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길 탐방기21(해산터널)
*탐방구간: 어룡동마을입구-해산터널-평화의 댐
*탐방일자: 2020. 6. 12일(금)
*탐방코스: 어룡동마을입구-풍산초교-풍산삼거리-해산터널
-재안터널-평화의댐
*탐방시간: 9시53분-19시12분(9시간9분)
*동행 :문산중14회 황규직/황홍기 동문
이번에 걸은 평화누리길은 22년 전 여름 집사람과 함께 차로 지났던 길이어서 마음이 찡했습니다.
생각지 못한 암에 걸려 3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하다 2000년 봄에 삶을 마무리하고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난 집사람이 한 때 완치판정을 받고 퇴원해 정상 생활을 했었습니다. 1998년 여름 집사람과 함께 과천의 집을 나서 휴전선이 지나는 파주-연천-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을 차례로 거친 다음 통일전망대에 올랐다가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한때나마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어 그런 여행이 가능했습니다. 그해 여름 휴가코스를 위와 같이 잡은 것은 제가 단장을 맡았던 모 회사의 배드민턴 선수단이 화천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어서였습니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선수들을 격려한 후 화천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화천읍내를 출발해 해산터널을 거쳐 평화의 댐에 도착한 22년 전의 여행은 승용차로 간 것을 빼고는 이번 탐방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1998년 여름에 집사람과 함께 차로 다녀온 길을 걸어서 가보자고 나선 것은 그 20년 후인 2018년 가을입니다. 평화누리길 탐방을 경기도 김포의 대명항에서 시작할 때는 저 혼자 나섰습니다. 네 번째 탐방 때 중학교 동창 황규직군이 동참했고 여덟 번 째 탐방부터 황홍기동문이 합류해, 이번에 화천의 끝점인 평화의 댐에 이르기까지 셋이서 같이 했습니다. 그간 총21회 탐방으로 화천의 끝점까지 진행한 것을 감안하면 얼추잡아 앞으로 15회를 더하면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이를 것 같습니다.
늦어도 내년 안으로 평화누리길 탐방을 모두 마칠 뜻입니다. 그때 가서 저를 평화누리길로 끌어들인 22년전 집사람과의 휴전선 인접지역 승용차 여행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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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9시53분 딴산버스정류장이 세워진 어룡동마을입구를 출발했습니다. 화천버스터미널에서 지난번에 탐방길을 마친 어룡동마을 입구까지는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오른쪽 아래 북한강 건너 편에 작년에 다녀온 토속어류생태체험관이 보였습니다. 어룡동마을 입구를 출발해 오른 쪽 자전거 길로 들어섰습니다. 조금 올라가 슬픈 전설이 전해지는 처녀고개를 넘었습니다. 하얀 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올라 수놓은 하늘을 잠시 멈춰 서서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대전차장애물이 설치된 460번 도로 옆 데크 길 바로 아래로 북한강의 제1지류인 풍산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하천의 폭이 좁고 그 세(勢)가 약해 본류만한 지류는 없구나 했습니다. 호음교를 막 지나 보게된 작은 보는 물을 가두는 역할보다 풍산천을 건너는 간이다리로 더 잘 쓰일 것 같았습니다. 몇 곳의 인삼밭을 지나, 엊그제 모를 낸 것 같은데 그새 자라서 논을 온통 초록색으로 바꿔놓은 벼들을 보자 저도 모르게 활기가 느껴졌습니다. 잠시 멈춰 도너츠로 요기를 한 후 이어간 풍산천변 자전거 길은 ‘화천풍산마을 정보센터’ 앞에서 끝이 나 그 앞을 지나는 460번 도로로 복귀했습니다.
