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11(우두령-궤방령)

시인마뇽 2007. 1. 3. 09:14
                                               백두대간 종주기11


                                 
*대간구간:우두령-황악산-궤방령

                                  *산행일자:2005. 8. 13일

                                  *소재지  :경북김천/충북영동

                                  *산높이  :황악산 1,111미터

                                  *산행코스:우두령-1030봉-바람재-황악산-운수봉-궤방령

                                  *산행시간:10시-17시52분(8시간52분)

                                  *동행      :나홀로


  된 새벽부터 서두른 덕분에 우두령에서 아침 10시에 대간 종주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전날 밤 옛 직장동료와 맥주를 많이 마신 터라 예정했던 우두령-황악산-궤방령 구간종주를 다음 주로 미루어 놓았는데 새벽 4시에 잠이 깨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혹시 무슨 방법이 없을 까 하고 교통편을 검색해 보았더니  마침 6시40분에 강남터미널을 출발해 9시10분 경 황간을 들르는 김천행 고속버스가 있어 부지런히 산행을 채비했습니다. 황간에서는 택시로 우두령까지 옮겨 시간을 벌었습니다. 임산리까지는 서울의 양재에 사신다는 50대의 부부 두 분이 어르신네 생신으로 고향 가는 길이라 하여 5천원에 편승했고, 내친 김에 기사분에 만원을 더 주어 우두령 고개마루까지 편하게 갔습니다.


  10시 정각 해발 720미터의 우두령을 출발했습니다.

경북김천의 구성면과 충북영동의 흥덕면을 잇는 우두령은 2차선의 포장도로인데 노선버스가 없어 이 고개를 오르려면 흥덕면의 흥덕리나 구성면의 마산리에서 1시간 이상 걸어 올라와야 합니다. 생태다리를 놓느라 부산한 고개마루에서 들머리로 올라서니 참나무 숲이 울창했고 바로 헬기장이 나타났습니다. 우두령에서 870봉에 이르기까지 27분간의 산 오름이 그리 힘들지 않은 것은 영동 쪽에서 꾸준히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주었기 때문입니다.


  11시5분 986봉에 올랐지만 나무들로 시야가 가려 답답하기는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삼각점을 확인하고 이 곳에서 짐을 풀고 10분 가까이 쉬었습니다. 870봉에서 986봉까지 능선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바람도 시원해 걸을 만 했는데 키를 넘는 길섶의 억새들과 싸리들이 산행을 더디게 했습니다. 986봉에서 1,030봉까지 한 봉우리만 살짝 옆 질렀고 나머지 봉우리는 모두 마루 금을 탔기에 영동 쪽에서 불어오는 골바람이 막힘없이 그대로 전해져 정말 시원했습니다. 물푸레나무가 빽빽이 들어 선 능선을 지나자 곧바로 비를 뿌릴 듯한 먹구름이 영동 쪽에서 하늘을 덮기 시작해 불안했는데 이내 김천 쪽으로 빠져나가 안심이 됐습니다. 왼쪽 뒤편 먼발치에 4년 전 큰 처남과 함께 오른 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의 산줄기가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986봉에서 44분을 걸어 1030봉에 다다랐습니다.

지도상에 없는 이 봉우리 이름이 여정봉이라 하는데 여정의 한자가 여행일정의 축어인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최근에 지어 걸어놓은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1030봉에서 오른 쪽으로 난 내리막길을 택해 10분을 내려와 임도로 내려서기 직전에 정성스레 카메라에 야생화를 담고 있는 몇 분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이제껏 보지 못한 야생화의 이름을 물어 “자주꽃방망이”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분들은 야생화 사진 찍기의 동호인 모임인 인디카 멤버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면서 홈피주소를 알려주었습니다. 통신중계소를 우회해 임도를 따라 걷다 또 다른 인디카 회원 분을  만나 노랑꽃의 마타리와 참취나물의 흰꽃의 이름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임도에서 산길로 다시 들어 깨끗하게 자란 억새밭을 헤치며 바람재로 내려섰습니다.


  12시36분 헬기장이 들어선 바람재에서 점심을 들면서 반시간을 쉬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바람재는 바람의 통로여서 다른 곳보다 훨씬 시원했고 기분도 삽상했습니다. 어느 기업의 목장이 들어선 김천 쪽의 대초원이 시원스레 보였고 그 반대쪽으로는 깊숙한 산골짜기까지 도시문명을 전파해주는 도로가 눈에 띄었는데 그 길이 바로 영화 “집으로”의 배경이 된 하늘동네인 지통마 마을로 연결되는 길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할머니가 평생을 살아온 하늘동네를 떠나 어딘가로 옮겨 숨은 것은 이 길을 따라 할머니 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라니 길이 실어 나르는 문명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3시5분 바람재를 출발해 산 오름을 이어갔습니다.

비 온 뒤끝에 이글거리는 태양이 한 낮의 수은주를 한껏 높여놓았을 터인데 산 오름이 생각보다 힘들지 않은 것은 쉼 없이 영동 쪽에서 불어대는 골바람 덕분이었기에 간혹 산봉우리 오른쪽으로 우회 시에는 바람이 막혀 숨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바람재 출발 27분 후에 신선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났습니다. 여기서부터 운수봉직전의 안부까지는 재작년 9월 회사의 영업사원들과 함께 직지사를 출발해 황악산에 오른 다음 신선봉을 거쳐 직지사로 하산하느라 한번 와본 길이어서 반가웠습니다.


