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I.평화누리길 및 강화나들길/평화누리길 탐방기

평화누리길 탐방기20(화천대교-미륵바위-어룡동마을입구)

시인마뇽 2020. 6. 1. 00:02

평화누리길 탐방기20

 

 

*탐방구간:화천대교-미륵바위-어룡동마을입구

*탐방일자:2020. 5. 29()

*탐방코스:원천면사무소-붕어섬-화천대교-미륵바위-구만교

              -꺼먹다리-어룡동마을입구

*탐방시간:1043-1651(6시간8)

*동행     :문산중학교 황규직동문

 

 

  

  월초에 그동안 평화누리길을 같이 걸은 친구들과 함께 강원도 화천의 북한강변을 걸었습니다. 지촌천을 따라 조선후기 유학자인 김수증(金壽增, 1624-1701)이 운영한 곡운구곡을 둘러 본 후 북한강의 연꽃마을에 이른 시각은 저녁 5시경이었습니다. 이미 20Km 가까이 걸어 몸은 많이 지쳤지만 저녁나절 지는 해를 벗하며 강변길을 걷는다는 설렘에 절로 기운이 나서 2시간 가까이 더 걸었습니다. 연꽃 마을과 둥구레마을을 이어주는 강변의 데크길은 오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한가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아 잔잔하게 물결이 이는 북한강의 수면이 석양에 조사되어 빚어내는 고즈넉한 강변 풍광은 그 자체로 한편의 서정시였습니다. 둥구레마을에서 택시를 불러 원천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겠다는 계획을 접고 계속 걸어간 것은 저녁나절의 정감어린 강변 정경이 차를 타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화천대교에서 어룡동마을입구에 이르는 평화누리길 탐방 길에 누리길 코스가 아닌 원천리-칠석교-화천대교의 강변길을 덧붙임으로써 이번에는 내내 강변길만 걸을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의 연천 땅을 지나면서 강을 따라 낸 평화누리길을 걸은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강에 인접해 길이 나있지는 않았습니다. 모처럼 강변길만 걸으면서 색달랐다 싶었던 것은 이런 저런 모양의 다리를 많이 본 것입니다. 계성천을 건너는 10m내외의 데크다리, 자전거전용 다리로 놓았다는 칠석교, 붕어섬으로 들어가는 붕어섬다리, 북한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화천대교와 도보전용의 부교(?), 화천을 가로건너는 화천교와 데크다리 , 김훈 작가가 명명했다는 숲으로다리, 화천발전소에 조금 못미처 자리한 구만교, 1945년 화천댐과 발전소가 준공되면서 축조된 꺼먹다리 등이 이번에 만난 다리들입니다. 이들 다리들은 이름이 다른 만큼 외관이 같지 않았지만, 강변길의 이정표 역할만은 제대로 해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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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3분 원천리를 출발했습니다. 춘천역에서 화천행 버스를 타고 가다 원천리에서 하차해 계성천을 따라 걷는 것으로 스무번째 누리길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데크 다리로 게성천을 건너 강변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자전거길로 조성된 이 길의 안내 표지물은 섬진강을 따라 걸으며 본 것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햇볕이 뜨겁지 않아 걸을 만 했지만, 그늘이 없는 아스팔트길이어서 한 여름에 걷기는 쉽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수천평은 족히 될 타원형의 넓은 싱그러운 풀밭이 눈에 띄어 아직 개발이 안 된 이유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한성백제문화재 유적지였습니다. 여기 원천리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에서 삼국시대까지의 유적은 서울에 도읍지를 정한 백제가 동쪽으로 영토를 얼마나 넓혔는가를 짐작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칠석교에 다다른 시각은 1130분경이었습니다. 현대식 조형미를 돋보이게 마들어서인지 구조가 복잡해 보이는 이 다리가 눈에 익다 한 것은 얼마 전 TV뉴스에 입니다.그 뉴스는 자전거전용으로 놓은 이 다리가 설계가 잘 못되어 제 구실을 못하고 있음을 고발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칠석교의 긴 다리 한 가운데에서 바라본 북한강은 강이 넓고 수면이 고요해 잔잔한 호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1313분 붕어섬 입구 다리를 지났습니다. 칠석교에서 붕어섬 입구로 이어지는 자전거 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고 주변풍광이 빼어나 자전거애호가들에는 최고의 코스가 아닐까 합니다. 섬진강 강변 길을 따라걸으면서 하늘을 향해 꽃봉우리를 활짝 연 하얀 꽃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는 그 꽃을 보자마자 '산딸나무' 이름이 생각났습니다.  또 까먹을까 걱정되어 따로 메모를 해두었다가 이렇게 꽃이름을 적어놓습니다. 칠석교 출발 후 반시간쯤 지날 즈음 그늘 진 곳을 찾아 김밥을 꺼내 들며 20분 가까이 쉬었습니다. 논미삼거리를 지나 붕어섬 남단에 접근해 섬 사진을 찍었지만 섬이 하도 커서 그 윤곽을 담아내지는 못했습니다. 밖에서 언뜻 보아 잘 알 수는 없지만, 화천군의 홍보에 따르면 이 섬도 남이섬과 마찬가지로 각종 레포츠 시설과 자연 휴양을 고루 즐길 수 있도록 휴양지로 개발된 것이 분명합니다. 규모가 제법 커서 섬의 형상이 이름 그대로 붕어모양을 하고 있는지는 육안으로는 식별 할 수 없었고, 항공사진을 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붕어섬으로 들어가는 붕어섬다리가 짧지 않아 섬 안으로 들어가보지 못했습니다. 이 다리에서 수분을 더 걸어 지난 달 19번째 평화누리길 탐방을 마친 화천대교에 이르렀습니다. 그늘진 다리 밑에서 편히 쉬면서 동행한 친구와 함께 문산중학교 학창시절을 회상했습니다.

