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한강 따라 걷기

한강 따라 걷기1(검룡소-창죽교삼거리-상사미교차로)

시인마뇽 2022. 3. 20. 10:54

탐방구간: 검룡소-창죽교삼거리-상사미교차로

탐방일자: 2022. 3. 1()

탐방코스: 검룡소주차장-검룡소-검룡소주차장-대덕교-창죽교삼거리

             -미동초교-골지천-상사미교차로

탐방시간: 1245-1415(3시간30)

동행      : 서울사대 원영환/이상훈 동문

 

 

 

  산은 봉우리가 높아야 산답고, 강은 물길이 길어야 강답습니다. 그래서 세계 최고봉의 산인 에베레스트에 비견할 만한 강은 단연 세계 최장의 강인 나일 강입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50년대 말에는 세계에서 제일 긴 강이 미국의 미시시피강이라고 배웠습니다. 미국이 제일 힘이 센 강대국이니 그런 나라는 엄청 땅이 넓을 것이고 그런 넓은 땅을 누비고 흐르는 강은 단연 세계 최장의 강이라고 생각했기에 미시시피 강이 지구에서 가장 긴 강이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변덕스런 나일강(Wayward Nile)”이라는 팝송을 즐겨 들으면서도 나일강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나일강이 가장 긴 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세계의 지리에 관심을 갖게 된 50대 이후가 아닌가 합니다.

 

  한강을 빼놓고 우리나라 강을 논할 수 없는 것은 한강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강이어서가 아닙니다. 남북을 통틀어 한반도에서 가장 긴 강은 압록강이고 남한에서 가장 긴 강은 낙동강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아주 최근까지 한강이 남한에서 제일 긴 강으로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한강이 남한에서 제일 긴 강이라고 잘못 안 것은 미국의 미시시피강을 세계에서 제일 긴 강으로 잘못 안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고백하건대 2년 전 섬진강을 따라 걷기 시작할 때 우리나라 5대강의 강 길이를 확인하고서야 한강이 낙동강보다 11Km가 짧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랫동안 한강을 제일 긴 강으로 착각한 것은 한강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강이기 때문이어서 그랬습니다.

 

  한강이 얼마나 중요한 강이냐는 강의 제반 기능에 비추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문명의 강이 갖고 있는 주요 기능은 치수(治水), 이수(利水), 배수(排水)와 정화(淨化), 생태(生態), 주운(舟運), 위락(慰樂), 발전(發電) 기능 등입니다. 다른 기능은 제쳐놓더라도 수도권주민들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수원(水源)이라는 이수(利水) 기능만 따져보아도 경상도 주민에 물을 공급하는 낙동강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수도권인구가 2020년 기준 25,844천명인데 비해 경상도권의 인구는 절반이 조금 못되는 12,908천명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치수(治水) 또한 그렇습니다. 한강이 큰 물길이 되어 주지 못했다면 백두대간과 한북정맥, 그리고 한남정맥이 쏟아내는 물이 사방으로 퍼져 수도권이 온통 물난리를 겪을 것이 자명합니다. 이리해서 수도권이 위험해지면 국가의 안보가 위협을 받게 되는 만큼, 한강의 치수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한강을 따라 걷는 일이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것은 제게는 이 강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장대하고 유구해서입니다. 한강이 검룡소에서 발원해 그 흐름을 시작한 것은 미미하지만 황해로 흘러가는 동안 계속 세를 불려 한강 하구에 이를 즈음이면 바다도 깜작 놀랄 만큼 그 세가 대단해질 것입니다. 장대하고 유구한 한강을 따라 걸으며 제가 하고 싶은 것은 한강을 조금씩 배워가는 것입니다. 마침 지구과학을 전공한 원영환동문과 수문학을 전공한 이상훈동문이 동행해 제가 모르는 것을 잘 설명해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강은 태백산의 금대봉 아래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강원도-충청북도-경기도-서울시-경기도를 거쳐 황해로 흘러갑니다. 유로길이는 514Km로 압록강, 두만강, 낙동강 다음으로 길고, 유역 면적은 약 26K로 압록강, 두만강 다음으로 넓습니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한강의 발원지를 강원도태백시창죽동대덕산검룡소로 적고 있습니다만, 대덕산검룡소는 금대봉검룡소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대덕산 정상의 주소지가 태백시가 아닌 삼척시인데다, 검룡소에서 가까운 산은 대덕산이 아니고 금대봉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위키백과에 실린 아래 글이 보다 정확한 것 같습니다.

