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낙남정맥 종주기

낙남정맥 종주기11(배곡고개-대곡산-배치고개)

시인마뇽 2011. 1. 27. 16:46

                                                          낙남정맥 종주기11

 

                                  *정맥구간:배곡고개-대곡산-배치재

                                  *산행일자:2011. 1. 19일(수)

                                  *소재지   :경남고성

                                  *산높이   :천황산343m, 대곡산545m, 무량산581m, 백운산486m, 덕산278m

                                  *산행코스:배곡고개-천황산-대곡산-무량산-백운산-장전고개-덕산-배치재

                                  *산행시간:8시2분-18시10분(10시간8분)

                                  *동행      :나홀로

 

 

  올 들어 해뜨기 직전의 수은주가 영하10도 위에서 머문 날이 단 며칠이라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동장군이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예비전력이 위험 수위에 가까워 정전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과다한 난방을 삼가 해달라는 정부의 간곡한 대국민 요청이 엄살만은 아니어서 하루 전력사용량이 거의 날마다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대개의 집들이 우풍이 세 실내온도가 지금처럼 바깥온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기에 내복 없이 겨울을 지낸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는데 요즈음은 넉넉한 난방으로 속옷 바람으로 지내도 전혀 추위를 못 느낄 정도로 실내온도가 높아졌습니다. 바깥을 나설 때 체감되는 추위가 실제보다 더 혹독하게 느껴지는 것은 실내외의 온도차가 커진데다 매스컴이 호들갑을 너무 떨어 더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요즈음 혹한을 피해 주로 낙남정맥을 종주하고 있습니다. 마침 제가 종주하고 있는 구간이 경남 고성 땅을 지나고 있어 하루 중 최저기온이 서울보다 5-6도 높은 영하 5-8도에 머무르고 있어 산행하기에 그다지 춥지 않습니다. 지리산의 영신봉에서 백두대간을 벗어나 김해의 신어산으로 내달리는 낙남정맥은 일단 지리산 권만 벗어나면 봉우리도 그다지 높지 않고 산줄기가 하동, 고성, 창원, 마산, 김해 등 한반도 남쪽 땅을 지나게 되어 한 겨울에도 견딜 만합니다. 올 겨울은 눈이 전국적으로 다른 해보다 두 배는 많이 내렸다는데 고성 땅을 지나는 낙남정맥의 산줄기에는 응달진 곳에도 눈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따뜻해 혼자서 겨울 산을 오르내리는 저 같은 산객에게는 낙남정맥 능선 길이 혹한을 피해 산행하기에 안성맞춤인 최고의 종주코스입니다.

 

 

 

  엄동설한에도 무리하지 않고 산행할 수 있는 산줄기가 낙남정맥이라면 삼복더위의 혹서를 피해 오를 만한 산줄기는 단연 북한 땅의 장백정간일 것입니다. 백두대간의 설령봉에서 동쪽으로 분기해 한반도 제2봉인 해발2,541m의 관모봉을 일군 후 함경북도 내륙을 서북향으로 관통해 두만강의 서수라곶(西水羅串)에서 끝을 맺는 장백정간은 그 길이가 360여Km에 이릅니다. 북위 41도에서 42도의 고위도에 걸쳐 있는 장백정간은 관모봉 외에도 도정산, 궤산봉 등 해발고도가 2천m를 넘는 산이 상당수 있어 한 여름 종주코스로 최적일 듯싶습니다. 이에 비해 북위35도와 35도30분 사이에 끼어 있는 낙남정맥은 지리산을 벗어나면 함안의 여항산이 해발770m로 가장 높을 정도로 산 높이가 낮아 혹한을 피해 오르기에 딱 알맞는 산줄기입니다. 추위와 더위를 피하지 않고 극기할 뜻이라해도 한 겨울의 장백정간과 한 여름의 낙남정맥이 역시 최고의 코스일 것입니다. 이렇듯 양극의 산줄기가 절묘하게 이 좁은 한반도에 들어앉았는데 남북분단으로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는 것이 원통하고 한스러울 뿐입니다.

