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낙동강 따라 걷기

낙동강 따라 걷기1(너덜샘-추전역-황지연못)

시인마뇽 2022. 10. 20. 08:47

탐방구간: 너덜샘-추전역-황지연못

탐방일자: 2022. 10. 12()

탐방코스: 너덜샘-화전육교-추전역-추전삼거리-태영교-화전사거리

-황지연못-태백역

탐방시간: 1220-1747(5시간27)

동행 : 나 홀로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시의 함백산 은대봉 아래에서 발원하여 경상북도 봉화군, 안동시, 예천군, 상주시, 구미시, 칠곡군, 고령군과 경상남도 밀양시, 김해시 등을 차례로 지나 남해로 흘러드는 강입니다. 강 길이가 523Km에 달해 한반도에서 압록강과 두만강 다음으로 긴 강인 낙동강이 다른 강과 대별되는 것은 하류지역에 이르러 강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져 남해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입니다. 다른 강들은 지천의 물을 받아 세를 불려가며 한 줄기로 흐르는데 유독 낙동강이 두 줄기로 갈라져 흐르는 것은 강 하구에 생긴 삼각주가 낙동강의 물 흐름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낙동강은 김해시 대동면 남동쪽에서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서쪽 지류는 대동수문(大東水門)을 지나 서낙동강이 되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동쪽 본류는 계속 남쪽으로 흘러 부산광역시 서구 명호도(鳴湖島)와 사하구 하단동 사이에 놓여진 낙동강 하구둑 갑문을 지나서 바다로 흘러들어 갑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낙동강의 발원지로 거론되는 곳은 황지연못, 천의 봉 아래 너덜샘과 은대봉 동쪽의 해발1,235m 지점 등 모두 세 곳입니다. 세 곳 중 가장 오래된 것은 황지연못 발원지설입니다. 1486년에 발간된 동국여지승람삼척도호부편내용을 근거로 제기된 '황지연못' 발원설은 황지연못이 태백시내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학계에서 인정받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1980년대 초 지리연구가 이형석 박사가 밝힌 태백시 천의봉 아래 너덜샘 발원지설은 현지답사 결과와 일치해 이제껏 학계로부터 공인받아 왔다고 위키백과는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 남은 은대봉 동쪽의 해발1,235m지점의 낙동강발원지 설은 2000년대 들어 제기된 것으로 이 또한 정밀한 현지답사결과를 따른 것이라 합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너덜샘은 천의봉 아래에 자리한 것이 아니고 은대봉동쪽의 해발1,235m지점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번에 낙동강 따라 걷기를 시작한 발원지는 은대봉 동쪽의 해발 1,235m지점에 자리한 너덜샘입니다. 황지연못은 도시 한 복판에 자리하고 있어 찾아가지 않았고, 천의봉 아래 너덜샘은 카카오맵에도 나오지 않아 찾아갈 수 없었습니다. 지도를 보고 너덜샘이 싸리재를 오르는 구 도로 옆에 있다는 것을 확인, 택시를 타고 찾아갔습니다. 제가 찾아간 너덜샘은 황지연못보다 훨씬 높은 산 속에 자리해 있고, '너덜샘' 이름의 표지석이 서 있어 낙동강의 발원지가 틀림없다 했습니다.  

 

