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II.시인마뇽의 명소탐방/국내명소 탐방기

34.우포늪 탐방기

시인마뇽 2011. 5. 16. 23:58

 

                                                           우포늪 탐방기

 

                                              *탐방일자:2011. 3. 17일(목)

                                              *탐방지   :경남창녕소재 우포늪

                                              *동행      :나홀로

 

 

 

  낙남정맥 종주 길에 창녕을 들러 우포늪을 돌아보았습니다. 지난주 주남저수지를 다녀온 데 이어 엿새 만에 철새도래지인 우포늪을 찾아 북녘의 이역만리로 먼 길을 떠나는 겨울철새들에 편안히 잘 돌아가라는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구제역이다 조류 인플루엔자다 해서 겨우 내내 시끌벅적했던 이 땅에서 겨울을 보내기가 마음 편치 못했을 철새들을 위로하고 내년 겨울 어디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이 땅으로 돌아와 달라고 간청도 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철새들이 편히 쉴 만한 땅이 점점 줄어들어 주거환경이 척박해지는 것은 틀림없지만 철새들에 대한 애정은 점점 깊어지고 있으니 안심하고 돌아와 달라는 간곡한 제 뜻도 같이 전했습니다.

 

 

 

  경남김해의 냉정고개에서 오후 1시경 일찌감치 낙남정맥의 17구간종주산행을 마친 것은 벌써부터 별러온 우포늪을 둘러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마산의 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한 버스가 남지를 거쳐 창녕읍내로 들어서자 영산호국공원 앞에 놓인 자그마한 무지개형태의 돌다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연석을 정교하게 다듬어 길을 놓은 이 다리는 정조4년인 1780년에 축조된 영산만년교로 보물 제564호의 귀중한 문화재라 합니다. 창녕읍내에서 우포늪까지는 택시로 옮겨 갔습니다. 우포늪생태관을 서둘러 둘러본 후 고개를 넘자 우포늪이 한 눈에 들어왔는데 텔레비전을 통해 여러 번 보아와서인지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우포늪은 메기가 하품만 해도 물이 넘친다는 경남창녕의 대합면 주매리,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와 세진리에 걸쳐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 늪입니다. 이 늪에 물이 가득차면 그 면적이 여의도와 거의 맞먹어 하늘에 천지가 있다면 땅에는 우포늪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입니다. 생태학적 가치가 인정되어 1998년 람사르 협약(Ramsar Convention)에 등록된 우포늪은 그 태동기가 신생대 제4기 전기인 약 160만 년 전이라 합니다. 빙하가 끝나고 기후가 따뜻해지자 해수면이 상승했고 낙동강 하구가 육지 쪽으로 후퇴했으며 퇴적작용이 활발했으며 그 결과로 현재의 우포늪까지 침수되었습니다. 낙동강 본류가 급격히 상승하자 토평천의 유수가 낙동강으로 흘러들지 못하고 거꾸로 낙동강 물이 토평천으로 역류해 토평천이 범람을 거듭하고 그 영향으로 토평천 중류일대에 넓은 호소지대가 형성된 것이 우포늪의 기원입니다. 빙하가 물러나고 현재의 해수면을 유지하게 된 것이 약 6천 년 전이므로 지금의 우포늪이 형성된 것은 6천 년 전 이후로 볼 수 있다고 이우평님은 그의 저서 “한국지형산책”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토평천 변에 터를 잡은 물에 푹 젖은 땅”으로 반은 물이고 반은 뭍인 배후습지(背後濕地, backswamp)인 우포늪은 소가 늪에 머리를 대고 물을 마시는 형상을 하고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 늪은 우포늪 외에 북쪽의 목포, 오른 편의 사지포, 왼편의 쪽지벌까지 모두 어우릅니다. 이 늪 일대에 살고 있는 1,770여종의 생명체 가운데 430여종의 수생식물이 살고 있는데 우리나라 전체 수생식물의 50-60%에 상당한다 합니다. 이 밖에 담수조류가 460여종, 곤충류가 580여종, 척추동물이 260여종에 달해 가히 살아있는 자연사박물관이라 불릴 만한 곳입니다.

 

 

 

