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종주기12
*정맥구간:배치고개-봉광산-담티재
*산행일자:2011. 1. 20일(목)
*소재지 :경남고성
*산높이 :봉광산389m, 필두봉418m
*산행코스:배치고개-신고개-탕근재-봉광산-필두봉-담티재
*산행시간:8시30분-13시34분(5시간4분)
*동행 :나홀로
낙남정맥 종주 길에 경남 고성의 가야 고분을 탐방했습니다. 4년 전 경남 창녕의 화왕산을 오를 때 먼발치서 가야 고분을 사진 찍은 적은 있었지만 직접 찾아가 그 둘레를 걸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가야와 가장 밀접한 산줄기를 대라면 단연 낙남정맥인 것이, 가락국 동쪽 강인 낙동강의 남쪽 아래에서 동서로 뻗어나가는 산줄기가 바로 낙남정맥이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낙남정맥을 종주하는 목적에 가락국으로도 불리는 옛 가야를 만나보는 일을 하나 추가했으면서도 그간 짬을 내지 못해 인근의 가야유적지를 단 한 곳도 찾아보지 못하다가 이번 12번째 구간 종주가 오후 2시가 못된 이른 시간에 끝나 "고성송학동고분군"을 둘러볼수 있었습니다.
가야는 김해에 터 잡은 금관가야가 이끌어나간 여섯 가야의 연맹체로 단일국가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여섯 연맹체 중 주도국인 금관가야를 비롯해 지리산 부근의 고령가야, 고성의 소가야와 함안의 아라가야 등 네 나라가 낙남정맥 가까이에 터를 잡았고, 고령의 대가야와 성주의 성산가야만이 내륙 깊숙이에 나라를 세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낙남정맥을 종주하는 동안 가야의 역사에 흠뻑 빠져보겠다고 마음을 다져먹는 것도 낙남정맥이 이처럼 가야와 뗄 수 없는 연을 맺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의 송학동 고분탐방이 가야사와의 본격적인 만남에 첫발을 들인 것으로, 낙남정맥 종주를 마치기까지 가야의 유적지 몇 곳을 더 찾아보고 가야의 역사서도 네댓권을 더 찾아 읽어볼 생각입니다.
아침8시30분 배치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전날 밤 며늘아기를 만나 저녁식사를 같이 하느라 거제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아침6시20분에 장승포를 출발하는 마산행 버스에 올라 통영으로 나갔습니다. 통영에서 7시에 출발하는 진주 가는 버스로 갈아타 7시20분 경 고성에 도착해 7시40분에 마암 행 군내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기사분의 배려로 정류장이 아닌데도 배치고개에서 하차해 산행 준비를 마친 후 오른 쪽 산길로 발을 들여 동쪽으로 향했습니다. 산행시작 12분 후 올라선 무명봉에서 밤나무 밭 사이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부글거리는 속을 비우느라 십 분은 족히 까먹었습니다. 마루금은 이내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이어졌지만 길은 여전히 밤나무 밭길을 지났습니다. 좀처럼 휘어질 줄 모르는 대나무 숲을 지나면서 푸르른 나뭇잎이 한 겨울의 냉기를 덜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9시55분 신고개를 지났습니다. 푸르른 대나무 숲을 지난 지 한참 후 다다른 무명봉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배치고개를 출발해 왼쪽 가까이에 소류지가 보이는 시멘트 길의 신고개에 이르기까지 1시간 25분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속을 비우느라 지도에 나와 있는 시간보다 25분이 더 소요됐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산행초반부터 산행속도가 전날에 미치지 못해 늦어진 것입니다. 간간히 구름이 태양을 가려 햇살이 따사롭지 못하고 냉랭한 바람이 그치지 않아 전날보다 날씨가 훨씬 스산했습니다. 안내판에 따르면 신고개에서 탕근재에 이르는 구간은 산불예방을 위해 입산이 금지되어 더 이상 진행하면 안 되는 데, 그대로 강행한 것은 불원천리 내려와서 그냥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첫째 이유이고 산불을 낼만한 일체의 인화물질을 갖고 다니지 않아서였습니다. 묘지를 지나 제 키보다 조금 작은 관목들이 거치적거리는 평탄한 길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된비알 길로 바뀌면서 시꺼먼 소나무 밭 사이를 지났습니다. 가파른 길을 걸어 10시38분에 올라선 탕근재는 재가 아닌 산봉우리로 그 높이가 삼각점 안내판에 해발370.1m로 적혀 있었습니다.
