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항곡리버스종점-방아실입구삼거리-회남버스정류장
*탐방일자: 2022. 8. 29일(월)
*탐방코스: 항곡리버스종점-수생식물학습원-방아실입구삼거리-회남대교-남대문교-회남버스종점
*탐방시간: 9시35분-16시52분(7시간17분)
*동행 : 나 홀로
금강을 따라 걷느라 옥천 땅에 첫 발을 들인 것은 올해 1월27일의 일로, 영동군의 심천역을 출발해 옥천읍의 적하삼거리까지 걸을 때였습니다. 그 후 일곱 번을 더 나서 오늘 8월29일에야 옥천 땅을 벗어났습니다.
넓지 않은 옥천군을 흐르는 금강의 강안 길이 생각보다 훨씬 긴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 지역을 흐르는 금강은 상당 부분이 양 옆의 산 사이로 구불구불 휘어 흐르는 감입곡류(嵌入曲流)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대전시 대덕구의 미호동에 대청댐이 건설되어 강의 유역면적이 엄청 넓어져 그렇습니다. 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 대청호가 상류 쪽 옥천군의 산골짜기들을 채워 금강의 둘레길이 엄청 길어졌습니다. 대청호를 한 바퀴 빙 도는 ‘대청호둘레길’이 무려 5백리나 된다고 합니다.
옥천 땅을 벗어나기 앞서 마지막으로 들른 명소는 돌팡깨 공원(?)입니다. 옥천군군북면의 항곡리에 자리한 이 공원이 금강변에 자리한 한반도 전망대, 피실나루터, 옥천선사공원, 장계관광지, 청풍정, 이지당, 부소담악 등의 여타 명소들과 다른 점은 주변경관이 그다지 수려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돌팡깨 공원을 찬찬히 둘러본 것은 한반도의 지체구조를 이루고 있는 옥천변성대의 흑색 변성암을 관찰할 수 있어서였습니다.
돌팡깨 공원(?) 앞에 설치된 아래 안내문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돌팡깨란 흑색금강석회암이 모여 있는 항골마을의 공원지역을 이르는 것 같은데, 안내문의 제목이 '돌팡깨( 흑색 금강석회암)'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암석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해 진가민가 합니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항곡마을은 마을 입구 돌팡깨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는 옥천대 변성퇴적암인 흑색금강석회암지대다. 대전의 동북쪽에 위치한 항곡마을은 꾀꼬리봉과 백골산이 품어주어 아늑하고 평화스러우며 들어내지 않는 여유로움이 있는 곳으로 마을 전체가 흑색바위(옥천변성대 흑색 금강석회암)의 거대한 힘에 의해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돌팡깨와 마주하고 있는 환산은 군사요지로 백제의 왕자 여장이 쌓았다는 고려산성의 성터가 남아 있고, 아흔아홉 봉우리의 빼어난 자태와 추소팔경의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충북의 자연관광명소로 지정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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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시간을 잘못 알아 버스가 이미 떠난 줄 알고 대전역에서 택시를 타고 옥천군군북면의 항곡리버스종점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쪽 길을 잘 모르는 기사분이 목적지를 눈 앞에 두고 지난 번에 내려온 길로 잘못 들어가, 되돌아 나오느라 족히 15분은 늦게 도착한 것 같습니다. 바로 옆 돌팡깨 공원을 빙 둘러보다가 대전역에서 기다렸던 62번 시내버스가 이내 도착한 것을 보고, 택시비로 헛되이 쓴 2만원이 바로 정보비용이다 했습니다. 데크 길을 따라 올라가 크고 작은 흑색의 금강석회암을 사진 찍은 후 길 건너 돌팡깨 식당을 들렀습니다. 별안간 속이 불편해져 급히 화장실을 들러야 했는데, 달랑 화장실만 이용하는 것이 미안해 아침부터 맥주 한 병을 시켜 마셨습니다.