 

 

 

 

  아침 8시3분 배곡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전날 밤 진주로 내려가 하룻밤을 묵은 후 이른 아침 6시에 터미널을 출발하는 고성 행 첫 버스에 올랐습니다. 딱 1시간 걸려 도착한 고성버스터미널에서 군내 곳곳을 오가는 버스들의 운행시간을 확인한 후 2만원을 들여 배곡고개까지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고성버스터미널에서 아침7시40분에 출발하는 버스 편을 이용하면 비용은 절감되나 9시가 다 되어야 배곡고개에 다다를 것이고 그리되면 반시간 이상 밤길을 걸어야 목적지인 배치고개에 이를 것 같아 해지기 전에 산행을 마치고자 만 부득이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추계리를 지나 아스팔트길이 끝나는 봉발소류지 위 배곡고개에서 하차해 서둘러 산행준비를 마친 후 동쪽의 천황산으로 향했습니다. 낮은 키의 잡목이 얼굴을 때리는 좁고 흐릿한 길을 20분 남짓 걸어올라 다다른 해발343m의 천황산에서 십 수분을 쉬고 나자 비로소 햇살이 퍼지기 시작해 얼굴가리개를 벗었습니다. 천황산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완만한 능선 길을 걸어 370m봉에 올랐다가 급경사 길을 따라 오른 쪽으로 내려가 1016번 지방도가 지나는 가리고개에 내려선 시각은 9시13분이었습니다.

 

 

 

  9시49분 404m봉을 지났습니다. 이번 산행의 출발지인 배곡고개로 가는 길에 한 시간 반전 택시로 넘은 가리고개에서 차도를 건너 위쪽으로 난 아스팔트길을 따라 3-4분 오르다가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햇빛을 바로 안고 동쪽으로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 만난 능선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완만한 능선 길을 따라 몇 분을 더 걸어 커다란 바위가 자리한 404m봉에 올랐습니다. 남동쪽으로 뻗어나가는 능선 길은 경사가 완만해 힘들지 않았지만 간벌한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널려있어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고 내내 발끝을 조심해야 했습니다. 인동장공묘지를 지나고 나지막한 봉우리를 몇 개 넘어 올라선 평평한 봉우리에서 10분을 쉬었습니다. 10시29분에 송전탑을 지난 후 486m봉에 올랐다가 철쭉 숲길을 거쳐 임도로 내려서자 철조망 울타리가 쳐진 왼 쪽 임도 아래 농장 안 공터에 덩치 큰 진회색의 독수리 7-8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치 다 자란 시꺼먼 큰 개들이 두발을 들고 서있는 것처럼 우람해 보이는 독수리들이 먼발치서 지켜보는 저를 어찌 보았는지 일제히 땅을 차고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비상을 멈추고 공중을 선회하는 독수리들을 떼거리로 만나보자 언제 저들이 하늘에서 내리꽂아 제 머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섬뜩했습니다.

 

 

 

  11시10분 해발 545m의 대곡산에 올랐습니다. 임도삼거리에서 직진해 그리 높지 않은 능선을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면서 베어낸 솔가지를 쌓아 놓은 솔 덤불사이로 날아다니며 재잘대는 박새(?)를 보았습니다. 참새만한 박새가 사냥개만한 독수리에 기죽지 않고 이 산에서 같이 살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 까 궁금했습니다. 일찍이 맹자께서 제나라 선왕에 오직 인자(仁者)만이 대국을 가지고 소국을 섬기는 사소(事小)를 할 수 있으며, 지자(智者)만이 소국을 가지고 대국을 섬기는 사대(事大)를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선생의 말씀대로 독수리가 인자하고 박새가 지혜로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훌륭하신 선현들의 가르침이 있어도 공생의 묘리를 잘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들 새들에는 사소(事小)와 사대(事大)를 자연스럽게 하도록 만드는 유전인자를 따로 있을 것 같았습니다. 수많은 표지기가 걸려있는 있는 소나무에 “낙남정맥 542.9m 대곡산 준. 희”의 플라스틱 표지판이 함께 걸려있지 않았다면 정상석이 달리 없어 삼각점이 박혀 있었어도 이 봉우리가 낙남정맥 최남단에 자리한 대곡산임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곡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농장(?)을 끼고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가 만난 아스팔트 길로 4-5m를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철제 문 안길로 들어섰습니다.

