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길 탐방기18
*탐방구간:사창리터미널-만산령-구은교사거리
*탐방일자: 2020. 3. 22일(일)
*탐방코스: 사창리터미널-명월교-승리부대-만산령-산천어체험장-구은교 사거리
*탐방시간: 9시26분-16시52분(7시간26분)
*동행 : 나홀로
“평화누리길은 동서를 잇는 한반도 중심의 길이다. 세계유일 분단지역의 상징성을 가진 평화누리길은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2011.7.27)에 따라 2021년까지 총 551km로 조성될 계획이다. 평화누리길은 비포장도로와 기존 사용하고 있는 도로 및 폐도로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동시에 군 작전로를 활용하는 친환경적인 길(路)이다. 또한, 평화누리길은 평화, 안보, 생태, 역사 등을 연결한 접경지역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화된 길(路)로 국내 뿐 아니라 세계 동호인이 오고 싶어하는 명품 브랜드로 조성할 계획이다. ”
행정안전부의 「DMZ 평화와 생명의 땅(www.dmz.go.korea)」에서 따온 위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평화누리길은 전장 551Km가 다 조성된 것이 아닙니다. 아래 지도가 보여주는 것처럼 화천과 양구지역은 이미 누리길이 잘 나있는 ‘조성구간’보다 아직 개통되지 않은 ‘계획구간’이 훨씬 더 길어 평화누리길을 이어가기가 참으로 힘듭니다.
「DMZ 평화와 생명의 땅(www.dmz.go.korea)」의 ‘누리길상세정보’에 따르면 화천군에서 조성된 누리길은 신풍리~ 평화로 구간의 4.9km 와 풍산리~평화터널 구간의 7.5Km등 12.4
Km 에 불과합니다.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 제가 찾아낸 ‘계획구간’의 누리길 정보는 위 지도가 전부입니다.
이 길은 작년 4월 27일 「DMZ민(民) + 평화손잡기운동」본부에서 작성한 ‘평화손잡기 지도’와 조금 다릅니다. 아래 지도는 포스터를 사진 찍은 것으로 엉성해 보이지만, 구글에서 검색한 ‘평화손잡기지도’에는 길이 아주 상세하게 잘 나와 있습니다. 문제는 이 지도에 나와 있는 길이 행정안전부에서 고시한 평화누리길과 같지 않은 구간이 여러 곳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껏 걸어온 평화누리길은 「DMZ 평화와 생명의 땅(www.dmz.go.korea)」의 ‘평화와 희망의 길’에 나오는 지도와 일치합니다. 철원에서 화천으로 넘어올 때 ‘평화손잡기 지도’에 나오는 수피령고개를 넘지 않고, ‘평화와 희망의 길’ 이 알려주는 대로 하오고개를 넘어 사창리
에 이른 것은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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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누리길 탐방을 한 달여 미뤄왔는데도 중국발 신종코로나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언제 다시 탐방에 나설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전혀 가늠되지 않습니다. 평화누리길은 대개가 청정지역을 지나 버스나 전철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심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더 이상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상의 코로나감염 예방책으로 장려되는 요즘의 상황에서 이제껏 같이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중학교 동창들에 같이 가자고 강권하는 것은 친구는 물론 그 가족들에도 걱정을 끼칠 것 같아 양해를 구하고 저 혼자 탐방 길에 나섰습니다.
화천의 사창리에서 시작해 계성사지를 거쳐 화천읍내로 이어지는 평화누리길 탐방구간은 정부로부터 지정만 되어 있을 뿐 아직 누리길이 조성되지 않은 이른바 ‘계획구간’입니다. 카카오맵으로 자세히 보니 사창리에서 계성사지로 넘어가는 길이 없는데다 계성리에 통행금지구역도 있어, 이 길 대신 더 북쪽에 있는 승리부대-만산령-구은교의 만산동로로 우회하는 것으로 탐방코스를 변경했습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사창리터미널까지 가는 데 버스가 막힘없이 내달려 1시간40분밖에 안 걸렸습니다. 터미널에서 하차해 택시기사 한 분에 지도를 보여주며 몇 가지를 물어 제가 걸어갈 만산동로는 높은 산을 넘어야 하고,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으나 중간에 몇 곳은 비포장 흙길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오전 9시26분 사창리버스터미널을 출발했습니다. 수피령을 넘어 철원의 김화 쪽으로 뻗어나가는 56번도로를 따라 북진하는 중 손끝이 약간 시릴 만큼 아침 날씨가 냉랭했습니다. 화천군의 사내면명월리상실내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9Km 떨어진 지촌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사창천이 56번 도로 바로 옆으로 흐르고, 그 오른쪽으로 15년 전에 올랐던 해발993m의 두류산이 높게 솟아 있어, 누리길을 따라 걷는 것이 단조롭지 않았습니다. 반시간 남짓 걸어 왼쪽으로 1번 지방도로가 갈리는 명월리 삼거리를 지나 40분 가까이 걸어 다다른 곳이 명성유치원입니다. 