오전9시35분 항곡리버스종점을 출발했습니다. 제가 종종 혼자서 먼 길을 걷겠다고 나서는 것은 걷기를 통해 저의 실존을 확인하고 싶어서입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북쪽으로 이어지는 비아대정로를 따라 걸어 나지막한 고개를 넘었습니다. 고개를 넘은지 반시간이 조금 지나 비아대정로와 방아실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오른 쪽 방아실 길로 들어선 것은 이 길의 끝점에 자리한 수생식물학습원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는데, 다 둘러본 후에는 다시 여기 삼거리로 돌아와야 이번 금강 따라 걷기의 끝점인 보은군의 회남면사무소로 이어지는 571번 도로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증약초교 대정분교를 지나 길가 느티나무 숲에 이르자 방아실마을을 자랑하는 ‘마을자랑비’와 ‘문화유씨세거지(文化柳氏世居地)'의 비석이 보여, 잠시 멈춰 비문을 읽었습니다. 주요 내용인즉 대대로 이 마을에서 살아온 문화유씨는 훌륭한 가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조선의 문신인 유형원과 유득공 두 분이 문화유씨인 것으로 보아 명문가임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마을자랑비에는 1506년 유은(柳垽) 공이 방아실 마을에 터 잡은 후 배출한 인물로는 임진왜란 때 금산전투에서 순절한 유홍수(柳洪洙)와 어가(御駕)의 행렬에 참여한 유복(柳福)이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11시18분 수생식물학습원에 도착해 ‘천상의 정원’을 부지런히 둘러보았습니다. 입장권을 끊어 들어선 수생식물학습원의 탐방은 ‘좁은 문’을 지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바위정원에 다가가자 길가에 자리한 커다란 암석인 흑색황강리층변성퇴적암에 대한 안내문이 제 눈을 끌었습니다. 이 지역 일대는 아주 오래 전에 바다였다는 것, 이 지역에 발달한 흑색황강리층은 해저사면의 암설류가 붕괴, 퇴적, 변성, 변형되면서 이루어 흑색변성이질암 또는 석회질함력천매암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옥천변성대에 자리 잡은 이 지층은 매우 중요한 지질학적 가치를 가진다는 안내문을 읽고, 제가 앞서 들른 돌팡깨공원과 같은 옥천변성대에 서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정자에서 바라다보는 꽤 넓은 금강의 수면 위로 줄기차게 비가 내려 머지않아 녹조가 상당히 가시지 않을 까하고 기대를 해보는 것은 녹조발생의 주 원인 중에 하나가 수온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을 들어 알고 있어서였습니다.. 금강을 따라 걸으며 이만한 승경을 보지 못했는데, 마침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 온 따님 한 분이 자청해서 제 사진을 찍어주어, 비내리는 대청호를 배경으로 한 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갈 수 있었습니다.
수생식물학습원의 관람을 마치고 삼거리로 되돌아가는 길에 방아리스터리카페를 들러 점심을 들고자 했으나 휴무로 문이 닫혀 길 건너 쉼터의 비를 가릴 수 있는 정자(?)에 앉아 햄버그를 꺼내 들어 요기를 했습니다. 비아대정로와 만나는 삼거리로 되돌아가 그대로 직진하다 길 아래 논에 이미 팬 벼 이삭을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생각한 것은 저는 역시 농부의 아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12시53분 방아실입구 정류장 앞 삼거리 도착해 대전광역시로 들어섰습니다. 삼거리에서 좌우로 이어지는 517번 도로는 대전과 회남을 이어주는 회남로입니다. 오른 쪽으로 꺾어 회남로를 따라 걸으면서 신경이 쓰인 것은 빗길에 지나가는 차가 미끄러져 혹시나 저를 덮치지 않을 까 하는 것이었는데, 운전자들이 저를 보고 얼마간 비켜 달리는 것을 보고 어느새 나이가 들어 쓸데없는 걱정이 늘어났다 했습니다. 회남로를 걷는 동안 거의 비가 쉴 새 없이 내려 실로 오랜 만에 실컷 빗길을 걸었습니다. 이 비가 끝나면 여름도 같이 끝나 이 길도 머지않아 가을의 문턱을 넘어설 것입니다. 산 자락에 낸 회남로를 따라 걸어 주촌동을 지나고 오동을 지나 대전시/충청북도를 경계 짓는 나지막한 고갯마루에 이르는 동안 도로 왼쪽 아래로 간헐적으로 금강이 보여 눈길을 주곤 했습니다. 이 고개를 막 넘어 충북보은군의 회남면에 첫 발을 들인 시각은 14시21분이니, 2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빗길을 걸은 셈입니다.
15시23분 회남대교를 건넜습니다. 점심 식사 후 두 시간 넘게 계속 걸었더니 두 다리가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를 가리느라 계속 우산을 펼쳐들고 걸었더니 팔도 같이 힘들어 했습니다. 길가에 앉아 쉴만한 쉼터는 하나같이 비에 흠뻑 젖어 앉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별 수 없이 도로변의 어부동카페에 들러 따끈한 생강차로 몸을 따뜻하게 한 후 십 분여 쉬면서 원기를 되찾았습니다. 카페 출발 후 반시간이 조금 지나 도착한 회남대교를 건너면서 강물을 가르며 내달리는 쾌속선이 내는 사이렌 소리를 들었습니다. 수생식물학습원에서 서탄리와 송탄리를 차례로 휘돌아 북쪽으로 흐르는 금강 본류는 회남대교를 조금 지나 매산리에서 다시 한 번 휘돌아 남쪽으로 흐릅니다. 회남대교를 건너 이번 나들이의 종점인 회남버스종점까지는 회남로가 금강의 좌안 길로 이어져 종종 가던 길을 멈추고 고혹적인 금강 풍경을 카메라에 옮겨 담곤 했습니다.