 

  “한강의 최상류 발원천은 금대봉 북쪽 정상부의 고목나무샘 (태백시 창죽동)에서 발원하며,이 물줄기는 금대봉골이라는 골짜기를 타고 산 중턱에 위치한 유명한 샘인 검룡소 (태백시 창죽동)까지 흘러내려온다. 한편 태백시청은 비록 검룡소가 고목나무샘보다 하류에 있긴 하나 금대봉골 유로 상에서 제일 큰 샘이라는 점을 들어, 검룡소가 한강의 발원지라고 홍보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강이 지역에 따라 고유한 이름으로도 불린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한강 본류 중에서도 특정 구간만을 따로 떼어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그 지역의 큼직한 합수머리를 기준으로 구간을 나눈 경우가 많다며 위키백과는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한강이 충분히 커져 법적인 의미의 '하천'으로써 관리되기 시작하는 기점은 태백시 상사미동의 디디기벌 인근에 있으며, 여기서부터 아우라지로 유명한 송천 합류점 (정선군 여량면 여량리)까지의 구간을 골지천(骨只川)이라 한다. 이어 송천 합류점에서부터 동대천 합류점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까지의 구간은 조양강(朝陽江), 동대천 합류점에서부터 평창강 합류점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까지는 동강(東江), 평창강 합류점에서부터 북한강 합류점(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까지의 구간은 남한강(南韓江)이라 일컫는다. 끝으로 임진강 합류점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에서부터 어귀까지는 조강(祖江)이라 한다.”

 

  산이 강의 어머니일 수 있는 것은 산은 물을 저장하고 있는 엄청 큰 저수고(貯水庫)로 꾸준히 강에 물을 대주고 있어 그렇습니다. 한강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바로 이 강의 유역을 이루고 산줄기입들니다. 한강에 물을 대주는 산줄기는 한강을 가운데 두고 자 형을 이루고 있는데, 한강 이북의 한북정맥과 오두지맥, 한강 이남의 한남정맥과 금북한남정맥, 한북정맥과 금북한남정맥을 이어주는 북한의 분수령에서 남한의 속리산까지의 백두대간 등이 바로 그것들로 이들 산줄기의 길이는 박성태님의 신산경표에 따르면 1,086Km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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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룡소가 자리한 태백으로 가는 길은 멀어, 청량리역을 출발한 기차가 태백역에 도착하기까지 3시간40분이 걸렸습니다. 제천을 지나자 북한 땅을 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차는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철로가 산중턱에 놓여 저 아래 낭떠러지 끝에 하천을 따라 나 있는 버스길을 내려다보노라니 아찔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태백역에 도착하자 부슬부슬 내리던 봄비가 그쳤지만 날씨는 여전히 스산했습니다. 터미널을 들러 버스시간을 확인하고 건너 편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사든 후 택시를 타고 피재 고개를 넘었습니다. 한강과 낙동강, 그리고 오십천의 삼수(三水)로 물이 갈린다고 하여 삼수령(三水嶺)으로도 불리는 이 고개는 2005년 가을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 지난 적이 있습니다.

 

  검룡소주차장에서 하차해 1.5Km 떨어진 검룡소(儉龍沼)로 향하는 길 중간에 눈 덮인 곳이 몇 군데 있어 아이젠을 차고 올라갔습니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는 데크 길로 막혀 직접 물을 떠 마실 수는 없었습니다. 데크전망대에서 바로 아래 웅덩이 검룡소에서 용솟음치는 한강수를 사진 찍는 것으로써 동행한 원영환 · 이상훈 두 대학동기들과 함께 한강탐방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을 자축했습니다.

 

  전망대의 안내판에는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儉龍沼)를 아래와 같이 소개되었습니다.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는 검룡소는 석회암 지대를 뚫고 나오는 냉천(冷泉)이 석회암을 용식하여 독특한 모양을 이루고 있다. 냉천은 사계절 9C정도이고, 20m이상 계단상 폭포를 이루고 있다. 오랜 세월 흐른 물줄기로 인해 길이 1-1.5m, 1-2m 암반이 파여 흐르는 모습이 용이 용트림하는 형상으로 보인다. 검룡소 주변은 자연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이하고 아름다운 지형 · 지질학적 경관과 희귀한 동식물상이 있다.”

