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숭의전지-주상절리-군남홍수조절댐(평화누리길 11코스)
탐방일자:2019. 3. 29일(금)
탐방코스:숭의전지-당포성-주상절리-임진물새롬랜드-북삼교-군남홍수조절댐
탐방시간:10시40분-18시46분(8시간6분)
동행 :문산중 황규직/황홍기동문
이번 탐방을 끝으로 임진강변 따라 걷기를 일단 끝내고자 합니다. 파주의 오두산 전망대 앞에서 한강에 합류되는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가 연천의 군남홍수조절댐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섯 번 임진강 따라 걷기에 나섰습니다. 임진강 따라 걷기의 남겨 놓은 마지막 구간은 여기서부터 중면 면사무소까지 이어지는 임진강 우안의 연강나룻길입니다. 10Km 가량 되는 연강나룻길은 평화누리길 탐방을 모두 마친 후 걸어볼 뜻입니다.
한국민족문화백과사전에 따르면 임진강(臨津江)은 옛날에 더덜나루 또는 다달나루로 불렸다 합니다. 이를 한자로 옮겨 쓰면서 ‘다닫다’의 임(臨), ‘나루’의 진(津)을 따서 임진강으로 바뀐 것입니다. 언덕 밑으로 흐르는 강이라 하여 ‘이진매’ 또는 ‘더덜매’로도 불렸던 임진강(臨津江)은 강원도 법동군의 두류산 계곡에서 발원하여 황해북도 판문군과 경기도 파주사이에서 한강으로 유입되어 끝나는 한강의 제1지류입니다. 한국민족문화백과사전은 이 강의 발원지를 함경남도 덕원군의 마식령으로 적고 있습니다.
북한 땅에서 발원해 남과 북을 헤집고 흘러내려가 남한 땅 파주의 교하(交河)에서 한강에 합류되는 임진강은 그 강 길이가 278Km에 달해 남북한 통틀어 7번째로 긴 강입니다. 이 긴 강의 유역은 8.1천㎢이 조금 더 되는데, 이중 63%에 상당하는 5.1천㎢가 북한 땅입니다. 남북한의 공조가 임진강 관리에 필수적인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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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40분 숭의전 옆에 세워진 12코스게이트’를 출발해 ‘임진적벽길’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경원선 전철의 종점인 소요산역에 8시49분에 도착해 길 건너 버스정류장으로 이동, 두 동창들을 만나 전곡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전곡버스터미널을 9시50분에 출발한 버스가 반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숭의전 정류장에서 조금 올라가 숭의전을 둘러본 후 12코스게이트에서 계단이 가파른 산길로 들어선 시각이 10시40분입니다. 5년 전 문산 사는 조카딸의 안내로 정조 때 마전 군수였던 한문홍이 숭의전 수리를 마치고 뒷산의 잠두봉에 올라 숭의전을 내려다보면서 한시를 지어 새겨 두었다는 절벽을 찾고자 이 산에 올랐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하산한 적이 있어 잠두봉을 오르는 길이 전혀 생소하지 않았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도로변의 초대 숭의전사(崇義典祀) 왕순례의 묘를 사진 찍고 나서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 아미교를 건넜습니다. 꽤 넓어 보이는 사거리에서 동이리 쪽으로 꺾어 4번 도로를 따라 진행하다 오른 쪽 언덕 위 당포성(堂浦城)을 들렀습니다.
선비는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금언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린 것이, 요즘의 지식인들 중에는 오로지 유명세를 타려고 본업이나 전공이 아닌 분야에 눈독을 들이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누리 길을 걷다가 잠시 길에서 벗어나 들르는 유적지나 경승지도 엄격하게 말한다면 곁불에 해당되겠습니다만, 잠시 짬을 내 둘러본 후 이내 제 길로 복귀할 것이기에 곁불을 쬔다고 그리 나무랄 일은 아닐 듯싶습니다.
