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황지연못-장성여고-구문소
탐방일자: 2022. 11. 9일(수)
탐방코스: 황지연못-웰빙쉼터-통리/철암 갈림길-고원체육관-장성여고-장성농공단지
-태백병원-태백중학교-태백중학도병기념관/충혼탑-구문소
탐방시간: 10시18분-16시27분(6시간9분)
동행 : 나 홀로
국가지질공원(national geopark)이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 이를 보전하고 교육 관광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하여 환경부장관이 인증한 공원을 이릅니다. 이번 낙동강 탐방 길에 황지천을 따라 걸은 지역은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이 자리한 강원도의 태백시입니다.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Gangwon Paleozoic Geopark)은 영월, 정선, 태백, 평창 일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생대 퇴적암류를 보여주는 장소이며,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하천지형 및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하여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라고 안내책자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정선은 카르스트지형으로, 영월은 동강의 사행천으로, 평창은 신비한 지하생태로 국가지질공원에 선정되었다면, 태백은 고생대의 보고여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태백시에서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으로 선정된 곳은 검룡소, 용연동굴, 금천골석탄층, 장성화석단지와 구문소 등 모두 5곳입니다. 용신이 사는 못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로, 이 소(沼)에서 솟아오른 물살이 석회암을 침식시켜 돌개구멍을 만들어 암반 위를 용이 기어가듯 흘러내립니다. 강원도기념물 제39호로 지정된 용연동굴은 약3억년에서 1억5천만년전인 하부고생대 오르도비스기의 막골층에 해당하는 석회암지층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건식 석회동굴입니다. 태백에서 최초로 발견된 금천골 석탄층은 고생대의 울창한 삼림이 땅 속에 묻혀 만들어진 석탄층으로 금천골 도로절개면에서 고생대의 석탄층과 식물화석, 그리고 당시에 생성된 퇴적암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416호로 지정된 장성화석산지는 약5억~4억4천만년전인 전기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의 직운산층에 해당하는 세일층으로 그 당시 번성했던 삼엽충류, 완족류, 필석류 등의 화석이 산출된 지역입니다. 황지천이 암반을 뚫고 지나면서 석문을 만들고 소(沼)를 이루었다하여 이름이 붙여진 구문소는 하천이 산맥을 뚫고 흘러가는 우리나라 유일의 지상 자연동굴인 소(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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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낙동강탐방은 태백시의 황지연못-고원체육관- 구문소 구간의 약 16 Km 거리를 황지천을 따라 걷는 것으로 6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해지기 전에 이번 탐방을 마치려고 아침 6시30분에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하는 태백행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7시34분에 청량리역을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1시간 10분 정도 빨리 도착했고, 터미널에서 택시로 이동해 10여분 빨리 황지연못에 도착해 전체적으로 1시간20분 남짓 사간을 번 셈입니다.