이런 시골에 유치원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 공공교육기관의 접근성은 세계 최고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자, 1948년생의 건국동이로 유치원의 존재조차 몰랐던 제 입에서 “아, 대한민국”의 감탄사가 절로 발해졌습니다. 북쪽으로 수피령이 보이면서 56번국도는 조금씩 가팔라졌습니다. 뒤를 돌아보자 능선과 꼭대기에 하얀 눈이 덮인 화악산과 응봉산의 다소곳한 자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실내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길가의 보행자 전용 데크길을 지나고, 해발고도가 4백m를 훨씬 넘는 56번 국도변의 승리부대에 이르자, 사창리 출발 2시간이 넘도록 길동무가 되어준 맑디맑은 사창천의 물 흐름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11시39분 승리부대 정문에서 조금 내려가 오른 쪽 위로 분기된 만산동로에 발을 들였습니다. 만산동로는 사내면의 상실내교에서 해발850m의 만산령을 넘어 구운천을 따라 화천면의 구운리로 이어지는 길로, 「DMZ민(民) + 평화손잡기운동」본부에서 작성한 ‘평화손잡기 지도’에 작년 4월 인간띠를 이어간 평화누리길로 나와 있습니다. 이길은 대부분이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으나, 중간에 몇 곳은 비포장 흙길이고 구운교 사거리에 못 미쳐 얼마간만 아스팔트로 포장된 오지의 길이어서인지 오가는 차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상실내교 삼거리에서 만산동로로 올라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견공들이 짖어대어 마을회관 앞을 지나가기가 조금은 민망했습니다. 이내 명선농장을 지나 동진하면서 고도를 계속 높여가다 12시가 조금 넘어 길가 공터에서 10분여 쉬면서 햄버그를 꺼내들었습니다. 서쪽 건너편에 남북으로 이어지는 담대한 모습의 눈 덮인 산줄기가 눈에 들어왔는데, 이 산줄기는 제가 2000년대에 두 번을 종주한 바 있는 한북정맥입니다. 점심 식사를 끝내고 계속 고도를 높여가다 아직도 녹지 않고 길을 덮은 눈얼음을 보고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13시14분 해발850m의 만산령 고갯마루에 올라섰습니다. 이번 구간의 누리길 탐방이 등산과 다를 바 없다 싶은 것은 상실내교에서 줄곧 비알 길을 걸어올라 400m가량 고도를 높이고 나서야 해발850m의 만산령에 오를 수 있어서였습니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따라 북진하면 해발 976m의 만산에 오르고, 같은 방향으로 더 진행하면 화천군의 명소 비래바위에 이르게 됩니다. 희디흰 자작나무가 눈에 띄는 만산령의 고갯마루는 포사교로 이어지는 북쪽 길과 구운리로 내려가는 남쪽길이 갈리는 삼거리로, 만산령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표지석을 받쳐주는 비석에 새겨진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필승의 전투태세 확립과 지역사회발전을 위하여 이 도로를 준공하였음. 총연장 24.7Km, 공사구간 83.4.11~11.25, 공사부대 6685부대/3258부대”라는 안내문을 읽고 나서야 힘들여 걸어 올라온 길과 내려갈 길, 그리고 북쪽 포선교 길 모두가 군부대에서 축조한 산간도로임을 알았습니다. 만산령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보다 더 많은 눈얼음이 더 넓게 길을 덮어 스틱을 잡고 조심해서 내려갔습니다. 고개삼거리 출발 40분이 조금 못되어 조각공원에 다다르자 높낮이가 서로 다른 나무로 된 익살스러운 모습의 장승들이 꽤 여럿 보였습니다. 장승들이 지켜주는 아담한 노천카페는 주인 부부는 보였으나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구은교까지는 구운천을 따라 길이 나 있습니다. 봄을 맞아 목청을 새로 다듬은 계곡물의 낭랑한 노래 소리를 들으면서 모처럼 평탄한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13시52분 노천카페를 출발해 구운천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길은 평탄해 걷기에 좋았지만 길가에 쳐 놓은 철조망울타리가 시야를 가려 그 아래 계곡과 물 흐름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이 울타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멧돼지가 마을로 들어가 전파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에서 설치한 시설물인데, 도로와 계곡을 갈라놓는 철조망울타리가 계파로와 만나는 구은교까지 연이어 쳐져 있어, 돼지열병이 퇴치된 후 정작 차단당하는 것은 멧돼지가 아니라 길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갑갑하고 또 짜증도 났습니다. 노천카페에서 1시간가량 내려가자 길 왼쪽 공터에 걸려 있는 여러 개의 플래카드가 보였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뜨인 것은 “강화에서 고성까지 평화누리길500Km DMG 평화인간 띠잇기”의 플래카드로, DMZ를 DMG로 쓴 것이 눈에 거슬렸지만 이 길이 작년 4월 평화인간띠잇기의 현장이었음을 알려주는 것이어서 사진을 찍어 왔습니다.
