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하장중·고 -하장휴게소-문래분교(폐교지)
*탐방일자: 2022. 4. 11일(월)
*탐방코스: 하장중·고-장전삼거리- 하장휴게소-토산삼거리-문래분교장
*탐방시간: 12시8분-16시58분(4시간50분)
*동행 : 서울대 원영환, 이규성, 이상훈동문
우리나라 최고의 강답사전문가라 칭할만한 역사학자 신정일님은 저서 『한강역사문화탐사』에 “골지리가 아니고 높을 고(高)에 터 기(基)자를 쓰는 고기리(高基里)인데, 그때 이장이 잘 몰라서 골지리(骨只里)라고 한 거예요.” 라는 골기리마을에 사시는 노인 한 분의 증언을 인용했습니다. 신정일님은 “이장의 실수로 고기천(高基川)이라고 불러야 될 이름이 골지천(骨只川)이 되고 말았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잘못 지어진 이름들을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개명을 언급했습니다.
도수희 교수의 저서 『한국지명 신연구』에 따르면, 어휘 중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고, 보수성이 가장 높은 것이 지명(地名)입니다. 지명은 사람이 활약하는 무대인 땅의 이름이어서 활용도가 높고, 그 결과로 고유명사 중에서 가장 수가 많다고 합니다. 또 보수성이 강해 한번 지명이 생성되면 내내 본래대로 사용됨이 보편적이지만, 더러는 소지명(小地名)으로 축소되어 본래의 지칭 지역 내의 어딘가에 화석처럼 잔존해 있다고 했습니다. 신라에 흡수된 ‘沙伐國’은 사라졌지만 현재 ‘沙伐面沙伐里’로 잔존해 있고, 백제의 마지막 수도 ‘所夫里’는 통일신라의 경덕왕 때 ‘扶餘’로 개정되었지만, 여전히 부소산 자락의 한 마을의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김부식이 편찬한 『三國史記』의 권35, 36, 37 세 권은 지명의 변화를 알 수 있는 「地理」를 담고 있습니다. “황산군(黃山君)은 본래 백제 황등야산군(黃等也山君)이었는데 경덕왕이 이름을 고쳤다. 지금[고려]의 연산현(連山縣)이다.” 라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三國史記地理」의 내용은 신라 경덕왕 16년(757)에 개정한 지명을 중심으로 경덕왕이 개명하기 전과 후, 그리고 고려태조가 다시 개명한 후 등 3단계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습니다. 백제시대의 ‘황등야산군’은 신라 경덕왕 때 ‘황산군’으로 바뀌었고, 고려태조 때 다시 ‘연산현’으로 개명되었다는 것입니다. 도수희교수가 저서 『한국지명 신연구』에서 언어와 역사의 관계를 손등과 손바닥처럼 밀접한 관계라면서, 그 이유로 “역사적 사실은 언어 기록으로 남게 되고 언어 또한 그 역사에다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만합니다.
골지천을 고기천으로 개명하는 것이 신정일님의 뜻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지명을 바꾸는 일은 지명의 안정성을 해쳐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한 고려 중반까지 지명을 크게 바꾼 것은 통일신라의 경덕왕과 고려 태조 때 등 두 번입니다. 한 번은 삼국을 통일한 후이고, 또 한 번은 후삼국을 통일하고 나서입니다. 통일의 새 기운을 진작시키겠다는 시대정신이 있었기에 대대적인 지명의 개명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골지천을 고기천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지극히 사소한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몇 사람들의 증언으로는 개명을 하기에 충분치 못합니다. 유로길이가 94Km나 되는 꽤 긴 하천의 이름이 발원지도 아닌 하천 중류 어느 한 마을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에 믿음이 안 갑니다. ,설사 그렇다 해도 현지인들의 증언도 보강되어야 하고 관련문헌자료들을 찾아 검증하는 작업이 추가로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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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역에서 이상훈 교수 차로 이번 탐방의 출발지인 삼척의 하장 중·고 앞으로 이동했습니다. 모릿재를 넘어 백복인공폭포를 조망한 후 정선의 임계를 거쳐 하장중·고 앞에 도착, 바로 옆 정류장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12시8분 하장중·고를 출발했습니다. 학교 앞 광동교를 건너 골지천과 나란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35번 도로를 따라 북진하면서 신경이 쓰인 것은 대형 트럭이 바로 옆으로 달려서입니다. 이 다리 바로 위쪽으로 보가 설치되어서인지 아래쪽 골지천은 거의 바닥을 드러낸 곳도 보였습니다. 골지천 건너편의 외딴 집을 잇는 시멘트 다리의 자그마한 세월교를 사진 찍으면서, 한번 걸어서 건너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넉넉지 못해 그리하지 못했습니다. 양지교를 건너 북서쪽으로 진행하는 중 길가에 터 잡은 소나무팬션을 보고, 팬션이 저리 수수해 보여도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도시 삼척”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삼척의 골지천을 따라 걸으면서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한 것은 여느 시골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12시53분 장전삼거리를 지났습니다. 왼쪽으로 고한과 사북으로 가는 23번 도로가 갈리는 장전삼거리에서 골지천은 S자를 그리며 북서쪽으로 흘러내려갔습니다, 강 건너 갈밭마을로 들어가는 갈밭교를 지나며 궁금했던 것은 ‘갈밭’의 ‘갈’이 ‘갈대’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칡’을 뜻하는 것인지 몰라서였습니다. 