오전10시18분 황지연못을 출발했습니다. 황지연못에서 조금 떨어진 황지교4거리에서 황지천 우안의 35번 도로를 따라 남진했습니다. 태백시내를 동쪽으로 우회하는 35번도로의 인도는 노면이 고르지 못한데다 전봇대가 길 한가운데 서 있어 대낮인데도 조심해서 걸어야 했습니다. 도로 왼쪽 황지천은 아직은 상류지역을 벗어나지 않아서인지 유량은 많지 않았지만, 흐르는 물은 여전히 맑았습니다. 도로변에 깔끔한 태백진폐복지회관 건물이 세워진 것으로 보아 옛날 광산 도시였던 태백에는 아직도 “석탄가루가 수년에 걸쳐 조직에 쌓이면서 서서히 반흔(瘢痕)이 생기고 이로 인해 호흡곤란이 생기는 심각한 질환”인 진폐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나 싶습니다. 상장중학교를 지나 상장삼거리에 다다르자 오른쪽으로 태백산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31번 도로가 갈렸고, 이제껏 걸어온 35번 도로는 황지천을 따라 남쪽으로 이어졌습니다. 상장삼거리에서 소도천의 물을 받아 유량이 늘어난 황지천은 이내 곡류로 바뀌어 S자를 그리며 흘러갔는데, 이런 곡류는 구문소에 이르기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12시9분 왼쪽으로 통리/철암길이 갈리는 삼거리를 지났습니다. 상장삼거리를 거쳐 태백자동차매매상사를 지나자 머리 위를 지나는 태백선의 철로와 터널이 보였습니다. 동백산역에서 환승하면 영동선은 철암역- 석포역-승부역-분천역을 차례로 지나 현동역에 이르게 됩니다. 이 철로는 현동역까지 황지천과 나란한 방향으로 이어져 낙동강을 따라 걷는 제게는 훌륭한 길동무가 되어줄 것입니다. 천변의 소나무 몇 그루가 쉼터를 만들어준 웰빙쉼터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20분 가까이 쉬었습니다. 맑디맑은 계곡물과 진황색의 낙엽송들이 어우러져 빚어낸 황지천변의 가을 정경은 일품이었습니다. 왼쪽으로 통리/철암으로 가는 연화산길이 갈리는 삼거리를 막 지나 태백시종합경기장과 고원체육관이 연이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길쭉하면서도 날렵해 당장이라도 하늘을 날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고원체육관에서는 한 달 전에 드론대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종합체육관 앞에 이르자 인도가 없어져 쌩쌩 달리는 차들에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이런 길은 그다지 길지 않았습니다. 장성여고를 지나 오른 쪽으로 왕복2차선의 소로로 들어서자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 한갓졌습니다. 동광사입구를 지나 신촌마을에 이르자 “목재칩발전소 건립을 결사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습니다. 이곳에 들어설 목재칩 발전소는 산림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산림부산물을 목재칩(Hog) 형태로 가공하여 원료로 사용하는 환경친화적 발전소가 될 것으로 인터넷에 소개되었는데, 주민들이 결사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13시24분 오른쪽으로 태백산으로 가는 길이 갈리는 금천교를 지났습니다. 전형적인 곡류천인 황지천을 따라 걸으며 태백초교와 장성공업단지를 차례로 지나 금천교 앞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금천교 뒷자리의 삼중교는 최근에 다시 놓은 다리로 원래는 태백장성이중교로 불린 이중교였습니다. 1935년에 놓은 이 다리는 태백에서 가장 오래된 석탄산업 관련시설물로 초기에는 이중교의 형태로 설계되어 위쪽은 석탄을 운반하는 기관차와 광차(鑛車)가 다니고, 아래쪽은 보행자와 차량이 다니도록 건설되었습니다. 안내문에는 다리를 받치는 기둥은 무지개 모양을 하여 돋보였다고 적고 있는데, 제 눈에는 황지천에 바로 면해 곧추선 주상절리(?)의 암벽과 절리 사이의 틈에 뿌리를 박고 있는 푸르른 소나무들이 더욱 돋보였습니다. 황지천 건너 태백병원을 보자 한석규가 주연으로 나왔던 메디컬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생각났습니다. 장성광업소 입구를 지나고 장성시내를 관통해 다다른 새마을 금고 앞 사거리에서 왼쪽 길로 들어서 직각으로 꺾여 흐르는 황지천을 따라 북동쪽으로 진행했습니다. 협심2교를 지나 삼성제재소에 조금 못 미친 곳에서 왼쪽 아래 황지천으로 내려간 것은 황지천 물로 손을 씻는 것으로써 낙동강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였습니다.
