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군남홍수조절댐-옥녀봉-중면행복센터
탐방일자: 2022. 10. 16일(일)
탐방코스: 군남홍수조절댐-산능선전망대-옥녀봉-삼곶리전망대-돌무지무덤-중면행복센터
탐방시간: 10시32분-15시48분(5시간16분)
동행 : 문산중 황규직 동문

임진강의 발원지는 오두산 전망대 바로 아래 한강과의 합류점에서 강줄기를 따라 274Km를 거슬러 올라가야 다다를 수 있는 북한 땅의 마식령입니다. 임진강을 발원지에서 한강과의 합류점까지 온전하게 따라 걷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남한 땅을 흐르는 임진강만 따라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도 파주의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한 임진강 따라 걷기를 군남홍수조절댐에서 일단 멈춘 것은 그 위로는 휴전선이 가까워 통행이 불가능하리라 생각해서였습니다.
군남홍수조절댐은 문자 그대로 홍수조절댐입니다. 안내판에는 이 댐의 사업효과를 “임진강유역의 근원적 홍수피해방지와 북측 댐에 의한 하류하천의 불규칙한 물 흐름 개선”이라고 적혀 있는데, 북한에서 이제껏 그랬듯이 황강댐을 예고 없이 방류하는 것에 대비해 건설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높이가 26m이고 길이가 658m인 이 댐의 총저수량은 71.6백만톤입니다. 그 중 홍수조절용량이 70.6백만톤이라는 것은 이 댐의 주기능이 황강댐의 불시 방류에 대비한 것임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평시에 댐을 거의 비워두는 것은 북한에서 황강댐의 물을 예고 없이 방류하더라도 언제라도 그 물을 잡아두기 위해서입니다.
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 군남홍수조절댐에서 임진강을 따라 더 북쪽으로 낸 연강나룻길이 나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군남홍수조절댐에서 시작해 옥녀봉을 올랐다가 중면행복센터에서 끝나는 연강나룻길은 연천군에서 임진강 가까이에 조성한 길로 안내판에 3개의 코스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어떤 코스를 선택하든 그 전장은 10Km를 넘지 않아 천천히 걸어도 5시간 정도면 충분히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진강을 따라 한 걸음이라도 더 북쪽으로 걷고 싶은 마음에서 3년전 평화누리길 종주 길에 들렀던 군남홍수조절댐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이번에 제가 선택한 연강나룻길은 군남홍수조절댐-산능선전망대-옥녀봉-삼곶리전망대-돌무지무덤-중면행복센터를 이어가는 코스로 임진강에 면해 있는 야산과 습지를 걷도록 길이 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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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본 집에서 군남홍수조절댐까지 이동하는데 4시간가량 걸렸습니다. 전철로 동두천역까지 가서 버스를 갈아타고 연천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연천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군남홍수조절댐으로 가서 전망대에 올라 댐과 임진강을 조망한 후 곧바로 연강나룻길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번에 연강나룻길을 같이 걸은 친구는 전장 550Km의 평화누리길을 함께 종주한 문산중학교 동문 황규직군입니다.
10시32분 군남홍수조절댐을 출발했습니다. 연천군맑은물관리사업소 앞 안내판에 소개된 연강나룻길의 코스를 확인한 후 활짝 열린 철문을 지나 야자매트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길가 밭에 열린 열매를 보자 어머니가 이 열매로 차를 끓여준 것은 기억났는데 정작 열매 이름 ‘율무’가 떠오르지 않아 치매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방정맞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댐 출발 반시간이 지나 산능선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휘 둘러보며 다음 행선지인 장신의 그리팅맨이 서 있는 옥녀봉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옥녀봉으로 가는 여울길은 왼쪽 아래 임진강이 잘 보이는 산허리에 나 있었습니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 구름다리를 건넌 후 능선에 올라서자 먼발치로 감악산이 잘 보였습니다. 삼거리에 이르자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기예보만 믿고 비 채비를 전혀 하지 않아 난감했는데 다행히도 이내 비가 멈췄습니다.
12시27분 옥녀봉을 올랐습니다. 삼거리에서 지근거리의 옥녀봉에 올라 그리팅맨에게서 인사를 받은 후 북쪽으로 펼쳐지는 임진강의 물줄기를 사진 찍고 나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하고 삼거리로 돌아갔습니다. 제법 세게 내리는 이 비를 맞고서는 어느 코스를 택하든 옷이 다 젖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싶어, 비를 덜 맞을 수 있는 나무아래에 자리를 잡아 친구가 준비해온 김밥을 꺼내 들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칠 즈음 비가 그쳐 예정했던 대로 중산면행복센터로 향했습니다. 비탈진 현무암지대에 조성된 콩밭은 꽤 넓어 이 밭 사이에 낸 길은 경운기가 다녀도 될 것 같았습니다. 이 길을 따라 산허리를 질러 가 ‘평화누리길12코스/통일이음길’ 게이트가 세워진 사거리에 다다른 시각은 13시21분이었습니다. 이 문을 지나 가파른 길을 내려가자 해평윤씨월정공파의 연천묘원이 보였습니다. 묘원 안으로 들어가자 시야가 탁 트여 북쪽에서 굽이져 흘러내려오는 임진강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14시32분 삼곶리쉼터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깔끔한 묘원을 뒤로하고 중산면행복센터를 향해 연강나룻길을 이어갔습니다. 왼쪽 아래로 마을이 들어선 구릉길을 걸어 도착한 삼곶리쉼터는 큰 소나무를 가운데 두고 만든 정방형의 데크로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어 쉬어갈 만 했습니다. 친구가 가져온 사과로 요기를 한 후 중면행복센터로 가는 길을 이어가면서 잠시 멈칫한 것은 길은 분명한데 잡초가 무성하고 사람 다닌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였습니다. 흐릿한 길을 따라가 새하얀 독립건물을 지난 후 왼 쪽으로 마을 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자 굳게 닫힌 초록색의 철망문에 차량통행을 금하는 경고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다행히 사람의 통행을 금하는 경고판은 걸려있지 않아 문 옆으로 들어가 길을 이어갔습니다. 이내 키가 훤칠한 잡초들이 쓰러져 길을 막았지만 시멘트 길이 계속 이어지고 중간에 ‘현무암지대 1.1Km/중면사무소 1.4Km'의 표지목이 서 있어 안심하고 진행했습니다. 이 구역에 습지식물이 무성한 것은 군남홍수조절댐에 물이 다 차면 이 구역도 같이 물에 잠기는 홍수터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10분 남짓 걸어 잡초가 우거진 늪지대 길을 빠져나오자 바로 앞에 하천이 보였습니다. 지도에 나와 있는 이 하천에 다리가 놓여 있지 않아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건넜습니다.
