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낙동정맥 종주기

낙동정맥 종주기23(임도삼거리-울치재-창수령)

시인마뇽 2012. 6. 7. 12:31

 

                                                      낙동정맥 종주기23

 

 

 

                            *정맥구간:임도삼거리-울치재-창수령

                            *산행일자:2012. 5. 30일(수)/6. 5일(화)

                            *소재지 :경북 영양/영덕

                            *산높이 :맹동산808m

                            *산행코스:하삼의리소공원-임도삼거리-풍차C-9위공터-울치재-690m봉-창수령

                               -5.30일:하삼의리소공원-임도삼거리-풍차C-9위공터-풍력발전단지변전소

                               -6. 5일:풍력발전단지변전소-풍차C-9위공터-울치재-690m봉-창수령

                            *산행시간:총 9시간17분

                               -5.30일: 7시18분-12시40분(5시간22분)

                               -6. 5일:11시17분-15시12분(3시간55분)

                            *동행 :나홀로

 

 

  짙은 안개로 9Km 남짓한 임도삼거리-울치재-창수령 구간을 하루에 마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하의리 소공원에서 산행을 시작할 때만해도 14시전에 산행을 마칠 수 있겠다 했는데 제 길을 찾지 못하고 2시간 넘게 안개 속을 헤매느라 영양의 풍력발전단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12시 조금 넘어 산행을 중단하고 하산했다가 엿새 후인 어제 풍력발전단지를 다시 찾아가 안개로 마치지 못한 구간을 마저 종주해 창수령까지 진출했습니다.

 

 

 

1)5월30일(화):하삼의리소공원-임도삼거리-풍차C-9위 공터-풍력발전단지변전소

 

  영양읍내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새벽 같이 일어나 아침6시30분에 터미널을 출발하는 군내버스에 올랐습니다. 하삼의리 소공원 앞에서 하차해 산행을 서두른 것은 경북 내륙지방에 천둥 번개가 치고 우박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들은 터라 가능한 한 산행을 일찍 마칠 뜻에서였습니다.

 

 

  아침 7시18분 하삼의리 소공원을 출발했습니다. 날이 잔뜩 흐리고 해발400m대로 고도가 높아서인지 긴팔 옷을 입었는데도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지난번에 임도삼거리에서 내려온 길을 거슬러 북동쪽으로 계곡을 따라 올랐습니다. 트랙터가 멈춰선 못가에 이르자 안개가 짙게 끼어 바로 위 임도삼거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8시4분 임도삼거리에 올라 낙동정맥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임도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북진했습니다. 바로 밑에서 풍차 꼭대기에 설치된 날개가 도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심하게 끼어 다른 산에서 볼 수 없는 풍차들을 카메라에 담아오지 못했습니다. 시멘포장도로가 넓게 잘 나있고 달리 갈림길이 없어 길 옆 맹동산에 오를 때가지는 별반 신경 쓰지 않고 진행했습니다. 여름 산행에서 안개를 만나는 일은 다반사였지만 이번 안개는 온 산을 먹어 삼킬 양 그 기세가 너무 등등해 겁도 났습니다.

 

  8시44분 해발808m의 맹동산을 올랐습니다. 시멘트 도로 오른 쪽 절개면 위에 자리한 맹동산 정상에 올라 표지석을 확인한 후 곧바로 내려갔습니다. 꽤 커 보이는 고라니 한 마리가 가파르기가 60도는 족히 될 절개면을 오르다 저를 보고 옆으로 피해갔다 했는데 그만한 크기의 고라니 한 마리가 제 앞을 가로질러 산속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이 모두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모처럼 제게 가까이 접근한 고라니를 사진 찍지 못했습니다. 시멘트 길로 복귀해 넓은 길을 따라 북진을 계속했습니다. 두 곳의 반사경을 지나고 OK목장을 지나 왼쪽 아래로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풍차C-12를 찾는 일이 급선무인데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개는 더욱 짙어져 소리만 바로 옆에서 나는데도 풍차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참 후 평탄한 시멘트 길은 내리막길로 바뀌었고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다 도로포장 공사장에 닿았습니다. 일하시는 분들에 풍차C-12의 위치를 여쭸지만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하고 왼쪽 위로 올라가 풍차의 번호를 확인해보니 C-12이 아니고 A-1이어서 길을 잘 못 들었음을 자인하고 내려온 길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한참동안 올라가 반사경을 지난 후 목장울타리에 걸려있는 정맥종주 표지물을 만나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돌아섰습니다. 산행기를 다시 보고 반사경 건너 목축장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좁다란 시멘트 길을 따라 십 수분 진행하자 OK목장 축사가 나타났습니다. 고도가 높아 걸리지 않던 스마트폰이 이곳에서 터져 이 구간을 먼저 종주한 성봉현님에 전화를 걸어 길을 물었습니다. 마침 목장 주인을 만나 풍차C-12 위치를 물었으나 이분 또한 알지를 못해 일단 반사경 앞 삼거리로 되올라가 길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11시48분 풍차C-12를 찾아 제 길로 들어섰습니다. OK목장 정문에서 되돌아간 반사경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넓은 길의 시멘트도로를 따라 북진했습니다. 앞서 지난 길을 다시 걸으면서 변전소를 찾아가 물으면 풍차C-12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 좌측 사면 아래를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안개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사경 앞 삼거리에서 큰 길을 따라 십분 가량 걸어 오른 쪽으로 비포장도로가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앞서 무심코 지난 이 삼거리에서 발걸음을 멈춘 것은 바로 옆 풍차의 고유번호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풍차가 바로 이제껏 찾아온 풍차C-12였습니다. 이제 2시간 넘게 헤맨 알바를 끝냈다 싶어 긴장을 풀고 사방을 둘러보자 북쪽 50-60m전방에 왼쪽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보였습니다. 그 길이 변전소로 내려가는 길을 안 것은 하산할 때였습니다.

