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명소탐방기1(을지전망대)
*탐방일자:2019. 7. 14일(일)
*탐방지 :강원양구소재 인문학박물관/양구통일관/
제4땅굴/을지전망대/양구자연생태공원
*동행 :양구시티투어버스 동승인 다수
강원도에서도 오지로 손꼽힐 만한 양구 땅이 이제껏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제가 남들처럼 양구에서 군 생활을 해서가 아닙니다. 다만 앙구 땅이 제 고향 파주와 마찬가지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최전방의 접경지역이어서 뭔가 모르게 친근감이 느껴져 그랬습니다. 양구군이 우리 국토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되겠습니다. 이에 관한 내용은 양구군청 홈페이지에 실린 아래 글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양구군은 우리나라 북동부 중앙인 동경127˚52'35", 북위38˚06'26"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울에서 북동쪽으로 132Km, 춘천에서 북동쪽 52Km 거리에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인제군, 서쪽으로는 화천군, 남쪽은 춘천시 그리고 북쪽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창도군, 금강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소양호와 파로호가 남·서쪽에 있습니다. 2002년 우리나라의 4극지점인 독도 동단 (동경131°52'20"), 평북 마안도 서단 (동경124°11'45"), 제주 마라도 남단 (북위33°06'40"), 함북 유포면 북단(북위43°00'35")을 기준으로 한 중앙위선과 중앙경선이 만나는 중앙 지점이 인공위성을 이용한 과학적 측정에 의해 남면 도촌리 산 48번지로 확인되었습니다.
애창곡 ‘향수‘의 작시(作詩)로 널리 알려진 정지용은 그의 시 ’백록담‘에서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라면서 백록담 바람의 냉기를 함경도 끝의 바람에 비견하기도 했습니다. 그 함경도 끝이 북위 43°00'35"의 함경북도 온성군 유포면임을 위 글에서 확인한 것은 생각지 못한 수확입니다.
이번에 벌써부터 별러온 양구 땅으로 명소탐방에 나선 것은 오는 9월에 재개할 강원도 땅의 평화누리길 탐방에 앞서 사전에 지리를 익히고 싶었고, 또 하나는 남방한계선의 전망대에 올라 비무장지대인 DMZ 일대와 북한 땅을 조망하는 안보관광을 다녀오고 싶어서였습니다. 매주 일요일 10시30분에 춘천역을 출발해 양구인문학박물관, 양구통일관, 제4땅굴, 을지전망대와 양구자연생태공원을 차례로 둘러보고 저녁 6시30분까지 춘천역으로 돌아오는 펀치볼 코스를 양구의 시티투어버스가 운행하고 있어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오전 10시30분 춘천역에서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양구로 향했습니다. 안내를 맡은 해설사님은 10년 전 중국연길에서 이주해온 한족(漢族)의 여성분으로 약간 우리말이 어눌했지만, 양구에 대해 많이 알고 애정도 각별해 해설에 전혀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꼬부랑 고갯길 대신에 산을 뚫어 7개의 터널을 낸 덕분에 옛날 같으면 춘천에서 양구까지 2시간 걸리던 것이 40분대로 단축되었습니다. 덕분에 이번 여행의 첫 탐방지인 양구인문학박물관을 춘천출발 50분도 채 안 지난 11시16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1.양구인문학박물관
양구읍내 파로호 변에 위치한 2개의 아담한 현대식 건물의 양구인문학박물관이 ‘시와 철학이 숨 쉬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여기 박물관에 양구지역 출신의 시인이나 철학자들이 아닌 전국적 명성의 훌륭한 분들을 모셔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먼저 찾아간 곳은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인 양구인문학박물관의 2관입니다. 한국의 철학을 대중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두 분의 철학자를 이렇게 전시물을 통해서나마 만나 뵐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인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갑남을녀에 격려의 말씀을 해 주실 분이 더 이상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작고하신 안병욱교수님의 <<휴머니즘>>은 1970년대에 애독했던 철학서로 지금도 제 서가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100세를 넘기신 김형석교수님은 아직도 강연을 하시는 등 노익장을 자랑하고 계셔 저 같은
70대에 귀감이 되시는 분입니다.
1관으로 자리를 옮겨 서정주, 정지용, 박목월, 김소월, 한용운, 윤동주, 박두진, 백석, 김영랑, 조지훈 등 열 분의 시인을 만나보았습니다. 시집과 원고, 필기구 등의 유품(?)이 전시된 열 분 중 정지용, 김소월, 한용운, 윤동주, 백석 등 다섯 분은 지난 학기 대학원박사과정에서 시작품을 분석해 발표한 바 있어 엄청 반가웠습니다.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뭔가를 사색하게 하는 시를 즐겨 써온 수녀 시인 이해인님의 고향이 양구라는 것은 여기 박물관의 전시물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주마간산 격으로 박물관을 관람 한 후 양구읍내 중심가로 이동해 점심을 들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 파로호 변의 ‘양구사랑스포츠영웅 탑’을 찾아가 사진 몇 커트를 찍어 왔습니다.