  제가 진행 중인 강줄기 따라 걷기의 1차 목표는 남한의 5대 강이라 칭할 만한 낙동강, 한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의 본류를 발원지에서 강 하구까지 따라 걷는 것입니다. 저의 강줄기 따라 걷기는 20201월 전북진안의 데미샘에서 전장 223Km의 섬진강을 따라 걷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20206월 광양시 망덕포구에서 섬진강 따라 걷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그해 12월 전남 담양의 용소를 찾아가 영산강 강줄기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전장이 150Km5대강 중 길이가 가장 짧은 영산강을 따라 걷는 것은 20214월 전남목포시의 영산강하구언에 도착하는 것으로써 끝맺었습니다. 전북 장수의 뜸봉샘을 찾아가 전장 401km의 금강 따라 걷기에 나선 것은 그 두 달 후인 20016월의 일입니다. 금강 따라 걷기는 며칠 전 대청댐을 지나 신탄진에 이르러, 강 하구까지 140Km 가량 남겨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전장 514km의 한강을 따라 걷는 일은 20223월에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일단 시작했습니다. 80Km가량 진행해 오대천과의 합류점에 도착했으니, 한강 하구까지는 430Km 남짓 남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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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조금 냉랭했지만 하늘이 맑게 개어 걷기에 딱 좋았습니다. 태백역에서 하차해 택시를 타고 너덜샘으로 이동했습니다. 야영장을 겸해 공터는 넓었지만 너덜샘으로부터 샘물을 끌어올려 공급하는 간이식수대 뒤쪽의 물 흐름은 아주 미미했습니다. 이 샘물이 여러 지천의 물을 받아들이며 세를 불려가 강 하구에 이를 즈음에는 엄청 장대해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긴 강을 따라 걷는 저의 가슴도 저 강처럼 점점 넓어져 세상의 보다 많은 것을 품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낙동강 따라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1220분 너덜샘을 출발해 오른 쪽 위 싸리재로 향했습니다. 카카오맵에는 차도를 따라 3백여m 올라가면 왼쪽으로 길이 갈리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1Km 가까이 걸었는데도 나타나지 않아 가던 길을 멈추고 지도를 꺼내서 보았습니다. 발원지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는 강줄기를 따라 걸을 수 없다는 자명한 이치를 잠시 잊고 진행한 결과라고 판단해 다시 너덜샘으로 되돌아 내려가느라 반시간 이상 까먹었습니다. 너덜샘에서 차도를 따라 조금 내려가자 그 아래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비로소 안심하고 20분가량 걸어 내려가 일방통행인 2차선의 하행차선인 38번 국도를 만났습니다. 이 길을 따라 동쪽으로 걸어 내려가며 상당수가 멈춰 서 있는 매봉산의 풍력발전기를 사진 찍곤 했습니다. 38번 도로를 따라 40분 넘게 걸어 다다른 삼거리에서 왼쪽 소로로 들어선 것은 그 아래 황지천을 따라 걷기 위해서였습니다.

 

  143분 화전육교를 건넜습니다. 소로를 따라 10분 가까이 걸어 내려가 화전육교를 건너 오른 쪽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잠시 후 일방통행인 2차선의 상행차선인 38번 국도를 만나 이 길을 따라 동진해 내려가다 용소1교에 이르러 낙동강의 본류인 황지천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길 건너 보이는 산자락의 5층 건물이 카카오맵에 나오는 설화국가족호텔인 것 같습니다. 용소1교를 건너 계속 동진, 왼쪽으로 용연동굴 길이 갈리는 용연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시간만 넉넉하다면 꼭 들르고 싶었던 용연동굴을 그냥 지나쳐야 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금대봉 하부 능선 해발 920m에 위치한 용연동굴은 약3억년에서 15천만 년 전에 생성된 국내 유일의 최고 지대 건식 자연 석회동굴로 태백산국립공원안내 팜플렛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나라가 변란을 당했을 때 피난처로 이용되었다는 이 굴은 오랫동안 노출된 상태로 방치되었다가 1982년에 이르러서야 지방기념물로 지정되어 제대로 보호받고 관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용연굴 안에는 이 굴에서 최초로 발견된 진귀한 동굴생물이 9종이 살고 있고, 종유석, 석주, 유석 등 동굴산호가 잘 발달되어 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용연삼거리를 지나 이어지는 황하천을 따라 걸어 추전삼거리에 이른 시각은 1428분이었습니다.

 

  15시 정각 추전역에 도착했습니다. 추전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갈리는 길을 따라 2-3m 남진하자 추전역으로 가는 길은 왼쪽으로 확 휘어 위쪽으로 이어져 생각지 못한 등산을 했습니다. 17분을 더 걸어올라 다다른 추전역은 해발고도가 855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기차역입니다. 이 역에서 기차가 멈추지 않는 것은 역사를 전부 사무실로 쓰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데 철로에는 보수를 하고 있는 작업원들이 여러 분 보였습니다. 석탄을 실어 나르고자 1973106일 개통된 태백선이 개통되면서 영업을 시작한 이 역이 무연탄을 취급한 것은 그 2년 후인 19751010일부터라 합니다. 1999101일 여객취급이 중지되고 201641일 무연탄 수송도 끊기면서 현재는 태백선을 운행하는 열차의 운전취급만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안내문은 전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언제고 다 사라지는 것이 자명할진데 세월에 밀려 몸집을 줄여나가는 추전역을 두고 서글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67분 태영교를 지났습니다. 다시 추전삼거리로 돌아가 세를 불린 황지천을 따라 걸었습니다. 추전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38번도로 왼쪽으로 인도가 별도로 나 있어 안심하고 황지천을 따라 걸었습니다. 어디선가 지천의 희뿌연 물이 흘러들어 한동안 황지천을 흐르는 물이 탁해 보였습니다. 수로의 양면이 시멘트벽인데다 바닥도 시멘트여서 눈에 거슬렸는데 그런 수로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습니다. 이는 아마도 바로 옆 산의 흙이 하천으로 쓸려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고 바닥이 심하게 파이지 않도록 보호하고 수로 건너 38번 도로의 침식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카페안경과 e-마트를 지나 태영삼거리에 이르기까지 진적색의 장미꽃이 활짝 핀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태영교를 지나 만나본 작은 보는 황지천을 따라 걸으면서 처음 만난 보였습니다. 오른 쪽으로 고원로가 갈리는 삼거리를 지나 삼수동행복센터에 다다른 시각은 1645분이었습니다. 태백시내 서쪽 가를 흐르는 황지천은 북에서 남으로 거의 직선으로 흘러 조금은 단조로워 보였습니다. 태서초교와 황지중앙초교를 차례로 지나면서 어림짐작할 수 있는 것은 태서초교가 시내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과 황지중앙초교는 태백시가 황지로 불리던 오래 전에도 있었던 학교였다는 것이었습니다. 황지천 건너편의 바위가 검은 색과 희뿌연 색을 띄고 있는 것을 보고 이 지역이 석회암지대이구나 했습니다.