7-8분을 더 걸어 다다른 길가의 하만산동의 정자에 올라 등을 눕히자 5년 전 미국 서부지방을 여행할 때 본 거암이 연상되는 엄청 큰 바위덩어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멋들어진큰 바위를 여기서 보다니 웬 떡인가 싶어 얼른 일어나 사진을 찍고 나서 바로 아래 안내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큰 바위는 다름 아닌 비래바위로 이곳에서 500m 밖에 안 떨어져 있어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못해 다음 기회로 미룬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만산동계곡 정상부에 위치한 해발650m의 비래바위는 만산의 거암입니다. 비래바위가 화천8경 중 제6경으로 선정된 것은 병풍처럼 깎아지른 거암이 주변산중에 홀로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장중해서인데, 금강산에서 바위가 날아와 이곳에 앉았다는 전설도 한 몫 했을 것 같습니다. 국가지질공원이 주가 되어 세운 안내판에 적힌 비래바위의 생성 내력은 이러합니다. 폭이 약 500m, 높이가 약100m나 되는 비래바위는 광물의 조직이 치밀하고 견고한 석영으로 되어 있습니다. 약1억년전에 지하 100-350Km 깊이에서 화강암질 마그마가 분화하면서 원래 있던 변성퇴적암류 암석의 틈을 따라 들어가 굳어진 것으로, 이후 주변의 퇴적암류는 침식되어 떨어져나가고 남아 있는 거대한 석영반암이 바로 비래바위라는 것입니다.
하만산동의 정자를 출발해 2Km 떨어진 산천어밸리에 이르기까지 ‘팬션 산꾼의 집’, ‘만산 수목원’과 ‘풍차팬션’을 차례로 지났습니다. ‘풍차팬션’에 이르기 전에 만산동로는 아스팔트포장도로로 바뀌어서인지 지나가는 차량이 많이 보였습니다. 입구의 철조망 문이 굳게 닫혀 있는 ‘산천어밸리 체험장’을 지나 갓길에 멈춰 서서 배낭을 내려놓고 10분 가까이 휴식을 취했습니다. 배낭을 긴 시간 메면 왼쪽 어깨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갈수록 그 증세가 심해지는 것 같아 아무래도 병원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하얀 둥지팬션’과 '으뜸팬션'을 지나 계파로와 만나는 구은교앞 사거리에 이른 시각은 16시52분이었습니다. 직진 길은 화천읍내로 향하는 만산동로이고, 이 길과 교차하여 남북으로 뻗어나가는 계파로를 따라 구은교를 건너 남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춘천 가는 길입니다.
구은교 교차로에서 평화누리길 제18구간의 탐방을 마무리하고, 택시를 불러 화천읍내 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비포장 길과 시멘트포장길이 혼재해 있는 오지의 평화누리길 탐방을 무사히 마친데 따른 가슴 뿌듯함이 답답함과 지루함으로 바뀐 것은 제가 탄 동서울행 버스가 춘천을 지나면서 교통체증으로 가다 서다를 수없이 반복해서입니다. 신종코로나 전파로 여행객들이 급작스럽게 줄어들어 교통이 원활할 것이라는 제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은 남들과 오랜 시간 같이 타야 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자가용 여행객들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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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양해말씀을 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번처럼 평화누리길의 '계획구간'을 따라 걷지 않고 우회해 다른 길로 진행했을 때도 ‘평화누리길 탐방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겠다는 것입니다. 아직 평화누리길이 조성되지 않은 계획구간은 대부분 길이 제대로 나있지 않거나 통행금지 구역을 지나도록 되어 있어 지도에 나와 있는 대로 따라 걷기가 만만치 않거나 아예 불가능한 곳도 있습니다. 이런 구간은 만부득이 돌아가고 평화누리길탐방기를 계속 써내려가고자 합니다. 물론 훗날 관계당국에서 길을 조성해 개통하면 다시 걸어 탐방기도 다시 쓸 뜻입니다.
또 하나 부탁드릴 말씀은 평화누리길의 상세지도에 관한 정보를 알고 계신 분은 관련 웹사이트를 댓글로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컴퓨터가 서툴러 제가 찾아낸 평화누리길 지도정보는 위에 올린 「DMZ 평화와 생명의 땅(www.dmz.go.korea)」의 ‘평화와 희망의 길’에 나오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지도가 전부입니다. 상세히 나와 있는 ‘평화손잡기지도’의 이른바 ‘평화누리길’이 실제의 평화누리길과 일치하지 않는 것을 철원 지역 평화누리길을 걸으면서 직접 확인했기에 이 지도를 따라 걸을 수 없다는 판단아래 도움을 요청드리는 것입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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