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V.시인마뇽의 문학산책/시인마뇽의 수필습작

제3회 울주세계영화제 참관기

시인마뇽 2018. 10. 14. 18:12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참관기



                                        *행사장소:영남알프스복합웰컴센터

                                        *행사기간 :2018년 9월7일-11

                                        *참관일자 :2018년 9월8일-9일

                                        *동행      :한국산서회 회원




                                                           


  제가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 것은 1969년 고교동창들과 함께 한라산을 오르고 나서입니다. 그 후 제 나름대로 꾸준히 산행을 이어 왔으니, 저의 산행경력도 어언 반세기가 다 되어갑니다. 경동고교동문산악회에 가입해 록 크라이밍을 시작한 1970년은 암벽등반에 빠져들어 학교공부를 소홀히한 한 해였습니다. 너무 잦은 암벽등반이 취업준비에 지장을 준다고 판단해 다음 해인 1971년에 록 크라이밍을 포기했습니다.  그후에는 점차 산악서적을 멀리했고 프로산악인들과의 교류도 끊고  중독성이 훨씬 약한 트레킹으로 전환해 오늘까지 이어왔습니다.


 

   그렇다고 산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은 아니어서 제 딴에는 정말 열심히 우리나라 산줄기를 종주했습니다. 제가 9년여 매달린 끝에 남한 땅의 1대간9정맥 종주를 모두 마친 것은 2014년입니다. 그 후에도 한강기맥을 종주하고 한북정맥의 8지맥과 한남정맥의 6지맥을 포함해서

15개 지맥을 종주했습니다. 제가 1대간9정맥 등 우리나라 주요 산줄기를 종주한 것을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거의 전 구간을 혼자서 종주해서만은 아닙니다. 이 모든 종주산행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여 산행기를 남겼고, 그 일부는 뽑아서 2권의 산서를 내놓은 것도 저로서는 더할 수 없이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이런 저의 산행경력을 알게 된 고교동창 최중기교수가 한국산서회의 가입을 권해왔고,

2013년 이 모임에 들어가 프로산악인들과 다시 교유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산서회에는 김영도 선생님을 비롯해 우리산악계의 존경할 만한 원로선생님들이 여러분 계십니다. 이 회의 다른 회원들도 모두가 능력이 출중한 프로산악인들이어서, 과연 제가 이런 분들과 계속해 자리를 같이해도 괜찮을지 적지 아니 걱정되었습니다. 매월  모임에 나가면서 오랫동안 중단했던 산서를 다시 읽기 시작했고, 독서를 통해 세계적인 산악인들도 다시 접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한국산서회 회원들과 함께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다녀왔습니다전 세계적으로 산악영화제가 열리는 곳은 20여개소라고 합니다. 단위 지방자치단체에 지나지 않는 울주군에서 세계산악영화제를 주최한 것은 원자력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부지를 내준 대가로 한국전력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아서라지만, 울주군의 적극적인 노력과 산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 영화제에서 산서회의 고문이신 김영도선생님과 최중기 회장님을 선정위원으로, 김동수이사님을 실무위원으로 선정한 것을 프로그램 북에서 보고

저희 산서회가  영화제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97일부터 11일까지 닷새 동안 영남알프스의 간월산 기슭에 자리 잡은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이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는 모두 42개국의  366편이며, 그 중 본선 진출작은 41개국의 27편이라 합니다.




    98일 토요일 아침 7시 반에 양재를 출발해 울주로 향했습니다. 자연풍광이 빼어난 언양의 작천정을 둘러본 후 영화제가 열리는 행사현장인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로 이동했습니다. 행사현장에 발을 들이자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축제분위기가 역연했습니다곧바로 등억야영장을 찾아가 단 둘이 쓰기에는 공간이 넉넉한 4인용 텐트 안에다 고교동창 이규성교수와 함께 짐을 풀었습니다. 행사현장은 크게 플레이 존(Play Zone), 푸드 존(Food Zone), 움프 존( UMFF Zone)과 서비스존(Service Zone)으로 나뉩니다. 각국의 산악영화가 열리는 곳은 움프 존으로 움푸시네마, 신불산시네마, 히말라야 네팔관, 우리들의 영화관, 가지산 시네마, 알프스시네마, 별빛극장, 숲속극장과 세미나실 등이 모여 있습니다. 야영장에서 산서회 회원들과 모처럼 여유롭게 담소를 나눈 후 세미나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세미나 실에서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세계산악문화상의 수상자로 선정한  크리스보닝턴 경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영국의 프로산악인 크리스보닝턴 경은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알피니즘의 새로운 전설로 미래지향적 등반을 추구해온 최초의 프로 산악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라고 이 영화제의 프로그램 북은 전했습니다. 이 분은 16세에 암벽등반을 시작한 이래 안나푸르나 남벽과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초등해 전 세계인들에게 모험과 개척정신을 일깨워주었으며, 자서전인  "Ascent" 등  수많은 저서와 영상으로 등산의 대중화를 이끌었습니다. 