제가 굳이 당포성(堂浦城)을 들러 곁불을 쬐겠다고 고집한 것은 이 성이 남한 땅에 흔치 않은 고구려성이어서입니다. 당포성(堂浦城)은 임진강과 당개나루터로 흘러드는 하천이 형성한 삼각형 모양의 절벽 위에 쌓은 고구려의 성(城)입니다. 당포성이 위치한 이곳은 북상하는 신라군이 임진강이 크게 굽어 흐르는 여기 여울목으로 쉽게 강을 건너 개성으로 진입하는 길목이어서 고구려에는 더할 수 없이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강에 접해 있는 두 면은 빼고 성내로 진입이 가능한 동쪽 방면을 차단하기 위해 축성한 이성의 동벽은 먼저 점토를 다져 쌓은 후 그 외면에 석성을 쌓아올린 토심석축의 구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석성을 복원하는데 쓰인 석재들이 화강암이 아니고 현무암이라는 것을 보고 이곳이 화산지대였음을 확인했습니다.
당포성에 접해 있는 잔디밭에서 빵과 김밥으로 요기를 한 후, 누리 길로 복귀해 오후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연천UN군화장터의 굴뚝을 사진 찍고 얼마간 더 걸어 임진강변에 다다랐습니다. 현대식사장교인 동이대교 아래 남쪽으로 저만치 보이는 곳이 임진강과 한탄강과의 합수머리인 도감포리로 강 끄트머리에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임진강을 거슬러 북쪽으로 곧게 나있는 강변길을 걸으면서 계속 주시한 것은 강 건너 ‘임진강주상절리’였습니다. 임진강주상절리는 합수점인 도감포에서 동이리 북쪽까지의 구간을 흐르는 임진강에 면해 곧추서있는 동쪽 절벽을 이릅니다. 홍적세 때 철원 북쪽에서 분출한 용암이 철원-연천 일대에 넓게 용암대지를 형성했다 합니다. 그 용암대지가 화산활동이 끝난 후 강의 침식을 받게 되자 강을 따라 기하학적인 형태의 현무암 주상절리가 만들어졌는데, 그 주상절리가 바로 여기 동이리의 임진강주상절리입니다.
강둑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 약 2Km의 하상 길을 걷는 동안 초록색의 강물을 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황공천의 좁은 수로 위에 놓인 소우물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이어지는 강둑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임진강 새롬랜드를 지나 임진교로 이어지는 372번 도로를 건너 올라선 강둑을 따라 걸어 임진강 해돋이팬션을 지났습니다. 이어지는 임진강보루 숲길은 고즈넉한 산길로 무등리 보루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길입니다. 철계단을 오르고 낙엽 길을 걸으면서 국수나무(?) 가지에서 파릇파릇 돋아난 연초록의 새싹을 보고 38도선 이북의 연천 땅에도 봄이 찾아왔음을 확인했습니다. 연천무등리 2보루의 안내판이 세워진 곳을 지나 나무계단을 올랐다가 무등리2보루를 지나 올라선 양수장배수지에서 알멕스랜드로 내려가 평지 길을 잠시 걷다 다시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울창한 전나무 숲을 지나 올라선 산길에서 보루를 쌓는데 쓰였을 검은 색의 돌들을 사진 찍으면서 당시의 고구려를 상상해보았습니다.
고성산보루에서 조금 더 걸어가자 나뭇가지 사이로 북삼교와 군남홍수조절댐이 보여 해떨어지기 전에 이번 코스 탐방을 마칠 수 있겠다 했습니다. 올 들어 처음 본 생강나무의 노랑꽃에 눈인사를 한 후 산을 빠져 나가 들판으로 내려서는 것으로 임진강보루숲길 걷기를 마쳤습니다. 태양광이 설치된 들판을 지나 올라선 언덕에 세워진 허브빌리지는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가림 막을 해놓아서인지 이 마을을 지나는 동안 뭔가 모르게 스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북삼교를 건너 다시 임진강변으로 내려섰습니다. 이번 임진강적벽길의 끝점인 군남홍수조절지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위용과 건축미가 더 강하게 느껴져 몇 번이고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은 후, 조금 더 걸어가 두루미테마파크를 돌아보았습니다.
