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지맥·분맥·단맥/한남정맥 분기지맥

한남쌍령지맥 종주기

시인마뇽 2013. 1. 30. 19:15

                                                    한남쌍령지맥 종주기4(최종회)

 

 

 

                                  *지맥구간:304번도로(동물이동통로)-1번국도-진위천/안성천합수점

                                  *산행일자:2013. 3. 2일(토)

                                  *소재지 :경기평택

                                  *산높이 :부악산 151m

                                  *산행코스:304번도로(동물이동통로)-부악산-340번도로-1번도로

                                                 -평택-안성간 고속국도-태평아파트-진위천/안성천 합수점

                                  *산행시간:10시13분-16시51분(6시간38분)

                                  *동행 :나홀로

 

 

   한수 이남의 대표적인 하천인 진위천과 안성천은 경기도 평택시의 고덕면과 팽성읍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에서 합수됩니다. 겨울방학 동안 4번을 출산해 한남쌍령지맥의 종주산행을 마무리 지은 곳이 진위천과 안성천이 만나는 합수점으로, 이 합수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번에 종주한 쌍령지맥이 진위천과 안성천을 가르는 산줄기임을 알았습니다. 진위천과 안성천은 쌍령지맥을 넘어 합류하지 못하고 이 산줄기가 끝나고 난 후에야 하나가 된 것이나, 쌍령지맥 산줄기가 진위천을 건너지 못하고 그 앞에서 끝이 난 것은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산자분수(山自分水)의 원리가 참임을 드러내준 좋은 사례라 하겠습니다. 우리의 강줄기를 직접 답사해 발로 써온 이형석님은 그의 저서 “한국의 강”에서 ‘우리국토의 산줄기와 물줄기’라는 테마로 산경표와 수경표를 자세히 다루어 산줄기와 물줄기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진위천과 안성천 모두 용인의 산에서 발원해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하천입니다. 한남정맥이 지나는 해발404m의 부아산(負兒山)은 진위천의 발원지로 이동면에 자리했고, 한남쌍령지맥이 지나는 해발505m의 쌍령산은 안성천의 발원지로 원삼면에 위치했습니다. 부아산에서 발원한 진위천은 이동저수지를 이룬 후 팽성/고덕의 합수점에 이르고, 쌍령산에서 발원한 안성천은 고삼저수지를 이룬 뒤 위 합수점에서 진위천의 물을 받아 아산만 하구로 흘러가 서해로 들어갑니다. 아산만하구에서 발원지까지 어느 하천이 더 긴가를 판별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형석님에 따르면 진위천의 길이는 74.50Km이고, 안성천은 74.25Km로 진위천이 더 길어 안성천은 진위천의 제1지류가 됩니다. 합수점에서 아산만까지의 하천을 진위천으로 불러야 하는데도 지도에 안성천으로 적혀 있는 것은 관계당국이 진위천보다 안성천의 물줄기가 이 길다고 공인했기 때문으로 실측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전10시13분 304번도로 위 동물이동통로에서 4구간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산본 집에서 8시가 넘어 출발한데다 깜박하다 서동탄역까지 갔다 오느라 늦어져 10시가 넘어 지맥 길에 첫발을 들였습니다. 지난 번에 산행을 마친 304번도로 위 동물이동통로에서 서쪽으로 난 넓은 길을 따라 안부로 내려섰다가 산불감시탑이 서있는 부악산에 올랐습니다. 돌탑을 사진 찍고 큰 길로 계속 걸어 왼쪽 아래로 국제대학/은혜여고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복사해간 산행기에는 이곳에서 은혜여고로 내려갔다고 했는데 개념도를 보니 마루금이 그 길과 달라 보여 그대로 직진해 육모정을 지나 다다른 폐타이어교통호가 있는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진행했습니다. 몇 분후 더 이상 능선을 탈 수 없어 왼쪽 아래 공원으로 내려가 지도를 보고이 공원이 마루금에서 서쪽으로 한참 벗어나 있는 이충분수공원임을 알았습니다.

 

 

 

  11시51분 최가다인 집 옆 고갯마루에 다다랐습니다. 이충분수공원에서 바로 앞 ‘여성회관’정류소에서 왼쪽으로 꺾어 몇 분을 걷자 왼쪽 위로 ‘은혜중고등학교/은혜교회’ 길이 갈리는 삼거리가 나타났습니다. 이 길을 건너 조금 더 걷다가 운동장을 돌고 있는 한 분께 마루금이 지나는 ‘최가다인’ 찻집의 위치를 물어 확인했습니다. 그 분이 가리켜 준대로 능선으로 올라가 차도가 지나는 고갯마루에 올라서자 바로 옆에 최가다인 찻집이 보였습니다. 5년 교직생활 중 유일하게 안부를 주고받는 한 제자가 은혜여고의 영어교사로 재직한 것이 생각나 안부전화를 걸었더니 집이 이 근처라 했습니다. 방금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다 왼쪽 밭을 지나 다다른 충현교회 앞에서 길을 건너 왼쪽으로 가다가 충의공원길로 들어섰습니다. 충의공원을 통과한 후 반지초등학교와 송탄고등학교 정문을 차례로 지났습니다.