16시52분 회남 버스종점에 도착해 스무 번째 금강 따라 걷기를 마쳤습니다. 한 달 가량 쉬었다가 먼 거리를 걸어서인지 다른 때보다 더 피곤한 것 같았습니다. 회남대교를 건너 달빛호수팬션 & 카라벤을 거쳐 정문공원을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남대문교 앞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방화실에서 4시간 가까이 따라 걸어온 517번도로는 왼쪽으로 갈라져 청주쪽으로 이어졌고, 저는 남대문교를 건너 남대문유래비가 서 있는 소공원을 둘러본 후 보은 쪽으로 향했습니다. 소공원에서 20분을 더 걸어 도착한 거신교 앞에서 나지막한 언덕의 버스종점으로 올라갔습니다. 마을 정자에 앉아 쉬면서 반시간 가까이 기다렸다가 대전가는 63번 버스에 오르는 것으로써 이번 금강따라 걷기를 모두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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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으며 살펴본 돌팡깨의 암석이 제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금강을 따라 걷는 것이 바로 옥천변성대(沃川變成帶)를 걸으며 선캄브리아대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지구는 46억 년 전에 만들어졌고, 한반도는 약 30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한반도에서 발견된 암석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 약 30억 년 전에 형성된 편마암인 것으로 보아 믿을 만한 추정이라 하겠습니다. 선캄브리아대 암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편마암은 지구가 탄생하고 바다가 만들어진 후 원시 바다에서 형성된 퇴적암이 변성되어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말해 원래 바다 속에서 있던 퇴적암이 지하 깊은 곳에서 열과 압력을 받아 변성된 것으로 고생대 이전에는 한반도가 바다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암석이라고 이우평님은 저서 『한국지형산책』에서 밝혔습니다.
선캄브리아대의 편마암이 분포하는 지역은 평북 · 개마지괴, 경기지괴, 영남(소백산)지괴 등으로 전 국토의 40%정도를 차지합니다. 선캄브리아대에는 전 세계적으로 조산운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지만,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거치면서 지각변동과 화성활동으로 심하게 변성되어 한반도의 지질구조가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한반도는 탄생 이래 침강과 융기를 거듭하는 조륙운동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침식되었습니다. 약5억7천만 년 전 고생대 초에 이르러 선캄브리아대 육괴들 사이의 저지대가 얕은 바다에 잠기면서 선캄브리아대 기반암 위로 퇴적층이 형성되었습니다. 이후 중생대 초까지 바다로 덮여 있는 동안 두꺼운 퇴적층이 쌓였는데, 평남지향사와 옥천지향사가 이에 속한다고 합니다.
옥천지향사란 경기지괴와 영남(소백산)지괴 사이에 있는 지대로 옥천변성대와 옥천조산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군산 · 목포 해안에서 강릉 · 원덕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옥천지향사는 평균너비가 70Km, 북동-남서방향으로 약400Km 이어졌습니다.
오늘 둘러본 돌팡깨 공원은 옥천군 군북면의 꾀꼬리봉 서쪽산자락에 자리한 사방 100m가 안되어 보이는 작은 지질공원(?)입니다. 한 가운데 데크 길이 지그재그로 나 있어 어렵지 않게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았습니다. 돌팡깨 공원의 주인공은 단연 흑색의 금강석회암입니다. 이 바위는 옥천변성대의 암석으로 선캄브리아대에 쌓인 퇴적암인 석회암이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거치면서 광역변성작용에 의해 흑색금강석회암이라는 변성암으로 변화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돌팡깨 공원에 모여 있는 흑색금강석회암의 기반암이 퇴적암이라는 것은 검은 바위에 그리 크지 않은 자갈들이 꽤 많이 박혀 있었고, 빠져나간 타포니도많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서 있는 여기 옥천변성대도 바다였다가 지각의 융기로 육지로 바뀐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
잠시라도 시간을 거슬러 선캄브리아대로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금강 따라 옥천변성대를 걸어 가능했다 싶어, 나머지 금강 길도 기쁜 마음으로 걷고자 합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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