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구문소-석포제련소- 승부역
탐방일자: 2022. 11. 19일(토)
탐방코스: 승부역-결둔교-석포제련소-석포역-육모정-동점역-구문소
탐방시간: 9시30분-16시20분(6시간50분)
동행 : 나 홀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경북봉화의 V- train 협곡 길을 통과하려고 낙동강 따라 걷기를 서둘렀습니다. 지난번에 마친 황지연못-장성-구문소 구간에 이어지는 다음 구간은 구문소-석포역-승부역을 이어주는 강 길로 그 길이는 약 21Km에 달합니다. 정상적으로 이어간다면 낙동강의 물 흐름에 맞추어 구문소-석포역-승부역 순으로 걸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그 역순으로 걸어 물 흐름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이제껏 강줄기를 따라 걸으며 강물의 흐름을 따라서 걸어왔는데 이번에 그 반대로 걸은 것은 교통편에 맞추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침6시에 출발하는 열차가 승부역을 지나는 시각은 오전 9시27분이고, 구문소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인 철암역에 도착하는 것은 9시40분이 지나서입니다. 철암역에서 하차하면 구문소까지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대략 20분에 한 대 꼴로 버스가 지나 아무리 빨라도 10시 20분경에나 구문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구문소를 10시20분에 출발한다면 오후 5시20분경에 승부역을 지나는 기차를 타기가 쉽지 않은 것은 자칫 길을 잘 못 들었다가는 시간을 까먹어 제 시간에 승부역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입니다. 하늘만 빠끔히 보이는 승부역 인근에는 머무를 만한 여관도 없어 기차를 놓치면 매우 난처합니다. 저는 이제껏 강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강줄기를 따라 걷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 나름 잘 지켜왔습니다. 오로지 교통편의 때문에 스스로 설정한 원칙을 깬다는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습니다. 긴 시간 고심한 끝에 이번에 한해서 물 흐름을 거슬러 걸어보자고 마음을 정하고 탐방 길에 나섰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강줄기를 따라 걷는 일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발원지에서 댐에 이르기까지의 강의 상류는 대부분이 감입곡류로 강물이 산 사이를 구불구불 굽이쳐 흐릅니다. 여러 곳에서 강물이 깎아지른 절벽 아래를 흘러 길이 끊긴 곳도 많이 있습니다. 카카오 맵을 통해 최적의 길을 찾아내려 애쓰지만 여의치 못하면 먼 길로 돌아가거나 산길로 올라가 등산을 해서라도 물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탐방 길을 이어가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강 흐름을 거슬러 진행하고 나서 다시 확인한 것은 물 흐름을 따라 걷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고 순리라는 것입니다. 일단 댐에 이르게 되면 강 하구까지 나 있는 자전거 길을 따라 걸으면 되어 강물을 거슬러 걷는 일로는 더 이상 마음 쓰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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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군포시의 산본 집을 출발해 이번 탐방의 출발지인 승부역에 도착하기 까지 이용한 교통편은 택시와 열차입니다. 버스나 전철이 다니기에는 이른 시각인 새벽 4시40분 산본 집을 나서 청량리역까지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강변도로에 차가 많아 택시가 빨리 달릴 수 없음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자 서울시민이 참으로 부지런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기차 출발 10분을 남겨두고 청량리역에 도착해 아침 6시에 영주로 향하는 ktx 이음차에 탑승했습니다. 영주역에서 하차해 30분 남짓 기다렸다가 영동선에 올랐습니다. 봉화역을 지나고 춘양역에 이르자 많은 관광객들이 기차에 올라 빈자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9시27분 승부역에 도착해 분천역-양원역-승부역역 구간의 ‘낙동강 하늘세평길’을 걸으려는 탐방객들과 함께 하차했습니다.
