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구간: 오천유적지-주진교-천전리
탐방일자: 2024. 1. 21일(일)
탐방코스: 오천유적지-조마삼거리-방잠교회-방잠삼거리-주진교-천전리
-오전: 오천유적지-조마삼거리-방잠교회-방잠삼거리
(방잠삼거리에서 천전리까지는 택시로 이동)
-오후: 천전리-주진교-방잠삼거리
탐방시간: 10시22분-16시20분(5시간58분)
동행 : 나 홀로
이번에 제가 안동시에 위치한 오천유적지-방잠삼거리-천전리 구간의 낙동강을 따라 걷는 데 한몫 단단히 한 것은 따뜻한 날씨였습니다. 닷새 전에 걸으려다 비나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취소했던 이 길을 이번에 걸은 것은 참으로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제가 걷고자 했던 천전리-주진교 구간의 꾸불꾸불한 산길은 그날은 눈이 많이 내려 차들이 다니지 못했다는데, 이번에는 구름은 많이 끼었지만, 기온이 낮 동안 내내 영상에 머물러 길가의 눈이 다 녹았고 장갑을 벗어도 손이 곱지 않아 사진을 찍기에도 좋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날씨에 영향을 주는 기단(氣團, air mass)은 한랭하고 건조한 시베리아기단, 따뜻하고 건조한 양쯔강기단,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기단, 냉랭하고 습한 오호츠크해기단 등 4가지입니다. 시베리아기단과 양쯔강기단은 대륙에서 발생해 건조하지만, 북태평양기단과 오호츠크해기단은 바다에서 발생해 습기가 많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하겠습니다.
겨울철에 우리나라 날씨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시베리아기단입니다. 시베리아기단은 시베리아 일대에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세력이 강화되어 남쪽의 따뜻한 공기를 밀어내기 시작합니다. 절기상의 소설-대설 기간인 11월말에서 12월 무렵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일대가 시베리아기단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기단의 세력이 약해지면 그 빈자리를 양쯔강기단이 채우는데, 그 며칠 동안은 기온이 올라가 따뜻해집니다. 그러다가 시베리아기단이 다시 강해지면 날씨가 추워지는데, 이처럼 겨울철에 날씨가 추웠다 더웠다 하는 것을 일러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고 부릅니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하다는 삼한사온 현상은 겨울만 되면 일정하게 나타나는 기온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이번에 저는 3한을 피하고 4온에 겨울나들이를 나서 강 따라 걷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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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7분에 청량리역을 출발하는 ktx이음열차를 타고 안동으로 향했습니다.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안동역에서 하차해 길 건너 안동터미널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9시35분에 안동터미널을 출발하는 도산서원행 급행3번에 승차해 10시가 조금 넘어 오천1리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부지런히 걸어 오천유적지에 도착해 군자마을의 한옥을 일별한 후 12번째 낙동강 따라 걷기에 나섰습니다.