 

 

 

  12시58분 93m봉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송탄고교정문에서 조금 더 가 만난 삼거리에서 길을 건너 왼쪽으로 진행하다 순복음 교회 앞에서 오른 쪽 산으로 올라섰습니다. 2-3분을 걷다가 왼쪽 아래 포장도로로 내려가 이 길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해 334번 도로를 지하차도로 건넜습니다. 지하차도를 건넌 후 오른쪽으로 조금 가다가  왼쪽으로 진행해 만난 임도를 따라갔습니다. 몇 분후 만난  민가를 오른 쪽으로 우회해 올라선 93m봉에 삼각점이 박혀 있었습니다. 삼각점 옆의 벤치에 앉아 점심을 든 후 남서쪽으로 진행해 이내 다다른 안부에서 길이 잘 나있는 왼쪽사면으로 가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가던 길을 멈추고 산행기를 읽어본 즉 제 길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안부로 돌아가 시멘트 가건물이 보이는 정면 능선을 타고 오르자 쌍령지맥 표지기가 보여 안심했습니다. 길이 나있지 않은 능선을 타고 진행하다 오른 쪽 바로 아래 임도로 내려가 능선과 나란한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14시22분 평택-안성간 고속국도 위 금성출판사 앞에 이르렀습니다. 오른 쪽 먼발치로 홈플러스가 보이는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 포장도로를 만나 그 길을 따라가 배수지 정문 앞을 지났습니다. 이내 다다른 1번 국도를 건너 광동제약연구소정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산행기와 개념도를 가지고 진행방향을 점검해본 즉 마루금은 장동마을 표지석앞에서 오른 쪽으로 이어졌습니다. 경부선 철로 위에 놓은 장동교 다리를 건너 직진하다 축사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매실농원 위에 난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언 땅이 녹아 질퍽대는 길을 걸어 용진연구소 앞 포장도로에 다다른 후 오른 쪽으로 꺾어 그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은 텅 빈 건물 몇 채와 을씨년스러운 헐다만 건물이 방치되어 마치 폐허 같았습니다. 텅 빈 건물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다 만난 삼거리에서 왼 쪽 길로 진행해 평택-안성간 고속국도가 바로 아래 보이는 삼거리에 이르렀고, 다시 왼쪽으로 꺾어 금성출판사 정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15시40분 ‘바로 e마트’ 앞에서 차도를 건넜습니다. 금성출판사 앞에서 오른 쪽 길로 진행하다 오른 쪽 축사 뒤 산길로 들어서자 잡목과 잡풀들이 엉켜 한 여름이라면 이 길을 지나기가 정말 힘들었겠다 싶었습니다. 15번 송전탑을 지나 만난 미니 골프장을 아래로 통과해 차도로 내려섰습니다. 오른 쪽 'East Hill Golf Club' 앞을 지나 다다른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다시 마루금에 합류한 후 오른 쪽으로 꺾어 폐가를 지나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오른 쪽 임도로 내려가 임도 따라 진행하다 논둑을 걷고 묘목 밭을 지나 태평아파트 후문에 이르기까지 물어물어 찾아갔습니다. 후문 앞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가 궁리성당을 지난 후 2차선도로 삼거리에서 왼쪽 차도를 따라 10분 남짓 걸어 도착한 ‘바로 e마트’앞에 도착했습니다.

 

 

 

  16시51분 진위천/안성천 합수점에서 한남쌍령지맥 종주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머리 위로 KTX철로가 지나고 그 아래로 38번 도로가 지나는 ‘바로e마트’에서 38번 도로를 건너 오른 쪽으로 이 도로를 따라 10분 넘게 걸어가다 왼쪽 논 사이에 낸 시멘트농로로 접어들자 저만치로 진위천의 방축이 보였습니다. 네모반듯한 논이 엄청 넓어 보이는 농로를 따라 직진해 진위천의 방축에 올라선 시각이 15시56분으로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 이곳에서 끝내겠다는 계획을 수정해 진위천과 안성천이 만나는 합수점까지 걸어갔습니다. 남동쪽으로 나 있는 방축로를 50분 넘게 걸으면서 진위천의 정경에 감탄해 몇 번이고 멈춰 서서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하천의 폭도 넓고 수량도 풍부해 강으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진위천의 또 다른 볼거리는 황금색 갈대밭과 철새들이 물을 차며 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집이 들어서고 도로가 나고 폐허로도 변한 지맥 길을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어 엄청 신경을 쓰다가 직선으로 곧게 난 방축 길을 걷노라니 발걸음도 한결 가벼웠습니다. 교량공사가 한창인 합수점에서 진위천이 끝이 나고, 진위천 물을 인계받은 안성천은 여기서부터 남서쪽으로 흘러 아산만에서 바다에 합류됩니다.

 

 

 

  동고리 마을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평택역으로 나가 전철을 타고 산본 집으로 향했습니다. 산본에서 평택이 고향인 고교동창인 이규성교수를 만나 맥주를 나누는 중 진위천의 물이 많은 이유를 알았습니다. 이 친구의 이야기인즉 아산만에 방조제를 쌓아 모아 놓은 물이 그 상류인 합수점과 진위천 하류까지 채웠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를 배웠습니다.

 

 

                     

 

                                                             <산행사진>

 

 

 

 

 

 

 

 

 

 

 

 

 

 

 

 

 

 

 

 

 

 

 

 

 

 

 

 

 

 

 

 

 

 

 

 

 

 

 

 

 

 

 

 

 

 

 

 

 

 

 

 

 

 

 

 

 

 

  • 범솥말
  • 2013.03.05 12:51
  • 답글 | 차단 | 삭제 | 신고
  • 선배님 안녕하셨습니까?
    한동안 낙동의 소식이 없다 생각했는데 그새 쌍령지맥을 마치셨군요.
    무사히 마치셨음을 축하드립니다.
    고란이가 죽어있는 모습이 안타까웠고
    산행기의 공통점은 거리는 다르지만 매번 알바를 하고 계셨다는 점입니다.
    지도로 가는 길을 확인하는 것도 좋지만 알비를 줄이는 방법은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몇 분 것을 읽어보시고 참고하시면 알바를 줄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저는 8년이 되어도 끝내지 못한 대간 땜빵했슴다.
    늘 안산하십시오.

     

    한남정맥의 6지맥을 모두 마친 셈입니다. 알바도 여정의 일부려니하고     마음 편히 생각합니다. 언제 나머지 한양도성을 걸어야지요. 대간은 그럼 다 끝난 건가요? 축하드립니다. 안산, 즐산 하시고요.
    축하드리고 부럽습니다. 이제야 걷는데 아직은 힘이 듭니다.
    언제쯤 저도 마음대로 갈 수 있을런지? 이제는 겁도 나고 무릎도 안좋아 힘든 산행은 포기한 상태입니다.

