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낙동정맥 종주기

낙동정맥 종주기24(창수령-옷재-아랫삼승령)

시인마뇽 2012. 7. 9. 12:44

                                                    낙동정맥 종주기24

 

 

 

                                       *정맥구간:창수령-옷재-아랫삼승령

                                       *산행일자:2012. 6. 14일(목)

                                       *소재지   :경북영양/영덕

                                       *산높이   :독경산683m, 학봉산689m

                                       *산행코스:창수령-독경산-서낭당재-옷재-학봉산

                                                      -아랫삼승령-기산리마을회관

                                       *산행시간:12시25분-18시27분(6시간2분)

                                       *동행      :나홀로

 

 

  산행 내내 시간에 쫓긴 것은 강남터미널에서 아침 6시10분에 출발하는 안동행 첫 버스를 놓쳐서였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고도 꾸물대다가  집을 나오는 시간이 늦어져 아침7시30분에 강남터미널을 출발하는 두 번째 버스에 올랐습니다. 안동을 거쳐 영양에 도착한 시각이 시간 반가량 늦어져 서둘러 택시를 잡아탔는데도 12시가 훨신 넘어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창수령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종주의 날머리인 아랫삼승령까지 늦어도 저녁 6시까지는 도착해야 그 아래 기산리마을을 6시반에 출발하는 마지막 군내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아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내내 긴장을 풀지 못했습니다.  

 

 

  바짝 긴장을 해서인지 멧돼지가 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습니다. 그간 종주 산행 중 멧돼지를 꽤 여러 번 만났지만 그때마다 저 만치 앞에서 저를 본 멧돼지들이 재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해 별반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치 저를 따라다니면서 울어대는 듯 이곳 저곳에서 멧돼지 울음소리가 들려와 섬뜩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산행을 멈출 수 없어 더 빨리 진행했습니다. 그간의 경험덕분에 멧돼지가 저를 해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생겨 크게 불안하지는 않았지만, 빨갛게 잘 익은 딸기를 따 먹으며 혹시나 멧돼지가 자기네 음식을 절취한다고 오해하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였습니다.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저를 잠시 붙잡아 세운 것은  풍뎅이(?)였습니다 . 어릴 적 시골에서 많이 보아온 녀석인데 이 높은 능선에서 만나다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멧돼지처럼 고성을 지르는 것도 아니고 뱀처럼 징그럽지 않아 금세 친구가 된 듯했습니다.  전신이 새까만 이 녀석의 등에서 청색 빛이 감돌아 귀티가 풍겼습니다. 이 녀석은 이동속도가 굼뱅이보다 빠를 리 없고보면 대화상대를 찾아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녀석에게는 자기 앞에 나타나는 동물이 적인가 아닌 가를 재빨리 감지해 죽은 체 할까 말까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서서히 움직일 터인데 저를 본 이 녀석이 살살 움직이는 것은 저를 적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산에서 꽤나 오래 인연을 맺어온 멧돼지는 제게 연속해 경고음을 발하는데 처음 본 녀석이 반갑게 저를 친구로 맞아줘 고마운 마음이 절로 일었습니다.

 

 

  12시24분 창수령에서 낙동정맥 종주 길에 올랐습니다. 영양에서 1만9천원을 들여 창수령까지 택시로 이동한 것은 이번 산행의 끝점인 아랫삼승령 아래 마을을 출발하는 18시30분발 영양 행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기에,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후다닥 산행채비를 마친 후 곧바로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길을 올라 해발고도를 120m가량 높이자 길이 평탄해지는 가 했는데 몇 분 후 길은 다시 가팔라졌습니다. 창수령 출발 반시간이 조금 지나 올라선 해발683m의 독경산 정상에 무인감시탑이 세워진 헬기장이 들어서있어 구름이 끼었는데도 시멘트바닥이 내뿜는 여름 한 낮의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헬기장에서 왼쪽으로 조금 내려가 20분 가까이 쉬면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14시45분 해발670m의 지경봉에 이르렀습니다. 점심식사 중 왼쪽 아래에서 멧돼지(?)가 울부짖는 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려 섬뜩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루금을 따라 동진하다 북쪽으로 그 다음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진행하면서 묘지 두 곳을 지났습니다. 13시58분에 내려선 임도를 가로질러 나지막한 능선을 따라 남진하면서 능선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갔습니다. 100m가량 고도를 높여 올라선 해발670m의 지경봉에서 오른쪽으로 난 북쪽 길로 진행하면서 산딸기를 따먹었습니다. 하루해가 가장 길다는 하지를 얼마 앞두고 오랜 가뭄에 시달려온 우리의 여름 산이 해발 600m대의 능선에다 애써 키워놓은 산딸기들이 길옆에 널려 있어 마음 놓고 따먹었습니다.