 

   14시 정각 화천대교에서 평화누리길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화천대교에서 시작한 평화누리길은 풍산초교를 지나 해산휴게소까지 평화로로 이어집니다. 해산휴게소에서 평화의 댐까지 가는 데는 평화로와 한목령로 두 길이 나있습니다. 평화누리길은 북쪽의 한목령로로 이어지는데, 이 길은 민통선 안을 지나 걸어서는 갈 수가 없는 길입니다. 도보로 가려면 남쪽의 평화로를 따라가야 평화의 댐에 이를 수 있습니다. 화천대교를 출발해 단조로운 자전거 길을 따라 남동쪽으로 진행했습니다. 정자 옆에 일렬로 세워 놓은 6개의 자그마한 바위가 미륵바위로, 이 바위에 도착한 시각은 15시경이었습니다. 조선후기에 지어진 절터였던 여기 미륵바위는 이제껏 보아온 어떤 미륵바위보다 작았습니다. 정자에 잠시 누웠다가 이내 일어나 탐방 길을 이어가다, 이내 소설 칼의 노래의 저자 김훈이 작명한 숲으로 다리를 건넜습니다. 구만교를 막 지나자  한국전쟁 중 화천지구 전투에서 희생된 해병대원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해병대화천지구전투전적비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1951년 봄 중공군은 화천댐을 점령하려고 대규모 공세를 준비해왔습니다. 미군의 지원을 받은 우리 해병대 1연대는 매복작전을 벌여 중공군2,700명을 격파한 전공을 세웠습니다.  여기 대야리에 전투전적비를 세워 그들의 전공을 기리는 것은 그들의 희생 덕분에 편히 살고 있는 후대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입니다.

 

   1651분 어룡동마을 입구 딴산버스정류장에서 스무 번째 평화누리길 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숲속에 낸 시원한 자전거 길을 따라가 강 건너 화천발전소로 갈 수 있는 꺼먹다리에 이르렀습니다. 안내판에 따르면 꺼먹다리는 1945년경 화천댐과 발전소가 준공되면서 세운 폭4.8m, 길이 204m의 철골과 콘크리트로 축조된 국내 최고(最古)의 교량으로 등록문화재입니다. 다리 건너 화천발전소는 1939년에 시공된 발전소로 19441, 2호기가 준공되었고 해방 후 3,4호기가 준공됨으로써 목표한 10.8Kw의 설비용량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수력발전소의 명성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들어왔습니다. 그런 발전소를 꺼먹다리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적지 아니 감격스러웠습니다. 꺼먹다리를 지나 딴섬버스정류장에서 누리길 탐방을 마무리하고 4-5분 후에 도착한 희망버스에 올랐습니다. 기온이 급격하게 올라가 땡볕 길을 걷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원래 해산휴게소까지 진행하고자 했으나 그리했다가는 너무 지쳐 몸이 탈날 수도 있겠다 싶어 목적지에 한참 못 미친 어룡동 마을입구에서 하루 탐방을 접고 화천버스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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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다니는 성당의 신부님이 강론에서 빨리 가려면 혼자 걷고, 멀리 가려면 같이 걸으라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혼자 걷기를 고집해왔습니다. 누구와 함께 가려면 일정을 맞추어야 하고, 어렵게 정해진 일정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지켜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어 혼자 걷는 것보다 진행이 몹시 더뎌서였습니다. 올 들어 저 혼자 걷는 섬진강 따라걷기는 12번을 진행했는데, 친구들과 함께 하는 평화누리길 탐방은 번 밖에 못했습니다.제게는 빨리 가는 것도, 멀리 가는 것도 혼자 하는 편이 수월하고 편했습니다만, 앞으로 나이가 들수록 같이 하는 쪽으로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생의 길도 마찬가지여서 오래 살려면 같이 살아가는 것이 덜 힘들 것 같습니다. 20년 전에 먼저 떠난 집사람이 생각나는 것도 같이 걸어가야 할 인생길이 꽤 먼데 혼자 걷고 있어서입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