아침 9시30분 승부역을 출발했습니다. 승부역에서 하차해 현지 주민들이 여행객을 맞고자 철로 옆 건물에 벌려놓은 가게들을 돌아본 후 세월교를 건너 물길을 거슬러 석포로 향했습니다. 진적색의 승부현수교를 지나 올라선 언덕에서 승부교 쪽으로 내려갔다가 길을 잘 못 든 것을 알고 다시 언덕으로 되올라갔습니다. 아직 거둬들이지 않아 밭에 그대로 남아 있는 무들을 보자 어렸을 때 밭에 가서 형수님이나 누님들의 가을걷이를 도와드린 일이 생각났습니다. 승부리 경로당 앞에 세워진 안내판에 따르면 이 마을 승부는 옛날 전쟁 때 승부가 이곳에서 정해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데 그 전쟁이 무슨 전쟁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산길을 따라 산허리를 굽이돌다가 처음 만난 안기2교를 건너 강줄기를 따라 북진을 계속했습니다. 안기1교와 결둔1교를 거쳐 결둔교에 이르기까지 낙동강의 물 흐름은 전형적인 감입곡류로, 산 밑을 굽이쳐 흐르며 빚어낸 돌개구멍의 바위들과 바닥이 선명하게 보이는 초록색 물의 소(沼)들이 참으로 볼 만 했습니다.
11시25분 결둔교를 건넜습니다. 승부역4.9Km/석포역6.6Km 지점의 마무이와 결둔2수질감시측정소와 결둔마을을 차례로 지나 결둔2교를 건너자 넓은 텃밭에 장작을 가득히 쌓아놓은 튼실한 양옥집 한 채가 보였습니다. 2-3분을 더 걸어 결둔교를 건넌지 20분 가량 지나 낙동강 강가의 넓은 바위 아래 소(沼)의 물이 하도 맑아 가던 길을 멈추고 햄버그를 들면서 잠시 쉬어 갔습니다. 절개면을 망으로 덮어 놓은 바위 아래 ‘위험 낙석주의’ 지역을 지나자 저 만치 떨어진 곳에서 하얀 연기가 뭉게뭉피어오르는 것이 보였습니다. 낙석위험지역을 지나자 콘테이너를 2층으로 쌓아 연이어놓은 꽤 큰 가건물이 보여 궁금했는데, 정문에 이르러서야 (주) 영풍 석포제련소 건물임을 알았습니다. 굴현교를 건너 석포역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제련소 건물과 탄광(?)이 보여 석포제련소의 규모가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산 1,1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석포제련소에서 생산하는 아이템은 원자번호 30번의 아연(Zn)입니다. 아연은 100∼115℃로 가열하면 전성(展性)과 연성(延性)이 크게 늘어나 박판(薄板)으로 압연하든가 선(線)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00℃ 이상에서는 여려져 분말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강판의 부식 방지에 널리 쓰이는 아연은 원료인 정광을 고온으로 산화시켜 황(S)을 분리하고 산화아연을 얻는 배소(焙燒) 공정, 산화아연을 용해액에 침출시켜 불순물을 제거하고 아연신액을 만드는 조액(造液) 공정, 아연신액을 전기분해해 아연판을 만드는 전해(電解) 공정, 그리고 아연판을 전기로 녹여 아연괴를 생산하는 주조(鑄造) 공정 등 4개의 연속된 공정을 거쳐 만들어 집니다.
13시10분 석포역에 이르렀습니다. 석포역은 2013년 여름 낙동정맥을 종주할 때 들렀던 곳으로, 그 때는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강릉역으로 가서 영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고 내려와 여기 석포역에서 하차하느라 야간열차를 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때는 이토록 멀고도 후진 곳의 석포역을 언제 다시 와보랴 싶었는데, 낙동강을 따라 걸으려고 이렇게 다시 찾아오고 보니 사람의 앞일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 든 후 석포역을 출발해 태백시의 구문소를 향해 북진했습니다. 석포에서 구문소로 이어지는 넓은 길은 오가는 대형 화물차량들이 많아 조심해서 걸었습니다. 오른 쪽으로 청옥로 길이 갈리는 삼거리를 지나자 흐르는 강물에서 낚시를 하는 한 분이 보였습니다. 위 아래로 갈리는 철도 아래 삼거리에서 태백으로 가는 윗길을 따라 10여분 걷다가 길을 잘못 든 것 같아 다시 삼거리로 돌아가 봉화로 가는 아랫길로 진행하느라 20분 가까이 지체됐습니다. 철로을 밑으로 지나 낙동강홍수통제소에 이르러 대현교를 건너자 육송정이 바로 앞에 보였습니다.