2.양구통일관/전쟁기념관
양구읍내를 출발해 버스로 이동한 곳은 해안면에 자리한 양구통일관입니다. 주차장에서 하차해 야외에 대한민국공군의 모형 미사일이 전시된 양구전쟁기념관을 먼저 찾아갔습니다. 6. 25 당시 격전지였던 9개 양국지구전투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건립해 2000년에 개관한 전쟁기념관은 입구가 공사 중이어서 들어가지 못하고 건물의 외관만 사진 찍었습니다.
바로 옆 양구통일관으로 자리를 옮겨 전시물을 둘러보았습니다. 1996년에 개관된 이 통일관의 설립목적은 “통일에 대비하여 북한의 실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통일의지를 고취”시키는 데 있다고 양구관광안내지도가 적고 있는대로 북한의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초라하기 그지없어 이렇다할만한 볼거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북한경제의 현주소”라는 주제의 전시물이 그중 가장 낫다 싶었던 것은 특별히 볼만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고 엉성한 전시가 폭삭 망한 북한경제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다른 전시실(?)의 ‘암석관찰하기’는 자세히 볼만하다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못해 서둘러 제4땅굴로 이동했습니다.
3.제4땅굴
양구군 해안면의 제4 땅굴은 북한의 땅굴 작업에 동원됐던 기술자가 탈북해 제보해준 덕분에 1990년에 우리 군이 찾아낸 북한의 남침용 땅굴입니다. 철원의 제32땅굴을 수색할 때 지뢰가 터져 우리 군이 희생되었습니다만, 여기 제4땅굴 수색작업에서는 먼저 탐지견 헌트를 투입 조사해 우리 군의 희생을 막았다고 합니다. 우리 군은 제4 땅굴 입구에 충견비를 세워 땅굴수색 작업 중에 산화한 탐지견 헌트의 희생을 기리고 있습니다.
땅굴입구에서 걸어 내려가는 구간은 약300m로, 북한이 파고 들어온 땅굴과 연결시키고자 우리 군이 파놓은 곳이어서 굴이 넓고 높아 허리를 곧추세우고 걸어도 천장에 머리가 부딪치는 일은 없었습니다. 냉기가 감도는 땅굴을 걸어 내려가 북한이 파놓은 지점에 이르러 투명유리판으로 위를 덮은 20인승 전동차에 올랐습니다. “펀치볼역-남방한계산역”을 오가는 편도
100m구간의 북한이 파놓은 땅굴은 바닥에 레일을 깔아놓아 전동차로 남방한계산역까지 갔다가 펀치볼역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북한의 땅굴이 매우 좁고 높이도 1m70cm로 매우 낮은 것은 북한군의 키가 작아서라는 이야기를 듣고 장병들의 키도 국력에 비례한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하차한 펀치볼역에서 입구로 걸어 나오면서 머리에 떠오른 것은 북한 땅굴 100m 구간을 “펀치볼역-남방한계선역” 노선으로 명명해 세계에서 가장 짧은 철로를 부설한 우리 군의 번뜩이는 위트였습니다. 이 또한 장병들의 큰 키에 비례하는 여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싶어 칭찬할 만한 것이다 했습니다.
양구의 제4땅굴 견학으로 북한이 남침목적으로 파 놓은 땅굴 중 우리 군이 발견한 4개의 땅굴은 모두 다녀왔습니다. 철원의 제2땅굴, 파주의 제3땅굴은 굴 안으로 직접 들어가 보았고, 연천의 제1땅굴은 일반인에 개방되지 않아 땅굴 안으로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4.을지전망대
올 들어 해발고도가 천m가 넘는 높은 곳에 오르기는 이번에 탐방한 을지전망대가 처음입니다. 양구 동북방 27km지점의,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약1km 남쪽 지점 해안분지를 이루고 있는 가칠봉의 능선에 위치한 을지전망대는 남방한계선에 자리한 어떤 전망대보다 높은 해발1,005m 고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4땅굴에서 을지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팔랐습니다. 한참을 올라가 군부대의 검문을 필한 후 조금 더 올라가 을지전망대에 이르자 천m 고지답게 삽상한 공기가 온 몸을 휘감아 금새 머리가 맑아지는 듯했습니다.
주차장에서 하차해 을지전망대에 오르자 군장병이 군사분계선과 그 너머 북한 땅을 자세히 일러주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금강산의 비로봉이 보인다 하여 기대를 했었는데 그렇지 못해 못내 아쉬웠습니다.
서쪽방향으로 별반 멀어 보이지 않는 해발1,242m의 가칠봉에 자리한 전망대가 휴전선의 전망대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것이라 하는데 군전용전망대여서 일반인들에는 개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칠봉에서 남쪽으로 꺾인 남방한계선은 해발 1,178m의 대우산을 지나 두타연 위로 지나는 것으로 양구관광안내지도에 나와 있습니다. 을지전망대에서 조망한 군사분계선은 인북천 상류 물줄기로 그 위 북방한계선 너머가 북한땅의 강원도 금강군입니다.