11시32분 정북 쪽으로 한묵령로가 나뉘는 해산휴게소에 이르러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풍산마을 정보센터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460번 평화로를 따라 얼마 걷지 않아 풍산초교를 지났습니다. 이내 다다른 성동마트를 들러 음료수를 사 든 후 계속 북진했습니다. 찻길이 편도1차선으로 좁은데다 군 차량이 많이 다녀 차도를 따라 걷는 일이 매우 조심스럽고 신경이 쓰였습니다. 군장병 면회소인 상승회관을 지나 풍산리 길과 평화의 댐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돼지열병으로 안동철교-평화의 댐 구간은 통행을 할 수 없으니 460번 평화로로 우회해달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보았습니다. 돼지열병이 아니더라도 한묵령로는 민통선 안을 지나 평화의 댐까지 계속 걸어갈 수 없습니다, 이번에 해산휴게소에서 한묵령을 넘어가는 대신 해산터널을 지나 평화의 댐으로 가는 평화로를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해산휴게소에서 점심을 들면서 주인분에 해산터널을 거쳐 평화의댐으로 가는 길의 거리를 물어 확인했습니다. 맥이 풀린 것은 그 거리가 제가 갖고 있는 지도에 나오는 12.8Km보다 훨씬 먼 22Km이었기 때문입니다. 오전에 화천읍내에서 어룡동입구까지 택시를 탄 것은 좀더 일찍 출발해 서두르면 저녁5시40분에 평화의 댐을 출발해 화천읍내로 돌아가는 군내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거리가 22Km나 된다면 부지런히 걷는다 해도 해떨어지기 전에 도착할 수 없어 난감했습니다. 생각 끝에 이번에는 중간의 해산터널을 통과하는 것으로 평화누리길 탐방을 마치고 해오름 휴게소에서 충분히 쉬었다가 택시를 불러 화천읍내로 돌아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해산터널에서 평화의 댐까지 남은 길은 다음에 택시를 타고 와 이어가기로 조정하고 나자 시간 여유가 생겨 모처럼 느긋하게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12시32분 해산휴게소를 출발했습니다.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햇볕은 창모자로 가리고, 반바지 차림으로 산바람을 맞으며 460번 평화로를 따라 걸어 조금씩 고도를 높여 갔습니다. 해산으로도 불리는 일산(日山)의 해발고도가 1,190m나 되어 이 산의 어깨 높이에 뚫어놓은 해산터닐의 고도는 어림잡아 700m-800m 사이인 것 같았습니다. 이런 높은 산에 길을 낸 평화로를 따라 걷는 일이 등산보다 더 힘들다 싶은 것은 땡볕을 가릴 그늘이 없어서였습니다. 길을 내기 위해 깎아낸 사면의 경사가 심해 토사나 바위가 굴러 내리는 것을 막고자 설치한 계단식의 시멘트옹벽이 여러 곳에서 보였습니다. 1시간 넘게 걸어 오르다 길 오른쪽으로 평평한 나무 그늘이 보여 잠시 쉬어갔습니다. 바로 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반갑게 들렸고, 심마니들이 다녔을 것 같은 길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나무그늘에서 쉬면서 손바닥크기의 4배는 조금 더 되어보이는 제법 큰 버섯을 줏었습니다. 해오름휴게소의 한 분이 이 버섯이 먹어도 안전한 말굽버섯이라는 것을 확인해주어, 한 친구가 안심하고 이 버섯을 집에 가지고 갈 수 있었습니다.
15시36분 해산령 정상의 ‘최북단 최고봉 최장터널’인 해산터널을 지났습니다. 길가 숲에서 잠시 쉰 후 해산터너을 향해 오르는 중 자주색꽃잎들이 진분홍색으로 바뀌어 색상이 참으로 화사한 꽃 한 송이를 보았습니다. 꽃이름이 엉겅퀴인 것을 알고나자 저토록 예쁜 꽃에 어울릴 만한 이름을 지어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쪽 멀리 높이 보이는 고봉들이 철원의 적근산과 대성산인 것 같아 반가웠습니다. 해산 휴게소 출발 2시간 반쯤 지나 다다른 해산터널은 서울에서 아시안게임이 치러진 1986년에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터널의 전장이 1,986m인 것은 아시아게임을 기념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반시간 동안 터널 안에서 차가 지날 때마다 증폭된 엄청 시끄러운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터널을 빠져나가자마자 바로 옆 해오름휴게소로 이동했습니다. 물맛이 일품인 해오름휴게소에서 술 몇 잔을 사들며 편히 쉬었습니다.
술자리를 펴기 전에 저 혼자 생각한 것은 내친 김에 평화의 댐까지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휴게소주인분에 물어 평화의 댐까지 남은 거리가 13Km로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술자리를 파한 후 바로 두 친구에 평화의 댐으로 직행하자고 긴급제안을 했습니다. 해산휴게소에서 3시간 동안 9Km를 걸어올라 해산터널을 통과한 주력이라면, 13Km 거리의 평화의 댐까지는 내려가는 길이어서 3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좀 늦더라도 해떨어지기 전에 도착하는 것은 확실해 평화의 댐에 도착한 다음 택시로 화천읍내로 돌아가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판단을 하고 긴급제안을 했는데, 두 친구가 쾌히 받아들여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평화의 댐으로 향했습니다.
16시19분 해오름휴게소를 출발했습니다. 해저터널에서 오른 쪽남쪽 아래 비수구미 계곡으로 내려가는 철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출발지에서 ‘아흔아홉 구빗길’의 평화의 댐으로 가는 길이 13Km보다 훨씬 가까운 10.4Km로 적혀 있는 안내판을 보고나자 마음이 놓였습니다. 꼬부랑 고갯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서 굽이진 곳의 경사진 사면에 돌이 굴러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공사 중인 낙석방지공사 현장 몇 곳을 지났습니다. 갈 길이 바쁜 저를 잠시 멈춰 세운 것은 몸 한가운데 흰 줄이 그려진 까만 나비였습니다. 앞서다 뒤서다를 몇 번 되풀이하다가 길바닥에 내려앉은 나비에 잠시 동안의 동행에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서둘러 진행해 전망대 쉼터에 이른 시각이 17시9분입니다. 숲에 가려 조망되는 것이 거의 없는 곳에 전망대라 이름 짓고 들어선 쉼터 매장은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조금 아래 야외에 전시된 스테인리스 철강의 조형물도 주변의 자연환경과 별반 어울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작 제게 도움이 된 것은 이 일대에 발달한 화천백립암복합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설명한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 안내도’였습니다. 안내도에 따르면 백립암은 압력에 의해 형성된 변성작용, 즉 광역변성작용에서 가장 높은 온도가 가해지는 것으로 이와 같은 변성조건으로 만들어지는 암석의 총칭이고, 화천백립암복합체의 주된 암석은 석류석을 다량 포함하고 있는 석류석화강편마암이라고 합니다.
