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일자: 2013. 6. 6일(목)
탐방지 :강원도 삼척시소재 미인폭포
동행 :나 홀로
‘먼 곳에의 동경’을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제가 진정 가보고 싶은 곳은 강원도 태백시의 통리입니다. ‘멀다’는 단어의 의미가 물리적 거리에 의해서만 혜량되는 것은 아니어서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이 서울에서 훨씬 가까운 강원도의 벽촌보다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부산을 ‘먼 곳에의 동경’의 대상지로 삼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먼 곳이란 전깃불이 닿지 않아 별빛이 온전하게 내리비치는 곳이고 하도 깊숙한 곳이어서 자동차가 범접할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제가 아무리 멀어도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를 향해 ‘먼 곳에의 동경’을 품어 본적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통리협곡이 깊기로 이름나 한국의 그랜드캐넌으로 불리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태백시에서 발간한 ‘태백여행’ 포켓관광안내도에도 통리5일장은 소개되었지만 협곡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협곡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통리여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통해 접근하지만 실제 행정구역상으로는 삼척시에 속해서입니다. 접근이 쉽지 않은 협곡 가까이로 나있는 길은 ‘미인폭포’로 가는 길 밖에 없고 그 나마도 미인폭포에 다가갈 수 없어 여래사에서 먼발치의 미인폭포를 조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리역에서 종주산행을 마친 저 역시 427번 도로를 따라 원덕방향으로 올라가다가 삼척 땅으로 넘어가 왼쪽아래 여래사로 내려가 미인폭포와 이를 둘러싼 통리협곡을 조망하고 돌아왔습니다.
미인폭포야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이곳 협곡에 위치하지 않았다면 대접받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폭포를 에워싸고 있는 좌우의 암벽이 거의 수직으로 곧추서있어 협곡이 더욱 깊게 느껴졌습니다. 책을 쌓아놓은 듯한 바위들이 붉은 색을 띄고 있어 더욱 웅장해 보이는 통리협곡의 직벽은 제가 지금껏 보아온 어느 절벽보다 높았고 줄잡아 2-3백m는 족히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우평님은 그의 저서 ‘한국지형산책’에서 이번에 오른 백병산에서 발원하여 쉰 번을 굽이쳐 흐른다는 오십천이 오랜 세월 1만여 평의 고원지대를 지나면서 약 10Km의 깊은 골을 파놓은 것이 통리협곡이라 적어놓았습니다. 여기 통리협곡은 그 깊이가 하도 깊어 설사 설악산의 토왕성폭포를 옮겨놓는다 해도 장대한 협곡에 끼여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미인폭포의 주인공은 절세미인답지 않게 한 번도 영화를 누려보지 못하고 애절하게 죽었습니다. 이 폭포에는 “옛날 절세의 미인이 완벽한 신랑감을 가다리다 어느새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이 폭포수에 비친 걸 보고 뛰어내려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절세미인이 폭포에 뛰어 내려 죽은 후에도 평생을 두고 기다린 완벽한 신랑감이 이 폭포를 찾아와 죽은 미인의 영혼을 달랬다는 후속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습니다. 완벽한 신랑감이 없었다면 삼척에 부임한 현감이라도 나서서 오구굿을 올릴 만한데 그런 기록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밀양의 아랑아씨의 전설이 장화홍련전으로 결실된 것은 이진사가 나서서 아랑아씨의 원수를 갚아주어 원혼을 달래준 덕분입니다. 지금이라도 누군가가 나서서 미인폭포에 빠져 죽은 절세미인과 완벽한 신랑의 영혼들을 짝짓게 한다면 아주 훌륭한 서사문학이 태동될 것입니다. 그리 된다면 미인폭포를 통해 통리협곡을 널리 알리는 일이 가능할 것입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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