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유적지탐방기2
탐방일자:2019. 6. 13(목)
탐방지 :경기연천소재 전곡리선사유적
동행 :나 홀로
이번에 탐방한 전곡리 선사유적은 우리나라 최북단의 자치단체인 경기도 연천군에 소재해 있습니다. 연천군은 북쪽으로 휴전선과 면해 있고 군부대가 전체면적의 98%를 점유하고 있어 군부대의 영향력이 어느 지역보다 큰 곳입니다. 20여 년 전에 연천읍내를 지나면서 거리에 걸려 있는 ‘연대장부임 축하’플래카드를 보고 과연 전방지역이다 했습니다.
이러한 연천 땅을 조선의 지리학자 이중환(李重煥, 1690-1756)이 그다지 사람살기 좋은 곳으로 평가하지는 않았던 것은 그의 저서 <택리지(擇里志)>에 실린 아래 글에서 확인됩니다.
“임진강 동편에 연천과 마전이 있고 북쪽에 삭녕이 있다. 한양에서 북쪽으로 100여리 되는 지점이며 물길로 두 서울과 통한다. 그러나 세 고을은 모두 땅이 메마르고 백성이 가난하여 살만한 곳이 적다. 그 중에서 삭녕은 땅이 좋고 강을 임하여 아름다운 경치가 많다.”
연천군이 세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8년 전곡리의 한탄강변에서 구석기시대의 유물이 발견되고 이듬해 한탄강변의 연천 전곡리유적이 국가사적 제268호로 지정되고 나서일 것입니다. 전곡리유적의 발견이 고고학사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되는 것은 그때까지 통용된 구석기지도를 다시 그려야 해서였습니다. 주먹도끼라 불리는 석기의 유무가 구석기시대 문화권설정의 지표가 된다고 한 미국의 모비우스(H. Mobius)의 주장이 1944년 발표된 후 주먹도끼가 발견된 일이 없는 인도이동의 지역은 구석기시대 문화권에서 제외되었는데, 여기 연천 전곡리의 한탄강변에서 주먹도끼 등 구석기시대의 유물이 발견되어 인도이동지역에 구석기문화권이 새롭게 추가된 것입니다.
이번에 큰맘 먹고 연천 전곡리유적을 다녀왔습니다. 산본 집을 나서 소요산역까지는 전철로 이동했습니다. 소요산역 건너편에서 전곡 가는 노선버스에 올라 한탄강 다리를 건넌 후 전곡선사박물관 앞에서 하차했습니다. 길 건너 연천전곡리유적 탐방을 시작한 시각은 11시8분이었습니다.
1.연천 전곡리유적 탐방
연천 전곡리유적(漣川 全谷里遺蹟, Archeological Site in Jeonokri, Yeoncheon)은 국가사적 제268호로 지정된 연천 전곡리의 구석기시대 유적을 이르는 것으로 한탄강변에 위치해 있습니다.
연천 전곡리유적은 몇 단계를 거쳐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살던 전곡리의 모습은 오늘날과 달랐습니다. 홍적세 중기 무렵 평강의 오리산에서 분출한 대규모의 용암이 옛 한탄강을 따라 흐르면서 강과 주변지역을 넓은 용암지대로 바꿔놓았습니다. 새로 강이 만들어 지는 초기에는 수많은 물줄기가 용암대지 위를 흐르고 있었으며, 곳곳에 작은 습지와 호수가 만들어졌습니다. 강에 실려 온 퇴적물이 용암대지 위에 쌓여 새로운 땅이 형성되었습니다. 숲이 우거지고 물고기들이 생기고 동물들이 강가로 모여들면서 사람들도 강가를 따라 자리 잡고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살다가 남긴 구석기시대 석기들은 물과 바람에 의해 쌓인 흙에 덮여 땅속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여러 갈래로 흐르던 강줄기들이 한 곳으로 모여 안정된 유로를 찾게 되자 용암대지를 깊게 깎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강의 침식작용으로 강변에 주상절리가 발달하였고 유물이 쌓인 퇴적층은 용암대지 위에 잘 보존되어 오늘에 전해진 것입니다.