19시12분 평화의 댐에 도착해 21번째 평화누리길 탐방을 끝냈습니다. 전망대쉼터에서 평화의 댐으로 내려가는 평화로가 걸을 만 했던 것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첩첩 산중에 낸 한가한 길을 걷는 중 수피가 하얀 자작나무가 눈에 띄어 카메라에 옮겨 담아왔습니다. 백두산 일대는 자작나무 숲이 광활하기로 유명합니다. 친러파가 득세했던 구한말에 백두산 일대의 자작나무 숲을 채벌할 수 있는 권리가 흘러간 명배우인 율부린너의 할아버지가 갖고 있었던 것을 아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비수구미로 가는 길이 오른 쪽으로 갈리는 삼거리에서 화천택시를 불러 평화의 댐으로 와달라고 전화를 한 후, 왼쪽으로 내려가 재안터널과 대붕터널을 차례로 지나 평화의 댐 위 다리를 건넜습니다. 다리 건너 평화의 댐 비석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고 나자 이내 택시가 도착했습니다. 그 택시로 화천읍내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 인근 순대국집에서 화천 땅의 평화누리길 완주를 자축했습니다.
양구 땅 평화누리길 탐방은 한 여름에 쉬었다가 오는 9월에 재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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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12일 화천 땅의 하오터널에서 평화누리길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평화의 댐에 이르러 화천 땅 평화누리길 탐방을 모두 마치기까지의 다섯 번에 걸친 평화누리길 탐방코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17차 탐방: 하오터널-화이트힐 팬션-명대교삼거리-광덕초교-사창리터미널 (2019년12월12일)
*18차 탐방: 사창리터미널-명월삼거리-만산령-만산동로-구은교 사거리 (2020년3월22일)
*19차 탐방: 구은교사거리-장촌리-토고미마을-용산교-화천대교 (2020년4월9일)
*20차 탐방: 화천대교-미륵바위-구만교-꺼먹다리-어룡동마을입구 (2020년5월29일)
*21차 탐방: 어룡동마을입구-해산휴게소-해산터널-재안터널-평화의 댐 (2020년6월12일)
저 나름대로 획득한 정보에 근거해 화천 땅의 평화누리길을 따라 걸었지만, 개설될 평화누리길과 얼마나 일치하느냐는 두고 볼 일입니다. 화천 땅의 평화누리길 탐방은 작년5월 ‘DMZ 민(民) + 평화손잡기운동’의 지도를 참고해 진행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일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수피령에서 시작해 평화의 댐에서 마무리되는 ‘DMZ 민(民) + 평화손잡기운동’ 때 이어진 화천땅의 평화누리길은 아래와 같습니다.
*수피령-명월삼거리-만산령-만산동로-장촌리-선대교-화천터널-북한강변-화천대교-미륵바위-어룡동마을입구-해산휴게소-한묵령-안동철교-평화의 댐
제가 ‘DMZ 민(民) + 평화손잡기운동’의 평화누리길로 가지 않고 다른 길로 이어간 곳은 다음의 네 군데입니다. 첫째, 수피령-명월삼거리 구간입니다. 제가 수피령을 넘지 않고 그 남쪽 아래 하오터널로 화천 땅에 발을 들인 것은 평화누리길14구간이 철원의 자등리에서 끝나서입니다. 15구간은 자등리와 가까운 하오터널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자등리-하오터널 중간에 그림 같은 잠곡호수지가 자리하고 있고,수피령은 자등리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입니다. 둘째, 만산동로에서 장촌리까지 일부 구간은 지도상에 길이 나있지 않아 구은교로 돌아갔습니다. 셋째 군부대삼거리에서 화천터널을 넘지 않고 화천천을 따라 걸은 것은 화천군 홈피에 제가 걸은 길로 평화누리길이 나와 있어서였습니다. 넷째, 해산휴게소에서 한묵령로를 따라가지 않고 해산터널을 지나는 길을 택한 것은 한묵령로 일부 구간이 민통선 안을 지나 걸어서는 진행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화천땅 평화누리길이 전부 개통되면 빠지거나 잘못된 구간은 다시 걸을 뜻입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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