15시46번 중면복지센터에 도착해 일곱 번째 임진강 따라 걷기를 마쳤습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하천을 건너 중면행복센터로 가는 길에 연천삼곶리돌무지무덤을 들렀습니다. 하천에서 돌무지무덤으로 가는 길도 습지 한 가운데를 지나, 눈에 띄는 것은 거의다가 습지식물들이었습니다. 버드나무, 갈대와 이름을 모르는 키 큰 식물 등이 자라고 있는 임진강변 습지는 엄청 넓었습니다. 이 넓은 늪지의 일부가 댑싸리공원으로 조성되었고, 이 공원 안에 연천삼곶리돌무지무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댑싸리 공원에는 붉은 색의 댑싸리와 백일홍이 만발해 온 주위가 화사했습니다. 때 마침 꽃 축제가 열려 이 공원은 구경 온 사람들로 많이 붐볐습니다.
꽃밭 한편에 자리한 연천삼곶리돌무지무덤은 백제의 무덤으로 시신을 안치한 무덤방(석곽)위에 돌을 쌓은 형태로 임진강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규암제강자갈로 만들어졌다 합니다. 임진강변에는 약7Km 간격으로 백제의 돌무지무덤이 분포하고 있으며, 주거 유적과 함께 이 일대에 대한 삼국시대 백제초기의 지배양상을 보여준다고 안내문은 적고 있습니다. 3년 전 평화누리길을 종주할 때 학곡리에서 보았던 적석총도 다시 확인해보니 백제의 돌무지무덤이었습니다.
중면행복센터에 도착, 택시를 불러 연천시내로 이동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소요산역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한 후 전철을 타고 귀가하는 것으로써 하루 여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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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를 통틀어 유산기를 가장 많이 남긴 사대부는 미수(眉叟) 허목(許穆, 1595-1682) 선생입니다. 선생이 남긴 유산기는 제가 확인한 것만도 35편이나 됩니다. 이번에 옥녀봉에 올라 연천 땅에 묻힌 선생의 아래 글을 읽고 나자 역시 선생은 풍류의 대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강나룻길 예찬>
첫째는 봄날 산에 꽃이 피고 바위 곁에 새가 우는 것을 보는 것이죠
둘째는 우거진 숲에 해가 저물면 그늘진 벼랑에 짙은 안개가 끼는 것을 보는 것이며
셋째는 새벽 해가 뜰 무렵 첩첩산중에 노을이 어리는 것을 보는 것이며
넷째는 비 오는 날 숲 너머에서 들려오는 개울물소리를 즐기는 것이며
다섯째는 비 그친 후 물이 불어난 앞개울에서 낚시를 드리우는 것이며
여섯째는 시냇가 바람이 비를 몰아올 때 낙조가 산에 어리는 것을 보는 것이며
일곱째는 저녁 무렵 산기운이 아름다울 때 숲 너머 아스라한 안개를 보는 것이다
여덟째는 한 밤 모든 동물이 잠들었을 때 성긴 숲 그림자를 즐기는 것이며
아홉째는 가을날 협곡에 안개가 어리고 단풍이 천 겹으로 퍼지는 것을 보는 것이며
열째는 눈이 산 가득 쌓인 산속의 푸른 소나무를 보는 것이다.
중면행복센터를 지나는 버스는 약 5Km 떨어진 황산리 종점까지 운행합니다. 그렇다면 저도 그 버스길을 따라 황산리 종점까지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천군에 확인해보고 출입이 가능하다면 그 길도 마자 걸어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임진강을 따라 더 북쪽으로 더 멀리 걷고 싶습니다만, 휴전선이 가까워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2024년9월3일 마지막 임진강 따라 걷기에 나섰습니다. 산본 집에서 전철을 타고 가 작년에 개통한 경원선의 마지막 역인 연천역에서 하차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 지난 번에 임진강 따라 걷기를 마친 중면행복센터 앞에서 하차했습니다. 100번 버스의 종점인 횡산리까지 걸어갈 생각으로 중면행복센터를 출발해 삼곶리 쪽으로 3-4백m 가량 걸어가 민통선의 군부대초소앞에 다다랐습니다. 군부대초소에서 여기서부터 걸어서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고 통행을 막아 별 수 없이 초소 앞에서 되돌아갔습니다. 이로써 임진강 따라 걷기는 2022년10월26일 문산중 황규직 동창과 함께한 '임진강 따라걷기7'로 사실상 끝났음을 추기합니다.
<탐방사진>














































<2024. 9. 4일 연천군중면행복센터-민통선초소-연천역 걷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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