테마파크 위 전망대에 올라가 국내 유일의 홍수조절전용댐인 군남홍수조절댐을 조망했습니다. 7년간의 공사 끝에 2013년 말에 완공된 이 댐이 물이 차있지 않은 것을 보고 가물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한 친구가 북한의 급작스런 황강댐 방류에 대비하여 비어놓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러하겠다 싶었습니다. 휴전선에서 6Km 떨어진 곳에 설치한 이 조절댐이 담아낼 수 있는 총저수량은 71.6백만톤이고, 그중 홍수조절용량은 70.6백만톤이라는 안내책자를 보고 이래서 홍수조절전용댐이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감지되면서 댐 주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습니다. 서둘러 이번 탐방의 끝점인 12코스 게이트를 찾아 북쪽으로 4-5백m 가량 갔다가 길이 아니다 싶어 다시 홍수조절댐으로 돌아가서 그 아래로 조금 내려가자 게이트가 보였습니다.
18시46분 12코스게이트에 도착해 임진적벽길 탐방을 모두 마쳤습니다. 부랴부랴 게이트를 사진 찍고 선곡리로 내달음 쳤습니다. 18시55분 선곡리버스정류장에서 막 도착한 전곡행 55번 버스에 올랐습니다. 1시간에 1대 꼴로 뜸하게 버스가 지나는 선곡리마을에서 버스를 바로 탄 덕분에 저녁 7시가 조금 지나 전곡읍내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동두천시내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전철에 몸을 실고 산본 집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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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을 단순히 자연경관이 빼어난 아름다운 강이라며 마음 편히 탄상할 수만도 없는 것은 이 강이 전장(戰場)으로 쓰인 일이 잦아서입니다. 임진강이 자주 전쟁터가 되었던 것은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한데다 이 강을 경계로 대치했던 두 나라가 이 강을 발판 삼아 곡창지대인 한강유역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이는 임진강변에 산재한 군사유적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 둘러본 당포성과 무등리보루 외에도 옥녀봉 산성, 군자산성, 우정리토성, 육계토성, 칠중성, 호루고루성, 이잔미성, 금파리성, 덕진산성, 봉서산성 등이 모두 임진강변에 자리한 고구려(일부는 백제)의 군사유적들입니다.
주목할 것은 임진강을 쉽게 건널 수 있는 도강지점에 자리한 성(城)입니다. 오순제 한국고대사 연구소장은 그의 글 「강과 한국역사문명」에서 흥미로운 아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육계토성에서는 신석기, 청동기, 백제, 고려시대의 유물이 퇴적되어 있어 우리 조상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입니다. 칠중성은 임진강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칠중성은 사미천의 유입으로 퇴적물이 쌓여 개도 건널 수 있다고 해 이름 붙여진 ‘개여울(戌炭)’, 즉 삼국사기에 기록된 칠중하(七重河)의 부근에 축성된 성을 이릅니다. 삼국사기에 호로탄 또는 호로하라 불리던 도강지점을 지키는 호루고루성에서는 맨 밑에 백제토기, 그 위에 고구려토기, 또 그 위에 신라토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이 발굴되어 이 성의 전략적 가치가 어떠했음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김유신이 수레를 끌고 이곳을 통과해 당의 소정방에 군량미를 전달했다는 일화도 삼국사기에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남과 북을 가르는 군사적 경계선은 삼국시대에는 이런 성들을 잇는 것이었다면, 오늘은 휴전선, 즉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가 될 것입니다. 임진강이 군사적 가치를 유지하는 한 항상 긴장하고 전쟁을 대비하며 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야 계속해 평화를 누릴 수 있고 임진강의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훼손되지 않고 지켜질 것입니다. 전쟁을 대비해야 평화가 지켜진 다는 것은 역설일 수 있겠지만, 이 역설이 참이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임진강을 따라 걸으면서 역설의 참뜻을 되새긴 것 또한 보람인 것 같아 임진강변의 성(城)들에 관한 긴 글을 덧붙였습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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