10시22분 오천유적지를 출발했습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성리학자인 한강 정구(鄭逑, 1543~1620) 선생께서 오천 한 마을에는 군자가 아닌 사람이 없다고 말씀하시어 군자마을로 이름 붙여졌다는 오천유적지에서 바로 아래 낙동강을 사진 찍으며 이 마을 역시 안동댐 건설로 물에 잠겨 현 위치로 옮겨진 이주마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자마을을 출발한지 반시간 이 지나 다다른 조마교차로에서 방잠삼거리로 이어지는 왼쪽 길로 들어섰습니다. 전날 내린 비로 눈이 다 녹은 데다 기온도 영상으로 따뜻해 벌써 봄이 시작된 것 같았습니다. 나지막한 뒷골 고개를 넘어 나벌에 이르자 목장들이 보였는데 어인일인지 꽤 큰 목장에 한우나 젖소는 몇 마리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별반 차들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로를 따라 걸으며 시골 풍경을 완상하다가 농촌형 버스를 보자 반가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도장골을 지나 만난 방장교회는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교회의 첨탑이 우뚝 서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다지 넓지 않은 터에 잔디밭 배구장이 들어선 것으로 보아 청소년 신자가 많은 것이다 싶기도 합니다. 마을회관과 방잠정류장을 차레로 지나 왼쪽 길로 들어서자 백구 한 마리가 100여m 묵묵히 저를 따라 왔습니다. 섭섭해 하는 흰 개를 돌아가라고 손짓해 보낸 후 방장삼거리에 이르기까지 반시간 가량 혼자 걸으면서 저 개도 저처럼 오랫동안 혼자 살아 사람이 그리워 저를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디ㆍ
12시28분 방잠삼거리에 도착해 택시를 불렀습니다. 여기서부터 걸어가 주진교를 건넌 후 천전리까지 가서 택시를 부르려다 생각을 바꾼 것은 혹시라도 시간이 많이 걸려 16시30분에 정산을 출발해 안동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놓칠 수도 있어서였습니다. 택시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방잠삼거리 길가에서 간이의자를 꺼내 앉아 햄버그를 꺼내 먹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자 곧바로 택시가 도착해 이 차를 타고 천전리로 향했습니다. 주진교를 건너 북쪽 끝의 천전리로 이어지는 차도는 산허리에 낸 포장도로로, 심하게 굽이져 갈 지(之)자 형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기사 분은 닷새 전에는 눈이 많이 내려 꼬불꼬불한 이 길을 택시가 다니지 못했다면서 이번에 내려오기를 참 잘했다고 했습니다. 띠 동갑인 이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은 도목선착장에서 강을 건너면 낙동강 우안에 안동 댐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 있다는 중요한 교통정보였습니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천전리의 끝 마을인 중천에 도착하자 아스팔트 길이 끝나 택시를 보냈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조금 더 걸어가 낙동강 강가에 다다랐습니다. 강가에 멈춰 서자 지난번에 걸었던 강 건너 수변데크길과 선성수상길이 가깝게 보여 엄청 반가웠습니다. 제가 서있는 강가는 배를 대기에 딱 좋아 선착장이 들어서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배만 있으며 쉽게 건넜을 안동호를 사이에 두고 시계반대방향으로 빙 돌아 예끼마을 - 오천유적지 - 방잠삼거리 - 주진교를 거쳐 다다른 곳이 여기 천전리의 강변입니다. 낙동강의 안동호와 그 건너 수변데크 길 및 선성수상길을 사진 찍은 후 십분 가까이 더 머무른 것은 언제 또 와서 이 절경을 다시 보랴 싶어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3시5분 천전리(川前里) 강변을 출발했습니다. 마을 앞에 낙동강이 흐른다 하여 이름 붙여진 천전리는 상천, 중천과 하천 등 3개 마을이 있습니다. 하천(가라골)은 고려 공민왕 때 광산김씨가 최초로 마을을 개척했고, 상천은 당악김씨가 개척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산성김씨가 개척했다는 중천은 수몰 전에는 낙동강과 동네의 한 하천 사이에 자리했다고 합니다. 10여분을 걸어 안내판이 세워진 중천마을에 도착하자 작은 개 한마리가 저를 보고 짖어대며 쫓아와 신경이 쓰였습니다. 오른쪽으로 하천마을인 가라골 길이 갈리는 삼거리를 지나 상천마을에 이르자 중천마을과 마찬가지로 마을의 유래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상천마을 지나 해발200m 대의 산길을 걸으며 왼쪽 아래를 내려다보자 나뭇가지 사이로 지난번에 들렀던 월천서당과 선착장이 보였습니다. 고갯마루(?)에 올라가 살펴 본 임도안내도에는 제가 사진을 찍은 천전리 강변에서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중천선착장이 있는 것으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고개를 넘어 한참 동안 걸어 내려가자 천진리에서 주진교쪽으로 흘러내려가는 낙동강이 보였습니다.