전망대에서 나와 펀치볼 포토존에 서자 펀치볼로 불리는 저 아래 해안면의 분지 전역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2007년 8월 해발1,304m의 대암산에 올라 내려다본 펀치볼의 정경이 참으로 절경이다 했는데 이번에도 감동이 그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펀치볼하면 떠오르는 것은 펀치볼 전투입니다. 펀치볼 전투란 미 제1해병사단과 국군 해병 제1연대가 1951년 8월 31일부터 9월 20일까지 펀치볼(해안분지)을 공격하여 확보해 북한군을 격퇴한 전투를 이릅니다. 우리 국군은 이 전투에서 모택동고지(1026고지)와 김일성고지(924고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을지전망대에서 해안분지로 내려가 동면에 자리한 양구자연생태공원으로 향했습니다.
5.양구자연생태공원
이번 양구명소탐방의 마지막 방문처는 동면의 양구자연생태공원입니다.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 대암산의 해발450m대 자락에 조성된 이 생태공원은 생태식물원, DMZ야생동물생태관, DMZ야생화분재원, DMZ무장애나눔숲길, 생태탐방로가 어우러진 자연중심의 생태타운으로 안내책자에 실려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시간이 넉넉지 못해 DMZ야생동물생태관과 DMZ야생화분재원 등 단 두 곳만 탐방했습니다.
생태공원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한 DMZ야생동물생태관은 인근 DMZ에서 살고 있는 각종 야생동물을 박제해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실물은 보지 못했지만 이름은 수 없이 들어온 귀에 익은 동물들의 박제품이 꽤 많았습니다. 이솝우화에 지혜로우면서도 얌체 짓을 마다 않는 동물로 등장하는 여우를 처음 보았는데 시골에서 길렀던 개보다 조금 작아보였습니다. 종주산행 때 몇 번 보았던 상공을 비행하는 매의 날카로운 발톱도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바다에서나 잡힐 법한 엄청난 물고기도 박제된 것을 보았습니다. 나중에 여기 생태공원 해설사로부터 그 물고기의 이름이 초어이고 파로호에서 잡은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또 하나 여기에 박제된 동물은 과연 위험을 무릅쓰고 DMZ 안으로 들어가 잡은 것인가가 궁금했는데 그것이 아니고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은 것을 수거해 박제한 것이라고 합니다.
DMZ야생화분재원은 DMZ 인근 남한 최북단에 서식하는 북방계 식물 및 희귀자생식물의 보존 및 증식을 위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분재형태로 재현한 생태원입니다. DMZ야생동물생태관 위 넓은 산자락에 자리한 분재원의 식물분재는 꽤 많은 수가 야외에 놓여 있었습니다. 분재된 식물 거의 다가 눈에 익은 것이지만 소나무, 단풍나무 등 몇 종을 빼고는 표찰을 보고나서야 이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분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식물을 괴롭혀야 원하는 형태의 분재를 얻을 수 있는 잔혹함 때문이었는데 이번에 분재원을 다 둘러 보고나서도 분재에 대한 제 생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양구자연생태공원 탐방을 마치고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춘천역으로 돌아가 청량리행 전철에 오르는 것으로 하루 탐방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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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산 이은상 선생께서 군사분계선인 휴전선을 ‘피어린 6백리’로 명명한 것은 휴전이 임박해오자 한 평이라도 더 많이 땅을 차지하고자 우리 국군 장병들과 유엔군이 피를 흘리며 싸워 승리해 확보한 것이 휴전선임을 상기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공사로 문을 닫은 양구전쟁기념관을 들어가 보지 못해 6. 25전쟁 중 여기 양구의 휴전선 일대에서 일어난 여러 전투를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여기 양구지역은 한국전쟁 중 최대의 격전지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수많은 전투 중 도솔산 전투, 피의 능선 전투, 백석산 전투, 펀치볼 전투, 가칠봉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 등 6개의 큰 전투를 묶어 ‘양구전투’라고 칭하는데, 언제고 양구전쟁기념관을 다시 찾아가 ‘양구전투’를 새겨볼 뜻입니다.
*제 글중 "사라태풍은 1959년 추석날 우리나라를 덮친 5등급의 막강한 수퍼태풍입니다. 이 태풍으로 살 곳을 잃은 이재민들을 집단으로 이주시킨 곳이 고산으로 빙 둘러싸여 강풍이 거의 불지 않는 저 아래 펀치볼(해안분지)이었다고 합니다. "라는 내용이 잘 못된 것임을 확인해 2020년11월8일자로 해당부분을 생략했습니다.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잘못된 글을 올려 오래도록 방치해 죄송하댜는 말씀을 올립니다. 사라태풍 이재민들이 집단적으로 이주한 곳은 해안일대가 아니고 철원군의 마현마을이라고 합니다.
<탐방사진>
1)양구인문학박물관
*파로호천변
2)양구통일관/전쟁기념관
3)제 4땅굴
4)을지전망대
5)양구자연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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