  "우포늪(Upo Wetland)" 표지석 앞에서 늪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길을 따라 걸어 나지막한 고개를 넘었습니다. 3-4시간 걸리는 풀코스 탐방은 해 떨어지기 전에 마치는 것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 포기하고 제1관찰대-전망대-목포제방을 왕복하는 보다 짧은 코스를 택했습니다. 고개를 넘어 대대제방 쪽으로 내려가다가 제 1관찰대에서 잠시 머물러 우포늪 물위를 떠다니는 새들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소달구지 반환점을 막 지나 왼쪽 동산에 세운 전망대를 다녀왔습니다. 우포늪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오르자 오른쪽 멀리로 토성천의 발원지인 화왕산이 보였습니다. 다시 넓은 길로 내려가 우포늪을 시계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40여종의 버들 중에서 가장 큰 왕버들을 보았습니다. 물속에다 뿌리를 박고 반신욕을 즐기는 모습이 참으로 넉넉하게 보였던 주산저수지의 버들나무들보다 여기 왕버들이 훨씬 크게 자랄 수 있는 것은 주산저수지보다 몇 십 배 넓은 우포늪이 마음 놓고 뿌리 내릴 터를 내주어서일 것입니다. 길가의 물은 한 가운데 물보다 훨씬 탁해 보였습니다. 이에 아랑곳 않고 길가 얕은 곳에서 물위를 노닐고 있는 새끼 물오리들이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저전거반환점에 이르자 차들이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은 끝났고 오른쪽 사초군락지 안으로 목포제방 가는 좁은 길이 나 있었습니다.

 

 

 

  자전거반환점에서 자라풀이 무성한 사초군락지로 발을 들이고 나서야 우포늪을 저수지라 부르지 않고 늪 또는 습지(濕地)로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습지(늪)란 물에 젖은 땅으로 물도 아니고 뭍도 아닌 지역을 칭합니다. 람사르협약(Ramsar Convention)의 습지요건은 물이 완전히 빠졌을 때 물의 깊이가 6m이하로 규정하고 있는데 방금 둘러본 우포늪은 그 깊이가 가름되지 않을 정도로 물이 많아 여느 저수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우포 늪 서쪽 끝에 면해 있는 꽤 넓은 쪽지벌은 누렇게 변해버린 마름자라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물이 빠져 메말라 있지만 한 여름에는 물이 완전히 빠진다 해도 마름자라풀이 머금은 물로 이 벌이 축축하게 젖어 있을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길 오른 쪽으로 우포늪 끝자락에 여러 그루의 왕버들이 들어서 있었고 길 왼쪽으로는 여름 내내 무성하게 자란 마름자라풀이 누렇게 벌을 덮고 있었는데 이 길을 지나며 풀들을 건드릴 때마다 수많은 모기(?)들이 윙윙대는 것으로 보아 겉보기와는 달리 겨울에도 얼마간 습기가 유지되는 것 같았습니다. 목포제방을 십수m 남겨 놓은 지점에서 화왕산에서 흘러내리는 토평천을 만나 돌다리를 건너본 후 다시 자전거반환점으로 되돌아오는 중 편히 쉬고 있는 고니 두 마리를 만나 사진 찍어왔습니다.

 

 

 

 

  돌아온 자전거반환점에서 우포늪을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며 앞서 온 길을 되짚어 제1전망대로 돌아갔습니다. 제1전망대에서 멀지 않은 대대제방에 올라서자 그 아래로 넓은 논 뜰이 펼쳐졌습니다. 안내책자에는 화왕산에서 발원한 토평천이 논 뜰 북쪽으로 흘러 목포제방 옆의 쪽지벌을 가로 질러 자전거반환점 서쪽 아래로 흘러내려가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그렇다면 대대제방을 어떻게 넘어 흐르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대대제방 바로 아래 우포 늪에 아직 이 늪을 떠나지 않은 철새들이 물 위에 떼를 지어 모여 있었으며 그중 십 수 마리는 인기척에 놀란 듯 물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물위에서 놀고 있는 철새들이 더 할 수 없이 여유로워 보이는 우포늪을 바라보며 수 분간 대대제방에 머물렀습니다. 얼마 안 있어 이곳을 떠나 멀고 먼 귀향길에 오르는 저 새들은 닥쳐올 대장정이 그리 겁나지 않는 듯 물놀이에 흠뻑 빠져있었습니다. 목포제방 너머 있는 목포(나무벌)와 사지포제방아래 사지포(모래벌)를 다녀오지 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탐방이 허락된 마지막 시간인 저녁6시가 다 되어 우포늪을 떠나야 했습니다.

 

 

 

 

  6천년동안 지속됐을 철새들의 우포늪 내방이 앞으로도 6천년 넘게 계속 되려면 우포늪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이들이 겨울 한철 편히 쉬고 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비록 철새들이 머물다 가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참으로 평화로운 시간이라며 고마워하는 저희들의 마음이 진실하고 절실해야 저 철새들이 이 늪을 다시 찾을 것입니다. 낙동정맥 둘레산줄기가 아무리 길더라도 철새들이 우포늪으로 날아온 길에 비하면 아주 짧은 길입니다. 그 먼 길을 마다 않고 매년 날아오는 철새들의 노고에 비하면 제가 앞으로 낙동강을 둘러싼 산줄기를 환주하는데 쏟아 부을 에너지는 무시해도 좋을 만한 아주 적은 양입니다. 4-5년 후 다시 우포늪을 찾아 반갑게 철새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기꺼히 낙동강둘레산줄기환주에 나서고자 합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