15시21분 주진교 앞에 다다랐습니다. 천진리에서 주진교에 이르는 약7Km 길이의 차도는 대부분이 산길로 이어졌습니다. 두 시간 남짓 이런 길을 오르내리고 나자 마치 등산을 한 듯 온 몸이 개운했습니다. 산길이 끝나고 시작된 강변길은 그리 길지 않아 15분 남짓 걸어 밑으로 지난 주진에서 끝났습니다. 낙동강 좌안의 강변차로를 따라 걷다가 저를 보고 부지런히 달려오는 흰둥이 개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다른 개들과 달리 저를 보고 짖지 않는 것으로 보아 덤벼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으나 덩치가 작지 않아 겁도 났습니다. 주인에게 물어 이 개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눈망울이 선한 백구와 안심하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내 주진교에 이르러 4Km가 채 안 떨어진 방잠삼거리로 돌아가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생각보다 주진교에 일찍 도착해 버스를 1시간 남짓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겨울철에는 가만히 앉아서 차를 기다리는 것보다 그 시간에 걷는 편이 훨씬 덜 추워 택시로 이동한 주진교-방잠삼거리 구간을 걸어서 가기로 한 것입니다.
16시20분 방잠삼거리로 돌아가 12번째 낙동강 따라 걷기를 끝마쳤습니다. 4백m가 더 되는 긴 주진교를 건너면서 낙동강 우안의 요촌선착장을 사진 찍었습니다. 주진교를 건너자 길 왼쪽의 휴게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천지리를 출발해 주진교에 다다르기까지 2시간 이상 쉬지 않고 걸어 잠시 휴게소를 들러 쉬어가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시간도 없고 문도 닫혀 있어 계속 걸었습니다. 이어지는 농암로는 고개 마루로 올라가는 오름 길이어서 빨리 걸을 수는 없었지만, 생각보다 지나가는 차들이 많지 않아 차들이 지난 후에 뒤따르는 바람을 덜 맞아 걸을 만 했습니다. 오로지 걷는 데만 신경을 쓰느라 지도에 나오는 나소동삼층석탑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미남정류장을 지나 넘은 고개는 내실재였습니다. 이 고개를 넘어 방잠삼거리에 다다른 시각은 16시20분으로, 20분은 기다려야 안동행버스가 올 것 같았습니다.
방잠삼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저를 안동역까지 태워준 분은 여기서 천전리까지 타고 간 택시의 기사 분이었습니다. 안동 시내에 거주하는 기사분이 마침 손님을 태우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라며, 택시비를 받지 않고 저를 안동역까지 태워주어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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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는 우리나라의 겨울날씨는 요즘보다 훨씬 더 삼한사온(三寒四溫)이 뚜렷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난방시설이 잘 가동되어 웬만큼 추워서는 추운 줄 모르고 삼한(三寒)을 보낼 수 있지만, 화롯불이 전부였던 반세기 전에는 삼한을 내기가 쉽지 않아 사온이 빨리 오기를 기다렸었습니다.
이번에 약17Km의 짧지 않은 길을 걸었는데도 별반 춥지 않았던 것은 저를 따뜻하게 해준 사온( 四溫 ) 즉, 네가지 따뜻함이 있어서였습니다. 한 낮에 영상 4도-7도 사이를 오르내리는 따뜻한 날씨가 첫 번째 따뜻함이고, 저를 안동터미널까지 태워다 준 택시기사분의 친절이 두 번째 따뜻함입니다. 방잠정류장을 지나 저를 반기며 얼마간 따라 걸었던 백구의 그윽한 눈과 주진교 가까이에서 저를 보고 반가워 안기려는 또 다른 백구의 선한 눈망울이 세 번째 따뜻함이고, 조심해서 올라오시라면서 내일부터 기온이 급강하니 빙판길을 조심하시라고 아들이 카톡을 보내온 것이 마지막 따뜻함입니다. 이래서 세상은 살만한 것이다 싶습니다.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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