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낙동정맥 종주기

낙동정맥 종주기26(백암산갈림길-검마산-검마산자연휴양림갈림길)

시인마뇽 2012. 8. 18. 17:55

 

                                                        낙동정맥 종주기26

 

 

 

                                   *정맥구간:백암산갈림길-검마산-검마산자연휴양림갈림길

                                   *산행일자:2012. 8. 9일(목)

                                   *소재지   :경북영양/울진

                                   *산높이   :검마산1,017m, 갈마산918m, 백암산1,004m

                                   *산행코스:백암온천버스정류장-백암산-백암산갈림길-검마산-갈마산

                                                 -검마산자연휴양림갈림길-검마산자연휴양림

                                   *산행시간:7시13분-17시43분(10시간30분)

                                   *동행 :나홀로

 

 

  낙동정맥 종주 길에 나비 한 마리를 사진 찍고 나자 오래 전에 읽은 “장자”가 떠올랐습니다. 전국시대 때 송나라에서 태어난 장자는 “장자”를 지었는데, 그 “장자”의 제물 편 마지막 부문에 나비에 관한 글이 나옵니다.

 

“장주, 나는 꿈에 나비가 되어 이리 저리 날아다니니 어디로 보나 나비였다. 나는 나비인줄로만 알고 기뻐했고 내가 장주인 것은 생각지 못했다. 곧 나는 깨어났고 틀림없이 다시 내가 되었다. 지금 나는 사람으로서 나비였음을 꿈꾸었는지 내가 나비인데 사람이라고 꿈을 꾸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사람과 나비사이에는 반드시 구별이 있다. 바뀌는 것을 물질의 변형이라고 한다.”

 

  나뭇잎에 내려앉은 나비를 보고도 갈 길이 바쁜 저는 장자처럼 “나비의 꿈”을 꾸면서 꿈속을 헤매지 못했습니다. 나비가 그저 사진모델이 되어준 것만 고마워 마음 변하기 전에 재빨리 카메라 샷을 누른 후 제 갈 길을 이어갔습니다. 동양의 나비가 장자의 머릿속을 들락날락하며 장자를 헛갈리게 만들었다면, 서양의 나비는 작은 날개 짓으로 미세한 파동을 일으키고 그 파동이 증폭되어 대양 건너 아주 먼 곳에서도 태풍을 일으키는 소위 “나비효과”를 일으킨다합니다. 나비를 보는 시각이 동양과 서양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어 흥미로웠습니다.

 

  아침7시13분 온정리 백암산탐방소를 출발했습니다.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묵은 울진의 읍내버스정류장에서 아침6시에 영덕을 거쳐 대구로 가는 첫 버스에 올라 평해로 향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동해바다가 한 눈에 보여 파도가 잔잔한 이른 아침 바다 풍경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평해에서 하차해 인근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 후 6시40분발 첫 버스를 타고 백암온천으로 향했습니다. 목백일홍으로도 불리는 배롱나무가 빨간 꽃을 활짝 피워 평해-백암온천 차도가 환했습니다. 창에 맞은 노루를 쫓던 사냥꾼이 발견했다는 백암온천은 신라 시대에도 약효가 뛰어난 온천으로 알려졌다 합니다.백암온천 입구에서 하차하자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상가가 한산해 보였습니다. 상가에서 왼쪽 위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십 여분을 걸어 다다른 탐방소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천냥묘를 향해 넓은 임도를 따라 올랐습니다.

 

  9시52분 해발1,004m의 백암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탐방소출발 40분이 채 못 되어 도착한 천냥묘에서 백암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길로 들어서 서쪽으로 진행했습니다. 왼쪽으로 흰바위 길이 갈리는 삼거리를 지나 몇 분 뒤 다다른 계곡에서 십 수분을 쉰 후 조금 가파른 비알 길을 올랐습니다. 한화콘도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따라 올라 헬기장을 지나자 산길이 한동안 평탄하다 싶었는데 정상을 얼마 앞두고 조금 가팔라졌습니다. 꽤 넓은 헬기장이 들어선 백암산 정상에서 동해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 것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날씨가 쾌청해서였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더 아쉬운 것은 낙동정맥 종주길이 바빠 백암산 정상을 세 번째 오르면서도 이 산의 명소인 백암산성, 백암폭포와 흰바위를 어느 것 하나 보고 가지 못한 것입니다.