     

    천천히 걷다보시면 다리에 힘이 붙을 것입니다. 2008년 용화산에서 사고룰 당한 후 바위공포증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습니다. 심리적후유증이 더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무리한 산행은 삼가히시되, 공포증은 천천히 산행하다보면 서서히 극복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남쌍령지맥 종주기3

     

     

                                             *지맥구간:뱃고개-천덕산-304번도로

                                             *산행일자:2013. 2. 23일(토)

                                             *소재지 :경기안성/용인/평택

                                             *산높이 :천덕산322m, 덕암산165m

                                             *산행코스:뱃고개(이현정류소)-천덕산-백년봉-경부고속도로

                                                            -덕암산-304번도로 동물이동통로

                                             *산행시간:8시26분-18시3분(9시간37분)

                                             *동행 :나홀로

     

     

      이번에는 아이젠을 차지 않고 산행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9시간을 넘게 걸었는데도 두 발에 피로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날씨는 냉랭했지만 그늘 진 몇 곳을 빼놓고는 대부분 눈이 다 녹아 굳이 아이젠을 차지 않아도 산길을 걷기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주어 안전산행에 크게 도움을 주는 아이젠은 겨울 산을 오르는데 필수적인 등산장비임에 틀림없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는 제게는 긴 시간 아이젠을 차고 산행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6.25전쟁이 끝나고 얼마 후인 1950년대 후반의 일이니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 즈음인 것 같습니다. 저보다 11살 위인 큰 형님께서는 10대 후반부터 마차를 끌었습니다. 농번기가 끝난 겨울철에는 큰 형님이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인근 문산이나 용주골에 내다 팔았습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장터에 지게로 땔감을 져 나르다가는 왔다 갔다 하기만 힘들었지 목돈이 되지 못해, 큰 형님은 마차로 실어 날랐습니다. 눈이 내리고 길이 얼면 미끄러지지 않도록 소 발바닥에 쇠로 된 굽을 박아 마차를 끈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굽을 박을 때 소가 엄청 고통스러워 해 우리 집안에서 아무도 굽을 박지 못했는데 오로지 큰 형님만이 그 일을 해냈습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온 식구가 겨울을 내야 했기에 어린 마음에도 큰 형님과 굽을 박고 마차를 끄는 황소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고 제 좋아 아이젠을 찬 것인데도 웬만하면 벗고 걸으려하는데 강제로 쇠 굽을 차야했던 그 소는 얼마나 벗어버리고 싶었겠습니까? 그 때는 사람이나 가축이나 모두 살기 힘들던 시절이어서 어느 누구도 동물학대라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침8시36분 이현정류소에서 하차해 뱃고개로 향했습니다. 강남터미널을 6시40분에 출발한 고속버스가 1시간이 막 지나 목적지인 안성종합터미널에 도착해, 길 건너 정류소에서 15분을 기다렸다가 7시55분발 미리내행 60번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현정류소에서 산행을 채비한 후 구45번 도로를 따라 세방전지 물류센터가 들어선 뱃고개 마루를 넘었습니다. 고개를 넘자마자 왼쪽 산길로 들어가 잡목을 헤치고 올라가 세방전지의 초록색철책을 따라 걸었습니다. 세방전지 위 봉우리인 130m봉에 다다라 부글대는 뱃속을 비우느라 십여 분을 지체한 후 왼쪽으로 내려가 왼쪽아래 여러 기의 묘지가 들어선 안부를 지났습니다. 안부에서 왼쪽 능선을 따라 10분가량 진행하다 길을 잘 못 든 것 같아 지도를 꺼내보니 제가 있는 곳이 서쪽으로 뻗어나가는 마루금에서 남쪽으로 한참 떨어져 있어, 묘지가 있는 안부로 되돌아갔습니다.

     

     

     

      10시9분 184m봉에 올랐습니다. 안부에서 길이 흐릿한 서쪽 능선을 타고 진행했는데 오른 쪽 산 밑에 자리 잡은 활궁장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러 기의 묘지를 지나 굵은 밧줄이 쳐진 184m봉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33분이 걸렸는데, 이 시간은 저와 빠르기가 비슷한 한 분보다 21분이 더 걸린 것이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304번 도로 위 동물이동통로까지 진출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았습니다. 184m봉에서 왼쪽으로 진행해 깊숙한 안부에 내려섰다가 땅바닥을 두툼하게 덮은 낙엽들을 사진 찍고 나서 산 오름을 계속 했습니다. 왼쪽 아래로 레이크힐스퍼블릭코스가 자리한 능선을 따라올라 통나무쉼터 사거리에 이르자 오른 쪽 먼발치로 송전저수지의 수문이 보였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사진을 찍은 후 그대로 직진해 ‘피크닉장/산림욕로/등산로’ 표지봉이 세워진 봉우리에 올랐는데 이 봉우리가 285m봉인 것 같은데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11시24분 이번 구간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인 해발322m의 신선봉을 올랐습니다. ‘피크닉장’ 285m봉에서 남쪽으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 양성산림욕장 안내판 앞을 지났습니다. 1978년10월5일 선포된 자연보호헌장 전문을 적어 넣은 안내문을 읽어내려 가면서 오늘의 경제적 부와 산림녹화를 같이 이룩한 박대통령을 생각했습니다. 박대통령은 헌장 선포 1년 후에 서거했지만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혜택 속에서 살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로 시작해 “전국토를 푸르고 아름답게 가꾸어야한다”고 끝을 맺는 자연보호헌장의 기본정신은 시대를 뛰어넘어 영속될 것입니다. 184m봉에서 시작된 넓은 길은 페타이어가 방치된 넓은 공터에서 끝이 났고, 이 공터에서 왼쪽으로 내려갔다가 20cm 이상 눈이 쌓인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올라 신선봉에 다다랐습니다. 신선봉에서 오른 쪽으로 조금 떨어진 305m봉을 지나 왼쪽 아래 안부로 내려갔다가 군부대가 들어선 천덕산으로 향했습니다.