먼 훗날 이 다리 이름이 한자로 바뀐다면, 그 이름은 ‘갈대’의 노전교(蘆田橋) 또는 위전교(葦田橋), ‘칡’의 ‘갈전교(葛田橋) 등 셋 중 하나로 표기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장전삼거리에서 한 시간 가량 걸어 다다른 당숲의 이름이 ’삼척(三陟) 갈전리(葛田里) 당숲‘ 이라고 적혀 있는 안내판을 보고나서야 갈밭교의 ’갈‘이 ’‘칡’에서 연유된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언뜻 보아 여기에 자리 잡은 당 숲의 터가 제가 사는 군포의 당 숲보다 조금 넓었지만, 느릅나무가 주종인 갈전리 당 숲의 나무들은 군포의 그것보다 수가 적고 키도 작아 숲이라 부르기에는 좀 뭣했습니다. 16세기 중반 영양남씨 조상들이 터 잡으면서 조성되었다는 갈전리당숲에서 노목이 충전물로 속을 채워 버텨내는 것을 보고 사람들만 아니라 노목들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4시39분 하장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갔습니다. 갈전리 당숲을 지나 만난 학교는 하장초교 갈전분교로 외관이 생각보다 깔끔해 보여 폐교된 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장휴게소에서 음료수를 사 들며 잠시 숨을 고른 후 무명교를 건너 갈전피암터널 앞에 이르렀습니다. 구 도로로 바로 옆 피암터널을 지나 골지천 좌안으로 둑길이 나있어 잠시 찻길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며 골지천 건너편으로 눈을 돌리자 아직도 녹지 않고 남아 있는 자그마한 얼음장이 보였습니다. 토산교를 건너 첫발을 들인 정선 땅은 임계면의 토산리입니다. 여기서 반시간을 더 걸어 토산삼거리로 이동하는 중 깎아지른 산비탈에서 벌목한 나무를 밑으로 굴러 내리는 굴삭기(?)를 보았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느껴지는 비탈진 산자락에서 위험한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기사분에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었습니다.
15시58분 왼쪽으로 정선/회암으로 가는 421번 도로가 갈리는 토산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태백시를 출발한 버스가 광동리를 거쳐 왔다가 돌아가는 34-3번 버스의 회차 지점이 바로 여기 토산삼거리입니다. 토산삼거리 앞 은치교를 건너 문래3리 버스정류장을 지나면서 탐방계획을 짤 때 참고하고자 정선군의 군내버스운행표를 사진 찍었습니다. 여울농장을 지나 다시 만난 피암터널은 문래피암터널입니다. 사물의 정확한 이름을 몰라 외형적 특징을 상세히 서술하는 것으로써 이름 부르는 것을 대신할 때마다 답답하고 갑갑해 하다가 어떤 계기로 그 이름을 알고 나면 새삼 명사의 고마움을 느끼곤 합니다. 큰 비가 내리면 물에 잠기는 시멘트 다리를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세월교(洗越橋)’라는 것을 제가 안 것은 몇 달 되지 않았습니다. 십여 년 전에도 흑산도에서 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를 돌 면서 시멘트 구조물로 된 격자모양의 터널을 보고 그 이름을 몰라 답답해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 탐방의 가장 큰 수확은 그런 터널을 '피암터널(避巖 터널, Rock Shield Tunnel)‘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안 것입니다. 피암터널의 대강의 뜻은 암반사면에 인접한 철도나 자동차도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구축하는 구조물이다 하겠습니다.
17시 정각에 폐교된 임계초교 문래분교에 도착해 3구간 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문래피암터널을 지나자 골지천의 물이 늘어나 보기에 좋았습니다. 우리나라 승경(勝景)의 대부분은 바위와 물의 어우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깎아지른 암벽과 그 아래 제법 깊은 소(沼)가 자리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곳을 승지(勝地)라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암벽 위에 넓은 대(臺)가 있고 그 위에 정자가 자리하고 있으며, 스토리가 첨가된다면 금상첨화라 하겠습니다. 세 번의 ‘한강 따라 걷기’에서 이렇다 할 경승지(景勝地)을 보지 못한 것은 아직 골지천의 상류를 벗어나지 못해 흐르는 물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골지천의 물이 급작스레 많아진 것은 그 아래 제법 큰 보가 설치되어 있어서입니다. 큰 보가 설치되었다는 것은 그 아래 마을 규모가 작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인데, 지금은 폐교된 임계초교 문래분교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옛날에는 그러했을 것 같습니다. 보건지소를 막 지나 다다른 문래분교에서 3구간 탐방을 마치고 택시를 불러 이상훈과 원영환 두 친구가 하장고교로 돌아가서 차를 몰고 왔습니다. 그 차를 타고 평창으로 이동해 장계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 귀가 길에 오르는 것으로써 3구간 탐방 여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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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지천에 대한 자료가 깔끔하지 못한 것은 하천의 이름만이 아닙니다. 신정일님은 저서 『한강역사문화탐사』에 “고목나무 샘에서부터 발원한 한강의 물줄기는 이곳 검룡소를 거쳐 하장천을 지나 골지천으로 들어가고 아우라지에서 송천을 합하게 된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골지천은 한강의 최상류가 아니며, 따라서 골지천의 발원지는 한강의 발원지가 아님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하천연구가 이형석님은 저서 『한국의 강』에서 오대천과 골지천을 아래 표와 같이 비교했습니다.