 

  10시35분 백암산 갈림길을 출발했습니다. 백암산 정상에서 낙동정맥의 마루금과 만나는 백암산 갈림길까지는 20분이 채 안 걸리는 짧은 거리여서 쉬지 않고 진행했습니다. 봄철에 지났으면 철쭉꽃이 장관이었을 내리막길로 내려가 백암산 갈림길 도착해 짐을 내려놓고 20분 가까이 편히 쉬었습니다. 3시간을 계속해 걸어 오르느라 빠져나간 에너지를 과일을 들어 충전한 후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백암산갈림길에서 일어나 서쪽으로 내려갔습니다. 150m가량 고도를 낮추어 내려선 안부를 지나 수십m 높이의 봉우리 몇 개를 오르락내리락해 삼각점이 박혀 있는 779.8m봉에 올랐습니다. 머리 위를 나는 비행기 몇 대의 굉음에 후끈거리는 지열이 더해져 짜증이 나는 779.8m 봉에서 곧바로 내려갔습니다.

 

  12시8분 넓은 임도로 내려섰습니다. 779.8m봉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완만했습니다. 20분 남짓 걸어 내려가 만난 큰 길은 왼쪽 아래 영양군 수비면에서 오른 쪽 너머 울진군 온정면으로 이어지는 임도로 길 한가운데서 풀들이 무성하게 자란 것으로 보아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길 건너 산속 그늘진 곳을 찾아 점심식사를 하느라 20분 넘게 쉬고 나자 등 뒤의 땀이 다 식은 듯했습니다. 해발1,017m의 검마산에 오르기 위해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치받이 길을 올라 해발고도를 350m가량 높여야 했기에, 더위를 먹지 않고자 진행속도를 최대한 늦추었습니다. 그리해도 저녁 6시 안에 이번 산행의 끝점인 검마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할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13시24분 918m봉에 올랐습니다. 점심 식사 후 처음 얼마간은 산 오름이 완만하다 했는데 해발고도가 8백m를 넘어가자 오름 길이 눈에 뛰게 가팔라졌습니다. 숨도 돌릴 겸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나뭇잎에 사뿐히 내려앉은 나비를 사진 찍었습니다. 두 날개로 날 수 있는 물리적 거리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 저 나비가 제게 기꺼이 사진모델이 되어준 것은 이 사진이 실리는 제 블로그를 통해 온 세상을 날고 싶어서라는 생각이 들어 정성들여 찍었습니다. ‘매봉산’ 표지물이 걸려있는 918m봉에서 조금 내려가 바람이 통할만한 곳을 찾아 20분가량 쉬었습니다. 암릉 길을 오르내리며 북서쪽으로 진행해 930m봉을 넘자 평탄한 길이 이어졌습니다.

 

  14시16분 해발1,017.2m의 검마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930m봉을 넘어 서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따라 내려가는 중 이름을 까먹은 야생화들이 길안내를 맡아 얼마간 더위를 잊을 수 있었습니다. 930m봉에서 내려선 구슬령삼거리를 지나 다시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선 봉우리에 삼각점이 박혀있어 이 봉우리가 검마산의 주봉이라 판단했습니다. 해발1,017m의 주봉을 출발해 해발1,019m의 상봉을 거쳐 검마산 정상 표지물이 세워진 1,014m 봉에 이르기까지 걸린 47분 동안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고된 시간이었습니다. 주봉을 오르느라 이미 많이 지친데다 어깨를 넘는 잡목과 풀들이 길을 가로막아 이것들을 헤치고 나아가느라 힘들었고, 이에다 땀을 식힐 골바람이 낮잠을 자느라 골짜기에서 꿈쩍을 않아 더욱 그러했습니다. 넓은 공터의 1014m봉에서 먼발치의 백암산을 사진 찍으며 얼마간 쉰 후 남서쪽의 갈미산을 향해 내달렸습니다.