     

     

     

      12시40분 23번 도로가 지나는 공군기지입구에 다다랐습니다. 안부 바로 위에 세운 제거하고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지뢰를 조심하라는 ‘위험표지 안내판’이 서 있어 긴장됐습니다. 안부에서 왼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가면 군부대를 우회할 수 있겠다 싶어 6-7분을 진행하다 길이 아래쪽으로 나 있어 안부로 되돌아오느라 15분을 까먹었습니다. 안부 위 첫 번 째 원형철조망을 바로 넘어 조금 올라가자 똑같은 철조망이 또다시 나타나 왼쪽으로 이동해 넘었습니다. 이내 만난 군부대 울타리를 따라 천덕산 정상을 왼쪽으로 우회해 정문 앞에 이르자 비로소 마음이 놓였습니다. 정문을 지나서부터 23번 도로까지 20분간은 포장도로여서 마음 편히 걸어 내려갔습니다. 왼쪽 고갯마루 북쪽 아래 공군기지입구에서 길을 건너 성은리 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방책선이 끝나는 곳에서 왼쪽 산으로 들어섰는데 때 마침 햇볕이 들면서 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곳이 있어 짐을 풀고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14시25분 해발234m의 백년봉에 올랐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13시9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길이 나있지 않은 북사면을 치고 왼쪽 능선으로 올라가 마루금에 합류했습니다. 오른 쪽으로 길이 잘 나있는 능선을 따라 남진하다 뒤를 돌아보자 공군기지가 들어서 오르지 못한 천덕산의 깔끔한 자태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천덕산을 한 점으로 해 시계방향으로 부채꼴을 그리면서 묘지를 지나고 안부를 가로 질러 오른 쪽으로 올라 186m봉에 도착했습니다. 가족으로 보이는 네댓 명이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186m봉에서 돌무더기 안부로 내려섰다가 미끄러운 길을 걸어 193m봉에 올랐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돌무더기가 자리한 백년봉에 올라서자 정남쪽으로 칠곡저수지가, 그리고 동북쪽으로 천덕산이 가깝게 보였습니다. 백년봉에서 북쪽으로 내려가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186m봉에 오름으로써 천덕산을 꼭지점으로 한 부채꼴 그리기 산행이 끝났습니다.

     

     

     

      16시11분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통로로 건넜습니다. 186m봉에서 경부고속도로까지 이어지는 지맥길이 서쪽 한 방향으로 뻗어나가 길 찾기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오른 쪽 아래로 공장건물이 보이는 능선을 따라 걸어 15시10분에 157m봉에 도착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쉬지 않고 두 시간을 걸었더니 시장기가 느껴져 귤을 까먹고 따끈한 커피를 따라 마시며 십 수 분간 쉬었습니다. 157m봉에서 서쪽으로 진행하다 능선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2번 지방도로로 내려섰습니다. 왼쪽 아래로 레스토랑 ‘작은 영토’가 보이는 차도를 건너 127m봉에 오른 다음 북쪽으로 진행하다 이내 서쪽으로 내달았습니다. 경부고속도로를 수로로 통과해 올라선 333번 도로에서 시간을 체크해보니 해떨어지기까지 두 시간은 더 걸을 수 있겠다 싶어, 333번 도로에서 종주산행을 마치겠다는 당초 계획을 304번 도로가 지나는 동물이동통로까지 진출하기로 변경하고 바로 위 능선으로 올라갔습니다.

     

     

     

      18시3분 동물이동통로 아래 304번 도로에서 3구간 종주산행을 끝냈습니다. 304번 도로에서 올라선 능선에서 귤을 꺼내 든 후 왼쪽으로 이동해 고속도로와 면한 절개면 꼭대기에 다다랐습니다. 오른 쪽으로 확 꺾이는 능선 길은 묘지를 지나고 봉우리를 몇 개를 지나 해발165m의 덕암산에 이르렀는데 그 시각이 17시20분으로 어둠이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덕암산은 산 높이가 낮아도 표지석과 삼각점이 박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인근 주민들이 애지중지하는 산봉우리인 것 같았습니다. 덕암산에서 가까운 사각 정자를 사진 찍으려 나지막한 둔덕의 봉우리에 올라 사각정자를 사진 찍은 후부터는 거의 모든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우회해 시간을 많이 아꼈지만 이러다가 길을 잃지 않을 까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돌무덤의 안부에서 얼마를 더 걸어 ‘암말(원균장군묘) 0.6Km'의 표지봉을 보았습니다. 원균장군 묘가 멀지 않다는 표지봉을 보자 이순신 장군을 돋보이게 하고자 우리 역사서가 원균장군을 너무 희화적으로 그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진왜란 발발 한 해 전에 이순신과 권율을 발탁해 써 전쟁을 승리로 이끈 선조 임금께서 원균이 그토록 무능한 장수였다면 그를 경상우수사로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163m봉과 돌탑을 차례로 지나 다다른 동물이동통로 앞에서 종주산행을 끝내고 왼쪽 아래 304번 차도로 내려갔습니다.