 

  다른 안내판에 소개된 내용을 빌려 좀 더 부연하자면 검룡소는 생태 · 지리자원의 보고로 2010년 대한민국 명승 제73호로 지정된 명승지입니다. 석회암반을 뚫고 하루 2천톤 정도의 지하수가 솟아나와 용틀임하듯 계곡 아래로 흘러내려갑니다. 검룡소 주변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만개해 있고 오소리, 청솔모등의 동물과 울창한 숲까지 함께 어우러져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모두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고 합니다.

 

  이런 자연적인 빼어남만으로는 명승지로 선정되기에는 뭔가 부족합니다. 그 뭔가 부족한 것은 다름 아닌 인문학입니다. 자연이 상상력과 통찰력과 판단력을 함양케 하는 인문학과 만나지 못한다면 어떤 이야기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검룡소가 단순히 그림의 떡이 아니려면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어야합니다. 사람과 자연이 만나면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자연의 경관이 빼어나고 만들어진 이야기가 흥미로워야 이야기는 몇 세대에 걸쳐 구전될 수 있습니다. 그런 연후에야 자연경관은 비로소 명승지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검룡소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여기에 옮겨 놓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울퉁불퉁 깎인 바위에 낀 이끼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전설을 연상케 하는데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을 거슬러 올라와 이 소()에서 수련을 했다고 해서 검룡소(儉龍沼)’로 불리게 되었으며 지금도 매년 여름 한강발원제를 올리고 있다.“

 

  이 전설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서해의 이무기가 벌써 한강하구에서 검룡소까지 한강 탐방을 마쳤다는 것입니다. 하구에서 물길을 거슬러 올라온 이무기에 검룡소를 맡기고 저희 일행은 이무기가 떠난 하구를 찾아 한강 따라 걷기에 나섰기에 이무기와의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하구로 내려가노라면 이무기가 쉬어 간 곳과 용트림을 한 곳 등을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강하구에 도착해 이무기를 불러 함께 축하파티를 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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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 1245분 검룡소를 출발해 한강탐방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표지석에 새겨진 태백의 광명 정기/ 예 솟아 민족의 젓줄/ 한강을 발원하다라는 비문이 마치 저희의 대장정을 격려하는 격문 같았습니다. 얼음장 밑으로 흘러내려가는 한강물을 따라 올라온 길을 되 내려가는 발걸음이 힘찰 수 있었던 것은 한강을 따라 걷는 대장정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서였습니다. 주차장을 지나 오른 쪽 야외공원을 잠깐 들러 귀틀집과 너와집을 살펴보았습니다. 귀틀집은 긴 통나무 양 끝단에 홈을 파서 서로 물려 쌓아 벽체를 만들고 지붕을 덮은 집이며, 너와집은 지붕을 나무껍질인 너와로 이은 집을 이릅니다. 두 집 모두 산골의 가옥 양식으로 이제는 이렇게 재현해 놓지 않으면 만나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창죽 검룡소에서 창죽교로 이어지는 길은 한강물과 나란한 방향인 동쪽으로 나있었습니다. 왼쪽으로 아스팔트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자 외딴집 텃밭의 과수원에 멧돼지가 나타나 모처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멧돼지를 근거리에서 사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동작이 굼떠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 외딴집에서 40분을 더 걸어 35번 도로와 만나는 창죽교에 이르렀습니다.

 

  1535분 창죽교를 건넜습니다. 검룡소 출발 2시간50분이 지나 도착한 창죽교는 검룡소에서 5.3Km 떨어져 있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서 피재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 왼쪽으로 흘러내려가는 한강물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수량이 늘어난 한강은 북쪽으로 흘러내려갔고, 그 옆으로 35번 도로가 나 있어 이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창죽교에서 10분 남짓 걸어 도착한 원통교 아래에서 한강물은 골지천에 합류되어 북동쪽으로 반원을 그리며 흘러내려갔습니다. 카카오맵으로 확인해본즉, 골지천의 발원지는 태백시 태백산의 검룡소가 아니고 삼척시 내봉산 동쪽 골짜기로 나옵니다. 미동초교 쪽으로 412번 도로가 갈리는 원통교에서 35번 차도를 버리고 그 왼쪽 뚝길로 들어섰습니다. 검룡소에서 흘러내려온 한강물을 받아들여 세를 불린 골지천은 산 밑으로 유로를 만들어 흐르는데 얼음이 꽁꽁 얼어 물 흐름을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뚝방길은 이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저희는 35번 도로로 복귀했습니다.