 

  제가 굳이 삼각점이 세워진 1017m봉을 주봉으로 표현하는 것은 검마산의 해발고도가 천 미터를 넘는 세 봉우리 중 가운데 자리한 한 봉우리의 고도가 진혁진님의 개념도에 1019m로 적혀 있어서입니다. 일반적으로 어느 한 산을 대표하는 주봉과 고도가 가장 높은 상봉이 서로 다르지 않아 꼬집어 주봉과 상봉을 구별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더러는 지형도에 정상으로 표시된 봉우리와 최고봉인 상봉이 다른 산도 있습니다. 여기 검마산처럼 주흘산과 노추산이 정상과 최고봉의 위치가 같지 않습니다. 장남이 언제나 대를 잇는 것은 아닌 것처럼 상봉이 한 산을 반드시 대표하라는 법도 없을 것이기에 전체적인 지형을 보아 상봉을 대표 봉우리로 삼기에 적합지 못하다면 조금 낮은 다른 봉우리를 주봉으로 내세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16시38분 26구간의 끝점인 검마산자연휴양림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1014m봉에서 임도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지 않아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꾸물대다가는 저녁7시에 수비를 출발하는 영양행 막차를 놓칠 수도 있겠다 싶어 정신없이 내달렸습니다. 왼쪽으로 임도가 가까이 내려다보이는 능선을 따라 진행하다가 멧돼지새끼 두 마리를 만났습니다. 별 생각 없이 능선 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정면으로 저와 마주친 새끼 두 마리는 별반 놀래는 기색도 없이 천천히 능선 아래 오른 쪽으로 내려가 제게 길을 비켜주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었습니다. 임도를 건너 해발918.2m의 갈미산 정상에 올라선 시각이 15시51분이었습니다. 시멘트블록들이 눈에 띄는 좁은 공터의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가팔라 해발 고도가 700m대에 이르기까지 천천히 걸어 내려갔습니다. 해발고도 660m대의 능선에서 내려선 임도를 따라 걸어 나지막한 봉우리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했습니다. 7-8분 후 임도가 오른 쪽으로 확 꺾여 내려가는 검마산자연휴양림갈림길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추령8.7Km/검마산2.9Km/매표소1.5Km”의 표지목이 세워진 삼거리에서 종주산행을 마무리한 후 오른 쪽 임도를 따라 자연휴양림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17시42분 휴양림 매표소 앞에서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내려가는 임도 길의 1.5Km는 그리 먼 길이 아니어서 천천히 걸었는데도 휴양림 시설물이 들어선 곳에 이르기까지 20분밖에 안 걸렸습니다. 화장실 세면대에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옷을 갈아입고 땀을 씻어내는데 반시간 넘게 걸려 저녁 6시를 십 수분 남겨 놓고 매표소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부른 택시를 타고 수비로 이동, 마침 대기 중인 버스에 올라 18시 정각에 수비를 출발했습니다. 반시간 조금 지나 도착한 영양에서 갈아 탄 안동 가는 버스가 20시 30분이 조금 못되어 안동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20시40분발 동서울 행 버스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올 여름에는 태풍조차 우리나라를 비껴가 태양열에 꽤 많이 달아오른 한반도가 좀처럼 식지를 않았습니다. 밤새 내내 기온이 섭씨25도를 넘는 열대야가 보름 넘게 계속되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불면의 고통이 힘겨워 밤이 오는 것이 두렵기조차 한 이 여름에 장자처럼 한가롭게 나비의 꿈을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길에서 만난 나비에 부탁하나니 제발 다른 대륙의 나비들에 애기해 그들이 보다 힘차게 날개를 짓게 해,그 날개 짓의 작은 파동이 태평양 건너 우리 땅에 이르기까지 최대로 증폭되어 이 땅에 대규모의 비바람을 몰고 와 달라는 것입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