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새로나추모관-승촌보-나주대교)
*탐방일자:2021. 2. 22일(월)
*탐방코스:새로나추모관-광신대교-극락교-서창교-승용교
-승촌보-나주대교
*탐방시간:9시6분-16시32분(7시간26분)
*동행 :나 홀로
인류문명이 강에서 출발한 것은 강 유역일대는 토지가 비옥하고, 관개농업이 가능하며, 수운(水運)을 할 수 있어서였을 것입니다. 강들이 실어 나른 토사들이 쌓여 만들어진 강유역의 충적평야(沖積平野)가 아무리 기름져도, 치산치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강에서 출발한 인류문명이 오늘까지 지속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제가 강줄기를 따라 걷는 것은 우리 강이 빚어낸 명승지들을 탐승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오늘의 문명을 가능토록 만든 치수의 현장을 직접 보고 싶다는 것도 강 나들이를 나선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강 유역일대에 들어선 도시가 대형화되면서 치수의 중요한 관리항목으로 부각된 것은 수질관리가 아닌가 합니다. 수량(水量)의 관리보다 수질(水質)의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은 댐 관리가 국토관리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수량관리는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면, 수질관리는 수질악화를 막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산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5천만 명이 넘는 우리나라에서는 양질의 물이 다량 필요해 수량관리와 수질관리가 다 같이 중요합니다.
2000년대에 들어 대표적인 치수사업은 4대강사업입니다. 이 사업의 요체는 준설로 물그릇을 크게 하고 보를 설치해 늘어난 물을 담고 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해 홍수와 가뭄피해를 극복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경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사업에 대한 평가는 사업이 끝난 후 이렇다하게 홍수나 가뭄피해가 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보는 긍정적 평가와 4대강의 보 설치로 농업용수로 쓰기에도 부적합할 만큼 수질이 악화되었으니 보를 해체해야한다는 부정적평가로 극명하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저는 비교적 4대강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입니다. 매년 빠지지 않고 거두었던 수재의연금 모금이 사라졌고 가뭄이 들어 식수난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경험적 사실을 통해 수량관리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수질관리 문제는 조금 더 공부해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질이 BOD 기준으로는 좋아졌고, COD를 기준하면 악화되었다는데 어느 것을 기준해야 옳은지 저로서는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 달여 전인 1월18일 환경부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어 세종보와 죽산보의 해체, 공주보의 부분해체, 승촌보와 백제보는 상시개방을 최종 의결하고, 자연성 회복과 지역 여건을 고려해 해체시기를 정할 것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런 결정으로 혜택을 받을 지역주민들이 그동안 꾸준히 반대해온 것으로 보아,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과연 옳았는가는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원회에서 시행시기를 못 박지 않고 여러 여건을 고려해 해체시기를 정하라고 제안한 것은 위원회가 해체의 효과를 확신하지 못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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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9시6분 새로나추모관 옆 풍락정(좌)을 출발했습니다. 아침6시5분에 광명역을 출발하는 KTX를 타고 1시간 40분을 달려 도착한 광주송정역에서 98번 버스로 갈아탔습니다. 30여분 후 광신대교정류장에서 하차해 찾아간 새로나추모관 옆 풍영정(좌)에서 천변 길로 내려가는 것으로 5구간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광신철교와 근접한 다리길이 550m의 광신대교를 막 지나 자전거도로 가의 표지판에서 「현 위치 광주36/ 나주시까지 18Km」의 안내문을 읽었습니다. 