전곡리유적의 발견은 한 미군병사가 한국인여성과 데이트 중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전곡리유적이 주한미군인 그렉보웬에 의해 발견된 것은 1978년1월20일입니다. 공군하사관인 그렉보웬이 인디애나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했기에 그가 사귀던 한국여성과 함께 한탄강 유원지의 강변을 산책하다가 지면에 노출된 토기편과 숯이 된 목재를 눈여겨보았고, 그 일대를 조사해 주먹도끼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주먹도끼를 찾아낸 그렉보웬은 궁리 끝에 프랑스의 세계적인 구석기 권위자인 프랑소아 보르드교수에 편지를 보내 그의 발견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인합니다. 그렉보웬은 서울대를 찾아가 고고학자 김원용교수를 만났고, 전곡리유적은 본격적으로 발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유적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 구석기체험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숲을 비롯해 호모 에렉투스의 숲, 네안데르탈인의 숲과 호모사피엔스의 숲 등의 체험 숲에는 텐트를 치기에 편하도록 평평한 장방형의 텐트 자리가 여러 곳에 마련되어 있었고, 가까운 곳에 샤워실과 화장실 등 부대시설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체험 숲속을 돌아다니며 작은 늪도 보았고 엉겅퀴꽃과 산사나무 등도 사진 찍었습니다. 다시 큰 길로 돌아가 이내 도착한 매표소에서 연천 전곡리유적 안내 팜프렛을 받았습니다.
매표소에서 몇 분 안 걸어 구석기유물 모형들을 여기저기에 설치해놓은 꽤 넓은 야외전시장으로 들어서는 삼거리에 다다랐습니다. 삼거리에서 오른 쪽 길로 진행해, 구석기시대를 살았던 조상들의 모형과 동시대를 같이 산 마모스 등 동물들의 모형들을 보았습니다. 때 마침 초등학교 1-2학년생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현장학습 차 이곳을 찾아와 평일인데도 전곡리유적은 활기가 넘쳤습니다. 문이 닫힌 방문자센터를 들렀다가 다시 야외전시장으로 들어가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엄청 큰 코끼리와 이를 잡으려 돌을 들고 덤비는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모형을 보았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 물속에서 전생을 보내는 물거미는 1과1속1종만이 존재하는 희귀한 생명체로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바로 옆 은대리에서만 발견된다고 적혀 있는 물거미안내판을 보고 단성단본인 사람끼리는 초면인데도 반갑게 느끼는 것처럼 1과1속1종의 물거미도 그런 느낌을 공유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했습니다.
전곡리유적 발굴작업을 주도했던 故 김원용교수의 기념탑을 들러 묵례를 올린 후 전곡리토층전시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전곡선사박물관을 찬찬히 둘러보기에 시간이 여의치 못한 분들은 여기 토층전시관을 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싶은 것은 선사박물관의 핵심내용을 모형화해 전시하고 있어서입니다. 특히 발굴피트 모형은 발굴현장을 보는 것 같아 제게는 인상적이었습니다. 토층전시관을 나와 인근 그늘쉼터에서 점심을 들면서 제게 전해진 구석기시대 조상들의 원형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굶주림에의 공포가 아닌가 합니다. 사람들은 굶주림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과 싸웠고, 남들과 싸웠으며, 다른 나라와 전쟁을 마다하지 않았고, 또 승리하기 위해 무단히 싸우고 또 싸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풍요로워 오로지 미각 및 열량과 싸우고 있을 뿐이지만 단 세끼만 굶어도 굶주림에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식사를 끝내고 찾아 간 곳은 전곡선사박물관입니다.
2.전곡선사박물관 탐방
전곡선사박물관(全谷先史博物館, Jeonok Prehistory Museum)은 1978년 동아시아 최초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발견해 세계 구석기 연구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던 역사적 현장인 전곡리구석기유적에 건립된 유적박물관입니다. 구석기시대란 원시생명체의 아름다운 곡선을 모티브로 건축되어 2011년4월에 개관된 지하1층 및 지상1층의 이 박물관은 특이하게도 지붕 위에 산책길이 나있습니다.
박물관의 전시물 중 제 눈을 끈 것은 인류의 진화를 형상화한 모형들이었습니다.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진화를 시작한 것은 약7-6백만년 전이라 합니다. 그들은 침팬지, 고릴라의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시간을 나무 위에서 보냈지만 때로는 땅위에서 쉽게 두 발로 걸을 수 있었고, 이처럼 두발로 서서 똑바로 걷는 특징을 과학자들은 인간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로 사용했다고 전곡선사박물관에서 펴낸 도서 『전곡선사박물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인간가족이 위대한 진화의 행진을 하였다는 것이 매우 명확하다고 적고 있습니다.