  1996년 영국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크리스보닝턴 경은 약 2시간에 걸쳐 영상을 보여주며 자신의 산행경력과 철학을 상세하게 들려주었습니다. 뒤 이은 질의 응답시간에도 성실히 임해주어 과연 프로산악이다 싶었습니다. 84세의 크리스보닝턴 경과 한국산서회의 고문이신 94세의 김영도선생님이 서로 질문을 주고 받으시는 것을 보고 노익장의 두 분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생겼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야영장으로 돌아가 산서회 회원들과 반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한참 동안 환담한 후 이규성교수와 같이 대형야외극장 움프시네마로 자리를 옮겨 한국영화 히말라야를 감상했습니다. 이 영화는 재작년 12월(?)에 대한극장에서 시사회를 통해 한 번 본 영화인데, 영화제에서 다시 보니 그때 못 느낀 감흥이 일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같은 자리에서 자연에서 노래하다라는 제목의 김창완밴드 공연이 있어 계속 눌러 앉았습니다. 혼자서 여러 히트 곡을 불러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 내는 밴드 리더 김창완을 보고 아직 늙지 않았다 했습니다.


 

   99일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서회의 박동욱 고문님과 함께 간월산 기슭을 산책했습니다. 전날 밤 마신 술로 띵해진 머리가 1시간 남짓 산길을 걷고 나자 언제 그랬었느냐며 말끔해져 산 속 청정한 공기의 위력이 대단하다 했습니다. 장터로 가서 아침을 국밥으로 든 후 10시에 시작되는 영화를 보기위해 신불산시네마를 찾았습니다. 영화제목 크리스보닝턴 산악인이 시사하듯이 이 영화는 이번 영화제의 주역으로 자리매김 된 크리스 보닝턴 경이 지금까지 해온 등반을 조명하는 영화입니다. 전날 들은 강연내용을 떠올리며 이 영화를 보고나자 크리스 보닝턴 경이 이제껏 추구해온 등산의 가치는 개척과 모험에 있다 했습니다.  뒤 이은 크리스 보닝턴 경과 관객들간의 질의응답이 끝나는 것으로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참관을 마쳤습니다.



   개막작  "The Dawn Wall"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의 알피니스트 칼드웰과 캐빈조거스가 캘리포니아의 요세미테계곡에 자리한 암봉 엘캐피턴의  던 월(Dawn Wall)에   도전하는 것을 담은 영화로 진정한 등반이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는 것으로 소개되었습니다. 3년 전에 직벽의 길이가 9백m를 넘는 거대한  던 월을 품고 있는 엘캐피턴을  찾아가  밑에서 올려다 본 적이 있어 이번에 이 영화를 못 본 것이 더욱 아쉬웠습니다.



  오후 1시 영남알프스 복합컴플렉스를 출발해 울산 반구대의 암각화를 조망한 후 귀경길에 올랐습니다. 양재에서 내려 몇 분들과 같이 호프집을 들러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제에서 보고 들은 것을 반추하는 것으로 이틀간의 울주세계영화제참관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영화제참관으로 전문산악인에 대한 이해와 존경의 마음이 더해진 것이 무엇보다 큰 수확입니다. 울주세계영화제는 제가 처음 참관한 산악영화제로 크리스보닝턴경 같은 세계적인 프로산악인의 강연을 직접 들은 것만으로도 오래 기억될 만한 일입니다. 극한에의 도전을 꿈꾸고 성공한 유명 산악인의 명성에는 죽어 돌아오지 못한 동료들의 헌신도 있음을 배웠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꿈조차 꿀 수 없는 극한에의 도전을 평생 동안 멈추지 않는 프로산악인들 덕분에  수많은 세계의 젊은이들이 절망하지 않고 꿈을 꾸며 살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크리스 보닝턴경은 첫 부인을 병으로 잃고 함께 산에 올라가다 목숨을 잃고 돌아오지 못한 등반동료의 부인과 재혼했습니다. 이렇듯 크리스보닝턴 경은 등반 중에 동료를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의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동료를 더 잃었습니다. 크리스보닝턴의 동료 잃은 아픔을 그 누구도 같이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있다면 동료를 잃은 부인이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그의 재혼은 충분히 이해될 만한 것이다 싶었고, 부디 서로를 보듬으면서 오래 살아가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절로 일었습니다. 이들 부부를 보고 모두가 열렬히 환영한 것은 같은 생각에서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끝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극한에의 도전이 과연 사람의 소중한 목숨과 바꿀 만큼 최고로 가치 있는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공감여부가 일반산행인과 프로산악인을 가름하는 기준이 된다면 저는 영원히 일반 산행인으로 살아갈 뜻입니다.



                                                                     <참관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