20Km는 족히 떨어진 나주대교까지 진행하려면 지난번보다 8-9Km는 더 걸어야 해 이번 탐방이 결코 만만치 않겠다 싶었습니다. 야구장, 축구장, 테니스장이 같이 들어설 만큼 천변 땅이 넓어 제방 길로 올라서야 영산강의 물 흐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광신대교에서 1Km 가량 떨어진 덕흥대교에 이르러서야 여러 그루의 버드나무들이 들어선 작은 섬(?)을 에도는 영산강에 다가가 물 위에서 유영하는 청둥오리 몇 마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덕흥대교나 광신대교보다 진행방향의 어등대교가 훨씬 날렵해 보이는 것은, 지나온 두 다리는 외관이 밋밋한 슬라브교임에 비해, 어등대교는 외관이 모던한 사장교로 건설되었기 때문입니다. 광주비행장을 이륙한 초계기(?)가 하늘을 날면서 내는 굉음이 소음으로 들리지 않은 것은 제게는 국가안보의 함성으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잠시 제방 길로 올라가 영산강의 물 흐름을 보고자 했는데, 강폭이 워낙 넓고 갈대들이 강변을 거의 다 덮어 강줄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10시55분 극락대교를 지났습니다. 어등대교를 지나 다다른 상무대교가 영산강과 나란한 방향으로 놓인 것은 이 다리가 영산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광주천 위를 가로질러 놓았기 때문입니다. 광주천을 건너 인라인스케이트장과 축구장을 차례로 지난 후 자전거종합안내판이 세워진 간이 쉼터에서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십분 가량 남진해 다리길이 380m의 극락대교에 이르자 벽진나루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서창팔경의 한 곳인 벽진나루에서는 승천보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져 그 기능을 상실해서인지 단 한 척의 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 건너 비행장을 막 이륙한 여객기가 내는 소리는 초음속의 초계기가 내는 굉음에 비하면 자장가로 들릴 만큼 작았습니다. 강가로 다가가자 길쭉한 모래톱의 물가에서 넋 놓고 세월을 낚는 두루미가 가까이에서 고기를 낚는 낚시꾼들과 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안내책자를 얻고자 제방 길로 올라가 「영산강자전거길안내센터」를 들렀으나 코비드119로 문이 닫혀 허탕 치었습니다. 얼마간 진행하자 양쪽 제방 간의 강폭이 다시 넓어져 여러 차례 자전길에서 벗어나 갈대밭 너머 강가로 다가가야 강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서창대교를 막 지나 만난 사창나루도 더 이상 나루가 아닌 것은 벽진나루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13시 즈음해서 황룡강/영산강의 합수점을 보았습니다. 벽진나루를 출발해 황룡강/영산강 합수점에 이르기까지 반시간 가량 걸으면서 천변에 막 피기 시작한 야생화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연청색의 청아한 꽃이 개불알풀로 더 많이 알려진 봄까치꽃이라는 것은 꽃에 해박한 대학동문에 카톡을 보내 확인했습니다. 이 꽃 말고도 이름을 모르는 흰 꽃과 붉은 꽃이 눈에 띄었지만, 산에서 자주 본 양지꽃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 지방에서 2년 반동안 일하면서 남도 지방이 서울보다 2-3주 빨리 봄을 맞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남도지방으로 내려가 우수를 즈음해 다소곳이 피어 있는 봄꽃들을 다시 본 것은 25년 만의 일이어서 반갑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장성댐에서 흘러내려온 황룡강이 영산강에 합류되면서 빚어진 삼각주는 갈대밭의 작은 섬으로, 먼발치서 바라보아도 아담했습니다. 승촌보가 멀지 않은데다 두 강이 만나는 합수점이어서 꽤 넓은 하도(河道)에 물이 가득 차,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였습니다.
제가 황룡강에 주목한 것은 과연 영산강의 발원지가 어디인가 하는 문제 때문입니다. 다음백과에 따르면 정부에서 발행한 <한국하천일람>에는 영산강 본류보다 더 길다고 측량된 제1지류 황룡강의 발원지인 담양군 월산면 용흥리에 위치한 해발822m의 병풍산(屛風山) 북쪽 계곡을 영산강의 공식적인 발원지로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리되면 오대산의 우퉁수가 태백산의 검룡소에 한강의 발원지를 넘겨준 것처럼, 담양군 용면에 자리한 가막골의 용소(龍沼)도 황룡강의 발원지인 병풍산 북쪽 계곡에 영산강의 발원지를 넘겨주고 역사적 발원지로 남을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어서입니다.