 

 

   12시25분 풍차C-9위 공터에서 종주산행을 중단하고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풍차C-12 앞 삼거리에서 직진 길의 시멘트포장도로를 버리고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비포장도로로 접어들었습니다. 풍차C-10 앞 삼거리에서 직진해 풍차C-9을 거쳐 바로 위 공터로 올라갔습니다. 바로 아래 풍차가 B-9임을 확인하고 공터로 되돌아와 왼쪽 산길로 들어서자 몇 개의 정맥종주 표지기들이 보여 안심했습니다. 산행시작 후 5시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쉬지 못해 일단 짐을 내려놓고 점심을 들었습니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시간 넘게 알바를 했어도 목적지인 창수령까지는 4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어 산행을 계속해도 시간상으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한 번 되게 알바를 하고나자 더 이상의 안개 속 산행이 겁이나 포기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12시40분 변전소에 도착해 알바로 얼룩진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굵은 빗방울이 소나기로 변하자 비로소 안개가 가셔 앞이 잘 보였습니다. 풍차C-12 위치로 돌아가자 저 아래 변전소가 보였습니다. 빗길을 걸어 변전소에 내려서자 이곳에 근무하는 젊은 직원이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주어 맛있게 들었습니다. 거세진 빗줄기가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젊은 직원의 주선으로 쑥을 캐러 올라온 아주머니의 차에 편승해 영양읍내로 이동했습니다. 가끔 산신령께서 심술을 부려 되게 알바를 치르기도 했지만, 그보다 훨씬 자주 고마운 분들을 만나 이번처럼 큰 도움을 받곤 해 저 같은 산 꾼도 살맛이 납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긴 시간 안개 속을 헤매는 동안  이십여 년 전 영화 ‘테스’를 함께 본 집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이 영화는 영국의 소설가 토마스 하디의 작품 ‘테스’를 영화화한 것이어서 스토리가 탄탄했고 그래서 더욱 볼만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펼쳐지는 안개 낀 시골 풍경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 잠시나마 그런 감흥을 느꼈습니다. 길은 시멘트 길이고 마차 대신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었지만, 안개는 이런 길조차 먹어삼켰습니다. 비록 안개가 극성을 부려 알바를 했지만, 마치 선계(仙界)를 걷는 것처럼 신비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걷는 길이 선계(仙界)의 길이라면 12년 전에 먼저 그 곳을 찾아간 집사람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저를 안내할 지도 모른다 싶어 알바를 하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길은 같이 걸어야 덜 외로운 가 봅니다.

 

 

 

2) 6월5일(화):풍력발전단지변전소-풍차C-9위공터-울치재-690m봉-창수령

 

   강남터미널에서 첫차를 타고 안동을 거쳐 영양으로 내려간 것은 이번 산행이 지난 주 안개로 이어가지 못한 풍력발전단지-창수령의 짧은 구간을 종주하는 것이어서 당일산행이 가능하겠다싶어서였습니다. 풍력발전단지 내 변전소까지 택시로 이동했는데 전번에 내려온 길이 도로보수공사중이어서 먼 길로 빙 돌아갔습니다.

 

  오전11시17분 변전소를 출발했습니다. 지난 번 맹위를 떨쳤던 안개가 한 여름 태양의 기세에 눌려 얼씬도 하지 못하자 거대한 풍차들이 가감 없이 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여러 기의 풍차들이 덜커덕거리며 도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은 것은 전번처럼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로 들리지 않아서였습니다. 남북 방향으로 비교적 촘촘하게 세워진 풍차들을 사진 찍으며 올라선 삼거리에서 풍차C-12를 확인한 후 북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로 들어섰습니다. 지난 번 된 고생을 한 것은 이 지점에서 넓은 시멘트도로를 따라가서였기에 이번에는 신경 써서 제 길로 이어갔습니다.

