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담양교-오례천합수점-증암천합수점
*탐방일자: 2021. 1. 27일(수)
*탐방코스:담양터미널-담양교-양각교-담양군물순환사업소-오례천합수점
-삼지교-증암천합수점-송강정-송강정정류장
*탐방시간: 12시24분-16시40분(4시간16분)
*동행 : 나홀로
제가 전라남도 담양을 알게 된 것은 대학2학년 때인 1969년 여름에 이곳을 버스로 지나고 나서입니다. 방학을 맞아 고교동기 세 명과 함께 9박10일간 서울-무주구천동-광주-목포-제주도-부산-서울 코스로 우리 국토를 여행을 하는 길에 무주구천동에서 광주까지 버스로 이동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처음 지난 담양이 광주출신인 오랜 지우(知友)의 본관이라는 것을 안 것은 한참 후의 일입니다. 여러 차례 버스로 지났던 담양 땅을 직접 밟아본 것은 1992년 봄입니다. 제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상품의 시장조사를 위해 담양 읍내의 여러 소매점들을 방문했습니다. 마침 담양천변에 5일장이 섰는데, 이 시장에 팔려고 내놓은 꽤 굵은 대나무와 다양하고도 정교한 죽세공산품들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가마골의 용소폭포에서 발원한 영산강을 따라 담양 땅을 걷는 것은 이번 세 번째 탐방이 마지막입니다. 용소폭포-담양호-관방제림-죽녹원-증암천합수점 코스는 영산강 강줄기를 따라 걸었고, 증암천합수점에서 송강정까지는 영산강의 제1지류인 증암천을 따라 걸었습니다. 담양댐에서 담양읍내를 거쳐 증암천합수점인 봉산에 이르는 담양 벌은 참으로 넓었습니다. 봉산에서 그치지 않고 무등산까지 펼쳐지는 드넓은 담양 벌의 젖줄은 영산강과 그 지천인 금성천, 용천, 오례천, 증암천 등입니다. 영산강과 지천들이 담양 벌과 함께 빚어낸 풍요가 죽녹원과 송강정 등을 담양의 명소로 자리 잡게 했다는 생각입니다.
흔히들 선비는 곁불을 쬐지 않았다고 합니다만, 저는 영산강의 곁불을 쬐고자 본류에서 벗어나 있는 대나무 숲 죽녹원과 가사문학의 산실인 송강정을 찾아갔습니다. 지난 번에 죽녹원을, 그리고 이번에 송강정을 다녀온 후 죽녹원과 송강정으로 대표되는 대나무와 정자는 담양의 곁불이 아니고 상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두 곳의 심방은 담양명소탐방기라는 제목의 글로 별도로 써볼 뜻이어서 본고에서는 간단히 소개만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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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11시7분에 광주역에서 하차해 뒤편의 정류장에서 311번 버스를 타고 이동, 담양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12시20분경입니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광주행 버스시간을 확인한 후 영산강 따라 걷기 2구간의 끝점인 담양교로 향했습니다. 지난 주 걸은 길을 그새 까먹어 지나가는 한 분에 길을 물어 찾아간 담양교 인근은 5일장(?)이 열려 시끌벅적했습니다.
12시40분 담양교를 출발해 동쪽 천변 길로 내려섰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설치된 보로 담양교 아래 흐르는 물이 제법 많아 강다운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강 건너 병풍 같은 산은 병풍산이고, 양평의 백운봉처럼 산 전체가 정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깔끔한 산이 삼인산이라는 것은 산책 중인 한 분에 물어 확인했습니다. 담양의 안내지도에는 삼인산을 “이집트의 거대한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고 조선태조의 이성계가 이곳에서 제를 올리고 기도해 왕위에 올랐다는 전설이 있어 몽성산이라 불렸다 ”라고 소개되었습니다. 4개의 어도를 낸 보를 거쳐 210m의 양각교를 지나자 강 건너로 골프연습장이 보였습니다. 황금색의 달뿌리들이 엄청 넓은 하상부지를 뒤덮은 용천과의 합수점을 지나자 서쪽으로 흐르던 영산강의 물줄기는 방향을 바꾸어 남쪽으로 내달렸습니다. 담양군물순환사업소를 지나 제방 길의 벤치에 앉아 햄버그를 꺼내 든 후 다시 천변 길로 내려가 데크 길을 걸었습니다.
13시57분 천변 길이 끊나 왼쪽 제방길로 올라섰습니다. 조금만 더 길었다면 소실점이 보였을지도 모를 직선에 가까운 제방이 강정제라는 것은 얼마 후 곡정1배수통문의 안내판을 보고 알았습니다. 담양댐15Km/송천보28Km 지점을 지나 오례천과의 합수점에 이르자 자전거길 쉼터가 설치되어 있어 잠시 쉬어갔습니다. 오던 길을 뒤돌아보자 먼발치에 우뚝 솟은 추월산이 선명하게 보여, 이 산을 담양의 이정표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례천과의 합수점에 놓인 시멘트 다리를 건넌 시각은 14시31분이었습니다. 이제껏 따라 걸은 영산강 본류와 이 본류로 흘러들어가는 오례천을 카메라에 옮겨 담으면서 알게 된 것은 지천의 물이 합수점에 이르면서 수면이 잔잔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마도 지류의 물이 본류에 막혀 물 흐름이 일시 지체된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오례천 합수점에서 증암천 합수점까지의 봉산제 제방길도 앞서 걸은 강정제 길과 마찬가지로 거의 일직선으로 나 있었습니다. 이 길 양 옆에 조성된 대나무 숲 길을 지나면서 제가 걷고 있는 땅이 담양 땅임음을 실감했습니다.