     

     

     

      우리 집 소가 쇠 굽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산림간수의 단속이 심해 더 이상 내다 팔 땔감을 확보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그 후 연탄이 널리 보급되면서 장작을 구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었고, 돈벌이가 더 되는 일자리가 계속 늘어 굳이 땔감을 내다 팔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소에게서 워낭을 떼어낸 것은 한참 후의 일입니다. 일소에서 고깃소로 역할이 바뀌면서 소들이 일터로 나가는 일이 없어졌고 그때부터 우리는 워낭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황소가 근면의 상징이었던 시대가 종언을 고하면서 워낭소리가 사라졌고, 뒤이어 온 집안 식구들로부터 위함을 받아온 소들은 그 자리를 개들에 넘겨주어야 했습니다. 먹고 살만해지자 쇠 굽을 차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죽어라고 일만 한 소들이 우공으로 대접받는 시대가 끝났습니다. 그 대신 놀고먹으면서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한 개들이 견공으로 우대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황소들은 쇠 굽을 차고 땔감을 실어 날라야 했던 고통스러운 시절이 더 좋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먹고살만하면 남에게서 인정받고 또 대접받고 싶은 것이 상정입니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 우리 소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저는 우리 소를 기꺼이 우공(牛公)이라 불러 줄 뜻입니다. 아무리 개가 꼬리를 살살 치며 재롱을 부려도  '공(公)'의 자리는 우리 선조들과 애환을 같이한 소의 자리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산행사진>

     

     

     

     

     

     

     

     

     

     

     

     

     

     

     

     

     

     

     

     

     

     

     

     

     

     

     

     

     

     

     

     

     

     

     

     

     

     

     

     

     

     

     

     

     

     

     

     

     

     

     

     

     

     

     

                                                     한남쌍령지맥 종주기2

     

     

     

                                  *지맥구간:방고개지-봉화산-뱃고개

                                  *산행일자:2012. 2. 12일(화)

                                  *소재지 :경기안성

                                  *산높이 :봉황산259m

                                  *산행코스:방고개지-신안CC-봉황산-파인크리크CC-256.2m봉

                                                -206.6m봉-256.2m봉-파인크리크CC-31번송전탑 -뱃고개(이현정류소)

                                  *산행시간:9시3분-16시5분(7시간2분)

                                  *동행 :나홀로

     

     

      이른 아침 집을 나설 때는 방고개지에서 23번도로까지를 종주하겠다고 목표를 정했는데 중간에 긴 시간 알바를 하는 바람에 거리상 반을 간신히 넘긴 뱃고개에서 하루 산행을 접었습니다. 이번 종주산행은 걱정했던 골프장 몇 곳을 별 문제없이 통과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충분한 것으로, 이제껏 살아오면서 원래 계획을 그때그때 바꾼 것이 어디 이번뿐이었냐며 목적지까지 가지 못한 것을 스스로 변명했습니다.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던 1948년에 태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간에 계획이 바뀐 큼직한 일들을 헤아려보았습니다. 제 삶에서 그런대로 목표한 바를 이룬 것은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명문고(?)로 진학한 것까지였습니다. 이 나라  최고의 명문 공대에 들어가 원자력을 전공하겠다고 마음먹었다가 실력이 받쳐주지 못해 사범대학으로 낮추어 화학과를 선택한 것을 시작으로, 사범대 졸업 후 교직생활을 하면서 기자가 되고자 몇 번 치른 언론사 입사실험에서 실패해 대기업으로 직장을 바꾸는 등 목표의 수정이 연이어졌습니다. 뒤늦게 대기업에 입사해 전공을 버리고 마케팅분야에서 십 수 년을 일한 것도 설계수정의 한 예입니다.

     

     

      정말 열심히 일해 마케팅 담당 부사장이 되겠다는 꿈을 접고 18년간 일해 온 직장을 부장으로 퇴직해 또 다른 회사에 임원으로 들어가 일한 것도 애당초 계획에 없었던 일입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둘이 같이 살겠다고 다짐했으나 집사람이 쉰둘의 나이로 먼저 가 그 후 13년을 혼자 살고 있는 것도 원하지 않은 계획수정이었고,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한 사업을 5년 만에 접고 세월에 몸을 맡겼다가 63세에 방송대에 입학해 죽어라고 국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도 제 인생프로그램에 들어있지 않은 새로운 설계입니다. 내친 김에 대학원에 들어가 박사과정까지 이수해보겠다고 결의를 다진 것은 불과 두 해전의 일이어서 이 또한 원래 계획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아침9시 정각 방고개지를 출발했습니다. 골프장을 세 번이나 지나야 하는 이번 구간은 필드에 눈이 쌓여 골프를 칠 수 없을 때 통과하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아 오후에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아랑곳 않고 새벽같이 집을 나섰습니다. 안성종합터미널에서 8시30분발 미리내행 버스를 타고 가다 마에스토로C.C 입구에서 하차했습니다. 오른 쪽 골프장 들어가는 길을 따라 4-5분을 걸어 다다른 작은 저수지 방고개지 앞에서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골프장입구로 되돌아가 왼쪽 아래 굴다리로 82번 신도로를 통과해 시멘트 길을 따라 1-2분을 걷다가 오른 쪽으로 난 임도로 들어섰습니다. 이내 왼쪽으로 꺾인 임도를 따라 올라가 방고개 절개면이 내려다보이는 봉우리에 올라 지맥 길에 합류했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진행하다가 필드에 눈이 수북이 쌓여 텅 빈 신안 C.C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골프장을 통과해 이동통신탑이 두 개나 세워진 214m봉에 올라선 시각이 10시15분이었습니다.

     

     

     

     

      11시10분 해발259m의 봉화산에 올라섰습니다. 214m봉에서 왼쪽으로 꺾이는 능선 길은 잡목이 길을 막아 안부사거리에 이르기까지 6-7분간 조심해서 내려갔습니다. 안부 위 송전탑을 막 지나 올무에 목이 조여 죽어 있는 작은 고라니를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종주 길에 종종 만날 고라니들이 인간의 횡포로 비명횡사한 동족들이 부지기수라며 항의해온다면 달리 변명할 것이 없는 분명한 범죄여서 그저 용서를 빌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능선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봉화산을 올랐을 때 작은 산새들이 저를 반긴 것은 눈이 쌓여 먹이를 찾기가 어려워서일 텐데 저 또한 빈손이어서 그들 보기가 민망했습니다. 되돌아간 능선삼거리에서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해 서쪽으로 진행했습니다. 오른 쪽으로 이동저수지가 보이는 능선 길을 따라 걷다가 또 다시 골프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클럽하우스 아랫길로 걷다가 다시 윗길로 올라 주차장을 지났습니다. 앞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는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 헬기가 착륙해도 좋을 만큼 넓은 공터에 이르자, 두 번째 골프장도 무사히 통과했다 싶어 긴장이 풀렸습니다.