 

 

  11시47분 풍차C-9 위 공터에서 낙동정맥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풍차C-12 지점 삼거리에서 비포장도로를 따라 북진해 전번에 산행을 중단한 풍차C-9 바로 위 공터에 도착해 잠시 멈춰 서서 산행채비를 마친 후 왼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십 수분 숲길을 걸어 비포장도로로 내려섰다가 풍차B-6와 B-5사이의 중간쯤 되는 곳에서 다시 왼쪽 산길로 올라가 올라갔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큰 길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숲 속의 오솔 길을 걷게 됐다싶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숲속의 산길을 벗어나 넓은 길의 임도를 걸을 때의 불안감은 저만 느끼는 것이 아닐 것인데 이는 언제고 좁은 산길로 다시 들어서야함을 잘 알고들 있기 때문입니다.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따라 나지막한 봉우리 세 곳을 넘어 왼쪽 바로 아래 문이 굳게 잠긴 당집이 자리하고 있는 깊숙한 안부로 내려섰습니다.

 

 

 

 

  13시19분 울치재를 지났습니다. 태극문양이 그려진 문이 굳게 잠긴 당집을 사진 찍은 후 곧바로 올라 527m봉에서 점심을 들면서 20분가량 쉬었습니다. 527m봉에서 오른 쪽으로 휘어지는 마루금을 따라 내려가다 오른 쪽 아래에 자리한 깔끔한 모습의 청수저수지와 남동쪽 먼발치의 정연한 모습의 풍차 7기가 보여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몇 분 후 내려선 울치재에서 이번 산행의 끝점인 창수령까지 거리가 3.6Km여서 2시간이면 충분히 다다를 것 같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영덕군의 영해를 15시40분에 출발해 창수령을 거쳐 영양군의 영양으로 넘어가는 시외버스가 마지막 버스여서 이번 산행을 서둘렀더니 생각보다 조금 빨리 도착했습니다. 울치재에서 북동쪽으로 진행하면서 첫 번째 묘지를 거쳐 지난 두 번째 묘지 위 봉우리삼거리에서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울치재에서 해발고도를 200m가량 높여 봉우리삼거리에 올라선 시각이 14시8분이었습니다.

 

 

  15시12분 창수령에 도착해 23구간 종주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봉우리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쫓아가다 화산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공성 암석(?)을 보았습니다. 한라산의 현무암처럼 기공이 크지 못하고 그 색상도 검지 않았지만 내륙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강암은 분명 아닌 것 같아 어떻게 저런 돌이 이곳에 놓이게 되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양쪽에 돌들이 놓인 좁은 길을 지나 다다른 690m봉에서 오른쪽으로 얼마간 내려가자 차 소리가 들렸습니다. 지난 번 심하게 알바를 한 것이 혹시라도 최근 들어 부쩍 강퍅해진 저를 혼내고자 산신령께서 내린 벌이라면 벌의 유효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앗을 것 같아 남은 하산 길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묘지를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려선 창수령에서 다음 산행의 들머리를 확인한 후 이번 산행을 끝냈습니다. 창수령 고갯마루에서 버스가 선다는 왼쪽 아래 자라목쉼터로 걸어 내려가는 저를 보고 산삼과 약초를 캐신다는 한 분이 고맙게도 차를 세워 영양읍내까지 태워주셨습니다.

 

 

 

  아주 짧은 구간을 길고 멀게 걸었습니다. 그것도 한 번에 끝내지 못해 다시 내려가 마쳤습니다. 작년 6월 부산의 다대포를 출발해 창수령에 이르기까지 큰 어려움 없이 마루금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산신령께서 보살펴주신 덕분이라 생각해 항상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의 안개는 아무리 짙게 끼었다 해도 그토록 심하게 알바를 해 끝내 중도 포기하고 물러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만한 안개는 그동안 산행 중에 여러 번 만났고 그때마다 마루금을 잘 이어갔습니다. 그런 제가 지난번에 알바를 크게 한 것은 아무래도 산신령이 제게 내린 벌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산신령께 벌 받을 일을 했습니다. 작은 일에 분노하고, 저를 공격한 분들에 몇 배로 되갚고, 무엇보다 미워하기까지 했으니 벌 받을만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분노도, 미움도 다 내려놓을 뜻입니다. 적어도 산행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말입니다.

 

 

 

 

 

                                                   

 

 

                                                                <산행사진>

 

1)2012. 5. 30일 

 

 

 

2)2012. 6.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