 

  1723분 황지연못을 둘러보았습니다. 가운데 수로가 정연하게 나 있는 보를 지나 황지교사거리에 이르러 황지천을 따라 걷는 일은 일단 마무리했습니다. 이 사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5-6분을 걸어가 지난 3월에 들렀던 황지연못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황지연못은 이형석님이 너덜샘을 낙동강발원지로 밝히기 전까지 낙동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황지연못은 상지, 중지, 하지로 이루어진 둘레 100m의 소()에서 하루 5천톤의 물이 쏟아져 나나오는 데다 조선 시대 관찬지리지인 동국여지승람이나 사찬 지리지인 이중환의 택리지에 낙동강의 발원지로 실려 있는바, 여기 황지연못을 낙동강의 발원지로 삼고 매년 7월 낙동강발원제를 개최하는 것을 두고 무지의 소치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더 높은 곳에 발원지가 따로 있는데 계속 우길 수는 없는 것이기에 황지연못을 낙동강의 역사적인 발원지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황지연못을 살리는 것은 이 연못에 딸린 전설을 주제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못은 원래 황씨 성을 가진 황씨가의 옛 터였다고 합니다. 주인 황씨는 재산이 많아 풍족하게 살았지만 인색하기 짝이 없는 수전노였습니다. 어느 봄날 황부자는 외양간에서 쇠똥을 쳐내고 있었는데 옷차림이 남루한 노승이 시중을 청한 일이 있었습니다. 황부자는 시주하기를 거절했으나 노승은 물러나지 않고 거듭 염불을 외며 시주를 청했습니다. 화가 치민 황부자는 쇠똥을 퍼주었는데 노승은 화를 내지 않고 공손히 물러났습니다. 이를 본 며느리가 몰래 쌀 한바가지를 퍼가지고 노승에게 드리면서 시아버지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간청했지만, 노승은 이 집은 이미 운이 다했으니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했습니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노승의 당부를 잊은 며느리는 구사리 산마루에 이르러 뇌성벽력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 순간 며느리는 돌이 되어 버렸고 황부자의 집은 땅 밑으로 꺼져 내려가 간 곳이 없고 집터는 큰 연못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왔습니다.

 

  1747분 태백역에 도착해 하루 걷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황지연못을 둘러 본 후 20분 가까이 걸어 태백역에 도착했습니다. 해가 많이 짧아져 태백역에는 어둠이 빠르게 내려앉았습니다. 1923분 태백역을 지나는 청량리행 무궁화호에 승차해 앞으로 진행할 낙동강 따라 걷기를 머릿속에 그려보았습니다. 이 또한 제게는 큰 꿈이려니, 이런 꿈을 꾸는 저는 한없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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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글은 추전역의 시비(詩碑)에 새겨진 정중식님의 시 추전역입니다.

 

<추전역>

 

하늘아래 첫 정거장 태백산 간이역엔

팔백오십 고도만큼 하늘길도 낮게 열려

소인도 없는 사연을 눈꽃으로 날린다

 

한 때는 그랬었다 무청 같이 시리던 꿈

처마 끝 별을 좇아 시레기로 곰삭을 때

산비알 삼십 촉 꿈이 온 새벽을 열었다

 

화전밭 일구시며 석삼년을 넘기시던

이명 같은 그 당부 달무리로 피고 질 때

사계(四季)를 잇는 손들은 별을 향해 떠났다

 

자진모리 상행 길로 마음이 먼저 뜨고

구공탄 새순마다 붉은 꽃이 피어날 때

그 얼굴 다시 태어나 온 세상이 훤하다

 

  위 시를 읽고 나자 더 일찍 이 역을 찾아와 미리 추억을 쌓아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탐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