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명소탐방기 4(고랑포 )
*탐방일자:2019. 6. 13일(목)
*탐방지 :경기연천소재 상승전망대, 백학역사박물관, 경순왕릉,
고랑포, 연천고랑포구역사공원
*동행 :연천시티투어버스 동승손님
흔히들 신은 자연을 창조하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는 마치 인간이 혼자서 도시를 만들었다고 오해될 수 있어 다소 오만한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신이 창조한 자연에 인간이 힘을 보태 도시를 만든 것이기에, 도시는 신과 인간의 합작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신이 창조한 것이라 해서 그 수명이 무한한 것은 아니어서, 인간을 포함해 신이 만든 모든 피조물은 종국에는 소멸됩니다. 바로 이 점이 영원불멸의 신이 유한한 생명의 피조물과 다른 점이라 하겠습니다. 도시가 신과의 합작품이라 해서 영원불멸일 수 없는 것은 이 또한 신이 만든 피조물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상에 도시가 등장한 것은 신석기시대인 B. C.3500-3000년경이라 합니다. 인류는 도시를 통해서 문명을 만들어왔습니다. 초기문명은 매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지역의 도시들을 중심으로 발생하였으며, 중국문명은 황하유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고대의 도시들은 강 유역에 형성되었고, 당시 종교의 중심지였습니다. 중국의 황하문명은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8세기에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되었다고 서순탁교수는 “알기 쉬운 도시이야기”에서 밝혔습니다.
고대에 번창했던 도시들 모두가 오늘까지 살아남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도시 중 가장 오래된 도시는 고구려초기의 수도였던 국내성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압록강 북쪽의 만주 부근에 위치한 국내성은 북방의 외적 침입의 위험을 고려하여 산성을 쌓아 만든 산성 도시였는데, 지금은 폐허가 되어 산성과 터만 남아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연천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다녀온 임진강변의 고랑포도 일제 때에는 화신백화점의 분점이 있었을 만큼 제법 번창했던 도시였다는데, 지금은 집 한 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지난5월에 개관한 연천고랑포구역사공원 안에 일제 때의 고랑포를 재현해 놓아 번화했던 당시의 거리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천시티투어버스는 아침 9시 서울의 공덕역을 출발해 연천의 명소인 상승전망대, 백학역사박물관, 경순왕릉, 연천고랑포구역사박물관과 고랑포를 차례로 둘러본 후 저녁 6시에 공덕역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운행 일정이 짜여 있었습니다. 이 버스가 차질 없이 운행된 덕분에 동승한 신한대유학생 및 서울의료원직원들솨 같이 위 명소들을 차례로 둘러보았습니다.
1)상승전망대
연천시티투어버스는 파주와 연천을 경계 짓는 장남교를 건너 곧바로 상승전망대로 향했습니다. 25사단관할초소에서 간이 점검을 마친 후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 북진하여 상승전망대에 도착한 시각은 11시40분경이었습니다.
먼저 25사단 비룡부대의 홍보영화를 관람한 후 홍보장교로부터 제1땅굴 및 상승OP에 관해 설명들은 후 전망대로 자리를 옮겨 망원경으로 비무장지대를 조망하면서 북한병을 보았습니다. 동행한 한 분이 서북쪽 멀리로 개성의 고산을 이어가는 우람한 산줄기를 가리키며 아오비령산맥이라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임진강과 예성강을 가르는 임진북예성남정맥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옥한 연천평야의 꽤 넓은 땅이 휴전 후 DMZ 안에 방치되어 지금은 잡목아 우거지고 독수리, 참매, 노루, 산양 등의 낙원으로 바뀌었습니다.
1974년 이 지역에서 발견된 1호 땅굴은 비무장지대에 위치하여 일반에 개방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상승전망대 탐방으로 그동안 헷갈려 했던 DML, DMZ, NLL/SLL, GP/GOP/OP 등의 뜻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2.백학역사박물관
상승전망대에서 고랑포로 가가는 길에 작년에 문을 연 미니박물관인 백학역사박물관을 들렀습니다. 도로변 붉은 벽돌 건물의 지하1층을 전시실로 꾸민 백학역사박물관에는 언뜻 보아 별반 진귀해 보이지 않는 녹 슬은 탄피와 철모 등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아 살펴보고 전시물 대부분이 6.25전쟁과 관련된 것들임을 알고 나서 연천일대가 격전지였음을 상기하자 이 작은 역사관이 새삼 크게 보였습니다.
이 역사관에 전시된 물품은 “호국영웅들을 일일이 찾아 구술사적인 증언과 유품 등을 수집, 호국영웅소개, 제1땅굴 모형, 군부대와 마을 주민들이 기증한 각종 유물전시 등 알찬 기획으로 구성되었으며, 벽에는 3.1독립 만세운동, 6.25전쟁들을 표현, 전시관에는 40여종 100여점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2018년11월24일자 동두천/연천신문에 보도된바 있습니다.