     

     

     

      12시9분 256m봉에 올랐습니다. 벽돌과 LPG통이 방치된 공터에서 왼쪽으로 몇 분간 올라 다다른 봉우리가 256m봉으로 삼각점과 깃대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마침 하늘이 쾌청해 사방을 휘 둘러본 후 북쪽 멀리 보이는 시궁산과 쌍령산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256m봉에서 오른 쪽 능선을 타지 않고 왼쪽 능선 길로 들어서 244m봉 쪽으로 향한 것이 긴 시간 알바의 시작이었음을 알아차린 것은 반시간 가량 지난 후였습니다. 남쪽으로 이어지는 왼쪽 능선을 따라가 만난 능선삼거리에서 다시 왼쪽으로 꺾어 나아가다 30번 송전탑 앞에 잠시 머무르며 눈 덮인 골프장을 사진 찍는 등 여유롭게 진행했습니다. 가파른 길로 내려가 만난 골프장을 다시 지나 절개면 위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해 능선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가장 가까운 위치의 송전탑을 향해 가다가 길을 잘못 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멈춰 서서 지도를 꺼내 진행방향을 점검했습니다. 256m봉을 출발해 이제껏 애써 걸어온 길은 고삼면과 양성면을 경계 짓는 능선 길이고 마루금이 지나는 능선은 북쪽으로 멀리 떨어져 보였습니다.

     

     

     

      14시12분 되돌아간 256m봉에서 오른 쪽 능선 길로 내려갔습니다. 골프장을 다시 지나 256m봉으로 되돌아가는 길에 시장기가 느껴져 20분가량 쉬면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2시간 만에 돌아간 256m봉에서 주변을 돌아보자 북쪽으로 표지기가 보였습니다. 생각지 않은 긴 시간 알바로 목표했던 23번 도로까지 진출하는 것이 무리일 것 같아 뱃고개에서 이번 산행을 마치기로 생각을 바꾸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256m봉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마루금 능선에 발목이 빠질 정도로 눈이 많이 쌓였는데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아 256m봉 출발 몇 분간은 길을 내며 나아가야 했습니다. 7-8분을 내려가 만난 능선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진행하다 또 다시 가파른 절개면을 만났습니다. 절개면 위에서 살살 오른 쪽으로 내려가 파인크리크C.C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스팔트길을 따라 왼쪽으로 올라가다 오른 쪽으로 꺾어 송전탑 봉우리에 올라서자, 이제 한남쌍령지맥 종주 길의 골프장을 모두 통과했다 싶어 큰 숙제를 해낸 것처럼 기분이 산뜻했습니다.

     

     

     

      16시5분 뱃고개 남쪽 아래 이현정류소 앞에서 두 번째 구간의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플라스틱수로가 나있는 것으로 보아 31번 송전탑이 틀림없다 싶어 서쪽의 뱃고개를 향해 송전탑을 출발했습니다. 송전탑봉우리에서 뱃고개까지 마루금을 이어가는 일이 별반 힘들지 않았던 것은 해발100m대의 능선 길이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곧은 길이었고, 길 양쪽으로 묘지가 자리하고 있어 길 잃을 염려가 없어서였습니다. 안부가 깊지 않고 봉우리도 높지 않아 산책을 하기에 딱 좋은 길을 1시간가량 걸어 45번 신도로로 내려서는 절개면 위에 다다랐습니다. 절개면 위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내려가 다다른 도로변의 SK주유소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남쪽으로 내려가다 이내 왼쪽 계단으로 내려가 그 아래 굴다리로 45번 신도로를 건넜습니다. 바로 앞 왕복2차선의 구 45번 도로변에 설치된 이현정류소에서 산행을 마무리 짓고 안성으로 나가는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지난 번에 평택으로 가는 버스를 탔던 양성시내가 멀지 않은 것 같아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걸어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45번 구도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산길을 걷는 것보다 몇 배 신경이 더 쓰인 것은 안전도 안전이거니와 차량들이 옆으로 지날 때마다 뒤따라온 바람이 제 몸을 덮쳤고 그 소리가 꽤 크게 들렸기 때문으로, 이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강줄기 따라 걷기는 지난한 일이겠다 싶었습니다. 일기예보대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조금 지친 것 같아 걷기를 중단하고 20분여 기다리다 버스를 타고 안성시내로 들어갔습니다.

     

     

     

      돌이켜보니 젊은 날의 다짐을 오늘까지 이어온 것은 등산 하나 뿐인 것 같습니다. 대학졸업 후 40대까지는 한 달에 한두 번 집 근처 산을 오르는 것으로 만족해 하다가 50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대간과 정맥 길을 대부분 혼자 걸어, 이제 1대간9정맥 중 남은 것은 낙동정맥의 답운치-정맥분기점 구간으로 그 거리가 50km를 넘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수시로 계획을 변경하면서도 유독 등산을 꾸준히 해온 것은 등산을 통해 나를 지켜주는 ‘나’를 만나는 일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키며 설계변경으로 힘들어하는 저를 반기고 힘이 다시 솟도록 격려해준 산이 있기에 저는 때 맞춰 가는 길을 바꾸며 오늘에 이를 수 있었고, 또 앞으로도 필요할 때마다 제 때에 제 길을 찾아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종주코스를 반으로 단축한 것도 그동안 산이 제게 준 ‘포기도 결단이다’라는 지혜 덕분입니다.