14시40분 육송정(六松亭)에서 십분 가까이 쉬어 갔습니다. 여섯 그루의 소나무가 자랐던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여기 육송정 정자는 여섯 그루의 소나무를 끝내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여기 소나무들은 조선 말엽 경복궁 중수에 쓰려고 베어내 서울로 보냈다 합니다. 지도에는 태백의 너덜샘에서 발원한 황지천이 남진을 계속하다 육송정 앞에 이르러 송정리천과 합류, 낙동강으로 바뀐 것으로 나와 있는데, 경상북도에서 세운 안내판에는 ‘지방하천 낙동강천’으로 쓰여 있어 혼란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낙동강은 국가하천이고 낙동강천은 지역하천이어서 같은 이름이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쪽으로 봉화와 현동 길이 갈리는 육송정 앞 삼거리에서 태백의 구문소쪽으로 이어지는 길로 북진해 경상북도 봉화군과 강원도 태백시의 경계인 도계에 다다른 시각은 15시 정각이었습니다. 태백시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도로변에 자리한 아주 작은 공원을 돌아보았습니다. 오른 쪽 아래로 보이는 바위가 약20억년전에 생성된 변성암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암석 중의 하나라고 소개된 안내문을 읽고 이 지역이 고생대의 암석들이 산재한 지질공원지대임을 상기했습니다.
16시20분 구문정에 도착해 낙동강 따라 걷기의 3번 째 구간 탐방을 끝마쳤습니다. 경북과 강원 사이의 도계를 지나 북진하는 도로 곳곳에서 새까만 석탄조각들을 보았는데, 이 석탄들이 운송차량에서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인근에 탄광이 있어 채광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도로변 소공원 출발 40여분 후 잠시 멈춰 강 건너 산의 바위들을 바라본 것은 그 바위의 지질사를 일러주는 안내문을 읽고 나서입니다. 바위들이 왼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층리를 이루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저 바위들은 퇴적물이 평평하게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이라는 것과, 이렇게 만들어진 퇴적암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압력을 받아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구문소야영지와 폐쇄된 동점역을 차례로 지나 지난번에 두 번째 낙동강탐방을 마친 구문소에 도착했습니다. 동쪽에서 흘러내려오는 철암천과 서쪽에서 흘러내려오는 황지천이 합류하는 합수점 남쪽 아래에 강원도에서 ‘지방하천 황지천’의 안내판을 세운 것으로 보아 낙동강의 본류가 황지천인 것은 분명합니다. 시간이 남아 구문소를 다시 한 번 둘러보면서 바위들을 눈여겨보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강 건너 바위들은 산에서 하천바닥까지 왼쪽으로 완만하게 기울어진 수많은 층리가 보였고, 그 반대쪽의 곧추 선 거암은 중간 중간에 위아래로 골이 파져 있어 대비되었습니다. 두 바위 모두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으로, 곧추선 바위가 더 오래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승부역에서 구문소까지 걸으면서 영동선의 철로와 만났다 헤어지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낙동강을 따라 달리는 기차가 잠시 몸을 숨기는 곳은 지난 봄 한강을 따라 걸을 때 보았던 피암터널(Rock Shield Tunnel) 등의 터널 안이었습니다. 기차는 터널을 빠져 나와 다리를 건너기 바빠 정작 낙동강 줄기를 따라 운행한 거리는 제가 걸은 것보다 훨씬 짧을 것입니다. 천천히 달리는 열차와 숨바꼭질하는 재미도 적지 아니 솔솔해 이번 탐방은 힘들지 않았습니다.
구문소역에서 버스를 타고 태백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통리역을 지나면서 낙동정맥 종주 길에 들렀던 9년 전의 추억을 환기했습니다. 저녁 7시23분에 태백역을 출발하는 청량리행 무궁화호에 몸을 실고 귀경하는 것으로써 하루 여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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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영풍이 석포에 제련소를 지어 아연괴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이라 합니다. 그동안 아연을 생산해 산업발전에 기여해왔을 석포제련소가 폐수를 무단배출해 작년 겨울 대법원으로부터 열흘 간 조업정지 명령을 받았다는 기사를 한겨레 신문의 인터넷 판에서 읽었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먹고 살만해 쾌적한 환경에서 살겠다는 국민들의 요구 수준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공장을 지나면서 전 세계제련소 최초로 무방비설비인 제리디(Zero Liquid Discharge)를 갖추었다는 홍보문구를 보았습니다. 홍보문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석포제련소는 공정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지 않고는 석포제련소가 고용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했더라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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