 

 

 

  12시56분 화리재에 도착해 점심을 들었습니다. 아스팔트 길 오른 쪽 철제 문안으로 들어갔다가 이내 빠져 나와 왼쪽위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을 타야했던 것은 농장 안으로 이어지는 정맥의 마루금을 따라가지 못하고 그 오른 쪽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올라선 485m봉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안부로 내려갔다가 농장의 철조망 휀스를 왼쪽으로 끼고 올라 532m봉에 도착한 시각이 12시36분이었습니다. 표지기 몇 개만 달랑 걸려있는 532m봉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7-8분간 평탄한 길을 따라 걷다가 내리막길로 내려가 무량산등산안내도가 세워진 화리재에 내려섰습니다. 화리재를 지나는 넓은 임도 오른 쪽의 묘지에서 점심을 들면서 20분 가까이 푹 쉬었더니 두 다라이에 다시 힘이 붙은 듯 했습니다. 13시13분에 화리재를 출발해 임도 오른 쪽의 완만한 산길로 오르다 오른 쪽 아래로 양화저수지와 대가 저수지가 보이는 능선 길에 접어들면서 오름길이 급했습니다. "봉화산2.2Km/화리재1.0Km"의 이정표가 서있는 능선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암릉 길을 수 분 간 걸어 13시49분에 올라선 해발581m의 무량산 정상은 이번 산행 최고의 봉우리답게 전망도 좋았습니다. 남쪽 먼발치로 보이는 남해가 올려 보낸 바닷바람이 삽상해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14시55분 578m봉에서 가까운 능선삼거리로 되돌아왔습니다. 정상석과 중계탑이 세워진 무량산에서 나침반을 꺼내 놓고 지도를 보면서도 뭣에 홀렸는지 자꾸 헛갈려 진행방향을 잡지 못하다가 천자봉님의 산행기를 꺼내 읽고 난 후에야 온 길로 되돌아갔습니다. "봉화산2.2Km/화리재1.0Km"의 능선 삼거리를 다시 지나 북서쪽으로 진행하면서 오른쪽 아래로 자주 눈길을 준 것은 아래 녘에 다소곳이 자리한 양화저수지와 대가 저수지 그리고 그 뒤쪽의 고즈넉한 바다풍경이 참으로 고혹적이어서 더 그러했습니다. 578m봉을 지나 왼쪽 아래로 내려가야 할 것을 바다 정경에 넋을 뺏겨 그대로 직진하는 바람에 반시간 넘게 시간을 까먹었습니다. 내리막길이 나오는 마지막 봉우리에 올라서기까지 길을 잘 못 든 것을 감지하지 못해 3-4분을 내려가다가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마지막봉우리로 올라와 지도와 산행기를 꺼내 다시 읽었습니다. 알바를 인정하고 온 길로 15분 넘게 되돌아가 능선삼거리에서 큰재로 내려가는 북쪽 길을 찾았습니다. 알바로 반시간 넘게 시간을 허비하고 나자 갈 길이 바빠졌습니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큰재로 내려가는 길이 엄청 가파르게 느껴졌습니다. 내려가는 길이 북사면인데도 눈이 남아 있지 않아 미끄러지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레 내려가 아스팔트길이 지나는 큰재에 도착한 시각이 15시15분이었습니다.