<오대천·골지천 길이 비교>
구분 | 길이 | 종점 | 기점(발원지) |
오대천 | 61.25Km | 합류점 | 강원평창군진부면오대산우퉁수 |
골지천 | 93.75Km | 합류점 | 강원태백시창죽동금대산 |
위 표의 골지천 발원지는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한강의 발원지와 같습니다.
<남·북한강의 길이 비교>
구분 | 길이 | 종점 | 기점(발원지) |
남한강 | 394.25Km | 양수리 | 강원태백시창죽동금대산 |
북한강 | 325.50Km | 양수리 | 강원회양군사동면옥전봉 |
이형석님은 두 표를 통해 골지천은 한강의 최상류로 발원지가 같다고 밝혀, 골지천이 한강의 최상류가 아니며 골지천의 발원지는 한강의 발원지와 다르다고 한 신정일님과 견해를 달리했습니다.
박종관교수는 저서 『한국지리여행』에 “골지천은 한강발원지인 검룡소에서 시작된 창죽천이 물길을 키우면서 북으로 흐르다 임계면에서 임계천을 합친 후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만나 조양강으로 바뀌는 지방하천” 이라고 적어 골지천의 발원지가 한강과 다르며, 한강의 최상류는 창죽천이라고 밝혔습니다.
카카오맵에는 골지천은 삼척시하장면의 해발고도가 1,050m인 내봉산 남쪽 아래 태백시원동293-23번지에서 발원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 하천이 동쪽으로 약4Km를 흘러 다다른 미동초교 인근 원동1교 다리 아래에서 검룡소에서 발원한 한강물을 받아들여 35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흐릅니다. 이 지도에는 검룡소에서 원동1교까지의 하천 이름이 따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수치가 서로 다른 것은 국토지리정보원의 하천관리정보시스템의 자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스템의 「권역/수계별 하천일람표」에 따르면 골지천은 하천등급이 지방하천으로, 강원태백상사미의 부정당합류점을 기점으로 하고, 강원정선북평의 한강(지방) 기점을 종점으로하며 하천구간이 83.4Km이고 유로연장은 13.21Km로 유로 길이는96.68Km가 됩니다. 같은 시스템의 「유역종합치수계획보고서」에 의하면 골지천은 한강의 제1지류로서 유로연장이 103.28km에 달하는 지방하천입니다. 태백시창죽동대덕산금대봉에서 발원하여 광동댐을 거쳐 지방하천인 당곡천과 임계천이 합류한 후 여량면(북면)을 좌로 흘러 여량리 지점에서 송천을 우안에서 합류하여 한강으로 유입된다고 적은 골지천을 한강의 본류로 부르지 않고 제1지류라 한 것은 골지천이 국가하천 한강에 유입되는 지방하천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과연 그러한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하천관리정보시스템의 자료는 국가교통부에서 작성한 것이어서 가장 신뢰할만하다고 할 수 있는데 기점이 금대봉과 상사미로 갈려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국토교통부의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공하는 「국토정보맵」에서 확인한 골지천은 매봉산의 동쪽 계곡인 태백시창죽동에서 발원해 창죽교에서 창죽천의 물을, 원동1교에서 원동천의 물을 받아들여 북쪽으로 흐르는 한강의 제1지천으로 정선군북평의 나전리에서 오대천과 합류해 조양강으로 바뀝니다.
저는 앞으로 국가기관인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국토정보맵」과 『하천관리정보시스템』의 「권역/수계별 하천일람표」에 실린 자료를 근거로 하천을 설명고자 합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골지천의 발원지는 매봉산의 동쪽계곡인 태백시창죽동으로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동쪽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골지천은 북쪽으로 흘러내려가다가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발원해 흐르는 창죽천을, 미동초교 인근 원동1교에서 원동천을, 임계교에서 임계천을, 아우라지에서 송천을 차례로 받아들인 후 정선군북평면의 난지리에서 오대천과 합류해 국가하천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지방하천입니다. 골지천의 유로길이는 하천구간83.4Km와 유로연장 13.21Km를 합한 96.68Km에 달한다는 것이 제 계산인데, 이 부분은 추가로 확인해볼 뜻입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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