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일자: 2024. 4, 25일(금)
탐방지 : 경북예천군삼강면삼강리 삼강나루
동행 : 나 홀로
낙동강을 따라 걷는 길에 경북 예천의 삼강나루를 다녀왔습니다. 삼강나루는 강원도 태백시의 함백산에서 발원한 낙동강과 경북 봉화군의 선달산에서 발원한 내성천, 그리고 경북 문경시의 대야산에서 발원한 금천 등 세 강이 합류하는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의 아우라지에 자리한 나루터를 이릅니다.
아우라지는 두 갈래 이상의 물길이 한데 모이는 어귀를 말합니다. 대다수의 아우라지는 두 갈래의 물줄기가 한 곳으로 모이는 어귀를 이르는데, 여기 삼강나루의 아우라지는 에외적으로 세 갈래의 물줄기가 합쳐집니다. 아우라지가 특별히 고유명사인 지명으로 쓰인 곳은 송천이 한강의 본류인 골지천으로 흘러드는 강원도 정선의 아우라지와 영평천이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경기도 연천의 아우라지 등 두 곳이 있습니다.
저는 그간 여러 강을 따라 걸으며 두 물줄기가 만나는 아우라지를 여러 곳에서 만나보았습니다. 그러한 아우라지로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가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임진강이 한강에 흘러드는 경기도 파주시의 오두산 통일전망대 바로 아래 아우라지도 그 규모가 두물머리 못지않습니다. 미호강이 금강에 합류되는 세종시의 합강정 앞의 아우라지, 보성강이 섬진강에 합쳐지는 전남 곡성군의 압록유원지 아우라지, 황룡강이 영산강과 만나는 광주광산의 송대동의 아우라지, 임하강이 낙동강에 합수되는 안동시의 낙천교앞 아우라지 등은 모두 가보았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아우라지보다 규모는 작지만 풍광에서 절대로 뒤지지 않는 정선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의 산실이기도 합니다.
삼강나루에서 만나는 3강 중 가장 규모가 작은 하천은 경북 문경시의 금천입니다. 이 하천은 백두대간에 자리한 문경시의 대야산에서 발원해 생달리저수지와 경호저수지를 차례로 지난 후 삼강나루 인근의 문경시영순면 달지리에서 내성천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이 하천은 내성천의 제1지류이자 낙동강의 제2지류로 유로길이가 약 40km 정도 됩니다. 중간 규모의 내성천은 경북 봉화군의 선달산(1,236m)에서 발원하여 영주시와 예천군을 차례로 지나 바로 옆 달지리에서 금천의 물을 받아들인 후 십수 미터를 더 흘러 낙동강에 합류됩니다. 내성천은 낙동강 제1지류로, 유로길이는 약 110㎞에 달합니다. 가장 규모가 큰 낙동강은 강원도태백시의 함백산에서 발원해 경북 봉화군과 안동시를 거쳐 다다른 이곳 삼강나루에서 금천과 합류한 내성천의 물을 받아들여 세를 불린 후 부산 하구를 향해 흘러가는 남한에서 가장 긴 강으로 유로길이는 523Km에 달합니다.
제가 만난 아우라지 중 3강이 만나는 곳은 여기 삼강나루가 유일합니다. 그렇다고 삼강나루가 널리 이름이 알려진 것은 이 지점에서 3강이 만나는 아우라지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삼강나루가 유명해진 것은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온 물산이 여기 삼강나루를 통해 경북 내륙으로 퍼져나간 물류의 집산지였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삼강나루는 영남 내륙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으로 이 나루를 건넌 후 문경새재를 넘고 충주를 거쳐 한양으로 올라갔습니다. 서울로 장사하러 가는 배들이 낙동강을 오르내릴 때나 선비 또는 장사꾼들이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로 갈 때 반드시 거쳐 가던 길목이 여기 삼강나루였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경제와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덕분에 삼강나루는 1980년경 나룻배의 운행이 중단되기까지 수륙교통의 요충지로 기능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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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의 명소인 쌍절암에서 내려가 잔도를 따라 걸으며 낙동강의 도도한 물흐름을 지근 거리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얼마 후 삼강제 제방길로 들어섰고, 회룡포로 길이 이어지는 비룡교를 지나 강문화전시관을 찾아갔는데, 근로자의 날이라서 휴관해 관람하지 못했습니다. 이팝나무의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핀 삼강주막 거리를 둘러보고 삼강나루로 자리를 옮겨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금천과 내성천을 조망했습니다.
