파른 가를 온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무리울과 논남으로 길이 나뉘는 사거리 안부인 오뚜기 고개를 지나 방화선이 끝나는 890봉에 이르기까지 가파른 오름길이 40분여 계속됐습니다. 12시37분에 연인지맥이 시작되는 890봉에 다다르자 왼쪽으로 귀목봉과 명지산, 그리고 연인산이 아주 가깝게 보였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정맥 길을 따라 십 수분을 걷다가 펑퍼짐한 능선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13시30분 점심식사를 끝내고 청계산으로 향했습니다. 

이제껏 반주로 마신 소주를 이번에는 아무도 준비해오지 않아 점심시간은 많이 짧아졌지만 친구들 얼굴에 알콜을 그리워하는 알콜결핍증 증세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장인분이 편찮으셔서 함께 하지 못한 한 친구를 그리워하는 대원들도 꽤 있었습니다. 발걸음이 빠르지 못해 항상 후미로 쳐져 산행한 이친구가 자리를 비우자 왠지 모르게 맨 뒤로 쳐질까 불안한 생각이 든다는 얘기를 듣고, 지금까지 이 친구가 저희들 종주산행의 버팀목이 되어왔음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곁에 있음이 행복인 것은 이렇게 빈자리가 커 보일 때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14시24분 해발 849m의 청계산에 올라섰습니다.

암봉을 우회하고 나무계단을 올라 다다른 큰골계곡 갈림길에서 청계산을 오르는 가파른 암릉 길에 매어두었던 로프는 보이지 않고 대신에 계단 길을 새로 만들어 놓아 까까비탈길을 오르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청계산 정상에 올라 동행한 부인의 땀을 닦아주는 한 친구와 이 부부를 마냥 부러운 눈으로 바라다보는 또 다른 친구의 얼굴을 포착해 찍은 사진이 이번 산행 최고의 작품일 것 같아 종주기에 올렸습니다.  표지석이 세워진 비좁은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진행해 길마재로 내려서는 770봉에 다다랐습니다. 엄청 가파른 내리막길을 무사히 내려가도록 산객들을 지켜주는 고사목 한 그루를 만나 카메라에 옮겨 담은 후 조심해서 길마재로 내려섰습니다.


  15시45분 해발 735m의 길마봉을 올랐습니다. 

오후에 내린다는 비가 오지 않아 길마재로 내려서는 가파른 길이 그리 미끄럽지 않았습니다. 비가 내려 무리다 싶으면 청계산 정상에서 청계저수지로 하산하는 것도 염두에 두었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아 예정대로 길마봉을 올랐습니다. 청계저수지로 내려가는 길마재에서 올려다 본 험준한 암릉길이 길마봉으로 오르는 길이어서 얼마고 긴장됐습니다. 다행히 눈도 다 녹았고 비가 내리지 않아 암릉길을 무사히 올라 커다란 암봉 바로 밑에 다다랐습니다. 암봉을 바로 오르는 직진 길을 버리고 왼쪽 길로 들어서 거대한 바위를 우회해 길마봉에 다다랐습니다. 어려운 코스를 무사히 마치고나자 비로소 맞은편의 청계산이 한껏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17시10분 새로 길을 넓히고 있는 노채고개의 청계약수터에서 하루산행을 마쳤습니다.

길마봉에서 노채고개로 하산하는 길에도 봉우리 몇 개를 지났습니다. 헬기장을 지나 만난 710봉을 넘으면서도 누구하나 하산 길에 또 봉우리냐고 푸념하지 않는 것은 까탈스러운   길마봉을 깔끔하게 오른 데서 비롯한 여유 때문일 것입니다. 오른 쪽 아래로 청계저수지가 보였고 얼마를 진행하자 꽤 넓게 자리한 골프장이 보였습니다. 장병들이 파 놓은 교통호를 지나며 작년 11월에 들렀던 이동의 갈비집에 전화를 걸어 청계약수터로 와줄 것을 부탁하고 십 수분을 더 걸어 노채고개로 내려섰습니다. 아직도 도로확장공사가 진행 중인 노채고개 마루는 길 양쪽의 절개면이 엄청 높고 가팔라 운악산과 길마봉의 짐승들을 이산가족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에코브리지로 연결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지나다니는 차들로 단단하게 눈이 다져진 넓은 길을 따라 노채고개를 넘어 골프장 맞은편의 청계약수터에 다다랐습니다. 뒤이어 도착한 갈비집 승합차에 몸을 실고 이동으로 옮겨 5구간 종주산행을 자축했습니다. 비축한 회비로 배를 불리겠다는 계획은 김남진부부가 저녁을 푸짐하게 내어 다음기회로 미루었습니다.


  다음에는 경기5악의 하나인 운악산을 오르게 됩니다.

이번 5구간 종주를 예정대로 노채고개에서 마쳤기에 대략 8시간 걸려 다다를 것으로 추정되는 47번 국도까지는 무리하지 않고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종주산행을 어디에서 마칠 것인가를 정하는 구간 나누기가 제일 고민스러운 일인데 다달이 주력이 좋아지는 친구들 덕분에  더 이상 걱정을 아니 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5구간을 무사히 마친 모두에 고맙고 또 고마워하며 종주기를 맺습니다.

 

                                                      <산행사진>

 

 

 

 

 

 

 

 

 

 

 

 

 

 

 

 

 

 

 

 

 

 

 

 

 

 

 

 

 

 

 

  • 쌍사임덕찬
  • 2008.01.21 21:40
  • 노채고개공사가 많이 진척되었네요. 잘보고갑니다.
  • 시인마뇽
  • 2008.01.23 14:17
  • 너무 깊숙히 잘라놓아 에코브리지를 해 놓아야 동물들이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