     

     

     

     

     

     

                                                                 <산행사진>

     

      

     

     

     

     

     

     

     

     

     

     

     

     

     

     

     

     

     

     

     

     

     

     

     

     

     

     

     

     

     

     

     

     

     

     

     

     

     

     

                                                      한남쌍령지맥 종주기1

     

                                

                                   *지맥구간:쌍령지맥분기점-쌍령산-방고개지

                                   *산행일자:2013. 1. 29일(화)

                                   *소재지 :경기용인/안성

                                   *산높이 :문수봉405m, 쌍령산502m, 쌍영산378m

                                   *산행코스:곱돌고개-문수봉-쌍령지맥분기점-쌍령산-방고개지

                                   *산행시간:10시1분-17시18분(7시간17분)

                                   *동행      :나홀로

     

     

     

      한북 및 한남정맥과 그들 지맥을 종주한 덕분에 제가 태어나서 자란 경기도의 이곳 저곳을 두루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한북정맥 종주로 포천, 가평, 남양주, 의정부, 양주와 파주 권역을, 그리고 한남정맥 종주로 김포, 인천, 부천, 시흥, 안산, 안양, 군포, 수원, 용인, 안성 권역을 둘러보았다면, 나머지 연천, 오산, 화성, 이천과 여주 권역들은 이들 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지맥들을 종주하면서 마저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작년 11월 한북수락지맥종주로 한북정맥의 8지맥 종주를 모두 끝내, 한남쌍령지맥을 종주한다면 한남정맥의 6지맥도 모두 마치게 됩니다. 두 정맥종주와는 별도로 10년 전에 용문산 일원의 산들을 집중적으로 오름으로써 북한강과 남한강 사이의 양평군도 곳곳을 다녀봤습니다. 하나 남은 쌍령지맥의 종주를 마친 후에는 여느 도지사보다 더 많은 경기도 마을을 돌아보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남쌍령지맥은 한남정맥의 문수봉에서 남쪽으로 분기한 전장 44 Km의 산줄기로, 한수 이남의 용인, 안성을 지나 평택의 진위천에서 끝납니다. 해발고도가 5백m를 넘는 고산은 쌍령산 하나뿐이고 나머지 쌍영산, 봉황산, 천덕산, 덕암산과 불악산 등은 해발 4백m도 못되는 낮은 산들로, 이 산들을 이어가는 쌍령지맥은 골프장이 많기로 이름난 용인과 안성 땅을 관통합니다. 골프장을 드나들고 잡목 길을 지나가기에는 아무래도 한 겨울이 덜 불편할 것 같아 1월이 가기 전에 종주를 시작한 것인데, 어제 첫 구간 마지막에 텅 빈 골프장을 지나면서 제 판단이 옳았음을 확인했습니다.

     

     

     

      아침10시1분 용인시의 용인읍과 원삼면을 경계 짓는 곱돌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아침 7시에 산본 집을 출발해 수원을 거쳐 용인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이 9시가 조금 넘어서여서 20분 남짓 기다렸다가 9시30분발 10-4번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20분가량 원삼 쪽으로 향하다가 곱돌고개를 막 넘어 하차해 산행채비를 마친 후 하얀 눈이 소북이 쌓인 오른 쪽 길로 올라섰습니다. 문수산마애보살상 표지판이 서 있는 넓은 길을 따라 나무의자가 세워진 무명봉에 오르자 북쪽으로 독조봉과 용담저수지지가 가깝게 보였습니다. 한남앵자지맥에 합류해 남쪽으로 진행하다 산행시작 40분 만에 올라선 해발405m의 문수봉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한남정맥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11시41분 한남정맥의 분기점에서 쌍령지맥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문수봉에서 오른 쪽으로 이어진 한남정맥은 석유비축기지를 오른 쪽으로 끼고 돌아 용인 쪽으로 이어졌습니다. ‘산너울 2’로 명명된 이 길을 따라가다 분기점 정자에서 7-8분을 쉰 후 왼쪽으로 꺾어 내려갔습니다. 이내 내려선 임도를 따라 몇 분을 걸어 내려가다가 오른 쪽 위로 송전탑이 보이는 산길로 올라섰습니다. 송전탑 위 무명봉에서 왼쪽으로 진행해 오른 쪽 애덕봉으로 길이 갈리는 봉우리삼거리에서 잠시 멈춰 지도를 꺼내 갈 길을 확인했습니다. 조그만 돌무더기를 보자 비로소 2009년 시궁산 산행길에 애덕고개를 거쳐 이봉우리에 오른 일이 생각났습니다. 곱돌고개에서 이 봉우리까지 초행길이 아니듯이 이봉우리에서 쌍령산까지도 시궁산을 오를 때 연결해서 이미 한 번 걸어본 길이어서 하얀 눈이 길을 덮었지만 마음이 놓였습니다.

     

     

      13시10분 거북바위 갈림길에서 점심을 들면서 20분여 쉬었습니다. 애덕고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진행하는 눈길을 저보다 먼저 밟은 사람이 꽤 여러 명인 듯했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에 걸은 칠장산-도덕산-가현치 구간의 한남정맥만은 못해도 이름도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지맥 길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종주하나 싶었습니다. 오른 쪽 아래로 미리내성지가 보이는 능선 길을 따라 남진해 거대한 송전탑 앞에 이르렀습니다. 송전탑 뒤쪽의 까까 비탈 절개면을 비스듬히 올라가면서 송전탑 뒤로 멀리 보이는 문수봉을 사진찍었습니다. 절개면 꼭지점에서 올라선 봉우리에서 오른 쪽으로 거북바위 길이 갈리는데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미리내성지에 다다릅니다. 이 봉우리에서 짐을 내려놓고 인절미를 꺼내 먹다가 두 해전에 해 낀 임플란트 치아가 빠져버려 애를 먹었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빠진 이를 간신히 끼워놓았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행동식으로 즐겨 먹은 인절미를 다른 간편식으로 바꿔야할 것 같습니다.