 

 

  16시5분 해발710m의 옷재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지경봉을 출발해 해발630m의 두 봉우리를 넘어 안부로 내려갔다가 된 비알 길을 걸어 710m봉에 올라서기까지 대략 1시간이 걸렸습니다. 조선일보사의 “실전낙동정맥 종주산행”에 실린 지도에는 바로 아래 안부까지 1시간40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있어 이렇게 빨리 왔을 리가 없을 텐데 하면서 안부로 내려갔습니다. 어디가 안부인지 똑떨어지게 말할 수 없는 밋밋한 능선을 지나 다시 비알 길을 따라 또 다른 701m봉에 올라섰는데 이 봉우리가 옷재인 것 같았습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과일을 꺼내들다가 독경산에서의 멧돼지 소리가 다시 들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오른 쪽으로  내려가 왼쪽 바로 아래로 임도가 보이는 안부를 지난 시각이 16시 30분경이었습니다.

 

 

  17시20분 730m봉에 올라섰습니다. 왼쪽 아래 임도와 같은 방향으로 완만한 오름 새의 능선을 따라 올랐습니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 조금 내려갔다가 묘지 위 710m봉(?)삼거리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꺾어 동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지도상의 “쉰섬재”를 확인하지 못한 채 다시 비알 길을 힘들게 올라 730m봉(?)에 다다랐습니다. 나무에 걸려 있는 표지기에 학산봉으로 적혀 있어 아랫삼승령이 바로 아래라고 생각해 마음 놓고 10수분을 쉬었는데 정작 학산봉은 반시간 가까이 더 걸어 만났습니다.

 

 

  18시8분 이번 구간의 끝점인 아랫삼승령에 도착했습니다. 오른 쪽으로 푹 떨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가 안부에 이르렀는데도 아랫삼승령에 자리한 정자가 보이지 않자 방금 내려선 봉우리가 학산봉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봉우리가 730m봉이라면 서둘러야 18시 이전에 아랫삼승령에 도착해 그 아래 기산리에서 18시30분발 영양행 버스를 탈 것 같아 잠시 숨을 가다듬은 후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18시 정각에 올라선 해발688m의 학산봉을 넘어 안부로 내려가자 얼마 안 있어 정자가 보였습니다. 정자를 지나 목표시간보다 8분이 늦은 18시8분에 바로 옆 아랫삼승령에 도착해 24구간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18시27분 기산리 마을에서 하루 산행을 마감했습니다. 아랫삼승령에 도착해 남은 일은 부지런히 기산리마을로 내려가 18시30분에 출발하는 영양행 버스를 타는 것이어서 서 왼쪽 아래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뛰어 내려갔습니다. 수 분 후 만난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자 아랫마을에서 개짓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버스가 다니는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 기산리 마을에 도착해 3-4분을 기다렸다가 버스에 올라 그 50분 후 영양에 도착했습니다.

 

  산에서 만난 검은 풍뎅이(?)는 산신령께서 돌보는 산식구이기에 산에서 사는 것입니다. 제 딴에는 참으로 열심히 산에 다녔다 싶은 데 아직도 산신령께서 저를 산식구로 여기지 않습니다. 지난 번 맹동산의 풍력발전단지에서 짙은 안개로 길을 잃은 제게 길을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 그 증거입니다. 산신령이 제게 원하는 것은 당신이 돌보는 산식구들이 비록 미물이라도 위해를 가하지 말라는 것일 것 같습니다. 모두다 생명과 영혼이 들어 있으니 벗삼아 대화를 나누라는 산신령의 가르침을 받들 뜻입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