세 살 때 발발한 6.25전쟁은 1953년의 휴전을 즈음한 때부터 기억하고 있습니다. 너무 어려서 피난을 다니며 고생한 일은 기억나지 않지만 휴전후 6.25전쟁에 관한 꿈을 자주 꾸었고, 꿈속에서도 무서워 가위를 놀린 것도 꽤 여러 번 있었다는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 백학역사박물관탐방으로 제 기억의 끝자리에 위치한 먼 옛날의 일도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3)고량포구/연천고량포구 역사공원
백학역사박물관을 나와 버스를 타고 경순왕릉을 찾아갔습니다. 경순왕릉은 이미 두 번을 다녀왔고 탐방기도 남긴 바 있어 경순왕릉탐방기는 다시 쓰지 않을 뜻에서 달리 기록하지 않고 사진만 몇 커트 찍었습니다. 경순왕릉에서 지근거리에 자리한 고랑포는 도시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어 황량하다 했는데, 자난 달 100여m 떨어진 곳에 건립한 연천고랑포구역사공원이 개관되어 이 공원 주차장에 먼저 와 있는 관광버스 몇 대가 보였습니다.
연천군공식블로그의 설명에 따르면 고랑포(高浪浦)는 개항이후 일제강점기까지 포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상업도시였고, 예로부터 임진강에 형성된 주상절리를 비경으로 하는 명승지였으며, 임진왜란 때와 일제강점기 경기북부 지역 의병운동의 중심지였고, 삼국시대부터 한국전쟁까지 평양 - 개성 - 서울을 잇는 한반도 경영의 요로였습니다.
부연해서 설명하자면, 임진강 뱃길을 중심으로 상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즈음이었다고 합니다. 임진강수운의 종점이었던 고랑포는 경기북부지역포구의 중심지였습니다. 고종24년인 1887년에 시작된 쌀, 콩 등의 곡물수출이 1890년에 들어 급격히 증가하면서 고랑포가 활기를 띠었는데, 이는 여기 고랑포가 산지와 개항장을 연결하는 중간집결지로서의 역할을 잘 해냈기 때문입니다. 또 고랑포는 임진강에서 가장 폭이 좁고 얕은 곳이어서 한양에서 의주를 잇는 의주대로가 임진나루와 여기 고랑포를 지났습니다. 고랑포는 삼국시대부터 더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6,25전쟁 때도 최전방 방어선으로서 치열한 고랑포전투를 치른 곳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1968년 북한군 무장공비도 얼어붙은 고랑포를 건너 서울로 침투해 들어왔었습니다. 이렇듯 고랑포는 교통의 요지이자 전략적 요충지여서 상업이 발달한 포구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고랑포는 명승지로서의 가치는 여전하지만, 이 또한 고랑포가 최전방지역에 위치해 심리적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나머지 셋은 남북분단으로 더 이상 기능할 수 없게 되었고, 그런 연유로 고랑포는 도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던 것입니다.
고랑포보다 먼저 찾아간 곳은 한 달 전에 개관한 연천고랑포구역사공원이었습니다. 이 공원은 고랑포의 역사와 지리적 특성을 생생하게 구현하고 또 재현해 여기 고랑포가 1930년대 서울과 개성의 물자교류를 통하여 화신백화점의 분점이 자리 잡을 정도로 번성했었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었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2층의 현대식 건물인 이 공원은 가상/증강 현실을 통해 실감나는 역사 및 안보체험이 가능하며 어린이들의 놀이공간과 식사장소를 포함한 다목적 공간 및 세미나실로 구성되어 있다고 안내전단에 적혀있습니다. 총 4개의 안내 및 관람구역으로 구성된 이 공원의 관람은 만남의 찰나 - 삶의 찰나 - 역사와 문화의 찰나 - 오감의 찰나 순으로 진행됩니다. 이 순서로 관람하다보면 재현된 고랑포구의 저잣거리도 걷고 화신백화점 분점은 물론 중앙우체국, 고랑포우시장, 명금당시계포, 샤론 양장점등을 구경하게 되어 옛 고랑포구의 찬란했던 역사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역사와 문화의 찰나도 볼만했던 것은 한반도가 간직한 연천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였습니다. 옛날 같으면 가벼운 읽을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것들을 볼거리로 재현해 역사의 이해를 쉽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공원의 건립목적은 상당부분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벤치가 외롭게 옛터를 지키고 있는 고랑포구로 자리를 옮겨 임진강의 물 흐름을 지켜보았습니다. 한강과의 합수점인 교하에서 배를 타고 동쪽으로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처음으로 수심이 얕은 여울목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고랑포구입니다. 배는 더 이상 가지 못하고, 하선한 짐은 개성까지 육로로 운송되었던 것이 6.25전쟁 발발로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된 것이 고랑포구를 몰락시킨 주 요인이었음을 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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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조선총독부>>를 지어 필명을 날렸던 소설가 유주현(柳周鉉, 1921-1982)선생의 단편소설 <臨津江>에서 “천년을 한 가지로 흐르면서 세월을 셈하는 것은 오로지 강물뿐” 이라고 했습니다. 천년을 한가지로 셈하면서 여기 고랑포의 흥망성쇠를 지켜봤을 임진강의 물 흐름을 지켜보면서 이미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을 진데 무슨 미련이 남아 있어 여기에 머무르는가 싶어 고랑포구 탐방을 마무리하고 공덕역으로 향했습니다.
<탐방사진>
1)상승전망대
2)백학역사박물관
3)고랑포구/연천고랑포구역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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