강 건너 높은 산이 나주시에 자리한 해발 451m의 금성산이라는 것은 다른 분들께 물어 알았습니다. 다시 강가로 다가가 떼 지어 유영하는 물오리들을 사진 찍고 나서 한 떨기의 봄까치꽃이 눈에 띄어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천변길가에 서 있는 안내판의 국가지점번호는 국가에서 사방 10m 단위로 촘촘하게 땅에 매긴 고유번호입니다. 위험에 처했을 때 이 번호만 불러주면 구조대가 쉽게 찾아올 수 있어 「생명을 지켜주는 국가지점번호안내판」의 역할을 단단히 해내고 있는데,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15시19분 승촌보에 이르렀습니다. 세 곳의 생태습지를 지나 영산강하구둑까지 76.6Km 남은 다리길이 740m의 승용교에 이르자 승천보가 아주 가까이 보였습니다. 승용교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강변은 온통 누런색의 갈대로 뒤덮여 조금은 답답했지만, 한 여름에 다시 이 길을 걷는다면 초록색 갈대들이 들판을 덮어 엄청 싱그러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없어 보위에 놓인 다리 승촌교를 건너가보지 못했습니다. 대신에 가까운 거리에서 승천보 사진을 여러 장 찍어와 몇 번이고 살펴보았습니다. 보의 위와 아래 수위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보아 승촌보는 이미 개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는 4개의 수문은 닫혀(?) 있었지만 강 건너 서쪽 가에 낸 수문이 열려 있어 보 위 아래의 수위가 같은 것이 아닌가 싶은데 직접 가서 수문이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동쪽 강변에 설치한 어도(魚道)가 강물이 흐르지 않아 바짝 말라 있는 것도 상시개방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해체 예정인 죽산보는 다음 달에 둘러 카메라에 담아올 뜻입니다.
16시51분 나주대교에서 5구간 탐방을 마쳤습니다. 승촌보를 지나자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한 낮에는 영락없는 봄 날씨였는데, 오후 4시가 지나자 찬 바람이 가슴팍을 파고들어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화순군 이양면의 계당산(580m) 남서쪽 계곡에서 발원해 이천보를 지나 영산강에 합류되는 전장 55Km의 영산강 제1지류인 지석천은 시멘트 다리로 건넜습니다. 다리 건너 영산강의 천변 길은 소실점이 보일 만큼 곧게 뻗어 나갔습니다. 직선의 천변 길에서 벗어나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난 강가 언덕에 다가 간 것은 푸른 물결이 넘실되는 영산강을 지켜보면서 꿈틀대는 봄기운에 잠시라도 취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승촌보에서 4Km 가량 걸어 다다른 나주대교 앞에서 5구간 탐방을 마치고 제방 길로 올라가 「예다음정」 정자에서 쉬었습니다. 지나가는 한 분에 물어 가까운 데는 버스정류장이 없으니 택시를 부르는 것이 좋겠다는 답을 듣고, 택시를 불러 나주역으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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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수계에는 여러 종류의 치수관련시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담양댐, 장성댐, 함동댐, 광주댐, 나주댐 등 댐 5개소, 죽산보와 승천보 등 보 2개소, 함평의 대동지 등 농업용저수지 23개소, 화순홍수조절지와 담양홍수조절지 등 홍수조절지2개소, 영산강5경나주평야강변저류지의 강변저류지1개소 등이 그것들입니다. 이러한 시설들이 제대로 작동해야 영산강 유역의 충적평야에서 농작물을 제대로 재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산강 유역의 충적평야로는 나주 일대의 나주평야, 광주 일대의 서석평야, 함평 일대의 학교평야 등이 있습니다. 이들 평야에서 재배되는 주산물은 물론 쌀입니다만, 나주 배나 학교의 양파 또는 마늘 또한 유명한 영산강 유역의 작물입니다.
이번에 다녀온 승촌보는 죽산보처럼 해체되는 것이 아니어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승촌보를 직접 보니, 이 보를 철거하지 않고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승촌보 위의 다리인 승촌교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촌보의 상시 개방은 해체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랄 수 있지만, 상시 개방은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는 승촌보의 순기능을 없애는 것이어서 찬반 논란이 쉽게 종식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고려를 완전히 배제하고 과학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해 보를 둘러싼 갈등을 풀려고 노력한다면 해결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저 자신도 정치적인 고려가 전혀 없이 이 글을 쓴 것은 아닌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이 부끄럽고 두렵기도 합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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