11시8분 해발389m의 봉광산에 올랐습니다. 잠시 숨을 돌린 탕근재에서 왼쪽으로 꺾어 완만한 경사 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안부에서 다시 80-90m 가량 고도를 높이고자 가파른 된비알 길을 오르면서 가다 잠시 쉬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땀이 등을 적시는 오름 길인데도 바람이 차게 느껴지는 것은 많이 지쳤다는 반증 같아 발산재까지 진출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습니다. “고성 봉광산 386m"의 판때기가 걸려 있는 봉광산에서 북쪽으로 내려가 무명봉을 오른 쪽으로 우회해 모처럼 편안한 길을 걸어 내려갔습니다. 신고개에서 1시간15분이면 다다르는 샛곡 고개에 이르는데 1시간35분이 걸려 지도에 나와 있는 시간보다 20분이 늦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해떨어지기 전에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일단 눈앞의 필두봉을 오른 다음 다시 따져보기로 하고 쉬지 않고 종주산행을 이어갔습니다. 아스팔트길이 지나는 샛곡고개에서 ”수원백씨가족묘지입구“를 알리는 비가 서있는 길로 올라섰습니다.
12시36분 해발418m의 필두봉에 올랐습니다. 샛곡고개를 출발해 간벌 차 베어낸 나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길을 따라 30-40m가량 고도를 높이기까지 경사가 완만해 걸을 만 했는데 안부를 지나 해발고도가 250m대를 넘어가자 경사가 가파른 된 비알 길로 변해 다시 숨을 헐떡여야 했습니다. 길을 막은 나무들을 피해 힘들게 올라선 395m봉에서 오른 쪽으로 조금 내려가 평탄한 길을 걷다가 다시 가파른 길을 올랐습니다. 샛곡고개를 출발해 이번 구간 최고봉인 필두봉에 올라서기까지 1시간 넘게 강행군을 해서인지 몸이 많이 지쳐 이 봉우리에서 짐을 풀고 점심을 들었습니다. 아무리 계산해도 저녁 6시에 산행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저 아래 담티재에서 이번 산행을 마치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천천히 점심을 들면서 푹 쉬었습니다. 오르내림의 고도차가 전날보다 더 심한 것이 아니었는데 이리 빨리 지친 것은 잔날 오른 산봉우리들과 달리 힘들게 오른 봉우리들 모두가 시야가 막혀 전망이 별로 좋지 않은 것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13시34분 1002번 도로가 지나는 담티재에서 12구간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고성 필두산 420m”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는 필두봉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 또한 가파른데다 바닥에 깔린 돌이 잘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발산재 진출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이 길을 서둘러 내려갔을 것이고 자칫 잘 못해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수술 받은 허리에 해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저 아래 담티재에서 산행을 마치기로 한 것이 참 잘했다 싶었습니다. 철쭉 길을 지나 완만한 능선 길로 내려서자 차 지나는 소리들이 크게 들렸습니다. 묘지를 지나고 통신탑과 송전탑이 세워진 243m봉을 넘어 넓은 임도를 따라 내려갔습니다. 나뭇잎은 모두 떨어져 나가 가지는 앙상했지만 수피가 말끔한 가느다란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떼 지어 곧추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개천면과 구만면의 경계를 이루는 담티재에 내려선지 얼마 안 되어 개천에서 넘어오는 택시를 잡아타 배둔터미널로 옮긴 다음 시내버스로 갈아타 오후 2시반경 고성읍내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고성 송학동 고분군을 탐방했습니다. 7기의 고분이 모여 있는 고분군은 생각보다 규모가 커 보였습니다. 고분 하나 하나는 경주에 있는 신라의 고분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우리의 역사에서 소외된 가야가 이리 큰 고분을 남겼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1999년 동아대박물관에서 발굴한 여기 고분군은 여섯 가야 중 소가야(小加倻)의 지배집단의 묘 또는 왕릉으로 추정된다 합니다. 여섯 알 중 맏이로 태어난 김수로왕이 세운 대표가야국 금관가야의 고분은 막내로 태어난 김말로가 세운 가야가 남긴 여기 고분보다 훨씬 클 것 같아 하루 빨리 김해까지 진출해 금관가야의 유적지를 둘러보고 싶었습니다.
낙남정맥이 맺어준 가야와의 인연을 소중히 보듬으며 나머지 정맥길을 종주하고자 합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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