 

 

 

 

  16시15분 장전고개에 다다랐습니다. 마음이 급해 큰재에서 숨 한번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곧바로 가파른 길을 따라 올랐습니다. 이번 산행에서 표고차가 200m이상 나는 된비알 길을 이미 네 번을 오른 터여서 많이 지치기는 했지만 아직도 두 번이 더 남아 있는데 어둠이 느껴지기 시작해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습니다. 20분간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선 501m봉에서 오른 쪽으로 꺽어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편했습니다. 501m봉에서 13분을 걸어 도착한 백운산의 정상석을 대신한 것은 커다란 바위였습니다. 누군가가 백운산이라고 써 놓은 바위를 사진 찍고 나서 바로 옆 묘지로 옮겨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철쭉 길과 짧은 너덜 길을 지나 큰재로 내겨가는 길보다 더 경사진 길을 따라 내려가느라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배치고개까지 진출하는 것이 점점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웬만하면 장전고개에서 산행을 마칠 생각으로 아주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마리라의 마을”의 장전고개에서 10분 남짓 쉬고 나자 몇 십분 야간산행을 하더라도 애당초 목적했던 배치고개까지 가보겠다는 욕심이 일었습니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임도 따라 쉬지 않고 걸어 송전탑이 서있는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오른 쪽으로 가까이 있는 성지산을 들르지 않고 왼쪽으로 올라가 명산100산으로 선정된 연화산으로 가는 길이 왼쪽으로 갈리는 495m봉에 정확히 17시에 올라섰습니다.

 

 

 

  18시10분 배치고개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495m봉에서 오른쪽으로 급하게 내려갔다가 송전탑을 지나서부터 어둠보다 빨리 배치고개에 이르고자 온몸에 남아 있는 힘을 모두 두 다리에 모아 내달렸습니다. 덕산 아래 떡고개에서 헤드랜턴을 꺼내 켠 후 마지막 비알 길을 올라 해발278m의 덕산에 올라서자 삼각점과 표지목 및 깃봉이 보였습니다. 여기서부터 배치고개까지는 내려가는 길인데다 어둠이 내려 앉아 길을 잃지 않도록 천천히 걸었습니다. 배치고개에 내려서기까지 마지막4-5분간 어둠을 뚫고 걸었지만 칠흑 같은 한 밤중이 아니어서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밤나무 밭을 지나 내려선 배치고개에서 택시를 불러 배둔으로 이동했습니다. 중간에 알바를 반시간 넘게 하고도 캄캄한 밤길을 4-5분밖에 걷지 않은 것은 아침에 택시를 이용해 1시간가량 출발시간을 당겨서 가능했다 생각하자 2만원의 택시비가 제 값을 톡톡히 했다 싶었습니다.

 

 

 

 

  배둔리에서 거제의 한 조선소에 근무하는 막내며느리를 만나보고자 거제 행 버스를 탔습니다. 고성과 통영 그리고 고현을 지나 장승포에 이르기까지 시간 반이 걸려 밤9시가 다되어서야 며늘아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작년 10월 결혼해 주말부부로 살고 있는 며늘아기를 이 먼 곳에서 만나보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낙남정맥을 종주하는 중 한 번은 며늘아기를 만나 저녁을 사줘야겠다고 벼르다가 고성 땅을 지나는 이번이 딱 좋을 것 같아 예고 없이 찾아간 것입니다. 저녁을 같이 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며늘아기를 회사숙소로 돌려보내고 나자 이 먼 곳에 혼자 내려와 고생하는 것을 보기가 딱해 영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남학생 들 틈바구니에서 유수대학교의 공대를 졸업한 것만도 대견한 데 조선소 현장에서 생산관리를 맡아 일을 잘 해나가고 있는 며늘아기가 또 한편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10시간을 걸어 목적했던 배곡고개까지 진행하고 나자 북쪽의 조선인민민주공화국이 길만 터준다면 당장이라도 뛰어올라가 장백정간을 종주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제 나이가 80줄에 들어서기 전에는 요즈음의 종주산행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겠다 싶기에 그 안에 북에 어떤 변화가 있어 자유롭게 왕래만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데 과연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백성들을의 배를 골리면서도 문을 걸어 닫기에 급급한 북쪽의 집권세력이 마음을 고쳐먹고 개방에 나서는 것이 어느 명년에 가능할지 도시 가늠되지 않아서 더욱 그러합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