14시48분 태백중학도병기념관과 충혼탑을 들렀습니다. 삼성제재소를 지난 황지천은 ‘ㄷ’ 자를 그리며 내달아 태백기계공업고등학교 앞을 지났습니다. 교문 위에 2024년에 태백기계공업고등학교를 한국항공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학과도 개편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고등학교도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싶었습니다. 바로 옆 2층 건물의 태백중학도병기념관은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가 보지 못하고 그 옆의 충혼탑만 둘러보았습니다. 태백중 학도병127명을 인솔하고 사제동행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박효칠선생을 기리는 흉상과 충혼탑이 세워진 곳은 태백중학교 교정이었습니다. 중학교는 장성시내로 이전했고, 운동장 한편의 산쪽으로 기념관과 충혼탑만 남아 있어 휑해 보였습니다. 박효칠선생님이 인솔한 학도병들은 경북봉화군춘양면에 있는 육군3사단23연대에 127명이 가입대한 후 녹전지구와 인제지구 전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정규군으로 입대하였습니다. 이후 이들은 간성쑥고개 전투, 가칠봉 전투, 김화지구 전투 등에 참전해 혁혁한 공을 세웠고 그중 18명은 전사하였다고 충혼탑의 비문은 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때 몸을 바쳐 나라를 구한 참전용사들이 점점 잊혀져가는 요즘에 이런 기념관과 충혼탑을 세워 선배를 기리는 태백중학교후배 분들과 태백시민들이 고마웠습니다.
16시27분 구문소정류장에서 하루 여정을 마쳤습니다. 아침부터 서두른 덕에 구문소에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습니다. 15시42분 구문소에 도착해 먼저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을 관람했습니다. 2010년에 개관한 3층 건물의 이 박물관은 천연기념물 제417호로 지정된 고생대의 보고 구문소 일원의 자연유산을 활용하여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현장체험형 박물관입니다. ‘인간과 자연사의 공생, 고생대의 보고 태백’을 주제로 한 전시물은 선캄브리아기20%, 고생대60%, 중·신생대 20% 비율로 구성되어 ‘고생대의 보고 태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캄브리아시대-전기고생대-중기고생대-후기고생대-중생대 및 신생대와 관련된 전시물을 차례로 돌아보았는데, 휴대폰의 바터리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아 사진을 충분히 찍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박물관을 나와 가파른 데크 계단을 걸어 구문소 위 산자락에 위치한 정자에 올라 주위를 돌아본 후 바로 내려가 구문소 일원의 바위와 구문소 연못을 둘러보았습니다. 황지천이 암반을 뚫어 만들어진 구문소는 물이 흐르는 터널로 이 터널을 지나면 바로 아래가 철암천이 흘러들어오는 합류점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구문소 옆 산을 인공적으로 뚫어 낸 터널로는 사람들이 다녔습니다. 철암천과 황지천이 합류하는 동점삼거리에서 바라본 구문소의 뒷모습도 앞모습 못지않게 신비로웠습니다.
구문소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철암역으로 이동해 17시3분에 출발하는 동대구행 열차에 올랐습니다. 승부역, 분천역, 봉화역을 차례로 지나 영주역에서 도착한 것은 18시46분이었습니다. 반시간 남짓 기다려 19시21분 청량리행 ktx 이음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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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숫물이 툇돌을 뚫는 것은 수직으로 작용하는 중력에 힘입는 바가 클 것입니다. 여기 황지천이 암반을 뚫은 것은 수직방향이 아니고 수평방향에 가까워 중력의 도움은 많이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황지천이 바위를 뚫고 바로 아래에서 철암천과 합류한 것은 대부분이 황지천이 흘러내려가면서 생기는 침식력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팜플렛에도 구문소란 황지천과 철암천이 여기 단층선을 따라 활발한 침식작용을 진행시키다가 지하에 생성되어 있던 동굴과 관통되어 황지천이 흘러들면서 동굴을 점점 확장시켜 하천이 산맥을 뚫고 흘러가는 우리나라 유일의 지상 자연동굴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탄산수에 용해되는 석회암이 많이 분포된 강원대 일대를 더 찾아본다면 구문소와 같은 소(沼)가 더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구문소 탐방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지역이 20억년전에서 5억년전까지의 한반도의 지사(地史)를 관찰할 수 있는 지질학의 보고지라는 것입니다.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의 안내책자에 실려 있는 바와 같이 구문소 일원은 선캄브리아기-하부고생대-상부고생대의 부정합관계를 쉽게 관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석회암층에서 나타나는 건열, 연흔, 생흔 등의 퇴적구조와 삼엽충, 두족류 등의 화석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당시의 환경과 생물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지역입니다. 다음 탐방코스는 황지천을 따라 구문소에서 승부역까지 걷는 길로, 캄브리아기와 선캄브리아기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어 기대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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