 

  1415분 상사미교차로에서 한강의 1구간 탐방을 마쳤습니다. 골지천 둑길에서 밭을 지나 35번 도로로 복귀해 동쪽으로 조금 더 걷자 상사미교차로가 바로 앞에 보였습니다. 상사미교차로는 20059월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 이곳에서 하차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시작해 건의령-구부시령-덕항산-환선봉-큰재-황장산을 거쳐 삼척의 댓재에 이르기까지 꼬박 9시간33분 간  걸었는데, 그때만 해도 50대여서 힘든 줄 몰랐습니다. 여기 상사미교차로는 오른 쪽 위로 백두대간이 지나고 왼쪽 아래로 골지천이 흘러 제가 알기로는 한강과 백두대간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곳이 아닌가 합니다. 상사미교차로에 이르기 직전 정류장에서 마침 시내버스가 멈추어 기사분에게 태백시로 들어가는 버스시간을 물었습니다.  이 버스를 타지 않으면 저녁 530분에 태백시를 출발하는 버스는 하장 종점에서 다른 곳으로 돌아가 태백시로 갈 수 있어 나올 때 이 길을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탐방을 마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이 버스를 그냥 보낸다면 택시를 타야할 것 같아 버스를 타고 태백시내로 돌아갔습니다.

 

  태백시에 도착해 남는 시간은 낙동가의 발원지로 널리 알려진 황지를 찾아보는 것으로써 보냈습니다. 학계에서 인정하는 낙동강의 발원지는 태백시의 황지가 아니고 태백산 천의봉의 너덜샘이라고 합니다. 2000년대에 들어 현지를 정밀하게 답사한 결과, 낙동강의 실제 발원지는 강원도 정선군과 태백시의 경계를 이루는 은대봉의 동쪽에 있는 해발 1,235 m 지점임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둘러본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상징적 발원지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저녁723분에 태백역 발 기차에 오르는 것으로써 하루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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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최후의 지성인으로 불리는 면우(俛宇) 곽종석(郭鍾錫, 1846-1919) 선생도 검룡소를 다녀 간 것 같습니다. 아래 한시(漢詩)는 검룡소 입구의 안내판에 소개된 것으로, 검룡소에서 멀지 않은 대덕산을 오른 후 남긴 유산시(遊山詩)로 보입니다.

 

大德山

 

稟地成薄厚 세상을 받치고 있는 땅은 넓고 두터운 덕으로 이루었고

冒天神穹窿 세상을 덮은 하늘은 반구형으로 땅을 감싸고 있다

旣有鎭地力 이미 돈후한 큰 덕으로 여러 산들을 교화한 힘을 가졌으니

那無擎天功 어찌 하늘을 높인 공이 없겠는가?

 

  이 시를 세심하게 읽다보면 조선의 유학자들은 빼어난 자연 경관을 보고도 감탄하기 보다는 성리학적 가치를 찾아내려고 애썼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덕산이 지녔음직한 큰 덕을 노래한 이 시는 제목인 大德山의 동어반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덕()을 반복해 강조했습니다. 과연 선생께서 몸소 대덕산을 오르고 쓴 시인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이 시 어디에도 정상에 올라 조망한 경관의 빼어남이나 감동을 묘사한 것이 없어서입니다.

 

  조선 초기 관각문학을 대표했던 서거정(徐居正, 1420-1488) 선생도 소백산을 오르지 않고 소백산을 노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 시의 "逶迤百里揷雲間   백리를 굽이쳐서 구름위로 솟았네" 라는 싯구는 밑에서 올려다보며 지은 시은 시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豊基 小白山

 

小白山連太白山   소백산은 태백산과 이어져있는데

逶迤百里揷雲間   백리를 굽이쳐서 구름위로 솟았네

分明畵盡東南界   분명하게 동남쪽 경계를 갈라놓고

地設天成鬼破慳   하늘땅이 만든 비밀 귀신이 깨뜨렸나

 

   혹시라도 곽종석 선생께서 대덕산을 오르지 않고 밑에서 바라보며 지었다 하더라도 욕들을 일은 아닙니다. 요즘처럼 정상을 오르기가 쉽지 않았을 테고, 두 분 모두 산꼭대기까지 오르지 않고 밑에서 바라만 보아도 시흥을 느껴 좋은 시를 지을 만큼  능력있는 문인이었습니다.

 

 

 

<탐방사진>

 

 

<황지연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