15시27분 증암천/영산강 본류의 합수점에 다다랐습니다. 대나무 숲길을 지나 다다른 삼지교에서 영산강하구까지 길이가 109.8Km라는 안내판을 보고 앞으로 여섯 일곱 번만 더 종주하면 영산강 따라 걷기를 마칠 수 있겠다 했습니다. 삼지교를 지나 봉산배수장에 이르기까지 제방 길에서 내려다 본 영산강은 수량이 넉넉지 못하고 물길도 좁아보였습니다. 봉산배수장에서 얼마 안 떨어진 증암천과의 합수점에 이르자 강폭이 넓어지고 물이 많아 본류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습니다. 난간이 낮은 시멘트다리로 증암천을 건너 제방길로 올라섬으로써 영산강 따라걷기의 3구간 탐방을 일단 마무리 짓고 남동쪽으로 3Km 가량 떨어진 송강정으로 향했습니다. 영산강의 본류에서 벗어나 송강정을 찾아가는 것은 선비의 곁불 쬐기에 해당하는 부수적인 것이지만, 한참 동안 영산강의 제1지류인 증암천을 따라 걷는 것이어서 영산강 따라 걷기의 확장으로 보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증암천/영산강 합수점의 시멘트 다리를 건너 올라선 둑길 삼거리에서 남서쪽으로 흘러가는 영산강본류를 따라 낸 제방길을 따라 걷지 않고, 광주호로 이어지는 증암천을 따라 낸 반대방향의 제방 길로 진행했습니다.
16시40분 송강정 버스정류장에서 하루 여정을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영산강하구둑까지 106.9Km를 남겨 놓은 합수점삼거리를 출발해 길 양 옆으로 대나무가 무성한 제방길을 따라 남동쪽으로 진행했습니다. 왼쪽 아래 하신보를 지나 다다른 무명의 다리를 건너갔다 되돌아오면서 무등산에서 강천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을 후경 삼아 잔잔히 흐르는 증암천의 안온한 천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허름한 건물의 와우양수장을 지난지 얼마 후 제방 길에서 벗어나 양지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29번 도로를 따라 남진하면서 봉산초교양지분교를 지나 넓게 자리한 송강정주차장에 이르자 산자락에 자리한 송강정이 보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올라가 송강정 정자를 돌아본 후 북쪽 아래 증암천을 내려다보면서 사미인곡등의 가사를 지어 불렀을 송강(松江) 정철(鄭澈, 1536-1593)을 떠올렸습니다. 송강정에서 내려가 주차장 옆 카페를 들러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인 후, 광주행 84번 버스에 오르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전부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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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정(松江亭)은 전라남도기념물1호로 지정된 정자입니다. 팔작지붕(?)에 여닫이문을 해달은 송강정의 또 다른 이름은 죽록정(竹綠亭)으로, 이 정자에는 이름이 다른 두 개의 현판과 여러 개의 한문 편액이 걸려 있었습니다. 담양안내지도에 “1584년(선조17) 송강 정철이 대사헌을 지내다 당쟁으로 물러난 후 창평으로 내려와 4년가량 머물면서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남긴 곳”으로 설명되어 있는 송강정은 송강 가사의 산실이라는데서 역사적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담양이 멋과 풍류가 깃든 선비들의 누정문화를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송강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이 정자를 지어 풍류를 즐기면서 품격 높은 가사작품을 창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들른 정자나 정원만도 양산보의 소쇄원, 송순의 면앙정, 정철의 식영정과 이번에 찾아본 송강정 등 네 곳이나 됩니다. 소쇄원은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 1482-1519가 기묘사화로 죽임을 당하자, 제자였던 조선전기 문신인 소쇄옹(瀟灑翁) 양산보(梁山甫, 1505-1557)가 사직하고 낙향해 지은 정원이며, 면앙정은 호남문단을 이끈 면앙정(俛仰亭) 송순(宋純, 1403-1582)이 지은 정자로, 가사작품인 면앙정가의 산실이기도 합니다. 식영정과 송강정은 정철이 머문 정자로 식영정에서는 성산별곡을, 송강정에서는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창작했습니다.
담양 출신인 오늘의 작가로는 문순태(文淳太, 1941- )를 꼽을 수 있습니다. 1974년 소설 「백제의 미소」로 등단한 문순태의 대표작은 1978년에 발표된 「징소리」가 아닐까 합니다. 장성댐 공사로 수몰된 방울재의 한 수몰민인 칠복이 겪는 애환을 핍진하게 그려낸 소설 「징소리」를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근대화에 밀려난 소수의 희생자들에 보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꼈습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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