금천의 물을 받아 낙동강으로 건네주는 내성천을 바라보며 생각난 것은 12년전에 방문한 예천시 용궁면의 대은리에 자리한 회룡포였습니다. 회룡포는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처럼 물을 휘감아 돌아가는 지형으로, 우리나라에서 감입곡류가 가장 발달한 곳이라 하겠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회룡포를 두고 경관적 가치가 뛰어날 뿐 아니라 “하성단구, 하중도, 포인트바, 범람원 등 한눈에 볼 수 있어 침식 및 퇴적지형 연구의 기초자료로서 학술적 가치가 클 뿐만 아니라, 하천을 둘러싸고 있는 비룡산에는 신라시대 고찰인 장안사 등의 문화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는 등의 보존가치가 높은 곳으로 문화재청에서 2005년 명승지로 지정하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삼강제 제방에 전시된 황포돛배를 눈여겨 살펴본 후 삼강나루를 출발해 낙동강 좌안의 제방길을 따라 걸어 상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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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삼강나루는 황포돛대를 단 돛단배 두 척이 운행되어 1960년대까지 성황을 이루었던 곳으로, 큰 배는 소와 각종 짐들을 날랐고, 작은 배는 16명까지 사람을 태우고 도강했다고 합니다.
삼강나루 제방에 전시된 황포돛배는 실물을 재현한 것 같았습니다. 배 앞에 세워진 안내판에 황포돛배를 소개하는 글이 자세히 적혀 있어 당대의 수운(水運)을 이해하는데 많이 도움되었습니다.
“황포돛배는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 내륙교통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황포라는 명칭은 돛의 색깔이 누렇기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돛의 재료인 광목에 황톳물을 들여 좀을 방지하고 질기며 비바람을 맞아도 변하거나 썩지 않게 하였다. 황포돛배는 내륙지방의 물류와 문화의 교류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조선 후기 기록을 보면 한강을 항해하던 황포돛배 수는 하루 평균 100척 이었고 배 한척에 대략 30가마니의 쌀이나 소금을 실었다고 한다. 한양의 객주에서 구입한 물품을 황포돛배에 실어 지방에 가져다 팔고 다시 그곳에서 쌀, 소금, 나무, 생선 등을 싣고 와 한양의 포구나 객주에 팔았다. 이를 통해 수도 한양과 지방의 물자와 인구의 이동과 문화 교류가 이뤄졌고 강을 따라 나루터와 마을이 형성되었다. 황포돛배는 우리나라 강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학유산이다.”
시인묵객, 과거를 보러 가는 유생, 보부상, 농사꾼과 뱃사공 등 삼강나루에 모여드는 손님들의 숙식처는 주막이었습니다. 2006년까지 명맥을 유지해 오던 주막은 마지막 주모였던 할머니가 세상을 뜨면서 문을 닫았다는데, 경상북도에서는 마지막 주막을 보존하자는 뜻에서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134호’로 지정하고 2008년에 주막의 옛 모습을 살려 복원했습니다. 9평이 채 안 되는 이 주막의 영고성쇠는 주막 뒤편에서 5백 년 넘게 자리를 지킨 회화나무가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삼강나루의 뱃사공들의 삶도 애환이 적지 않아 아래와 같이 ⌜뱃사공 노래⌟를 불렀을 것입니다. 아래 노래는 뱃사공 유순종 님이 부르고 향토사학자 김병구 님이 기록했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습니다.
<뱃사공 노래>
이내팔자 사공일세
가는사람 오는사람
뱃머리에 찾아드니
어디있소 어디있소
한두사람 건너보니
지는해가 서산일세
삼강이라 나룻터는
낙동강이 큰물이고,
내성 내라 작은물이
용궁의 살미물과
인정좋게 합수하니
삼강의 나루터라
저건너 저주막에
텁텁한 막걸 리가
사공의 몫이일세
어서가자 어서가
뱃머리에 어서가세
잘가세요 잘가세요
술한잔에 작별일세
저건너 산봉우리가
물위에 아롱아롱
뱃사공의 신세타령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네
홀로 간 저 아줌마
시집 천정은 어대매요
춘삼월 긴긴해에
뱃사공은 허기증이 나네
나의 신세 사공일세
어느누구 알아주리
뱃짐에를 잡고
한탄을 해보자
어서가자 어서가
저건너 저 주막에
사공의 목시는 남아있네
드세요 드세요 막걸리 환시발
당신도 자시고 나도 한사발
잘있고 잘가세요
막걸리 한잔에 작별일세
<탐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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