  14시14분 해발1,111미터의 황악산 최고봉인 비로봉에 올라섰습니다.

삼거리에서 반시간 남짓 걸어 형제봉을 지나 황악산을 대표하는 비경의 능여계곡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에 다다르자 급경사로 동절기에는 위험하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황악산 정상에 이르기 까지 이 산 특유의 억새밭길이 다시 이어졌습니다.


  황악산은 어디를 보아도 악산으로 이름 붙일 만한 암벽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육산입니다. 이중환의 택리지와 직지사 현판에 적혀있는 대로 황악산으로 불리는 이산에는 차라리 학들이 많이 날아든다 하여 불렸다는 황학산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상에 올랐어도 나무로 시야가 가려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정상에 세워진 백두대간 안내판에 1대간, 1정간과 13정맥에 10강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황악산에서 조금 내려서자 오른 쪽으로 김천벌이 한눈에 조망되었습니다. 정상에서 15분을 내려와 전망바위를 들렀더니 며칠 전에 오르내린 추풍령-큰재의 대간 길이 어렴풋이 조망되었습니다. 금산에 이어진 용문산과 국수봉을 한 줄로 꿴 산줄기가 눈에 들어 왔고 오른 쪽으로 조금 비껴선 난함산도 먼발치로 보였습니다. 전망대에서 10분을 못 걸어 능선 길 그늘진 곳에서 짐을 내려놓고 쉬면서 차편을 확인하니 궤방령과 가까운 천덕에서 4시 반에 영동으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 그 버스를 타고자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15시16분 운수봉에 오르기 직전의 갈림길에서 하산 길을 멈췄습니다.

이 갈림길은 직진하면 대간 길인 운수봉이고, 오른쪽으로는 직지사 가는 길이, 왼쪽으로는 어둔리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고 황악산에서 2.26키로 하산하면 닿는 사거리의 십자안부입니다. 갈림길에서 시간을 체크해보니 아무리 서둘러도 천덕에서 4시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하산 길을 멈추고 벤치가 세워져 있고 활엽수들이 햇빛을 가리는 더 할 수 없이 훌륭한 사거리 쉼터에서 짐을 풀었습니다. 다음 버스는 6시20분에 있어 대간 종주 중 처음으로 느긋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었기에 양말과 남방을 벗어 바람맞이 채비를 단단히 한 후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이제까지의 대간종주를 반추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을 제대로 세워 지리산의 천왕봉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진행해왔으면 좋았을 것을 작년에 이 구간 저 구간을 조금씩 집적대다가 올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하느라 땜 방 산행이 너무 많았으며, 그래서 대간 종주가 끝난 후 제 산행기를 모으면 종주 날자가 뒤죽박죽될 것이 틀림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대간 종주에서 처음 해본 것은 책읽기입니다.

집 근처 산을 오를 때에는 쉬는 시간에 책을 읽곤 했습니다만, 대간 종주 시에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어 갖고 간  책을 꺼내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시간이 남아돌아 반시간 남짓 서병국 교수가 지은 “발해제국사”를 정독했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하여 발해가 고구려의 계승국 임을 논증하고자 애쓴 이 책을 읽어가며 고구려보다 더 넓은 국토를 가졌던 발해를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6시5분 오랜 쉼을 끝내고 궤방령으로 향했습니다.

쉼터를 출발해 8분 만에 해발 668미터의 운수봉에 올랐는데 오른 쪽과 왼쪽 길 모두 표지리본이 걸려있어 헷갈렸습니다. 왼쪽 길이 제 길이어서, 오른 쪽 길에 걸어 놓은 표지리봉을 빨리 없애야 더 이상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이 없을 것 같습니다.


  16시57분 운수봉에서 올망졸망한 봉우리 4개를 넘어 여시골산에 다다랐습니다.

이번 산행에서 소나무는 황악산에 오르기까지 전혀 보지 못했고 황악산 정상과 하산 길 몇 곳에서 간간히 몇 그루를 보았을 뿐인데 운수봉에서 여시골산에 이르는 능선에서는 작은 소나무들이 꽤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이곳에서 약해진 햇살로 더욱 시원스럽게 느껴지는 골바람을 맞으며 십 수분동안 책읽기를 이어갔습니다.


  17시52분 해발 310미터의 궤방령으로 내려서 8시간 가까운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궤방령은 제가 작년 1월 대간 종주를 처음 시작한 곳입니다. 한 안내산악회에서 가성산과 눌의산을 오른다 하여 대간 종주인지도 모르고 따라 나선 것이 대간 종주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작년 한해 조령3관문-하늘재, 천황봉-노고단, 육십령-빼재, 한계령-마등령구간과 갈령삼거리-조항산구간 등을 종주했습니다. 올 들어 본격적으로 대간 종주에 나서기 시작해 어제야 비로소 우두령에서 싸리재까지의 구간들을 빠짐없이 밟았습니다.


  낮 시간이 긴 여름이 가기 전에 못 다한 남원의 매요마을에서 육십령까지 3구간과 빼재에서 우두령까지 3구간을 마저 뛰어 일단 천황봉에서 싸리재까지의 대간 길을 모두 밟은 다음 싸리재에서 차분히 북진할 뜻입니다.