동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출현한 최초의 인류가 진화되어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은 화석의 발견으로 증명됐습니다. 전시실에 나란히 서있는 인류모형은 투마이-아르디피데쿠스 라미두스-오스트랄로피데쿠스 속 루시- 루시앙-파란트로푸스 속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호모 속 호모 하빌리스-호모 루돌펜시스- 호모 에르카스터 등 진화 순서(?)로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넘어온 인류가 남긴 최초의 화석은 호모 지오지쿠스의 것으로 약
190만년에서 180만년 전의 화석인류입니다. 유럽의 최초인류는 호모하이델베르겐시스이고, 동남아시아 열대의 최초인류는 아시아에서 150만년 이상 살아남은 호모 에렉투스입니다. 최초의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극적인 기후변화가 있었던 약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진화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동아시아의 호모사피엔스로 북한 평양인근의 용곡인, 중국 베이징 인근의 산정동인, 북한 평양인근의 만달인으로 후기 구석기시대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들입니다.
박물관의 전시품 중 백미는 구석기시대의 유물인 주먹도끼(handaxe)입니다. 주먹도끼는 돌을 깨고 양면으로 떼어내어 날카로운 날이 서게 한 석기의 일종입니다. 주먹도끼는 나무 다듬는 데만 사용한 것이 아니고, 짐승의 가죽을 벗겨내고 고기를 발라내고 뼈를 부수는 등 여러 가지로 사용되어 구석기 사람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만능도구였습니다. 1978년 주먹도끼가 전곡리에서 처음 발견됨으로써 인도의 동쪽인 동아시아에는 양면가공을 하여 잘 만든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없다는 모비우스(H. Mobius) 같은 서양사학자들의 주장이 힘을 잃게 되었다는 것은 전술한 바와 같습니다. 주먹도끼 발굴은 1978년에 끝난 것이 아니고, 1981년, 2000년과 2006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새롭게 배운 것은 추가령지구대입니다.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독특한 현무암대지가 발달해 있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가 바로 추가령지구대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원산에서 시작하여 서울을 거쳐 서해안까지 이어진 좁고 낮은 긴 골짜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언제고 한번은 남한 땅 만이라도 추가령지구대의 좁고 낮은 긴 골짜기를 따라 걷고 싶습니다.
한반도의 구석기문화는 전기 구석기시대부터 시작됩니다. 구석기시대란 인류가 돌을 깨트려 도구로 사용하였던 시대를 말하며, 약200만년에서 1만년 전까지가 이에 해당됩니다. 전기 구석기 유적지로 평안남도 상원 검은 모루 동굴과 여기 연천 전곡리 유적지 등이 있습니다. 한반도의 구석기유적지는 위 2곳 외에도 21곳이 더 있습니다.
한반도에 인류가 출현한 것은 약100만년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이때의 고인류는 호모에렉투스로 지금의 우리와 다른 원시적단계였을 것입니다. 현생인류가 한반도에 살기 시작한 것은 약4만년 전쯤으로, 후기구석기문화를 이루어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우리 한민족은 남방 농경민족과 북경기마민족이 대략 6대 4의 비율로 형성되었다는 흥미로운 DNA분석결과도 있습니다. 평양인근의 석회암 동굴들에서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인골화석이 확인되는데 적천인, 역포인, 용곡인 등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5년 만에 다시 찾아간 전곡선사박물관에서 구석기유물들을 꼼꼼히 살펴본 후 『전곡선사박물관』과 『Jeonok Prehistory Museum』을 사들고 박물관을 나선 시각은 13시43분이었습니다.
....................................................................................................................................
1978년 김원용교수를 도와 그렉보웬과 동행했던 이신복교수는 그의 저서 "고고학 이야기"에다 그렉보웬이 귀국하여 아리조나대학에서 고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발굴전문회사에 취직해 한국인 아내와 잘 살고 있다고 그의 동향을 실었습니다. 한국의 유명 교수가 그의 저서에 그렉보웬의 동향을 싣는 것을 가지고 지나친 대접이라 할 수 없는 것은 그렉보웬이 아니었다면 전곡리의 구석기유물의 발견이 얼마간 늦어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렉보웬의 최근 소식도 궁금합니다.
*위 글을 작성하기 위해 전곡선사박물관에서 간행한 저서『전곡선사박물관』과 안내 팜플렛『연천전곡리유적』의 일부를 인용하거나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탐방사진>
1)연천 전곡리유적
2)전곡선사박물관
'XIII.시인마뇽의 명소탐방 > 국내명소 탐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2.연천명소탐방기4(고랑포) (0) | 2019.07.07 |
---|---|
101.연천명소탐방기3 (연천 고구려3대성). (0) | 2019.07.01 |
99. 괴산명소탐방기1(산막이옛길) (0) | 2019.06.12 |
98.영흥도 탐방기 (0) | 2019.05.17 |
97.철원명소탐방기 1(제2땅굴) (0) | 2019.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