     

     

     

      14시 정각 해발 502m의 쌍령산에 올라섰습니다. 거북바위갈림길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눈길에 난 발자국은 앞서 걸어온 길과는 달리 딱 한 사람 것만 보였습니다. 이 조차도 골바람이 실어 나른 눈이 발자국을 덮어버린 데가 꽤 여러 곳 있어 신경이 쓰였습니다. 조금씩 고도를 높여 다다른 쌍령산에 큼직한 표지석이 세워졌고 나무의자도 놓여 있어 겨울철만 아니라면 얼마간 쉬어가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하늘이 잔뜩 흐려 눈이 내릴 것 같아지자 마음이 다급해져 구두끈만 고쳐 맨 후 곧바로 자리를 떴습니다. 북서쪽으로 시궁산이 잘 보이는 쌍령산의 산 마루는 표지석에서 몇 걸음 더 가 있는 헬기장으로, 이 헬기장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가팔랐습니다. 헬기장에서 남쪽으로 5-6분을 내려가 만난 바위가 있는 희미한 갈림길에서 직진했는데 2009년 시궁산 산행 때에는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예지촌으로 내려갔었습니다. 또 다시 만난 헬기장을 가로질러 계속 남진하다 오른쪽으로 예지촌 가는 길이 갈리는 능선삼거리를 지나 무명봉에 올라섰습니다. 무명봉에서 왼쪽으로 꺾어 진행해 삼각점이 박혀 있는 해발378m의 쌍영산에 오른 시각이 14시48분이었습니다.

     

     

     

      16시11분 금병산 갈림길의 250m봉에 다다랐습니다. 쌍영산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는 길에서 보이는 눈이 마치 겨울이 끝나갈 무렵의 잔설과 같다 했는데 해발고도가 200m대로 떨어지자 눈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낙엽이 길을 덮어 눈 위의 발자국을 따라 길을 이어가는 일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290m봉, 280m봉, 260m봉과 240m봉을 차례로 넘어 오른 쪽으로 금병산 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삼거리에서 1-2분을 올라가 250m봉에 올랐지만 시야가 나뭇가지에 가려 금병산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250m봉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두 개의 송전탑을 지나면서 왼쪽으로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저수지가 보여 이 길이 맞는지 진가민가 했는데 지도를 꺼내 다시 확인해보니 고삼저수지로 나와 있어 안심하고 진행했습니다.

     

     

     

      17시18분 마에스트로 C.C 입구에서 첫 구간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쌍령지맥분기점에서 시작된 남진 길은 금병산 갈림길에서 서진 길로 바뀌었습니다. 금병산 갈림길의 250m봉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곧바로 송전탑 2개를 지났고 이내 올라선 봉우리에서 잠시 숨을 고르면서 오른 쪽으로 내려다보자 푸른 지붕의 그림 같은 집이 여러 채 보였습니다. 임도로 내려가 임도 따라 진행하다 해발고도 130m대의 안부로 내려서자 오른 쪽 바로 아래로 마에스트로 C.C의 그라운드가 보였고 그림 같은 집들도 다시 보였습니다. 몇 걸음 내려가면 골프장인데 바로 들어가지 않고 안부에서 오른 쪽 위로 보이는 송전탑 봉우리로 올라갔습니다. 삼각점을 찾지못하고 왼쪽으로 내려가 그라운드로 내려섰습니다. 골프장 직원을 만날 까 마음 조렸지만 겨울철에다 평일의 저녁 시간이어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클럽하우스 아래 길로 골프장을 빠져나와 하루 산행을 마무리한 곳은 골프장 앞 방고개지라는 아주 작은 저수지였습니다. 이 저수지가 지형도에 나와 있는 방고개에서 남동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음을 안 것은 택시를 불러 양성으로 나가고 나서여서 목적했던 방고개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구간에서도 골프장을 지나야 해 벌써부터 신경이 쓰입니다. 첫 구간은 아무도 만나지 않아 골프장 통과가 쉬웠지만 두 번째 구간은 지나야할 골프장 수도 더 많아 직원들로부터 제지를 받지 않고 통과할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합니다. 분명 사유지를 지나는 것이어서 사전허락을 받아야 합법적이겠지만 정작 그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딱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다음 구간만 무사통과하면 쌍령지맥에는 더 이상 골프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유독 한수이남의 경기도 땅에 골프장들이 몰려 있어 한남정맥이나 그 지맥종주가 엄청 짐스럽습니다. 지맥종주 덕분에 제 고향 경기도 땅 곳곳을 가볼 수 있었지만 골프장 통과 때문에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일지 않습니다. 나이 60중반에 접어들어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남의 땅을 지나고 싶지 않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혹시라도 다시 한남정맥의 지맥들을 종주하게 된다면 이제는 골프장 구간을 건너 뛸 생각입니다. 골프장 통과문제는 직원들이 눈감아주지 않는 한 묘책이 없습니다. 길은 그 위를 걷는 사람이 임자라는 여암 신경준선생의 말씀이 골프장 안에서만은 통용되지 않아 답답할 뿐입니다.

     

     

     

     

     

     

                                                             <산행사진>

     

     

     

     

     

     

     

     

     

     

     

     

     

     

     

     

     

     

     

     

     

     

     

     

     

     

     

     

     

     

     

     

     

     

     

     

     

     

     

     

     

     

     

     

     

     

     

     

    'V.지맥·분맥·단맥 > 한남정맥 분기지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남독조지맥 종주기  (0) 2012.04.26
    한남서봉지맥 종주기  (0) 2012.01.16
    한남앵자지맥 종주기  (0) 2012.01.16
    한남검단지맥 종주기  (0) 2012.01.16
    한남관악지맥 종주기  (0) 2012.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